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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역습의 유가장 (5) (45/481)

<45화> 역습의 유가장 (5)2021.02.16.

천화의 무공 수위는 아무리 봐도 삼류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호랑까지 때려잡는 것을 보았기에, 또 혈마화한 설영이 방심한 동료를 일격에 쳐죽이는 것을 보았기에, 한 치의 방심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 마인은 전력으로 덤벼들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16549471522468.jpg“지금 이걸 분혼칠마검라고 펼친 거야?”

그 순간 천화의 손에서 검 한 자루가 솟아났다. 무명검. 혈마검조차 치를 떨게 만든 고금제일인 천화의 애검이 꽃잎처럼 흐드러지게 분화하는 상대의 검을 정확히 찾아내 후려쳤다. 쩌엉!! 무려 검기까지 발현한 상태였지만, 검이 변화를 일으키며 가장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딪히자 무참히 튕겨져나갔다. 검기의 기운이 흩어진 것은 물론, 초식까지 흐트러지며 상대가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16549471522473.jpg“큭.”

그러나 상대 역시 이미 천화가 일류 이상의 무인인 것까지 상정해둔 상태였다. 마냥 당황해하지 않고 급히 검을 휘돌리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16549471522473.jpg“?!”

눈앞을 까맣게 메우는 무언가가 날아오지 않았다면 그랬을 터였다. 퍼억!!! 천화가 검을 떨치자마자 왼손에 묵직한 무언가를 들고 투포환처럼 던져낸 것이다. 운철. 사람 머리통만 한 광물 덩어리가 놈의 안면을 뭉갤 듯 날아들었다.

16549471522473.jpg“컥?!”

묵직했다. 내공을 사용하면 쇳덩어리도 능히 잘라내고 박살 낼 수 있는 절정 고수임에도, 고작 광물 덩어리에 부딪히자 녀석이 비틀거렸다. 그것과 부딪히자마자 끌어올린 내공이 깨지듯 흩어져버린 것이다.

16549471522468.jpg“이제 비슷해졌네.”

푸욱! 그 틈에 달려온 천화의 추격베기가 놈의 가슴을 갈랐다. 운철이 가진 특별한 힘이 마기를 흩어버린다는 것을 알았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공격이었다.

16549471522468.jpg“천화 선수. 가슴 트래핑, 슈웃-! 골인!!”

뻐억!!!! 놈이 다급히 몸을 뒤로 빼내보았지만, 천화는 떨어지는 운철을 축구공처럼 가슴으로 받았다가 강하게 차서 날렸다. 우두둑! 천화가 날린 대포알 슛을 미처 피할 수 없던 녀석이 어떻게든 방어를 해 보지만, 쇳덩어리에 부딪히는 듯한 충격에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팔이 덜렁거린다는 것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이어진 찌르기가 놈의 심장에 박혔다.

16549471522473.jpg“이럴…… 수…….”

털썩 그것으로 끝이다. 마공을 이용해 억지로 끌어올린 무공 수위라고는 하나, 일류 고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허무한 눈빛으로 놈의 몸뚱아리가 쓰러져내렸다.

16549471522473.jpg“칠호!!!”

그 모습에 놈의 상관으로 보이는 절정급 마인이 고함을 질렀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그 역시도 까딱 잘못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수 있을 만큼 설영에게 내몰리고 있는 중이었은까.

16549471522473.jpg“혈마에 정체모를 고수라니……. 오늘 길보다 흉이 많은 날이구나.”

16549471522473.jpg“네놈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 늑대밥으로 만들어주마!!!”

그와 함께 설영을 상대하던 녀석들이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뭔가를 작심한 듯, 품을 뒤져 무언가를 삼켰다.

16549471522468.jpg“오, 폭혈단?”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천화는 당황하지 않았다. 놈들의 기혈이 뒤틀리며 전신 곳곳이 불룩불룩 튀어올랐지만, 무엇인지 알기에 흥미롭게 바라볼 뿐이었다.

