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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다시 중원으로 (4) (81/481)

<81화> 다시 중원으로 (4)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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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76515449.jpg‘중원에서 사람이? 그것도 나와 설영을 찾았다고?’

세주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무리 전사묘에서 나오는 모습이 발각되었다지만, 무당신룡이 차후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것을 뿌리치고 도망을 쳐오기는 했지만, 그들이 이곳 남만 땅까지 찾아와 자신들을 찾았단 말인가? 그건 꽤 위험한 일이었다. 누가 주체가 되어 벌인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에 대한 관심은 곧 혈마의 후예에 대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마교가 얽힌 일이니 관심이 꽤 길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16549476515449.jpg“그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16549476515459.jpg“모른다고 했네. 우리 남만 땅에 그런 이들은 들어온 적 없다고 말이지. 우리는 친구와 형제를 팔아넘기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

살짝 초조해진 천화가 입을 열자 세주안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악물 사냥을 마치지는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영물에게 인정 받은 친구로서 그들을 대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숨겨준 것이다. 다른 걸 모두 떠나서 혈마의 후예는 그 존재 자체로 무림 공적이니 만약 차후 사실이 알려진다면 야수궁의 입장에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세주안은 설영이 혈마의 후예임을 알고도 감춰준 것이다. 중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남만 특유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단한 의리가 아닐 수 없었다.

16549476515459.jpg“그들이 무엇 때문에 아우를 찾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더군. 다시 중원에 나설 때는 주의해야 할 걸세.”

16549476515449.jpg“예. 감사합니다.”

이후로도 세주안의 간단한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딱히 혈마나 마교에 대한 이야기는 흘러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감추려고 한 것인지, 정말 정보가 부족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무림 공적으로 몰려 쫓겨다닐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16549476515449.jpg‘방법을 찾아야겠군.’

그것으로 되었다. 천화는 일단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어차피 당장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갈 때는 이전과 많이 달라져있을 테니까. 당장 이 구초영기단만 제대로 흡수해내더라도 천화 역시 능히 일류 고수 소리는 들을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설영은…….

16549476515449.jpg‘……털고 일어났을 때 어디까지 강해져있을지 짐작도 안 되는군.’

그 거대한 기연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일류에서 절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임독이맥을 뚫어내야하기에, 내공이 충만하다 해서 곧장 절정의 무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령 절정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절정 고수들과 겨룰 만한 힘을 가지게 되겠지. 내공의 정순함이나 혈마신공의 성취가 크게 향상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16549476515459.jpg“좋아. 그럼 바로 준비해주지. 영물의 형태는 최대한 다양한 것이 좋겠군?”

16549476515449.jpg“예. 부탁드립니다.”

16549476515459.jpg“그래. 하지만 야수궁의 무인과 영물들을 얕보지 말게. 그들 역시 최선을 다해 아우를 상대할 터이니.”

16549476515449.jpg“바라던 바입니다.”

씨익 즉시 야수궁의 무인과 그들의 영물을 불러모으는 세주안을 보며 천화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인이 아닌 영물을 상대한다는 것은 많은 변수가 있는 일이었지만 천화는 자신 있었다. 이전에도 많이 해보았던 것이니까. 초식의 완성에 집착하며 정해진 투로를 고집하는 무인들보다, 본능에 이끌린 판단으로 변칙을 만들어내는 영물들이 훨씬 상대하기 까다롭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터였다. [거라오족 형의권(4성)의 숙련도가 0.3만큼 상승했습니다.] [거라오족 형의권(4성)의 숙련도가 0.2만큼 상승했습니다.] [거라오족 형의권(4성)의 숙련도가 0.3만큼 상승…….] 그 증거로, 영물과의 대련이 시작된 순간부터 천화가 익힌 거라오족 형의권의 숙련도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세주안과 대련을 펼칠 때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한 차례 짐승과 영물의 모습을 인간의 것으로 탈바꿈 시킨 그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읽고, 깨닫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천화 정도의 인물에게는 그러했다.

16549476515449.jpg‘이런 식이면 금방이겠는데?’

