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고인물 전용 루트 (1)2020.12.13.
“죽여버리겠……?”
겨우 속이 좀 진정 되었는지 한참을 헛구역질을 하다 몸을 바로 세운 설영이 검을 빼어들고 천화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달려들다가, 멈춰섰다. 혈마검의 주인이라서? 아니다. 검에 내기를 불어넣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멀쩡한 척했지만 그녀는 아직 추격을 당하며 입은 내상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 동굴에서 괴인들을 상대한 것은 그들의 수준이 이류 수준으로 낮거나 미리 내공을 끌어올려둔 덕분에 무리 없이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사실 지금 설영의 상태는 자칫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렸다간 내상이 도질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헌데, 지금 이 느낌은 무얼까? 묘하게 기운을 들끓게 만들던 내상의 기운이 안정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설마……?’
찌릿 설영이 눈을 흘겼다. 천화가 아닌 솥단지를 향해서.
‘영물의 고기라던 게 진짜였어? 그것도 혈마기를 억누를 만한 효능을 가진 음식이라고?’
영단이나 내단도 아니고 그런 음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갸웃거릴 수밖에 없지만, 확실한 건 저것을 먹은 지금 내상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뭐, 뭐야? 지금 나한테 칼부림하려는 건 아니지? 혈마검의 인정을 받고, 영물로 고아낸 귀한 음식까지 나눠준 사람한테, 배은망덕하게. 엉?”
부르르르- 사람이 어찌 저렇게 얄밉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다시 천화를 향해 눈을 흘긴 설영은 흠칫 몸을 떠는 천화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똑바로 들었다.
“……어?”
“한 그릇…… 더 줘.”
검이 아닌 밥그릇이었다.
생각만 해도 토악질이 날 만큼 비위가 상하기는 했지만 설영은 자존심을 굽혔다. 언제 추격자가 다시 붙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수를 써서든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설령 내상은 완치한다 해도 자신을 뒤쫓는 이들을 떨쳐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만큼 추격자들의 무위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최소가 이류, 상당수가 일류급에 절정 급 무인들도 즐비했으니까. 그들이라면 혈마검을 이용해 무리를 하더라도 쉽게 이기거나 뿌리칠 수 있다고 장담키 어려웠다.
‘혈마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놈들이기도 하고.’
씨익 그 모습에 알았다는 듯 천화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상태를 단박에 알아차린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위중하던 상처가 단 며칠 만에 아물었을 리도 없고, 강한 양기와 폭발적인 기운을 지닌 혈마기라면 음기를 지닌 영물인 쌍두음혈수사의 고기가 제법 효과를 발휘할 터였다.
“은자 한 냥.”
“……뭐?”
“왜, 이 귀한 음식을 공짜로 받아먹으려고? 첫 번째 그릇이야 시식인 셈 치겠지만 그다음부터는 셈을 치러야지. 안 그래?”
으득 설영의 두 눈에 다시 쌍심지가 켜졌다. 정말 저 국에 들어간 고기가 영물 뱀의 것이라면 은자 한 냥도 결코 비싼 값은 아니겠지만, 천화가 실실거리는 것을 보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저 면상에 주먹 한 방 날려준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고, 어차피 한동안 같이 다니며 지켜볼 생각이니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지.
“자. 받아.”
노려보는 눈을 유지한 채로 설영이 전낭을 끌러 은자 두 냥을 천화에게 건넸다. 벌써 처음 강호에 출두할 때 가지고 나온 돈에서 상당한 금액을 소진하긴 했지만 아직 이 정도의 여유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그릇으로 내상이 어느 정도 치유된다면 그것은 은자 두 냥 이상의 가치를 지닐 터였고.
“어이쿠! 큰 손이셨네.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어여 드시죠!”
남은 여비를 계산하는 동안 천화가 그릇 가득 국을 퍼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당장 이곳에 들어올 준비를 위해 모든 돈을 써버린 천화였기에 두 냥이면 꽤 큰 금액인 것이다.
‘흐흐흐. 그냥 주려고 했는데 찔러보길 잘했네.’
영약과도 같은 영물 고깃국이 아깝지 않느냐고? 그럴 리가. 사실 쌍두음혈수사의 고기가 가진 효능은 일반 무림인들에게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다. 혈마기를 익힌 설영이기에 바로 차이를 느낄 만큼 내상의 치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지, 당장 천화에게는 조금 뛰어난 보양식에 불과했다. 넉넉히 먹어두면 운기행공을 통한 내기 증진 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지기야 하겠지만 한두 그릇을 먹든, 열 그릇을 먹든 그 차이는 크지 않을 터였기에 아낌없이 고깃국을 퍼담아 건네주었다. 설영의 무력이 올라갈수록 기연 쇼핑 중 만나는 괴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자리는 깔아두었으니까 푹 쉬고, 내일 보자고.”
