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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빈 집은 털어야 제 맛! (3) (40/481)

<40화> 빈 집은 털어야 제 맛! (3)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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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70581622.jpg“불타오르네.”

화르르륵!!!

16549470581627.jpg“어떻게 좀 해봐!”

16549470581627.jpg“물! 물 가져와!”

16549470581627.jpg“미친놈아, 저 불을 끌 만한 물이 여기 어디 있어!!”

16549470581627.jpg“이미 틀렸어. 그냥 도망쳐!!”

16549470581622.jpg“파이어~~~어.”

천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 흑천문의 장원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이미 대부분의 인원들이 유가장으로 몰려간 까닭에, 그리고 천화가 화섭자를 던지기 전 혈마검을 통해 전각 내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붙은 전각들은 모조리 소실되고 있는 것이다. 그사이, 천화는 느긋하게 각 방을 돌며 돈과 기물들을 쓸어담고 있었다. 죄책감?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어차피 흑천문의 건물들이야 양민들의 고혈을 빨아 쌓아올린 것이니까. 게다가 구린 구석이 많은 놈들인 까닭에 담이 높이 올라가 있어 주변으로까지 불이 번져나갈 확률도 적었다.

16549470581622.jpg“오, 요상단 득템.”

이렇다하게 대단한 영약이나 비급 따위는 없었지만 적당한 수준의 물품들은 제법 많이 쌓아두었다. 내상 회복을 돕는 요상단이랄지, 값이 나가는 금붙이 따위들. 아쉬운 대로 그것들을 몽땅 챙긴 천화는 유몽헌처럼 뭔가 숨겨놓은 것이 있을까 싶어 방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더 발견되는 것이 없다. 가뿐하게 밖으로 돌아나왔다.

16549470581653.jpg“천화!”

16549470581622.jpg“끝났어?”

16549470581653.jpg“음, 일단은?”

그사이 설영은 남아있던 무사들을 몽땅 처치한 모양이었다.

16549470581622.jpg“이야, 잘 탄다. 잘 타.”

전각을 나와 살피자 이미 흑천문의 장원은 절반가량이 불타 사라진 상태였다. 연기가 높이 피어올랐고, 화마가 치솟았기에 반시진 조금 넘는 거리에 위치한 유가장에서도 잘 보일 듯싶었다. 이걸 보고 과연 흑천문도들과 호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변고가 생겼음을 깨닫고 헐레벌떡 뛰어올 것인지, 이왕 털린 거 무시하고 유가장을 먹어치우려 들지 천화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일을 통해 천화가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 금자로만 따져도 상당한 금액이 아닐 수 없지만 천화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꼈다. 그가 수전노처럼 굴며 돈돈 거리는 까닭은, 나중에 써야 할 곳이 아주 많기 때문이니까. 이미 충분히 몇 달은 놀고먹을 돈이 있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16549470581622.jpg“그럼 돌아갈까? 만약 유가장이 살아남았다면 고수들에게 사례를 할 테니까~.”

16549470581653.jpg“하……. 너는 진짜…….”

또 다시 돈 타령을 하는 천화의 말에 설영이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지만, 그녀 역시 궁금했다. 유가장이 과연 무사할지. 또 천화의 말처럼 그들이 진짜 구린 구석이 많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16549470581622.jpg“가자. 따라와!”

다행히 장원 밖에 매어둔 말들은 아직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안쪽에서의 소란에 놀라 날뛰거나 달아나버렸을 수도 있었지만, 흑천문의 내부로 돌입하기 전 천화가 작은 재주를 부려둔 덕분이었다.

16549470598916.jpg“히이잉!!”

천화는 곧장 말을 돌아 유가장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들이 흑천문을 치러 갈 때 잡았던 길은 아니었다. 그때는 최단거리로 이동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자칫 돌아오는 흑천문의 정예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시진 가량의 거리를 일각 정도 더 걸려서 도착하자, 유가장은 예상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16549470581622.jpg‘사생결단까지는 안 갔나 보네. 운도 좋지.’

아무래도 흑천문이 물러난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16549470581627.jpg“누구냐!!”

정문 앞에 도착하자 주변을 경계하던 무사들이 무기를 겨눈다. 천화와 설영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문을 지키는 새로운 무사들이 편성된 모양이었다. 그들은 잔뜩 예민해져 있는지 둘을 알아보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천화는 말을 멈추며 그들에게 대꾸했다.

16549470581622.jpg“유가장의 객으로 묵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16549470581627.jpg“엇? 당신들은……!”

