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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기연 쇼핑 (7) (16/481)

<16화> 기연 쇼핑 (7)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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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66834557.jpg“꺄악!!!!”

후웅-!!

16549466834561.jpg“아, 아니. 그게 아니라…….”

16549466834557.jpg“닥쳐. 이 변태야!!”

후웅 후웅 재빨리 몸을 뒤집어 자세를 잡은 설영이 서슬 퍼런 검을 마구 휘둘렀다. 감정에 치우쳐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지만 그녀는 최소 일류급의 고수. 당연히 그냥 휘두르는 검에도 상당한 묘리가 담겨 있었고, 천화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난자당해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16549466834561.jpg“아니, 난 그냥 잡아주려 했을 뿐이라니까!!”

하지만 상대는 천화였다. 혈마신공마저 꿰뚫고 있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 아무리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상태라지만 그냥 맞아 줄 리 없다. 무형보를 이용해 재빠르게, 그리고 가까스로 그것들을 피해내자 설영은 더욱 화가 차올랐다. 천화가 자신을 희롱한 것도 짜증이 나는데 요리조리 맞을 듯 맞지 않으니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이 핑 돌았다.

16549466834561.jpg“야, 울지 마! 내가 뭘 했다고……. 아니 뭘 하긴 했지만 고의가 아니라니까!!”

지금이라도 그녀가 전력을 다한다면 천화를 찢어죽일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상대가 혈마검을 가졌다 하나, 내공 수위의 격차까지는 어찌하지 못할 테니까. 설영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혈마검의 인정을 받은 사내이기에 자신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었다. 적통의 제자는 아니지만, 혈연으로만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혈마검의 주인이라는 자리였으니까.

16549466834561.jpg“진짜 고의가 아니야. 사고였다니까?!”

16549466834557.jpg“알아. 이 나쁜 놈아.”

설영이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문득 자신의 처지가 처량해진 것이다. 자신이 이러려고 무림에 나왔다 자괴감이 들었다.

16549466834561.jpg“아니, 거참…….”

16549466834557.jpg“닥치라니까!!”

16549466834561.jpg“옙.”

천화는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보려 했지만, 지은 죄가 있는지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혼자 분을 삭이고 마음을 다스린 설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16549466834557.jpg“후우……. 좋아요. 당신의 말을 믿겠어요.”

와, 이게 먹히네? 결심한 듯한 설영의 말에 천화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16549466834561.jpg“그것 보십시오. 제가 뭐라고…….”

16549466834557.jpg“하지만 완전히 믿는다는 건 아니에요. 제 눈으로 지켜보겠어요. 정말 혈마검의 인정을 받을 만한 인물인지. 혈마검도 실수를 할 수 있겠죠. 당신 같은 변태를 주인으로 삼다니…….”

16549466834561.jpg“어……. 그 말은……?”

16549466834557.jpg“당분간 당신과 함께 지내겠어요.”

16549466834561.jpg“아니. 꼭 그럴 것까지야. 어디에 묵을지만 알려주시면 쓸 만큼 쓰고 돌려…….”

16549466834557.jpg“싫다면.”

우우우웅! 그 순간 표독스러운 표정과 함께 설영의 검에서 일류급의 고수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검기가 치솟았다.

16549466834557.jpg“이 자리에서 당신을 베고 혈마검을 회수해가도록 하죠.”

16549466834561.jpg“아니오.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함께 다니는 게 불편하실까봐 그렇죠. 하……하…….”

사실 그녀를 호위무사처럼 쓰는 것은 천화가 의도한 바였다. 그러나 저 서슬 퍼런 눈빛을 보자니 왠지 자신이 실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혈마검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아내거나,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든 검을 내리칠 것 같았으니까.

16549466834561.jpg‘끄응. 어쩔 수 없지.’

천화는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혈마검을 돌려주고, 혈마신공의 일부를 전수해주는 조건으로 좀 부려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통할지 모르겠다.

16549466834561.jpg‘최대한 빨리 혈마검에서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고 내빼는 수밖에.’

안 되면 최대한 혈정을 통해 내공을 빨리 쌓은 뒤, 검을 버리고 도망치는 수밖에. 어차피 천화에게 있어 혈마검이야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16549466834561.jpg“그럼 설영…… 낭자?”

16549466834557.jpg“설영이라고 부르세요. 어쨌든 혈마검의 인정을 받은 이상, 대등한 관계로 인정해야겠지요.”

16549466834561.jpg“어, 그러면 오히려 제가 위…… 아닙니다. 천화라고 부르세요. 아니, 불러. 연배도 비슷한 것 같은데 말 놓아도 되지……요?”