그렇게 거래를 마친 뒤, 천화는 뒷정리와 새로운 침구를 깔아 설영의 잠자리를 봐주었고 설영은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고 운기에 들어갔다. 내공 증진이 아닌 내상을 다스리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내상이 가라앉으며 평소보다 미약한 내공 증진 효과까지 보았다. 스스스스스슷- 그리고 같은 시각, 혈마검은 허벅지 위에 얹은 채 삼재심법을 운용하는 천화 역시도 상당한 내공의 상승을 맛보고 있었다. 설영과 비교하자면 한 줌밖에 되지 않는 내공이었지만 혈마검의 혈정에서 흡수되고 삼재심법에 의해 가공되는 내공의 순도가 무척이나 높았기에 천화는 한껏 만족하며 운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삼재심법(5성)의 숙련도가 0.2만큼 상승했습니다.] [삼재심법(5성)이 삼재심법(6성)으로 성장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삼재심법의 숙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천화에게 힘을 가져다주었다. @ 천화와 설영의 기묘한 동거는 사흘이나 계속되었다. 그 기간 동안 두 사람이 반복한 일은 간단했다. 동굴을 살피고, 은거기인들이 남긴 무공서와 심득이 적힌 책자를 수거하고 나아가 약초를 수거하는 일이었다. 아쉽게도 내공을 비약적으로 증진시켜줄 영약 따위는 이미 먹어치웠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괴인들을 처치하며 레벨과 무공의 숙련도는 제법 올릴 수 있었다.
“가라, 혈마몬!”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그때마다 천화가 한 일이라고는 설영을 내보내 괴인의 시선을 끌게 한 뒤, 뒤를 노리거나 마지막 일격만을 꽂아넣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경험치는 차고 넘칠 만큼 흘러들어 몇 번이나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컹! 컹!!”
“……어디서 개소리야?”
그렇게 닷새째의 날이 밝았을 때, 여느 때와 같이 기연 쇼핑에 나서려던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절벽 위?”
어디선가 사나운 짐승의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꽤 먼 거리인 것만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지나가는 소리처럼은 들리지 않았다. 명백히 그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짖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시 이 아래였군. 모두 아래로 내려가라!”
뒤이어 은근한 내기가 서린 누군가의 목소리도 멀게 들려왔다.
“혈견? 아주 작정을 했나 본데?”
혹시나 위치를 발각당할까 동굴의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 밖을 살핀 천화가 즉시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들이 내려왔던 절벽 위. 그곳에 일단의 무리와 붉은 갈기가 인상적인 사나운 개들이 서있는 것이다. 혈견이라 불리는 훈련된 개들이다. 특이하게 상대의 피 냄새를 기억하고 추적하여 위치를 찾아내는 녀석들. 심지어 현재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라도 피의 주인을 찾아내고 말기에 혈견은 상처 입은, 혹은 상처 입은 적이 있는 상대를 추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런 혈견들을 이끌고 절벽까지 찾아온 일단의 무리가 절벽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저거 안 치웠어?”
천화가 설치해두었던 암벽등반용 장비들을 이용해서. 물론 일류 고수쯤 된다면 장비가 없이도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내릴 수 있겠지만, 절벽에 단단히 박혀있는 밧줄을 확인하자 절벽을 내려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타다다닷!! 그뿐이 아니다. 그들 중 절정급의 고수도 있는지, 어떤 인물들은 절벽을 평지처럼 밟아 내려오고 있었다. 실로 초인적인 능력이었지만 절정급의 경신법을 익히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천화는 그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야 저게 없으면 다시 올라가기가 힘들 테니까……!”
그 핀잔어린 푸념에 설영이 억울한 듯 대답했지만, 딱히 그녀를 탓할 수도 없다. 애초에 저 장비들을 치우지 않은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녀의 말처럼 일류 고수의 수준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는 천화의 능력으로는 장비 없이 절벽을 다시 오르기 어려운 것이다. 이곳에 몸을 던졌던 수많은 무인들이 다시 절벽을 올라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고.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기도 했지만, 막상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해 갇혀있던 이들이 꽤나 많았던 것이다. 당장 유일한 출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저들이 내려오고 있는, 일류 고수라 해도 손이든 발이든 한번 삐끗하는 순간 골로 갈 수 있을 만한 가파른 절벽이 아니던가? 그들이 빠르게 절벽을 내려오는 것을 보며 천화와 설영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굳어졌다. 무식하게 우르르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일부는 유일한 출입로인 절벽의 위와 아래를 지키고 있었기에, 그들을 따돌리고 절벽을 오르는 것마저도 요원해진 것이다.
‘혈마비급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건가? 아니, 너무 많이 뿌린 게 문제인가? 진품을 확인하기 위해? 어쩌면 혈마검까지 회수하려는 걸 수도 있겠군.’
이미 짝퉁이긴 해도 혈마비급은 손에 넣었을 텐데. 놈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떠올려보던 천화가 인상을 구겼다. 나름 잘 따돌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미안. 나 때문에.”
“미안하면 대신 미끼 좀…….”
덥석. 슬쩍 동굴 안쪽으로 몸을 빼내려는 천화의 팔을 설영이 냉큼 잡았다.
