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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비형칠검 (2) (111/481)

<111화> 비형칠검 (2)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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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호 : 호북쌍협을 획득하셨습니다.] 가능하다면 단독 별호를 얻고 싶었지만 둘이 계속 함께했고, 또 같은 일을 반복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천화와 설영을 한 무리로 보고 별호를 붙였다. 게다가 아직 한 지역에서만 명성을 날린 까닭인지 지역명도 떼어내지 못했다. 호북쌍협.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별호였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여전히 ‘협’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정협’보다는 나았고, 무엇보다 이런 경우 개별 별호도 하위 별호로 함께 생성되기 때문이다. [별호 : 호북물협을 획득하셨습니다.] [설영이 별호 : 호북곡협을 획득했습니다.]

16549481272638.jpg‘쩝. 초라하구만.’

천화는 물건을 나누어주고 설영은 곡식을 나누어주어서인지 각각 물과 곡이 붙은 요상한 별호가 붙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16549481272638.jpg‘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도 확실히 별호는 많이 가질수록 이득이었다. 별호를 해당 인물이 최종적으로 획득한 것이 대표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전에 얻은 별호들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별호에 붙은 추가 능력치 등은 여전히 적용이 되었기에, 레벨을 올리는 대신 온갖 기행을 벌이며 별호를 수집해 능력을 올리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16549481272638.jpg‘곧 또 바뀌게 될 테고.’

그리고 이 별호도 그리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않을 터였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기행을 벌이게 될 테니까.

16549481272638.jpg“슬슬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같은데?”

16549481272659.jpg“응. 길을 거슬러 오는 이들 이외에도 평소에는 나서지 않던 무인들까지 대거 산적 소탕에 나선 것 같아.”

다음 목적지인 무한까지는 아직 사나흘 정도 더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산적들을 끌어들여 소탕하기 위해 길을 제법 돌아온 까닭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림대회가 공표되고 산적 소탕 등 협행이 독려되면서 산적들은 움츠리고 산적 소탕에 나서는 무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당장 천화와 설영만 하더라도 갑자기 난입한 무인들에 의해 점찍어둔 산적 무리를 빼앗길 뻔한 적이 있었고, 한 번은 이미 소탕되어 헛걸음을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녹림채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더 이상은 산적 소탕을 통해 명성을 올리기 어려웠다. 녹림을 공격한다면? 제 아무리 소림이라 해도 편을 들어주지 않겠지. 다른 사파들은 몰라도 녹림과 장강수로채의 경우, 구파일방 오대세가와 암묵적인 협력 관계라고 보아도 좋았기에 그들조차 함부로 척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16549481272638.jpg“뭐, 상관없지. 이제 슬슬 바닥은 깔았으니 본격적으로 명성을 올려볼 차례이니까.”

16549481272659.jpg“……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16549481272638.jpg“복수.”

16549481272659.jpg“복수? 이 근처에 너와 원한을 맺은 사람이 있다고?”

음산한 미소를 짓는 천화를 보며 설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화의 개인적인 원한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16549481272638.jpg“정확히는 대리 복수라고나 할까? 업보가 좀 쌓이기야 하겠지만, 그건 뭘 해도 마찬가지겠지.”

16549481272659.jpg“그건 또 무슨 소리야?”

16549481272638.jpg“너도 아는 이야기야. 이것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일이거든.”

16549481272659.jpg“그건……?”

천화가 품에서 꺼낸 것은 한 권의 비급이었다. 꽤나 닳아빠진 것이 훼손을 우려해야 할 정도였지만, 묘하게 낯이 익었다.

16549481272638.jpg“그때 동굴에서 얻었던 것들이지. 마침 호북성 출신들이 좀 있더라고?”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공식적인 첫 만남 장소인 기연 동굴에서 얻은 비급들이었다. 비급과 쪽지를 챙기면서 획득했던 수많은 임무들 중 몇 가지를 추려놓은 것들이 아직 천화에게 남아있던 것이다. 주로 원 주인에게 비급을 돌려주거나, 해당 비급을 익혀 대신 복수를 해달라는 식의 임무였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짰기에 미루고 미루어둔 것들이다. 그럼에도 천화가 그 임무들을 삭제하지 않고 남겨둔 이유는 단 하나였다.

16549481272638.jpg“이게 있으면 도전의 명분이 될 수 있지.”

명분. 복수가 목적이라면, 다소 명성이 부족하더라도 이름 난 무인과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수를 하겠다고 말하면 누구든 붙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명분은 만들 수 있었고, 비급의 원 주인과 관련된 이들의 도움을 얻기도 수월했다.

