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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비형칠검 (3) (112/481)

<112화> 비형칠검 (3)2021.07.22.

16549481417478.jpg“여기예요.”

16549481417482.jpg“으흠.”

점소이 아이와 함께 객잔을 빠져나온 천화가 안내받은 곳은 빈민촌이라 불러 마땅한 허름한 판자촌이었다. 크게 번성하지는 않았어도 못사는 동네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지역이 있을 줄이야.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비무행이든 강호행이든 문파를 대표하는 무인이 급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몰락한 무파가 어디 한두 군데이던가? 이 정도야 충분히 예상을 했기에 동요하지 않은 것이다.

16549481417478.jpg“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16549481417482.jpg“그러지.”

아이는 마당이라 부르기도 협소한 곳에 천화와 설영, 흑우를 세워두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어른들을 부르러 간 모양이었다.

16549481417478.jpg“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16549481417499.jpg“응? 어른은 안 계시니?”

허나 다시 돌아온 아이는 여전히 혼자였다. 의아한 설영이 되물었지만, 아이는 밝은 모습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16549481417478.jpg“계시기는 한데 조금 편찮으셔서요. 가문의 무공을 돌려주러 오신 분들께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16549481417499.jpg“아니, 괜찮아. 미안하구나.”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이의 모습에 설영이 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른이 편찮으시고 홀로 벌어 생활을 꾸려가려면 무척 힘이 들 텐데도 구김 없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16549481417478.jpg“혹시, 조부께서 비급을 남기셨나요?”

16549481417482.jpg“그래. 비급을 남기셨단다.”

괜찮다는 듯 밝게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천화가 자신이 입수한 비형칠검의 비급을 꺼냈다.

16549481417478.jpg“감사합니다. 먼 길이셨을 텐데 은인께 대접하거나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얼마 안 되지만 일단 제가 모아놓은 돈이라도…….”

16549481417482.jpg“흐음.”

16549481417478.jpg“왜…… 그러세요?”

넙죽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비급을 받아드는 아이. 천화는 그 모습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답지 않은 모습까지는 일찍 철이 들어 그렇다고 치자. 헌데 재산까지는 모르겠지만 비급을 들고 가출해서 집안을 말아먹은 조부의 비급을 회수하는 모습이라기엔 어딘지 이상하지 않은가?

16549481417482.jpg“아니다. 받거라.”

  [임무 ‘비형칠검 전수’을 완료하셨습니다.] 아이에게 비형칠검의 비급을 전해주자 알림창이 나타나 임무의 완료를 알렸다.

16549481417478.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와 함께 아이는 비급을 소중히 품고서 연신 꾸벅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16549481417482.jpg“아참, 그거 잠시만 다시 줘보겠니?”

16549481417478.jpg“예? 아, 네. 그런데 왜…….”

이후 특수 조건까지 달성한다면 추가 보상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천화가 뭔가 깜박했다는 듯, 아이에게 비급을 돌려받았다. 뭔가 수상하긴 했지만 그가 주었던 것이기에 아이는 불안해하면서도 비급을 돌려주었고, 천화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치이이익-!

16549481417499.jpg“!!”

16549481417478.jpg“무, 무슨 짓이에요!!!”

화르르륵! 그대로 비급을 불태워버렸다. 소지품창을 이용한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로 화섭자를 이용해 태워 없앤 것이다. 아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이 나갔고, 곁에서 지켜보던 설영과 흑우조차 깜짝 놀라 천화를 돌아볼 정도였다.

16549481417478.jpg“으아아아아아아앙!!!!”

16549481448445.jpg

  그제야 아이가 아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비급을 받아들 때조차 씩씩하다 못해 비장해보이던 아이의 눈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이 터져나온 것이다.

16549481417478.jpg“다 끝났어! 당신 때문에!”

16549481417482.jpg“…….”

그 원망어린 눈빛과 눈물을 천화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이야기들이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16549481417478.jpg“드디어 어머니를 고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신 때문에……!!”

16549481417482.jpg“흐음. 역시 그랬군.”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충분히 예상 범주 안에 있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비급을 팔아 어머니의 병을 고칠 생각이었겠지. 그런 다른 의도가 있지 않다면 무가의 아이가, 그것도 이만한 무골을 지닌 아이가 실전된 것으로 알았던 비급을 되찾고도 이런 침착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이 아이에게 익히게 할 것은 비급 상의 비형칠검이 아니었으니까.

16549481417482.jpg“그만 울고 어머니께 안내해.”

16549481417478.jpg“닥쳐! 당신 따위에게 어머니를 보여줄 것 같아? 너 패광문에서 보냈지! 다 알아! 그러니까……!”

16549481417482.jpg“낫게 해줄 테니까 들어가자고, 이 애늙은이야.”

16549481417478.jpg“……?!”