설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찌릿 천화를 째려보았지만 크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16549466834561.jpg“자, 그럼 악수. 악수.”

상황이 정리되자마자 넉살 좋게 말을 놓은 천화는 대뜸 설영에게 악수를 청했다. 남녀가 유별하다고는 하나, 적어도 무림인들에게는 그 개념이 약한 까닭에 설영도 기꺼이 그 악수 요청을 받아주었다. 찌리릿- 물론 손을 마주잡는 그 순간, 설영의 내공이 천화의 몸속을 살폈기에 단순한 악수로만 보기는 어려웠지만 천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대신, 그 역시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설영이 친구로 등록되었습니다.]

16549466834561.jpg‘됐다.’

바로 친구 등록. 본래 NPC와 유저 간에는 친구 등록이 되지 않지만, 이제 현실이 되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실험 아닌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친구 추가를 한다고 우호도가 증가하거나 버프가 발생하는 일 따위는 없었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뭔가 써먹을 데가 있을 터였다.

16549466834561.jpg“좋아. 그럼 일단 나 좀 도와줄래?”

16549466834557.jpg“뭘 도우면 되지?”

16549466834561.jpg“뭐긴.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좀 더 털어먹어야지!”

16549466834557.jpg“……?”

천화는 빠르게 적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체 나이는 어떨지 몰라도 정신 연령은 자신이 훨씬 높은 데다, 무공 또한 당장 낮을 뿐이지 어느 정도 내공만 회복해도 일류 고수쯤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는 그였으니 굳이 그녀에게 얼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녀도 자신을 해하려 들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녀의 능력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16549466834557.jpg“아무리 연고 없는 이들이라지만, 유품을 탐하는 건…….”

16549466834561.jpg“에헤이. 이 사람들이 굳이 유품과 유언을 남긴 이유가 뭐겠어? 후에 인연이 닿는 이들이 가져주길 원하는 거라고! 그걸로 그들의 한을 풀고 성불을 시켜주니 이 얼마나 고귀하고 숭고한 일이야?”

궤변이지만 틀린 이야기도 아니기는 했다. ‘~~을 해준다면’이라는 단서가 붙기 마련이지만 어쨌든 누군가 자신의 것들을 받아들이고 가져가기를 원하는 것은 맞으니까. 아예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남기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 말에 살짝 넘어왔는지 설영은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천화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16549466834561.jpg“역시.”

그렇게 더 깊은 동굴들을 탐사하기 시작한 천화의 감각에 무언가 걸렸다.

1654946688191.jpg[전방에 한 놈 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혈마검의 경고성도 터져나왔다. 설영의 등장을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보복이 두려웠는지 이전보다 더 열심히 천화를 보좌하는 것이다.

16549466834561.jpg“살아있는 놈이 제법 남아있었군.”

천화는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연 동굴에서 괴한을 만나 게임 오버 당했다는 이야기는 그 역시도 많이 들어본 것이었으니까. 기연 동굴에 진입하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던 편이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정보라면 빠삭했기에, 이 시기라면 더 많은 괴한들이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또는 이성을 잃고 덤벼들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은 입구 부근을 맴돌기만 했던 것이다. 아직은 힘이 조금 부족했으니까.

16549466834561.jpg“그럼, 처리를 부탁할게!!”

16549466834557.jpg“뭐?!”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상대의 기파가 점점 가까워옴을 느낀 천화가 대뜸 뒤로 몸을 날렸다. 내공은 이제 제법 회복이 되어 직접 상대해볼 만도 했지만, 훌륭한 호위가 곁에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16549466834557.jpg“치잇!”

채앵-!! 상대에게 있어 천화든 설영이든 상관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누가 되었든 자신의 것을 빼앗으러 온 자라는 사실에는 분명했으니까.

1654946688191.jpg“캬학!!”

16549466834557.jpg“큭!”

괴수가 되어버린 상대가 터질 듯 근육을 부풀렸다. 외공을 익힌 것일까? 사용하는 내공에 비해 설영이 휘청거릴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공격을 퍼부어갔다.

16549466834557.jpg“너, 두고 봐!!”

하지만 상대는 무려 혈마의 후예다. 혈마신공을 익혀 일류 고수의 위치까지 오른 강자. 고작 외공의 힘만으로 찍어누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16549466834557.jpg“귀혈참!”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설영이 내공을 모아 힘껏 일격을 날렸다. 푸확! 무기를 들어 방어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쾌속한 일격이었다. 쾌검이라기보다 강격에 가까운 힘이었지만 그만큼 폭발력을 가진 일격이었기에 놈의 수준으로는 방어가 불가한 것이다. 질기고 두꺼운 적의 신체가 가뿐하게 잘려나가며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1654946688191.jpg“크르르…….”