16549471522468.jpg“설영.”

16549471540743.jpg“……?”

대신, 설영을 불렀다. 지금 그녀가 설영인지 혈마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을 테니까.

16549471522468.jpg“묻고 더블로 가!”

16549471540743.jpg“…….”

설영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더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천화가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으니까. 쏘옥 설영의 입에도 똑같은 환약이 들어갔다. 폭혈단. 혈마신공이 더 상위의 능력을 지녔으니 문제 없다는 조언에도 입에 대지 않았던 그것을 삼킨 것이다. 마찬가지로 폭혈단을 삼킨 놈들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저 정도의 힘이라면, 혈정의 기운이 많이 소진된 혈마검의 힘만으로는 상대하기 버거움이 있었다.

16549471522473.jpg“죽어라!!”

16549471522473.jpg“아직 여물지 않은 혈마 따위……!!”

이미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리다 못해 한계를 넘어선 놈들이 동시에 설영에게 들이닥쳤다. 후유증을 감수한, 어쩌면 무인으로서의 생명까지 담보로 한 행위였기에 혈마화한 설영조차도 쉽게 그들을 상대하지 못했다. 까가가강! 설영이 잔혼비검을 펼쳐 둘을 동시에 몰아붙였지만, 적어도 내공 수위에서는 밀리지 않는 둘이었다. 초식 자체의 깊이나 이해도에서는 혈마검이 함께하는 설영이 훨씬 앞섰지만, 내공과 협공으로 어떻게든 버텨내며 집요하게 설영을 노려갔다. 이렇게 되자 밀리는 것은 오히려 설영 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죽음마저 각오한 둘은 동귀어진이라도 할 작정으로 검과 도를 휘둘렀고, 설영은 모자란 혈정의 기운까지 감안하며 싸워야 했으니까. 마음가짐의 차이가 부족한 무공의 격차를 충분히 메워냈다.

16549471540743.jpg“이것들이……!”

콰앙!!! 결국 성질을 부리듯 혈마검을 떨쳐낸 설영의 몸에서 다시 한 번 기운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역혈기공. 혈도를 거꾸로 돌려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그것이 설영의 몸에서 발현된 것이다. 천화가 말했던 두 번째 힘이란 바로 역혈기공이었다.

16549471540763.jpg“헛?!”

그것이 끝이 아니다. 역혈기공을 확인하고 움찔 겁을 집어먹은 두 마인을 두고 설영이 어디론가 몸을 날렸다. 도주? 아니다. 설영이 향한 곳은 이미 전멸해버린 유가장과 흑천문의 인원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교에 투신한 배신자들뿐이었지만.

16549471522473.jpg“뭐, 뭐야?!”

16549471522473.jpg“크악!!!”

이어 펼쳐진 것은 일방적인 도륙이요, 학살이었다. 마공을 익혀 무공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고는 하나, 그래봤자 잘 쳐주면 일류급이 고작이었으니까. 설영이 검을 떨칠 때마다 꼭 한둘 이상은 썰려나갔고, 그들이 가진 피와 생명력은 설영의 힘이 되었다. 츠즈즈즛- 이미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산혈해 역시, 부족하지만 설영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설영이 그곳으로 뛰어든 이유는 모자란 혈정의 기운을 채우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16549471540743.jpg“이쯤이면 괜찮군. 다시 놀아볼까?”

씨익 설영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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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이들이 보았다면 혼이 나갈 만큼 아름다운 미소라 하겠지만, 그 속에 숨은 살기를 읽을 수 있는 자들이라면 그야말로 혼이 나가버리고 말겠지.

16549471522473.jpg“크헉!”

16549471522473.jpg“형님!!”

