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좋은 약은 혼자 먹어야지! (1)2020.11.22.
필수 임무. 그것은 애초에 게임사가 지정해놓은 명칭이 아니었다. 다만 유저들이 실제 플레이를 하면서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정리해놓은 임무 리스트에 불과했다. 유저마다 시작 지점이 다른 만큼 각각의 시작 지점마다 수많은 필수 임무들이 존재했는데, 그 대부분을 천화는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었다. 각 성의 거리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까닭에 플레이하는 내내 한 성에서만 머무는 이들도 많았지만, 반면에 천화처럼 모든 지역과 그 지역의 필수 입무 등을 섭렵하며 성장한 사례들도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 있는 주요 보상만 빼먹어도 최소 이류 소리는 들을 수 있지. 익힌 무공이 뛰어난 편이라면 일류까지도 가능하고.’
이 경우 수련 시간이 부족해질 수는 있지만 필수 임무나 중요 분기 임무 보상으로 어느 정도 충당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무공의 경지라는 것이 일반 게임의 스킬들처럼 반복 사용만으로 숙련도를 높이고 다음 단계의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까지 성취를 올린 다음에는 협행이든 비무행이든 기연 탐색이든 타 지역을 돌며 무공의 성취를 높일 방법을 찾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공의 성취도 높이고, 보상으로 얻은 장비나 영약 등을 이용해 내공까지 증진시키니 이류급의 무인이 되는 것까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명문대파들의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일단 급이 좀 오르면 근질근질해서 못 처박혀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구파일방 오대세가로 대표되는 명문들은 워낙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일정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예 문파 밖으로 나다닐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외유가 가능해지는 임무나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스스로의 강함을 확인하고 자랑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무신지로가 런칭한 지 몇 개월만에야 겨우 구파일방 또는 오대세가의 일원이 된 유저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당연히 그들이 택한 것도 가능한 빠르게 필수 임무를 수행하며 보상을 빼먹는 일이었고,
‘그리고 시비 터는 게 일이었지.’
괜한 시비를 걸며 비무며 생사결을 치르는 게 일이었다.
‘결국 고인물들한테 다 쥐어터졌지만.’
확실히 명문이나 대문파의 제자들은 강했다. 이류든, 일류든, 절정이든. 같은 수준이더라도 무공 자체가 가진 강함의 차이가 있었고, 내공의 양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벌어졌다. 그렇기에 한 단계 이상 높은 경지가 아니라면 그들과의 시비를 피해야 할 정도로,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존재인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천화와 같은 고인물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판도는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들도 후기지수라 불리는 명문의 제자들과 시비가 붙는 것을 피했지만, 그들의 무공이 세상에 선보여지는 일들이 많아지며 형(形)으로나마 그들의 무공을 파악할 수 있게 되자, 그에 맞춘 파훼법들을 연구하면서 승리를 따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해당 문파가, 혹은 그 무공 자체가 완전히 패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이 낼 수 있는 수준에서 깨어졌을 뿐, 더 완성된 형태의 NPC 고수가 나서면 고인물들도 곤욕을 치르기 일쑤였다. 다만 희망은 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천화와 일부 고인물들은 오히려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이들까지 꺾어낸 것이다.
‘더럽게 구는 통에 꽤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정보는 많이 얻었지.’
결과적으로는 패배하긴 했다. 소위 명문이란 자들은 자신들의 무공과 사문에 대한 자부심이 과도하리만치 크기 때문에 말단 제자가 깨지면 그 위가, 또 그 위가 나서며 명예회복을 꾀한 탓이다. 당장 경지가 월등히 차이가 나는 이들이 힘으로 찍어누르니 고인물들이라 해도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이길 때까지 싸워놓고는 이전 상대가 제대로 무공을 익히지 못했을 뿐이라며 처음부터 제 놈들이 이긴 것처럼 굴어대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무림에서는 힘 있는 자가 법이었으니 일단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그 유치함 덕분에 결국은 탈탈 털린 셈인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높은 경지의 무공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뜯어내며 후일을 기약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고인물들끼리 대결 영상을 서로 공유하며 몇백, 몇천 번이고 다시 영상을 돌려보았다. 파훼법을 찾아내어 결국에는 승리하고 말았다. 10년 동안 무수히 일어났던 같은 작업의 반복. 그 결정체가 바로 천화라는 괴물이었다. 무신지로의 모든 무공에 통달한 고인물 중의 고인물.
“다 추억이구만.”
잠시 옛 생각에 잠겨있던 천화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귀주성의 시작 지점인 칠곡현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얻어야 하는 보상들의 대부분은 다음 마을까지 이동할 자금을 모으고, 기본공을 익히며 무공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용도였기에 충분한 자금을 얻은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것도 괜찮았다. 때문에 빈 산채에서의 수련을 마친 천화는 곧장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원래는 이틀이 걸리겠지만…….”