상처 입은 짐승처럼 재빨리 뒤로 물러서 팔뚝에 난 상처를 핥는 상대. 그러나 이미 눈은 공포에 젖어있었다. 일격만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16549466834557.jpg“잔혼비검!”

도망칠까? 아니면 맞서 싸울까? 먼저 나서는 자가 이 정도라면 저 뒤에 있는 놈은 얼마나 강한 거지? 설영은 흔들리는 적의 눈동자가 선택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마치 천화에게 사용했던 자신의 초식들이 약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겠다는 듯, 다시금 같은 검을 떨쳐 놈을 몰아쳐갔다.

1654946688191.jpg“캬하하학!!!”

괴한이 필사적으로 저항을 해보지만 순식간에 중요한 혈맥을 넷이나 베였다. 이대로면 가만히 두어도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인지, 설영은 무심한 눈으로 공격을 멈추고 가만히 숨을 골랐다. 보았냐는 듯, 천화를 째려보았다.

16549466834557.jpg“……?”

허나, 천화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푸욱! 도망을 친 게 아니다. 둘이 싸우는 사이, 어느새 놈의 후방으로 돌아간 천화가 비틀거리며 도망치려는 괴한의 몸에 혈마검을 꽂아넣고 있었다.

16549466834561.jpg“막타 감사!”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 전투는 양보했지만 경험치까지 양보할 순 없지! 천화는 설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괴한이 도망칠 줄 알았다는 듯 미리 배후를 점하고 마지막 일격을 대신 날린 것이다.

16549466834561.jpg‘오!’

생각보다 짭짤한데? 이류쯤 되는 고수를 사냥한 까닭에 제법 막대한 경험치가 차오르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549466834557.jpg“자, 그럼 설명해보실까?”

스릉- 허나, 기뻐할 새도 없이 목덜미가 시큰해졌다. 상대에게 끝까지 집중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잘못이지만, 애초에 자신을 이용해먹으려 든 천화에게 화가 난 것이다.

16549466834561.jpg“아니, 이것 좀 치우고…….”

휘익 어차피 도망은 불가하다는 것을 알기에 설영이 싸늘한 눈빛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눈빛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16549466834561.jpg‘어휴. 목덜미 성애자도 아니고, 퍽하면 목에 칼을 들이밀고 난리야?’

그 눈빛에 찔끔해진 천화가 주변에 더 이상 괴한이 없음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16549466834561.jpg“이곳이 기연 동굴로 불리는 건 알지? 삼류부터 절정 고수까지, 사연 있는 무림인들이 많이 기거했지만 지금 남은 건 대부분 미쳐버린 놈들이거든. 그런데…… 알다시피 내가 내공이 아직 부족하잖아? 여기서 내가 죽어버리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내공을 좀 쌓을 때까지만 좀 부탁할게!”

16549466834557.jpg“하?”

너무도 뻔뻔한 그의 낯짝에 설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천화를 지켜보기로 한 이상 그가 쉽게 죽어버리도록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곳에는 그가 요행으로 이기기 힘든 적들이 제법 많을 테니까. 어쩌면 자신조차 부담스러운 존재들도 있을지 몰랐기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16549466834557.jpg“좋아. 대신 여기서뿐이야. 여기서 나가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16549466834561.jpg“그럼, 그럼. 당연하고말고.”

어쩐지 잘못 걸려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영은 그 제안 아닌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6549466834561.jpg“그럼 계속해볼까?”

씨익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천화가 방금 처치한 상대의 품을 뒤졌다. 챙길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챙기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좀 더 안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16549466834561.jpg“흐흐흥~.”

천화의 기연 쇼핑은 갑자기 나타난 조력자, 설영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 좀 더 마음 놓고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빠르게 수색하며 전대의 고수들이 남긴 것들을 챙길 수 있던 것이다. 대부분이 이제 와서는 별 쓸모가 없는 썩은 식량과 녹슨 무기, 허접한 무공 비급에 불과했지만 수확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적잖은 내공을 품고 죽은 이의 주변으로는 그가 가진 자연의 기운 일부가 스며들기 마련이고, 그 덕분에 여러 약초와 독초들이 피어나 있던 것이다. 천화가 만족스레 취한 것들도 대부분 그러한 풀들이었다.

16549466834557.jpg“설마 연단도 할 줄 아는 거야?”