16549481272638.jpg“자, 어디보자. 이 근처 어디인 것 같은데…….”

때문에 천화가 취한 행동은 비급의 원 주인이 살았던 곳을 찾는 것이었다. 후손이 있다면 비급을 돌려주고, 그들을 이용해 원수와 마주치기 위해서. 그리하여 대신 복수를 해주고, 복수 대상이 가지고 있던 명성을 제 것으로 하기 위해서 말이다.

16549481272638.jpg“엥? 여기라고?”

그러나, 비급과 쪽지에 적힌 장소에는 장원 대신 웬 객잔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16549481272638.jpg“혹시 상재가 있던 건…… 역시 아니겠지.”

후손 중에 상재가 있어 가문을 일으켜 세웠다거나 하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 대부분의 문파 출신들은 한번 무림에 발을 담그고 나면 무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16549481272638.jpg‘뭐, 수련을 하겠답시고 가문의 무공과 재산을 들고서 사라져버린 부모가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자식은 부모를 증오하지 않는 이상 닮아간다는 말처럼, 무인의 자식이 무인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알기에 천화는 가문이 망해서 후손이 터를 버리고 어딘가로 이전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 객잔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16549481302647.jpg“어서 옵쇼!”

16549481272638.jpg“오호?”

손님이 많지 않은 객잔이라서인지 문소리와 함께 호다닥 달려오는 어린 점소이의 모습을 보며 천화가 이채를 띠었다. 녀석을 바라봄과 동시에 하나의 알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임무 ‘비형칠검 전수’의 달성 조건 일부가 완료되었습니다.] [비형칠검 전수][임무] 이름 모를 무인이 남긴 비형칠검 비급을 후손에게 전하고 익히는 것을 도와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후손의 위치는 호북성 안주현이다. - 성공 조건 : 1) 후손과의 만남 (완료) 2) 비형칠검 비급 전달 (미달성) - 성공 보상 : 약간의 은자, 약간의 명성 - 특수 조건 : 1) 비형칠검 전수 2) 비형칠검을 이용해 패광도법의 후인에게 승리 - 특수 보상 : 대량의 명성 이 아이가 바로 비형칠검의 후계자인 것이다.

16549481302647.jpg“저……. 대협?”

16549481272638.jpg“자리로 안내해주겠니?”

점소이 아이는 자신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천화에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천화는 여전히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임무의 부분 완료를 알리는 알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16549481272638.jpg‘와, 얘도 운빨 미쳤네.’

아이의 무재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체질까지는 아이의 몸속에 내기를 불어넣어봐야 알겠지만, 척 보기에도 타고난 무골이다. 나이가 좀 더 들어 뼈가 굳는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열두어 살 쯤이나 되어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제대로 배우면 능히 무골만으로 일류의 수준까지는 오를 법한 재능충인 것이다.

16549481272638.jpg‘무신지로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그냥 묻혔던 건가?’

그럼에도 무신지로에서는 아이와 같은 얼굴을 한 무인을 만나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 비급을 발견한 이가, 임무를 수행하는 대신 비급만 취했던 것이겠지. 천화가 이 아이는 알지 못해도 비급과 무공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럴 확률이 높았다. 따라서 이 아이는 평생 무공과 연이 없거나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해 바닥에서 허덕이다 끝이 났을지도 몰랐다. 아예 무인이 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만한 무골이라면 어떤 무공을 익혀도 이류쯤은 너끈히 되어 칼밥을 먹을 수 있었을 테니까. 이런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구파일방의 고수들이 중원 곳곳을 다니며 제자들을 모으는 것이기도 했지만, 끝끝내 발견되지 못한 원석들도 그만큼 많았다.

16549481272638.jpg‘이것도 이 녀석의 복이지 뭐.’

그러던 녀석이 지금 천화를 만난 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회와도 같았다. 방송에서는 고인물 특유의 불친절한 설명으로 악명이 높았던 그였지만, 무공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의 무력은 애초부터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컨셉이 아니라도 가르치는 데 특출난 재능이 없는 천화이긴 했지만, 상대 역시 천재라면? 이야기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굳이 귀찮게 제자로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번 가르쳐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16549481272638.jpg“여기서 가장 잘하는 음식으로 세 개, 아니 다섯 개. 술도 세 병 내오고, 또…….”

자리를 잡은 천화는 즉시 넉넉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점소이 아이에게도 은자 한 냥을 몰래 쥐여주었기에 녀석은 신이 나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

16549481302713.jpg“어이, 형씨.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씨익 곧이어 들려온 껄렁한 목소리에 천화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무신지로는 이 확률 시스템에 꽤나 정직한 편이라 다행이다. 내기를 감추고 음식만 넉넉하게 주문해도 이렇게 날파리들이 알아서 꼬여주니 말이다.