그 말에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눈앞의 절망에 악을 쓰긴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패광문이 굳이 이런 짓까지 할 리가 없었다. 만약 저것을 얻었어도 자신이 달려갈 곳은 패광문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괴롭히고,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패광문이지만, 그 모든 것이 그들이 가졌던 비형칠검이라는 무공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먼저 비형칠검을 얻었다면 굳이 자신에게 찾아와 이런 연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절망에 빠뜨리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해서 뭐가 남는다고? 이미 몰락에 몰락을 거듭한 자신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객잔에서 일한 삯을 모아 마련한 몇 푼의 돈이 고작이다. 때문에 아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보기로 했다. 눈물을 꾹 참으며 덜덜 떨리는 손과 발로 기듯이 움직여 두 사람을 안으로 인도했다.

16549481417478.jpg“저희 어머니예요.”

16549481417482.jpg“으흠.”

그렇게 단칸방 안으로 들어간 천화는 한눈에 어미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피골이 상접한 몰골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집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것이어서 영양실조를 의심하기 좋았지만, 고인물인 천화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16549481417482.jpg‘독인가.’

그것은 독이었다. 이미 무공을 잃고 기울어져 가는 가문에 독씩이나 쓸 이유가 무엇인가 싶기는 했지만, 눈 밑에 녹빛이 감돌고 손끝에 붉은 반점이 돋아 있는 걸 보면 확실했다.

16549481417482.jpg‘누군지 몰라도 신경 좀 썼군.’

강한 독은 아니지만 대상의 육체 능력을 점점 약화시켜서 시름시름 앓도록 만드는, 꽤나 지저분한 독이다.

16549481417482.jpg“은룡아.”

16549481463255.jpg“쀼?”

해약을 만드는 법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노력을 기울였다면, 해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를 주변에서 팔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취급을 하지 않든, 아니면 패광문에 포섭되어 판매를 하지 않든 말이다. 그래서 천화는 일단 은룡을 먼저 찾았다.

16549481417482.jpg“할 수 있겠어?”

16549481463255.jpg“쀼! 쀼!”

교감을 통해 천화의 의중을 알아차린 은룡이 자신감을 보이며 여인의 위로 빠르게 기어갔다.

16549481417478.jpg“뱀? 저리 가!!”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아이가 은룡을 쫓으려 들었지만, 천화에게 뒷목을 붙들려 대롱대롱 허공에서 짧은 팔다리를 휘저었다. 콰악 그때, 은룡이 여인의 팔뚝을 앙 깨물었다.

16549481417478.jpg“이 나쁜 놈들!!!”

그 모습에 이성을 잃은 아이가 힘껏 저항해보지만, 천화의 손을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순간, 은룡의 입가에서 환한 빛이 터져나왔다. [신수 은룡이 남여은에게 정화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은룡의 힘이 더 강했다면 굳이 접촉을 하지 않고서도 체내를 정화시킬 수 있었겠지만, 아직 어리고 능력이 약한 탓에 깨물기라는 방식을 통해 힘을 발현한 것이다. 그와 함께 여인의 얼굴에 평온이 깃들었다.

16549481417478.jpg“엄마! 엄마!!!”

혹여나 죽은 것은 아닐까 아이가 엉엉 울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천화는 설명을 하는 대신 아이를 놓아주었다. 어미에게 찰싹 달라붙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6549481417478.jpg“엄마……?”

쌔근쌔근 아이처럼 잠이 든 어미의 모습에서 아이도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과 같은 거친 숨소리나 불편하고 아픈 기색이 싹 사라졌으니까.

16549481417482.jpg“설영. 미안한데 몇 가지 물건 좀 구해다줄래?”

그사이 천화는 설영에게 몇 가지 약재 이름을 불러주었다. 독은 말끔해 해소되었지만 기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동안 요양이 필요한 것이다. 천화가 부른 것은 몸을 보하는 탕약과 환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었다. 자신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것을 전해들었다면 패광문에서 약재를 팔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독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는 아니니 판매를 할 수도 있겠지. 천화의 의중을 이해한 설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섰고, 천화는 아이가 실컷 울도록 가만히 두었다가 진정하자 비로소 말을 건넸다.

16549481417482.jpg“어머니의 독은 모두 치료했다. 이제 기력을 보하는 약을 지어먹고 쉬시면 곧 기운을 차리실 수 있겠지.”

16549481417478.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비급은 비급이고 어미를 살린 것은 살린 것이다. 아니, 비급 따위야 어찌되었든 어머니가 회복되었다는 것이 더 기뻤다. 지금껏 다녀갔던 의원에게서는 독 얘기를 들은 적이 없기에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지만, 지금 상황에서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기적과 같은 광경을 제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16549481417482.jpg“그럼 어머니는 쉬시게 하고, 잠깐 나가서 이야기를 해볼까?”

16549481417478.jpg“……네.”

고개를 끄덕거린 아이는 천화를 따라 다시 밖으로 나왔다.

16549481417482.jpg“비급을 팔려고 했지? 어머니의 약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16549481417478.jpg“맞아요.”