그 순간, 다른 한쪽에서도 슬슬 결판이 나고 있었다. 아무리 무공의 약점을 알고 있다 해도, 무려 절정급의 고수를 일류 고수 둘이 막아서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으니까. 천화만큼 완벽하게 분석하고 해부한 것이 아니라면 이만큼 버틴 것도 훌륭한 것이다. 쐐애애액-! 먼저 당한 것은 호림이었다. 유몽헌의 단혼마도, 아니 단혼마검에 옆구리를 베인 호림의 표정이 창백해졌고, 이를 본 호랑이 괴성을 지르며 놈에게 흑겸을 집어던졌다. 정면으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었으니까.

16549471522473.jpg“흥!”

하지만 유몽헌은 가볍게 그것을 피해내며 역으로 호랑에게 달려들었다. 급히 초식을 운용해 흑겸의 방향을 바꿔보았지만, 회전 폭보다 유몽헌의 돌진이 더 빨랐다. 흑겸이 되돌아오기도 전에 놈의 검이 호랑의 가슴을 베어넘겼다.

16549471522473.jpg“네놈은 그냥 죽이지 않겠다. 그 아이가 받은 고통을 백배 천배로 되돌려주마.”

16549471522473.jpg“썩을……. 그따위 색마도 자식이라고……. 끄아아악!!!”

호랑이 억울한 듯 입을 놀려보지만 유몽헌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16549471522473.jpg“그 아이가 취하겠다는데 감히 너 따위가 무슨 권리로 막는 단 말이냐. 이 위곡현에서 그 아이가 원한다면 갖지 못할 것이 없었거늘……!”

그릇된 부정이었다. 내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게 해주겠다는 뒤틀린 애정이 호랑의 몸뚱아리를 난자했다. 휘익-

16549471522473.jpg“?!”

푸욱! 그리고 그 순간, 유몽헌의 등에 흑겸이 날아와 박혔다. 이미 흑겸을 조종할 수 없을 만큼 힘도, 내공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놈이었을 텐데? 유몽헌의 눈빛이 황망해지며 돌아보자, 햇빛에 반사되는 반짝이는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16549471522473.jpg“은……사? 네놈……!!”

그것은 다름 아닌 은사였다. 보통 은사가 아니라 천잠사로 만들어진 기물이었다. 천화가 비영사를 쏘아내 힘을 잃은 흑겸의 방향을 대신 바꾸어낸 것이다.

16549471522468.jpg“아, 까비.”

허나 단박에 심장까지 꿰뚫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유몽헌이 얼른 몸을 돌려 흑겸을 뽑아내자 천화도 내공을 회수하며 비영사를 불러들였다.

16549471522468.jpg‘아깝게 여기서 잘릴 순 없지.’

제 아무리 비영사라 할지라도 검강쯤 되는 것에 걸리면 끊어지고 말 테니까.

16549471522473.jpg“크윽. 네놈 짓이었구나!!”

그제야 녀석도 비로소 눈치를 챘다. 역혈기공도, 비영사도 모두 천화가 빼돌린 것이라는 사실을. 회복조차 불가능하도록 호림과 호랑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둔 후, 노기어린 눈으로 천화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16549471522468.jpg“이욥!”

콰앙!! 직선으로 내리긋는 강격. 천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그것을 피해냈다. 녀석이 사용하는 단혼마도는 파괴력은 강하지만 너무 단조로웠으니까. 천화쯤 되는 인물이라면 맞아주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16549471522468.jpg“오?”

퍼버버벅! 그러나 녀석도 학습 능력이 아주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강격에 부딪히며 튀어나온 돌조각들을 주먹과 발로 차내며 천화를 압박한 것이다. 시야를 가리며 비산해오는 돌조각에는 하나하나 내공이 깃들어있는 까닭에, 천화도 무시하지 못하고 무명검을 휘둘러 그것들을 방어해갔다.

16549471522473.jpg“단혼일섬!”

번쩍! 검은 빛살이 번뜩이며 천화의 몸뚱아리를 꿰뚫었다. 기본적으로 도법의 형태를 갖춘 단혼마도에는 없는 초식이었지만, 유몽헌이 나름의 개량을 한 것이다.