천화의 높은 오성이 영물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간파해냈고, 단순히 형(形)만 아니라 근육의 뒤틀림과 힘의 배분까지 모조리 베껴낸 덕분이었다. 그렇게 영물을 대상으로 한 천화의 기상천외한 대련은 무려 보름이나 지속되었다. 마침내 목표하던 바에 도달하고 말았다. [거라오족 형의권(11성)이 거라오족 형의권(12성)으로 성장합니다.] [거라오족 형의권을 대성하셨습니다.] [오성 수치가 높습니다.] [거라오족 형의권의 진화/변형/조합이 가능해집니다.] 먼저 일차적인 목표이던 거라오족 형의권의 극의를 보았다. 거라오족 형의권은 무려 일류급의 무공인 만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대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무공의 장단점까지 모조리 꿰고 있는 천화의 지식과 높은 오성 수치, 그리고 영물을 이용한 대련과 노가다가 합쳐져 불가능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없었다면 대성을 하기는커녕 10성이나 간신히 달성하면 다행이었겠지.

16549476515449.jpg‘역시 숙련도 작업에는 노가다가 최고지.’

때문에 천화도 떠오르는 알림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거라오족 형의권 역시도 일정한 벽을 넘기 위해서는 상당한 깨달음이 필요했다. 그 요결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천화는 깨달음으로 그 구간을 넘어선 것이 아니었다. 반복 숙달 작업, 일명 노가다로 극복한 것일 뿐이다. 무신지로에서는 깨달음이나 어떤 계기, 누군가의 가르침 등을 통해 경지 상승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노력한다면 반복 사용에 따른 숙련도 상승 또한 가능했다. 특정 무공이나 초식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숙련도가 상승할 확률을 주고, 성취가 높을수록 상승 확률을 낮추는 제약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천화 같은 고인물들에게는 그런 확률 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한 번이 안 되면 열 번, 열 번이 안 되면 백 번, 백번이 안 되면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하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소리이니까! 그 우직하고 고집스런 노가다의 끝에는 언제나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16549476515449.jpg“이제 새로운 형을 만들어낼 수 있겠군.”

어떤 무공을 대성했다는 것은, 그 한계를 벗어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거라오족 형의권이 가지는 무공 등급은 일류. 정상적으로 10성까지 달성했을 때 일류 수준의 무위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12성 대성을 하게 된다면? 절정 이상의 수준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공 자체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보완하고 아예 새로운 초식과 무공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기에, 천화에게는 무척이나 의미가 큰 일이기도 했다. 고인물의 정점이라 불리던 천화의 움직임 중 상당수가 바로 그 자유분방한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니까. 더불어 형의권은 그 특성상 무공을 수련할수록 다른 무공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육체 능력치도 함께 상승을 하기에, 단시간에 몸을 만들기에도 참 좋은 방법이었다. [별호 : 일류 무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무림 고수로 인정을 받습니다.] [무림인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검기 기능이 해금됩니다.] [내기 발출 기능이 해금됩니다.] [일부 경기에 대한 단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내공 운용이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몸을 한계까지 움직이는 것은 영약의 흡수를 돕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운기와 대련, 숙련도 노가다를 반복한 덕분에 5일 만에 쌍두음혈수사와 화령독사의 내단을 완전히 흡수해낸 천화는 세주안이 전해준 구초영기단을 즉시 섭취했고,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일류 무인! 40년 내공! 20년 내공을 보유하면 달성할 수 있는 이류 무인의 경지를 넘어, 그 두 배의 내공을 보유해야만 오를 수 있는 일류 무인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16549476515449.jpg‘이걸로 어떻게든 되겠군.’

물론 아직 내공만 40년에 이를 뿐, 가진 바 무공은 그리 뛰어나다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기는 했다. 삼재심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대성한 무공인 거라오족 형의권을 제외하면 당장 검법으로는 삼재검법밖에 익히지 않았으니까. 천화의 경험과 재치가 보완해주기야 할 테지만 주무기가 검인 만큼, 상승 무공을 갖춘 일류 고수와 붙는다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16549476515449.jpg‘슬슬 시작해도 되겠어. 여차하면 형의권을 변형시켜도 될 테니까.’