천화의 간단한 소개에, 무사들로 비로소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허나 눈초리로 보건데 결코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멸문의 화를 당할 뻔한 유가장을 버리고 도망친 이들로 비쳐졌으니까. 정문 앞에 쓰러진 흑월문의 무인들을 보고 혹여 양패구상, 동귀어진 따위를 한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다. 이들이 도망치지 않고 도와줬다면 자신의 친구가, 가족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았을 테니까. 그 원망의 눈초리를 받으며 천화는 가만히 말을 움직였다. 일단 신분이 확인되었으니 길을 비켜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16549470581627.jpg“도망친 것이오?”

16549470581622.jpg“엥?”

허나, 문지기 무사는 여전히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상대도 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대답 여부에 따라 당장이라도 출수할 듯 자세를 잡은 것이다.

16549470581627.jpg“도망친 것이냐 물었소. 이처럼 멀쩡한 모습이라면…… 도울 수도 있던 것 아니었소? 만약 당신들이 도왔더라면……!!”

그 떨리는 음성에 담긴 분노와 답답함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까지, 아니 오늘 아침에도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와 가족들이 떠나간 슬픔은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마 그 역시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을 터였다. 천화와 설영에게는 어떠한 의무도, 책임도 없다는 것을. 오히려 그들이 정문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기에 설영은 꾹 입을 다문 채 침묵했고, 천화가 다시 천천히 말을 몰아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16549470581622.jpg“뭐 어쩌라고.”

16549470581627.jpg“뭣?!”

그를 위로하고 다독이기는커녕 도발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16549470581622.jpg“정히 지키고 싶었으면 네가 더 강해지지 그랬냐. 하다못해 내가 유가장 출신이면 이해라도 하지.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뭘 바라는 거야? 왜, 아예 무림일통이라도 대신해달라고 하지?”

16549470581627.jpg“그 따위 말을……!!”

16549470581622.jpg“네가 그 따위 말을 하는 건 괜찮고? 뭐, 돈 받고 객으로 있어주기로 한 건 맞지만, 그래서 그게 호위무사를 맡는다는 계약도 아니었잖아? 내키면 도와주고, 아니면 마는 거지. 그리고 나 아직 월봉도 못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불로 받을걸 그랬나. 쫄딱 망해버리면 떼먹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16549470581627.jpg“망하다니 그런 망발을!!”

16549470581627.jpg“무슨 소란이냐!!”

완전히 뚜껑 열린 문지기 무사가 출수하려던 그때, 장원의 안쪽에서 소란을 감지한 유몽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49470581627.jpg“무, 문주님.”

시름에 잠겨있던 문주가 직접 나서자 문지기 무사도 더는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천화에 대한 분을 삭이며 머리를 조아렸고, 젖혀진 정문 너머로 불에 타버린 전각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방향에서 불길이 솟아오르자, 흑천문도들이 분노하며 유가장에도 불을 지른 것이다. 이후 몸을 빼냈기에 전각 두세 개를 태우고 겨우 진화되었지만 결코 적은 피해는 아니었다.

16549470581627.jpg“돌아오셨군요. 두 분. 잘 오셨습니다.”

16549470629638.jpg“……?”

사라졌다 돌아왔음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도 유몽헌은 초췌해진 몰골로 그들을 기꺼이 맞아주었다.

16549470581622.jpg‘또 쳐들어올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의 고수가 귀할 때이긴 하지.’

언제 다시 흑천문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쨌든 일류 고수인 설영의 등장이 기꺼울 만도 했다.

16549470581627.jpg“마침 객으로 계신 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잘되었군요. 함께 가시죠.”

그 때문인지 유몽헌은 앞장서서 둘을 인도했다. 슬픔과 분노에 몸을 떠는 문지기 무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서.

16549470581622.jpg“아조씨. 여물 좀 잘 먹여줘요. 이 녀석이 배가 고픈지 영 달리는 게 시원찮더라고요.”

말에서 뛰어내리며 속을 긁어놓는 천화 때문에 어깨가 들썩이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16549470581627.jpg“혹시, 두 분께서 하신 일입니까?”

그렇게 셋만 남게 되자 유몽헌이 이동 중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흑천문의 화를 이야기하는 것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16549470581622.jpg“꽤 도움이 됐죠? 하, 이 정도면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것을 알기에 천화는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16549470581627.jpg“역시 그랬군요. 두 분께 유가장을 대표해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살았습니다.”

그 말에 유몽헌이 살짝 놀라며 멈추어 서더니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짐작은 했지만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무공 수위를 가늠했기 때문인지 정확히는 설영을 향해서이긴 했지만, 상관없겠지.

16549470581622.jpg“말로만요?”