천화는 그것들을 모으고 모아 솥에 넣고 푹 고았다. 설영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거창한 연단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내공 증진과 몸을 만드는 데 쓰기 좋은 약이라면 조금 만들 줄 아는 것이다.

16549466834561.jpg‘이게 다 무신지로 10년 짬밥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나 할까?’

재료가 부족하고 장소와 장비가 좋지 못해 아주 고급의 약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간단한 보약과 음식 정도는 만들 수 있는 것이다.

16549466834561.jpg“아니. 밥은 먹어야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너도 한 그릇 줄까?”

16549466834557.jpg“응? 나, 난 됐어.”

꼬르륵-. 코끝을 찌르는 누린내와 정체 모를 건더기가 떠다니는 모습에 식겁한 설영이 거부했지만 그녀의 몸은 솔직했다. 그 모습에 천화는 피식 웃으며 접시에 한 그릇을 덜어 그녀의 쪽으로 밀어주었다. 지금이야 버틸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식량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은 이상 결국 천화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16549466834561.jpg‘내일도 힘을 내서 싸워줘야 하는데 이 정도쯤이야.’

들어간 재료가 재료이다 보니 살짝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것은 엄연히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그녀가 힘을 내야 저 동굴 안의 괴인들을 쉽게 물리치고 공짜 경험치와 부수입도 챙길 것이 아닌가?

16549466834561.jpg“뭐, 남는 거니까. 알아서 해.”

설영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천화가 상관없다는 듯 제 몫을 퍼서 입안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꼴깍 무신지로를 플레이할 당시 개인방송을 통해 먹방 콘텐츠도 제법 찍었던 그이니만큼, 맛있어 보이게 먹는 방법은 이미 습관이 된 터였다. 꼬르르륵-.

16549466834557.jpg“그, 그럼 성의를 봐서 맛만 보도록 할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침이 고이게 하는 그의 먹부림 때문인지 결국 설영도 참지 못하고 수저를 들었다. 묘한 건더기가 떠다니는 국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16549466834557.jpg“음?”

오물오물. 수저를 집어넣자마자 설영의 입이 바빠졌다. 맛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함께 넣은 재료들이 특별해서인지 무척이나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것이다.

16549466834557.jpg“고기였어?”

16549466834561.jpg“아, 그거?”

특히 푹 끓인 덕분에 야들야들해진 고기의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무슨 고기인지 모르겠지만 입안이 시원하고 청량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뱃속에 들어가자 단전이 따뜻해지는 묘한 감각이 드는 것이 보통 고기가 아닌 것 같았다.

16549466834561.jpg“뱀 한 마리 넣었지.”

16549466834557.jpg“풉!”

그 고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쌍두음혈수사였다. 일전에 천화가 월영초를 손에 넣을 당시 잡았던 영물의 고기. 본래는 음기가 강해 고기조차 식용으로 쓰기도 어려운 놈이었지만, 다행히 이곳에서 구한 약초 중 음기를 중화시킬 만한 것들이 있어 한껏 실력을 발휘해본 것이다.

16549466834561.jpg‘뭐, 어차피 중요한 건 내단이니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직 내단의 음기를 억누를 만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단의 음기를 억누를 수만 있더라도 당장 섭취해서 제법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을 텐데.

16549466834561.jpg“야! 그 아까운 걸 왜 뱉어!!”

16549466834557.jpg“우웩!!”

그렇게 천화가 아쉬워하는 사이, 설영은 비위가 상했는지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했다. 그렇다고 이미 뱃속에 집어넣은 쌍두음혈수사의 고기가 넘어올 리도 없건만 안색이 파리해진 채 헛구역질을 거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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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66834557.jpg“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

16549466834561.jpg“이거 영물 고기라고! 몸에도 좋고! 운기도 돕고! 실컷 나눠줬더니 그걸 왜 뱉어!!”

챱 챱 챱. 하지만 천화는 그런 설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호통을 치며 냄비에서 한 그릇 더 덜어 입에 쏟아넣었다. 그의 말처럼 이것은 먹기만 해도 능력치가 오르고 운기 효과를 상승시키는 보약이었으니까.

16549466834557.jpg“우욱!!”

그 모습에 더 비위가 상했는지 설영은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했고, 천화는 끄윽 트림까지 하며 혀를 찼다.

16549466834561.jpg“쯧쯧. 요즘 것들은 배가 불렀다니까. 나 때는 말이야, 무공에만 도움이 된다고 하면 지렁이도 잡아먹고! 어? 지네도 잡아먹고! 어?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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