고작해야 시작 지점과 이틀 거리에 위치한, 첫 번째 진출 지역이었기에 사실 많은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우칠이 점령하고 있던 야산을 제외하면 그 두 마을 사이에 도적 떼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저 방향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고작 이틀만 걸어가면 그만이기에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수련을 하면서 느긋하게 걸어도 삼 일이면 도착한다. 만약 혼자 가는 것이 무료하거나 뭔가 건설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표국의 쟁자수로 지원하여 표행을 따라나서는 것도 방법이었다. 약간이지만 돈도 얻을 수 있고, 명성도 약간 올릴 수 있으며, 경력을 인정받아 나중에 삼류 이상의 경지에 오른 뒤 대형 표국의 표사로 취업하는데 유리하기도 하니까. 대신 시간이 좀 더 걸린다. 표국에서 표물을 운송하는 시간에 맞춰야 하고,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적잖은 준비와 이동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3, 4일쯤 걸리려나? 흠. 3일 안에 끊어봐야겠군.”
그렇다하더라도 3~4일이면 넉넉할 텐데, 천화는 홀로 떠나면서도 마찬가지로 3, 4일 정도를 예상으로 잡았다. 두 팔과 다리에 쩔렁거리는 모래주머니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체력을 갉아먹고 근육에 자극을 주는 그것들이 아니라면 이틀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게다가 익숙해질 때마다 점차 무게를 늘리고 있는 까닭에 몸이 둔해져 제대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무형보(3성)의 숙련도가 0.3만큼 상승했습니다.]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무형보. 형태를 지니지 않아 그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일 수 있다는 특징과 이름을 가진 기본 경공을 펼쳤으니까. 경공은 크게 짧은 거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보법과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신법으로 구분이 되는데, 무형보는 그 모두로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경공이었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가장 선호받지 못하는 경공이기도 했다.
‘움직임이 처음부터 자유로운 대신 초반에는 다른 경공들처럼 빠르지는 못하니까. 성취를 높이기도 어렵고.’
그도 그럴 것이 보법과 신법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양쪽 모두 어중간하기 때문이다. 경공은 기본적으로 내공을 다리로 보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무형보는 정말 그 기본에만 충실했기에 운용에 따라 보법으로도, 신법으로도 쓸 수 있었지만 다른 기본공들에 비해서는 효율은 떨어졌다. 무형보를 익히느니 차라리 보법과 신법을 각각 익혀 따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유저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천화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기본 형태가 없어서 수련하기는 좀 막막하지만, 제대로 익히면 이것만 한 게 없지.’
다른 보법은 꼭 밟아야 하는 경로가 있다. 전후좌우 어떤 경로를 따라 내공을 실어 걸음을 옮겨야만 제대로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성취가 오를수록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리를 엉키게 만들어 보법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형보는 그런 제약에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좀 더 기발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천마와 무림맹주를 동시에 상대할 때 보였던 것처럼.
“가즈아~!”
그리고 지금처럼.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천화의 모습은 무척이나 괴이했다. 때로는 두 발로, 때로는 네 발로. 나려타곤의 수법을 섞어 바닥을 구르기도 하고 개구리처럼 폴짝 뛰기도 하는 괴상망측한 모습으로, 어쨌든 달려나가는 것이다. [무형보(3성)의 숙련도가 0.2만큼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무형보의 성취는 꾸준하게 상승했다.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것을 최대 강점으로 하는 경공답게,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더 빠르게 숙련도가 쌓이는 것이다. 아직은 삼류 보법만도 못한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주력 무공 중 하나가 될 것이기에, 천화는 열과 성을 다해 숙련도 작업에 매진했다. @
“아이고, 삭신이야.”
천화가 칠곡현을 떠나 두 번째 마을인 무량현에 도착한 것은 딱 3일째가 되는 날 정오 무렵이었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얼마 되지 않는 내공을 쥐어짜가며 무형보를 펼치느라 매일 같이 근육통에 끙끙거렸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이 목표했던 바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했으니까. 마을에 도착하고 나니 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생겼지만 꾹 눌러 참고 목적지로 곧장 이동했다.
“흠, 나를 돕고 싶다고? 나는 자네를 처음 보는데…….”
그렇게 도착한 목적지는 다름 아닌, 마을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작은 약재상이었다.
‘평범한 약초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연단술사지.’
머리가 하얗게 샌 백발의 노인은 대뜸 자신을 찾아와 시킬 일이 없는지 묻는 천화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사람 사는 게 다 서로 돕고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나가다 어르신께서 다리가 불편해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래 봬도 제법 눈이 밝고 발이 빠르니, 필요한 게 있으시면 시켜봐 주십시오. 보상은 몸에 좋은 약초 몇 뿌리만 주셔도 좋습니다. 헤헤.”
그 의심어린 눈초리를 능글 맞게 받아낸 천화. 뻔뻔하기 짝이 없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노인은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좋아. 그럼 부탁 좀 함세.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산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다리가 불편하던 차이니…….”