16549471522468.jpg“나려타곤.”

일반 검날이었다면 옆구리에 끼고 역습을 가하겠지만, 검강이 실린 일격인지라 회피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16549471522473.jpg“쥐새끼 같은……!”

그 연속된 회피가 성질을 긁었는지 놈의 공격이 더 빨라졌다. 여전히 직선적인 공격 일변도였지만 찌르기를 혼합하면서 초당 공격 횟수는 더 빨라진 것이다.

16549471522468.jpg‘귀찮게 구네.’

그냥 배운 그대로 사용한다면 더 상대하기 편했을 텐데. 아무래도 기본 실력이 일류 끝자락에 이르던 놈인지라, 초식의 변형까지 일으킨 모양이었다. 위험했다. 이렇게 되면 천화가 알고 있는 초식의 형태와 순서가 어긋나게 되니까. 단순한 파훼법만으로 모든 공격을 막고 피해낼 수 없는 것이다.

16549471522468.jpg‘뭐, 상관없지만.’

그러나 어차피 이 정도야 오차범위에 불과했다. 무신지로라고 무공 초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놈들만 있었겠나? 초식에 변형을 주는 것은 이미 이류 수준부터 시작되는 것이었기에, 천화는 심드렁하게 공격을 회피하며 귀를 후볐다. 티잉 왼손 새끼손가락을 휙하고 튕기더니 찰나를 쪼개기 위해 무명검을 뻗어냈다.

16549471522473.jpg“큭?!”

유몽헌이 검을 휘두른 직후였다. 패도형 무공의 단점. 그것은 역시 공격 직후의 허점이 크다는 것이었으니까.

16549471522468.jpg“이놈이나 저놈이나…….”

천화의 베기를 유몽헌이 철판교의 수법으로 가슴을 뒤로 젖혀 피해냈다. 철판교와 나려타곤. 이 두 가지는 꽤나 꼴사나운 모습으로 특히 정파인들에게 기피되는 수법이었지만, 이미 자존심 따위를 져버린 유몽헌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그것을 사용한 것이다.

16549471522468.jpg“어설프게 배워서는 설친다니까.”

튕기듯 뒤로 젖혔다 돌아오는 상체. 그러나 천화의 무명검은, 완전히 끝까지 베어지는 대신 중간에 멈춰섰다가 다시 솟구치는 중이었다.

16549471522473.jpg“컥!”

16549471522468.jpg“뭐, 초반이니까 어쩔 수 없나?”

간발의 차이로 무명검이 유몽헌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꽤 많은 피가 쏟아져나왔지만 유몽헌은 재깍 보법을 펼쳐 뒤로 물러났다. 그런 뒤 자신의 몸에 점혈을 가해 피를 멈추고서, 떨리는 눈동자로 천화를 바라보았다.

16549471522473.jpg“네가 어떻게 이 무공을……!”

천화가 사용한 그것은 다름 아닌 단혼도법이었으니까. 육체 능력과 내공 수위가 낮아 일격에 머리통을 날려버리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직접 익힌 유몽헌은 알 수 있었다. 천화가 펼친 것은 단순한 검의 기교가 아니라 단혼도법 상의 초식이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고절한. 내공은 부족했지만, 초식에 대한 이해도는 절정급의 무인인 그보다 오히려 윗줄임이 분명했다. 내공을 실어 휘두른 검을 되돌린다는 것은, 그저 근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초식과 심법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만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유몽헌이 크게 당황하며 몸을 떠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마공에 대한 이해가 이만큼 높은 인물이라면 정체가 무엇이겠나. 적어도 마교에서 상당한 지위를 갖는 인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6549471522473.jpg“다, 당신도 ‘교’에서 나오신 분입니까……?!”

16549471522468.jpg‘응?’

그것을 알기에 유몽헌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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