그러나 천화는 일단 만족했다. 절정급의 무위에 이르기 전까지는 어차피 무명검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테고, 그렇다면 검기의 유무가 고수와의 싸움에 있어 무척 크게 작용한다. 혈마검의 혈마기를 억지로 짜내서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혈정에 담긴 기운의 소진이 너무 빨랐다. 이번에 크게 충전을 해두었다고는 하지만, 마구잡이로 퍼다 쓴다면 금세 동나버리고 말겠지. 그나마 초식이라면 천화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형의권을 검법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식으로 어떻게든 부족함을 메울 수 있을 테고.

16549476515459.jpg“다 끝났나 보군.”

그렇게 천화가 만족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주안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16549476515459.jpg“떠날 참인가?”

16549476515449.jpg“예. 애초에 두 달 정도를 계획하고 왔던 것이라서요.”

천화가 일류의 무공 수위를 달성하자마자 떠날 것이라는 것은 그 역시도 예상하던 바인 것이다. 물론 경지의 상승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 즉시 완숙하게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좀 더 대련과 수련을 통해 힘을 수습하고 움직이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천화에게 그런 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세주안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검기를 뽑아내는 요령을 익히는 것에는 조금 시간이 들지 몰라도 그 이외의 것에는 막힘이 없겠지. 대체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이미 천화는 내공을 제외하고 거의 완성된 무인처럼 보였으니까.

16549476515459.jpg“그렇군. 따라오게.”

때문에 고개를 끄덕거린 세주안이 천화를 어디론가 인도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대전이다.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설영과 은룡, 흑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16549476515449.jpg‘분명 내 소유의 영물들인데, 어째 쟤한테 더 친근하게 구는 것 같단 말이지. 쩝.’

설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설영의 곁에 머물며 기운을 빨아먹고 다시 주입하는 은룡이나, 수시로 볼을 부벼대며 애교를 피우는 흑우를 보고 있자니 뭔가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느낌도 들었지만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스템에 귀속되어 있는 녀석들이니, 설영과 더 친하게 어울린다 해서 빼앗길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자신이 수련을 하는 동안 녀석들을 돌봐주고 놀아준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기에, 천화는 웃으며 그들의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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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외사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만야수궁의 궁주, 세주안의 마지막 말을 경청했다.

16549476515459.jpg“지난 한 달여의 시간 동안 그들이 남만을 위해 애써준 것에 대해 나 세주안뿐 아니라 야수궁 전체가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그대들과의 대련을 통해 야수궁의 궁도들도 얻은 것이 많아. 앞으로도 많은 교류가 있기를 기대하네.”

16549476515449.jpg“물론입니다. 저희야말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서로에 대한 공치사. 그러나 빈말인 것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천화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힘을 개화한 설영에게도 적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니까. 천화와 설영의 무공이 일반 중원의 것들과는 또 다른 만큼 세주안의 말처럼 야수궁의 고수들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었을 터였다.

16549476515459.jpg“그럼 떠나게. 그리고 기억하게. 우리 남만은, 야수궁은 언제나 그대들을 환영할 것이네.”

16549476515449.jpg“예. 감사했습니다.”

천화와 설영은 고개를 숙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다시 떠날 채비는 대신 해두었다고 했으니, 당장 떠나도 상관이 없을 터였다.

16549476515459.jpg“아참.”

그렇게 몸을 돌리려는 때, 세주안이 다급히 천화를 불러세웠다.

16549476515459.jpg“크흠. 그…… 연아가 언제고 중원에 나가게 된다면 잘 좀 부탁하겠네.”

16549476515449.jpg“예? 아, 어, 음……. 알겠습니다. 만나게 된다면 말이죠.”

어쩐지 딸아이를 부탁하는 장인의 말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그렇기에 천화는 더욱 다짐했다. 혹여나 세주연에 대한 소문 같은 것이 들린다면 절대 그 방향은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 자리에 세주연이 있었다면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654947656084.jpg“무, 무우?!”

알 수 없는 한기에 부르르 몸을 떠는 천화의 옆에서, 흑우 역시 살짝 한쪽 눈을 감아 추파를 던지는 롱롱이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천화에게 얼른 떠나자는 듯, 옷자락을 물어 끌며 재촉했다. 다시, 중원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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