[약초꾼 노인의 부탁][임무] 산행 중 부상을 입은 약초꾼 노인이 자신을 대신하여 약초 채집을 부탁합니다. - 성공 조건 : 노인이 지정하는 약초 한 망태기 모으기 0 / 1 - 성공 보상 : 약간의 경험치, 약초꾼 노인의 인정 그러자 원하던 임무창이 나타났다. 약초를 한 망태기나 채워야 하는 것에 비해 고작 보상이라고는 약간의 경험치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약초꾼 노인의 인정뿐이라 초반에는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친 임무였지만, 진짜는 이 다음이다.
‘초반에 내공을 불릴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약초꾼 노인의 인정을 받고 난 이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임무와 보상들. 그 마지막 임무까지 마치고 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무려 내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영약인 것이다. 정확히는 영약이라기보다 영약 부스러기쯤 되는 것에 불과했지만,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영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공을 모으는 것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비슷했다. 미량의 내공을 보유한 상태로 내공을 쌓기는 힘들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내공을 지닌 상태에서 내공을 불리는 것은 비교적 수월한 것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할 때, 성장 초반에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영약 부스러기의 가치는 차후에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영약보다 크다고 할 수도 있었다. 천화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 그렇기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약초꾼 노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금방 채워올 테니 편히 쉬고 계십쇼!”
망태기와 호미를 받아든 천화는 노인이 알려준 산을 향해 냅다 달려갔다. 이 연계 임무들을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가 계획의 핵심이었으니까. 샤샤샥- 손가락 두어 마디만 한 약초들로 망태기 하나를 가득 채우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천화는 무형보의 자유로운 보법을 이용해 산을 빠르고 타고 올랐다. 만약 일반 보법이었다면 보법의 경로가 막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겠지만 무형보이기에 더 빠르게 망태기를 채워갈 수 있었다.
“성공 조건을 넘기면 추가 보상이 있었지, 아마?”
고작 반 시진(1시간) 만에 망태기를 모두 채웠음에도 천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공 조건은 한 망태기를 가득 채우는 것이지만 그 이상을 캐갈 경우 추가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경험치를 조금 더 받고 신뢰도도 더 높아지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어차피 첫 임무이기 때문인지 찾기 어려운 약초를 채집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한 망태기 분량을 더 채웠다. [성공 조건 : 노인이 지정하는 약초 한 망태기 모으기 2 / 1] 그것을 약초꾼 노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자 영 못미더워하던 그의 눈빛이 변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자네, 정말 호…… 아니 타고난 약초꾼이로군.”
[별호 : 눈이 좋은 약초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별호 : 눈이 좋은 약초꾼][일반] 약초꾼의 눈을 타고난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 약초를 발견함에 있어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보인다. - [약초 탐색] 활성화 - 안력 소폭 상승 - 민첩 + 2
‘좋았어.’
공짜 부탁에 일을 두 배로 해주니 호구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천화가 얻은 것도 작지 않았다. 별호를 획득함에 따라 쓸모 있는 약초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지속 능력인 약초 탐색이 활성화되었고, 상대의 무공과 움직임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안력이 증가했다. 상태창에도 없는 숨겨진 능력치 중 하나였기에, 소폭이지만 꽤나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그냥 한 망태기를 가져다주면 얻을 수 있는 [별호 : 초보 약초꾼]보다 민첩도 1이나 더 얻었으니 상당한 이득이다.
“또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으흠. 그러면 이것도 좀 부탁함세.”
서로가 속으로 만족하는 거래가 끝나고, 약초꾼 노인은 보다 심화된 임무들을 천화에게 부여했다. 처음 부탁했던 것보다 더 희귀한 약초들. 그냥 내다 팔아도 상당한 값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구해오도록 천화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네 번이나 더 연속해서. 그렇게 총 5번의 임무를 준 이후에야 비로소 본론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천화는 군말 없이 그것들을 수행했다.
‘가만, 이거…… 뭔가 이상한데?’
오직 최종 보상 하나만을 바라보고 다섯 번이나 무료 봉사를 하던 천화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무신지로 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왜 보상이 경험치뿐이지?’
무신지로에서는 첫 번째 임무 이후, 소액이지만 약간씩의 금전적 보상도 함께였다. 그가 캐온 약초의 일부를 주기도 했고. 그런데 왜 지금은 칭찬과 감사의 표현이 전부일까?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기억하던 것보다 압도적으로 크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뭔가 실수한 게 있나? 아니면 아예 보상이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덜컥 불안해졌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던 최종 보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나?
“크흠. 뭐하고 있나? 서두르게.”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자 약초꾼 노인이 멋쩍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재촉했다.
‘이거 어쩌면……?’
그때 깨달았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호구 잡혔구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게 되듯, 성심껏 무료봉사를 해주다 보니 자신을 호구로 보고 원래 줄 것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 그렇다면…….’
현실감각이 돌아오며 황당해진 천화가, 노인과 눈앞에 나타난 임무창을 번갈아보았다.
‘그 반대도 가능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