“한솥밥도 먹은 사이에 이러기야? 너, 뭔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 있지? 설마하니 여기에서 절벽을 오르내릴 능력을 갖출 때까지 있을 생각은 아니었을 테고.”
천화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며칠 되지 않지만 설영이 지켜본 천화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폐관을 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가 보여준 적응력과 생존력이라면 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지만 혈마심법도 마다하고 삼재심법만 운용하는 그가 어느 세월에 일류 고수가 될 수 있겠나? 뭔가 따로 방도나 계획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흠, 그럼 내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를 수 있어?”
잠시 고민하던 천화가 내놓은 대답에 설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간 천화가 보여준 신묘한 능력이라면 뭔가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몇 자락 되지 않는 소매춤에서 부피가 제법 되는 물건들을 마구 넣었다 꺼내는 기이한 능력처럼, 진법을 설치하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도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길을 찾아내고, 괴인들의 위치를 찾아내던 천화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저들을 피해 숨거나 달아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혈견들이 투입되면 그조차 어려워질 테지만, 절벽을 기어내릴 수 없는 혈견들을 절벽 아래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차하면 냄새가 고약한 약초들을 으깨어 몸에 바르는 식으로 놈들의 후각을 교란시키는 등의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
“알겠어. 뭐든 할게.”
어차피 잡히면 죽는다. 아니, 죽지 않더라도 죽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되는 고초를 겪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여성인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온갖 치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정신을 무너뜨리려 들 테지. 명색이 정파라는 자들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파나 마교보다도 더한 짓거리를 할 놈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설영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천화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슥슥 그렇기에 순식간에 자신의 손가락을 찌른 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핏방울을 천화의 손등에 묻혔다.
“야, 너……!”
“이제 죽어도 같이 죽는 거야. 대신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테니까 걱정 마.”
혹여나 천화가 자신을 떼어놓고 달아날 것을 대비해, 혈견들이 맡을 수 있게 피를 묻힌 것이다. 그 의도를 알기에 천화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배시시 웃는 얼굴에 차마 침을 뱉을 수는 없었다. 그 미소가 치명적이기도 했지만, 아직 쓸모가 많은 설영이기에 굳이 버릴 생각도 없는 것이다.
“흐음, 좋아. 대신 못 따라오는 것까지는 책임 못 진다?”
“응.”
“그럼 스무 냥.”
“……뭐?”
“목숨 값으로 스무 냥이면 싸지 않아? 스무 냥.”
“너 진짜……. 좋아. 낼게. 대신 완전히 탈출한 다음 지불하겠어. 불만 없지?”
“쳇, 쓸데없이 꼼꼼하기는…….”
“뭐야?”
“아냐, 아냐. 아무 말도 안 했어. 자, 그럼 거래 성립이다. 시간 없으니까 얼른 따라와!”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진 후, 천화는 즉시 동굴의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설영이 등장했을 때처럼 누군가 난입할 것을 대비해 다른 동굴들과 연결된 곳으로 거처를 옮긴 뒤였기에, 절벽을 내려오는 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 할 수 있었다.
“이쪽이라고?”
“어.”
“정말 이쪽이 맞아?”
“아, 믿으라니까. 뭐든 한다며?”
“아니, 그렇지만 이리로 가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영이 걱정 어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당연히 그들이 찾지 못할 곳으로 몸을 숨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화는 오히려 더 아래쪽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오갔던 길이었기에, 길 찾기에 썩 재능이 있지 못한 그녀라도 이곳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다 왔다.”
“뭐? 너…… 날 속였군!”
잠시 후 어딘가에 도착한 천화의 말에 설영이 스산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가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막다른 길인 것이다. 설마 자신을 넘기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일까? 혈마검의 주인이라 믿었더니 이런 식으로 배신을 하다니……! 당장이라도 베어넘길 듯 검에 손을 얹었지만, 천화의 다음 행동은 의외의 것이었다. 풍덩!
“나 참, 속고만 살았나. 뭐해? 빨리 들어와. 잠수는 할 줄 알지?”
이 계곡에서 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연못. 그 안으로 뛰어든 천화가 손짓하여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물속이라면 혈견의 추적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숨어봤자…….”
“숨긴 뭘 숨어? 이 밑의 수로를 따라 아예 계곡을 빠져나갈 건데. 대신 제대로 못 따라오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불구덩이는 아니지만 물구덩이라도 상관없지?”
이곳이 절벽 이외에,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무작정 기연을 찾아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가 탈출할 수 없게 된 유저들이 수십, 수백 번의 목숨을 던져가며 찾아낸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조금만 길을 헤매도 익사하거나 바위에 부딪혀 숨이 끊어질 수 있지만, 잘만 하면 단숨에 계곡을 빠져나갈 수 있는 지하수로와 연결된 유일한 연못. 고인물들조차 조심스러워하는 그곳을 천화는 몇 번이나 빠져나간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누굴 데리고 나가는 건 처음이긴 한데……. 못 따라오면 그것도 제 복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