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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고인물의 육성법 (1) (4/481)

<4화> 고인물의 육성법 (1)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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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주삼견은 약속대로 다리가 하나씩 부러졌다. 다만 자신을 해치려 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몸짓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인지 모를 천화의 주먹질이 더해지면서 얼굴이 엉망이 된 채 엉금엉금 기어서 골목을 나섰다.

16549465378753.jpg“꺄악!!!”

16549465378753.jpg“변태가 셋이나!!”

16549465378753.jpg“관아, 관아에 신고해!!”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어오른 채 알몸으로 거리에 나선 까닭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관아에서 그들을 잡으러오는 일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림인을 표방하는 놈들이기에 며칠 쯤 구금되다가 풀려날 터였다. 무림과 관은 어지간한 일로는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으니까. 또한 그들의 입에서 천화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올 일도 없을 것이다. 레벨이 다운되고, 고금제일인의 무공과 내공이 사라졌지만 그 분위기와 살기까지 어디 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혼백에 각인되었을 공포가 천화를 떠올리기만 해도 오줌을 줄줄 흘리게 만들겠지.

16549465378767.jpg“제법 쏠쏠한데?”

그렇게 작은 소동이 있는 사이, 홀로 골목에 남은 천화는 놈들이 남긴 것들을 소지품 창에 차곡차곡 쌓았다. 귀주삼견이 가지고 있던 전낭에는 은자 1냥도 안 되는 적은 돈이 들어있을 뿐이었지만, 여분의 옷과 검 세 자루는 지금의 상황에서 제법 의미가 있었다. 그 덕분에 이번과 같은 일들을 계속해서 발생시킬 수 있는 자신의 검을 소지품 창에 보관할 수 있었으니까. 이 검을 쓴다면 단숨에 레벨을 올릴 수 있겠지만, 병기의 이점만으로는 무림인들이라 불리는 자들을 상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검의 존재를 잠시 감춰둘 필요가 있었다. 아직 천화는 무공 초식은커녕 간단한 심법조차 익히지 못한 상태이지 않은가? 지킬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보물을 들고 다녀봤자 표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충분한 무력을 지니게 되는 날까지 자신의 애검은 소지품 창에 보관해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16549465378767.jpg“금방 꺼내주마.”

우우우웅-! 그가 마지막으로 검을 쓰다듬자 검이 대답하듯 공명음을 내뱉었다. 소지품 창에 맡기는 방법 이외에 무신지로에서 창고 역할을 하던 전장에 맡기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그들 역시 NPC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칫 소문이 퍼질 수 있기에 스스로 보관하기를 택한 것이다. 어차피 부활이 불가능하다면, 자신이 직접 가지고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으니까.

16549465378767.jpg“그럼 가볼까?”

그렇게 애검을 집어넣고 귀주삼견이 사용하던 [조악한 낡은 검]으로 바꿔 찬 천화는 든든해진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이왕 해내기로 마음먹은 이상, 제대로 해볼 작정이었다.

16549465378767.jpg“숙련도를 생각하면 역시 무공부터 익혀야하나?”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레벨 업과 무공의 습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무공.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할수록 더 쉽게 성취를 올릴 수 있는 무공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천화의 지식과 경험이라면 성취가 낮아도 충분히 더 강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성취가 높아질수록 얻을 수 있는 보정 혜택들이 있으니 빨리 익혀둘수록 더 자주 사용하고, 더 쉽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겠지.

16549465378767.jpg“가장 쉽게 강해지는 방법은 역시 명문의 무공을 익히는 건데…….”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무공이라는 것은 본디 강할수록 더 익히기도 어렵지만 애초에 접하는 것부터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강한 문파들로 여겨지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무공은, 해당 문파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배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적은 제약으로 무공을 익히는 방법은 마교에 투신하거나 사파 세력 또는 정파의 중소방파에 가입하는 것인데, 이 또한 문제는 있었다. 마교나 사파에 투신하면 그 즉시 정파 세력과 적대 관계가 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마공에는 등급이 있어서, 더 낮은 등급의 마공으로 상위 등급의 마공을 사용하는 이를 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적당히 무공을 배워 레벨을 올린 뒤 무공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상위 무공을 익히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했는데, 내공 심법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해도 다시 처음부터 내공을 쌓는 것은 무척이나 지루한 일이었고, 자칫 처음 무공을 배웠던 문파에서 강하게 제재를 걸고 나올 수도 있었다. 중소방파에서 나와 대방파에 들어간다면 나중에 들어간 대방파에서 울타리가 되어 주겠지만, 반대로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무공을 버리려 한다면 그들이 아예 사지근맥을 자르려고 들기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쯤 되는 무공을 배웠다면 애초에 무공을 버릴 생각도 거의 하지 않지만.