16549481272659.jpg“흐음.”

16549481272638.jpg“그냥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보통 이런 경우 설영에게 처리를 맡기는 천화였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점소이 아이에게 보여줄 것이 있기 때문이다.

16549481302713.jpg“뭐, 뭐야?”

16549481302713.jpg“해보자는 거냐!”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빼드는 천화를 보며 파락호들이 긴장했다. 아직 내공을 개방한 것도 아니건만, 고작 삼류 수준을 오락가락하는 녀석들로서는 상대가 겁을 먹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16549481302647.jpg“소, 손님!”

16549481272638.jpg“잘 보거라.”

16549481302647.jpg“……예?”

16549481272638.jpg“이게 비형칠검이란다.”

16549481302647.jpg“!!”

천화의 일검이 벼락처럼 놈들의 곁을 스쳐갔다. 단 일수에 파락호 셋의 옷자락이 넝마가 되었다. 내공을 크게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피륙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옷자락만 베어내는 신속의 검식.

16549481302713.jpg“고, 고수!”

16549481302713.jpg“살려……!”

그것을 깨닫자마자 파락호들은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려 들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비형칠검의 제이식이 그들을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16549481302713.jpg“커, 커헉!!”

검날도 아닌 검면이 놈들의 뺨을 후려쳤다. 강직한 검이 엿가락처럼 휘어보이는 환상만 보았을 뿐인데, 이빨이 부러져 볼이 빵빵해졌고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주저앉고 싶은데 몸이 강제로 띄워져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16549481302713.jpg“허업!!”

그리고 이어진 제삼식. 순간 천화의 검이 거대해 보이는가 싶더니, 엄청난 풍압이 그들을 짓눌렀다.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주저앉지도 못한 채, 놈들은 서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16549481272638.jpg“쯧. 상대도 너무 허접해서 다 보여줄 수도 없겠군. 잘 봤니?”

16549481302647.jpg“이, 이게 비형칠검이라고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너무 다른 모습에 점소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게 정말 그 비형칠검이라니. 아무리 조부가 사라진 뒤 실전되어 그 형만 간신히 흉내내고 있을 뿐이라지만, 격차가 나도 너무 심하게 나는 것이다. 내공의 차이? 아니다. 천화가 보여준 검식은 내공을 철저히 배제 한 것이었다. 무공에 관해서는 무지렁이와 같은 자신이라지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을 하고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에, 천화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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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81272638.jpg‘됐군.’

이 정도면 홀딱 빠졌을 터였다. 그렇다고 일부러 과장되게 무공을 펼친 것은 아니다. 기연 동굴에서 획득한 비형칠검은 이보다 담백한 맛이 있기는 했지만, 천화가 펼친 것은 진짜 비형칠검이었다.

16549481302647.jpg“조부님과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저를…… 찾아오신 게 맞죠?”

16549481272638.jpg“부탁을 받았지. 자신의 후손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이 검법을.”

혹여나 아니라고 대답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한 모습으로 묻는 아이에게 천화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에게는 숨쉬듯 간단한 일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영웅과도 같이 그려지고 있으리라.

16549481302647.jpg“저, 제가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세 시진, 아니 두 시진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지…….”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 같았지만 아직 오늘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 선대의 무공을 회수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생계를 뿌리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아이가 머뭇거리자, 천화가 간단히 해결책을 제시했다.

16549481272638.jpg“주인장. 꽤나 어수선해졌는데 오늘은 장사를 이쯤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16549481302713.jpg“어이구,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장사가 되지 않아 이쯤에서 접으려고 했습니다요. 헤헤.”

짤랑 금자 두 냥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자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거의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며 그것을 챙겼다.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천화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저런 고수가 무공을 사사하기 위해 찾아왔으니 자신이 점소이로 부리던 아이도 곧 뛰어난 무인이 될 것은 자명한 일. 괜히 시빗거리를 만들어 나중에 해코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얼른 그 제안을 수락하며 문을 닫았다. 이미 객실에 묵고 있는 손님들의 식사야 준비할 테지만, 더 이상 다른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천화와 설영이 나간 뒤에 자신이 직접 주문을 받으며 슬그머니 문을 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천화는 얼른 짐을 챙겨나온 아이를 데리고 객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객잔에서 주위를 살피며 한 사내가 빠져나왔다. 어딘가를 향해 은밀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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