16549470581627.jpg“물론 그에 합당한 보답을 드려야겠지요. 두 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유가장은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생글거리는 천화의 말에 유몽헌은 진지하게 답을 했다. 당장은 상황이 소란스러워 어렵지만, 이번 일이 정리되는 대로 합당한 보답을 하겠다는 것이다. 약간 구린내가 풍기는 말이었지만 천화는 모르는 척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표정에서 초조함을 읽었다.

16549470581622.jpg‘확인했나 보네.’

자신의 방에서 비영사와 역혈기공의 비급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을 테니까. 비영사는 몰라도 역혈기공을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은 들켜선 안 됐다. 적어도 소문이 퍼져나가기 전에 회수하는 것은 물론 관련된 자들의 입을 봉하는 것이 중요했다. 역혈마공. 무림에서 그것은 그렇게 불리기도 했으니까. 오래전 중원 침공에 실패하여 사라진 마교에서 전해진 마공 중의 하나였기에, 그것을 소유한 바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교와 연관된 것으로 몰려 멸문의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도 아닌 같은 정파인들에게. 사파인들은?

16549470581622.jpg‘걔들이야 제 손에 넣으려고 무슨 짓이든 할 테고.’

어느 쪽이든 자신뿐 아니라 식솔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16549470581622.jpg‘딱 봐도 무리할 각인데?’

그렇게 유가장주의 행동을 예측하는 동안, 가주 전용의 응접실이 있는 전각으로 들어섰다.

16549470581627.jpg[주인님, 안에 다섯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류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그곳에는 이미 다섯 명의 일류 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가장에 소속되지 않은, 객으로서 이곳에 머무르던 이들이었다. 하나같이 일류의 중턱에 걸친 꽤나 고강한 무공을 지닌 자들. 그중 넷은 수행 중인 정파 계열 문파의 고수였고, 한 명은 딱히 소속을 두지 않은 낭인 계열의 고수였다. 천화와 설영처럼 유가장을 떠나지 않고, 흑천문에 대항하여 함께 싸워준 고마운 인물들이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들 다섯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천화와 설영을 훑어보았다. 넷은 인상을 찌푸리고, 하나는 무표정을 일관하면서.

16549470581627.jpg“장주님, 그자들은…….”

16549470581627.jpg“두 분께서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그들 역시 천화와 설영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무슨 말이 나올지를 알기에 유몽헌이 먼저 나서 두 사람의 공을 높이 치켜세웠다. 짧은 표현이었지만 그 뜻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흑천문이 돌아간 이유 말고는 달리 해석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16549470581627.jpg“큰일이요? 설마…….”

16549470581627.jpg“예. 두 분께서 흑천문의 장원을 습격하여 저들을 물러나게 해주셨습니다.”

16549470581627.jpg“허어……. 그 말이 사실입니까? 여기서 흑천문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진데…….”

16549470581627.jpg“혼자서 말입니까?”

16549470581627.jpg“어디 숨어 있다가 나선 것은 아니고요?”

16549470581627.jpg“으흠. 사실 관계는 내일 아침 확인해 보면 될 일이겠지요.”

16549470629638.jpg“…….”

반응은 대체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흑천문의 장원이 비었다 한들, 그 짧은 시간 내에 주파하여 불을 지르고 소란을 일으켰다고는 믿기 어려웠으니까. 설령 가능한 일이다 한들 그 순간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선뜻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죽기 살기로 이곳에서 싸움을 벌인 자신들보다 저 여인의 공이 훨씬 큰 것이니까. 애초에 삼류 수준으로 보이는 천화는 그들의 눈에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16549470581627.jpg“예. 확인해 보면 알 일이지요. 허나 이 유 모는 이 분들을 믿고 싶군요.”

16549470581627.jpg“크흠. 장주께서 그러시다면야…….”

허나 유몽헌이 두 사람을 두둔하자 다섯 객들도 더는 시샘의 말을 늘어놓지 못했다. 약간 심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유몽헌이 그들을 홀대할 사람도 아니니 흘려 넘기기로 한 것이다.

16549470581627.jpg“오늘 유가장을 위해 큰 힘을 써주신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신 것은, 다름 아닌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함입니다.”

그때, 유몽헌의 눈빛이 돌변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 은근하고도 진중한 목소리는 마치 기침 소리라도 내어서는 안 될 것처럼 다가왔고, 덕분에 방안에 모인 일곱은 집중하여 그의 입을 바라보게 되었다.

16549470581627.jpg“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우리 유가장은 흑천문을 응징할 계획입니다.”

천화의 예상대로, 유몽헌은 비장한 표정으로 무리한 계획을 진행 시킬 계획을 꺼내놓았다.

16549470581627.jpg“내일 아침?”

16549470581627.jpg“그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16549470581622.jpg‘개꿀이네.’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오직 천화만이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몽헌의 조급함에 비례해 자신이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이 더욱 커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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