16549465378767.jpg“귀주에는 아예 명문이라 할 만한 곳이 존재하지 않지.”

게다가 천화가 시작 지점으로 설정한 귀주에는 아예 구파일방도, 오대세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중소방파와 사파들만 드글드글하기 때문에 오죽하면 따로 떼어서 ‘귀주 무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할 정도다. 그 말인즉, 상승 무공을 배울 방법 자체가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중소방파에 가입해 무공을 익히거나, 일단 적당한 기본공을 익힌 뒤 레벨부터 올리는 것 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귀주 무림은 압도적인 강자가 없는 탓에 고만고만한 놈들밖에 없었고, 실력만 있다면 초반에 레벨을 올리기도 좋은 편이었다.

16549465378767.jpg“뭐, 차라리 이게 낫지.”

바로 그 때문에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구파일방, 오대세가가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뭘 하기만 하려고 하면 그들이 제재를 걸어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콧대 높은 놈들의 비위를 살살 맞춰야 하는 것도 배알이 꼴렸고, 무엇보다 막상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오성이 어떻니, 근골이 어떻니 하면서 좀처럼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예 노가다를 통해 레벨을 잔뜩 올린 뒤, 오성과 감각 수치를 높여 가입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무신지로가 처음에 미친 난이도라고 말도 많았던 거다. 실컷 레벨과 무공 경지를 올려놓은 뒤, 다시 삼류급부터 다시 성장시켜야 하니까.

16549465378767.jpg“어차피 나한테는 필요 없는 것들이기도 하니까.”

머릿속에 있던 무공에 대한 정보들을 싹 한 번 훑어낸 천화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고금제일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배경에는 그 어떤 대문파의 무공도 기반이 되지 않은 것이다.

16549465378767.jpg“일단 기본공이면 충분해.”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기본공이면 충분하다. 무림맹주와의 격돌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던 철두공처럼 기본공이라 불리는, 특정 문파가 아닌 누구라도 쉽게 익힐 수 있는 무공을 꽤 높은 경지까지 익혔던 것이 바로 그의 독문무공을 이루는 근원이기도 하니까. 짤랑 마을이 시끄러운 사이, 천화는 동전으로 가득차 두둑한 전낭을 만지작거리며 한 고서점으로 들어섰다.

16549465378753.jpg“뭘 보러 오시었소?”

16549465378767.jpg“기본공은 어디에 있죠?”

16549465378753.jpg“저쪽이우.”

꾸벅꾸벅 졸고 있던 주인이 서가의 한편을 가리켰다. 무공은 무협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였다. 좀처럼 구경조차 하기 힘든 명검이나 보의야 있으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지만, 사실상 소수의 전유물이라서 그 비중은 크지 않았으니까. 그런 무공을 고서점에서 구입한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했다. 상승의 무공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위력을 가진 무공들은 각 문파나 계승자들이 꽁꽁 숨겨두고 있으니 아무 배경도, 재물도 없는 이들이 무공을 익힐 방법은 시중에 나도는 저급한 기본공을 익히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본공이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위력이 약하다고는 하나 그 또한 무공은 무공. 활용하기에 따라 상승 무공을 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초식이란 결국 ‘잘 통하는 투로’를 정리해놓은 것에 불과했고, 내공만 충분하다면 초식이야 충분히 극복 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천화가 천마와 무림맹주를 상대로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내공 심법에 맞는 초식을 사용하면 훨씬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공으로 상승 무공을 꺾는 것은 수많은 무공들을 하나하나 해체하여 분석하는 고인물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천화였다. 고금제일인. 고금제일의 고인물. 서가를 빠르게 훑은 천화는 재빠르게 원하던 것들을 찾아냈다. [삼재검법][기본] [삼재심법][기본] [무형보][기본] [철판교][기본] [나려타곤][기본] [철두공][기본] [철사장…….] 조금 전 귀주삼견이 익히고 있던 삼재검법부터 다른 심법을 익히더라도 내공을 버리고 시작할 필요가 없이 내공 입문을 시작할 수 있는 삼재심법과, 이름은 거창하지만 결국 아무 형식도 없는 발걸음일 뿐인 무형보. 외공인 철두공과 철사장, 무공이라 부르기 애매한 철판교와 나려타곤 등등 생각했던 기본공들을 빠르게 낚아채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의 책도 추가로 꺼내들었다. 무공서는 아니지만 혈도와 의술, 그리고 역사에 대한 책들이었다. 이미 천화는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그것들을 굳이 꺼내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16549465378753.jpg“이걸 다 구입할 셈인가?”

그렇게 하나둘 꺼내들다 보니 종류와 숫자가 꽤나 되었던 터라 고서점의 주인도 놀라는 눈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무림인이 되겠답시고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야 종종 있었으니까. 결국 삼류도 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근골이 뛰어난 이들은 모두 대방파나 중소방파의 제자가 되고 마니까. 반면 이렇게 고서점을 뒤적거리며 입문 무공서를 찾는 자들은 그럴 만한 근골도 되지 않고, 돈을 주고 제자로 들어갈 만큼 재력도 없다는 뜻이었다. 인맥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16549465378753.jpg“한 권에 20문씩, 총 300문이네.”

워낙 오래된 일이라 기본공이나 잡서의 가격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저렴한 편이다. 책이라는 것이 기본 단가가 있었기에, 허름한 고서점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기본공이라 해도 그 배 이상은 받았을 테니까. 그 탓에 책들이 하나같이 낡아떨어지기 직전인 상태였지만 읽을 수만 있으면 되니 상관은 없다.

16549465378767.jpg“여기 있습니다.”

귀주삼견에게서 뜯어낸 전낭에 총 1,300문 정도가 들어있었으니 값을 모두 치르고도 1,000문, 즉 은자 반냥 정도가 남았다. 천화는 즉시 값을 치르고 책들을 챙겨 고서점 밖으로 나왔다. 입구를 나서는 순간 소지품 창에 넣어 허공에서 책들이 사라지는 묘기를 보였지만, 주위를 잘 살폈기에 아무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고서점 자체가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아니기도 했고, 그 손놀림이 무척 빠르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16549465378767.jpg“뭐부터 읽어볼까…….”

다음으로 천화가 향한 곳은 객잔이다. 정사대전에 끼어들기 전, 배를 든든히 채워둔 덕분에 아직 배가 고프지는 않았기에 숙박비용만 치르고 방으로 얼른 들어가버렸다. 시작 지점에 있는 객잔이라서인지 간신히 홀로 몸을 누일 공간 정도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다. 천화는 얼른 침상에 구입해온 책들을 쏟아놓고 그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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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도의 이해][기본] 인체 혈도를 그림과 함께 적어놓은 책. 무림인들에게도 기본서적이지만 의술을 배우는 이들에게도 기본서적으로 분류되는 그것을 펼쳐들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읽어보기도 했고 이미 무공을 익히면서 모두 알고 있는 내용들뿐이지만, 아니 오히려 책에 적힌 내용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아는 천화였지만 이 지루한 독서를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혈도의 이해를 완독했습니다.] [지능이 1만큼 상승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습니다.] [지능이 1만큼 상승했습니다.] 바로 이것이다. 독서를 통해 지능 수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는 지루한 내용들을 꾸역꾸역 읽으면서도 졸지 않고 버텨낸 천화였다.

16549465378767.jpg“으으, 가장 어려운 건 끝났군.”

눈 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혈도에 대한 내용들을 완독해낸 천화가 드디어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완벽한 이해로 추가 능력치가 상승한 것은 의외였지만,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읽은 맛도 난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책들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능이 1만큼 상승했습니다.] [오성이 1만큼 상승했습니다.] [지능이 1만큼 상승…….] 이후로도 책을 독파할 때마다 능력치가 상승했다. 지능, 또는 오성이. 오성의 경우, 지능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지능이 그저 똑똑한 것이라면 오성은 이해력이 좋은 것이랄까? 지능이 높으면 무공의 습득 속도가 빨라지지만 오성이 높으면 성취가 빨라지는 것이다. 그밖에 감각 수치가 높으면 무공의 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물론 그 외에도 각각 추가적인 역할들이 있지만 시작 단계에 있어서는 그렇다.

16549465378767.jpg“후우! 드디어 기본공의 차례인가?”

그렇게 꾸역꾸역 잡서들을 읽어낸 천화가 눈을 반짝거렸다. 드디어 기본공을 익힐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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