16549481417482.jpg“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 비형칠검의 비급이라면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는 물건이었을 텐데.”

16549481417478.jpg“가문을 망하게 만든 비급 따위가 어머니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요.”

우문현답이다.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나. 비형칠검의 비급을 익혀 고수가 되고, 다시 가문을 일으킬 수 있다 한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모두 의미 없는 일이다. 게다가 비급을 가졌다 한들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도 부족했다. 무공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힘을 키우기도 전에 패광문에서 나온 무인들에게 비급을 빼앗길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이 먼저 비급을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어머니를 보필하는 것이 나았다. 그 대답이 천화도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16549481417482.jpg“그래.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구나.”

16549481417478.jpg“저도 물어봐도 될까요? 대체 왜…… 비급을 불태우신 거예요? 굳이 여기까지 비급을 가져다주시고서.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어머니를 고친 걸로 저는 만족해요. 다만…….”

빙긋 웃어보이는 천화에게 아이는 당돌하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상하지 않은가? 굳이 비급을 돌려주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와놓고 비급을 불태우다니. 어머니를 고쳐주었으니 비급 따위는 상관이 없지만, 천화가 이미 객잔에서 비형칠검에 대해 언급을 한 만큼 패광문의 졸개들이 금방 집으로 들이닥칠 터였다. 있지도 않은 비형칠검의 비급을 내놓으라고 깽판을 치겠지. 그 와중에 어머니에게 피해가 될까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천화의 무공이 뛰어나다 한들, 그는 떠나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다고 천화를 따라 아프신 어머니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이었다.

16549481417482.jpg“그건 진짜 비급이 아니었거든.”

16549481417478.jpg“예? 그럼 저를 시험하기 위해……?”

그 말에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조금 전까지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무공에 대한 관심과 미련을 버렸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이제야 무인의 자식다운 관심과 기대가 두 눈에 깃들었다.

16549481417482.jpg“아니, 아니. 그건 네 조부께서 남기신 비급이 맞아. 잘만 익히면 일류 고수까지도 너끈히 올라갈 수 있는 제법 괜찮은 비급이지.”

16549481417478.jpg“아니, 그럼 왜…….”

16549481417482.jpg“비형칠검은 고작 그런 무공이 아니니까.”

16549481417478.jpg“?”

16549481417482.jpg“중간에 해석이 잘못되어 전해진 모양이더구나. 그러니 10성을 익혀도 일류밖에 못 되지.”

실망하던 아이는 천화의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일류를 고작이라고 부를 정도라면, 대체 원래는 어떤 무공이란 말인가? 비형칠검의 전통 계승자인 조부조차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이 사내는 또 어떻게 알고 있고? 설마 먼 옛날 갈라져온 조사의 문파가 또 있었던 것일까? 아이의 머릿속에 오해가 싹텄지만 천화는 굳이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까.

16549481417482.jpg“혹시 비형칠검을 펼칠 줄 아니?”

16549481417478.jpg“그게, 알긴 하는데…….”

16549481417482.jpg“한번 보여줄 수 있을까?”

16549481417478.jpg“……네.”

가문의 무공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금기와 같은 일이지만, 어차피 흉내내기에 불과한 모습일 뿐이다. 더구나 자신이 익힌 것과 비슷하지만 압도적인 모습으로 펼쳐내던 천화의 무위를 견식한 뒤였기에 거부감이 덜했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마당 한편에 놓아둔 목검을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힘을 쏟아 비형칠검을 펼쳐보였다. 빠르고 어지럽다. 근력이 부족해보이기는 하지만, 힘과 체력만 붙는다면 어지간한 상대는 정신을 못 차리고 휘둘릴 만한 검법이었다.

16549481417482.jpg‘형은 얼추 복원한 건가? 재능충이 무섭긴 무섭네.’

그 모습을 감상한 천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얼마큼이나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의 비형칠검을 형(形)이나마 거의 비슷하게 펼쳐낸 것이다. 하지만 심법은 이어지지 않았는지 이렇다 할 내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심법을 찾아 복원하기 전까지 삼재심법 따위나 익히고 있는 것이겠지.

16549481417482.jpg“비형칠검은 뭐라고 생각해?”

16549481417478.jpg“음…….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 현란한 검술?”

반은 맞았다. 아마도 비형(非形)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한 해석이겠지만 천화가, 고인물들이 찾아낸 비형칠검의 진짜 모습은 그저 무초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16549481506588.jpg“쥐새끼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해라!”

16549481506591.jpg“예!”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천화와 설영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객잔 주인에게 전달 받은 패광문의 무인들이 우르르 쳐들어온 것이다.

16549481417478.jpg“패광문의 무인들이에요. 도망치세요!”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소리치는 것을 보면 아예 집 주변을 포위한 듯싶었지만, 겁에 질린 아이와 달리 천화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16549481417482.jpg“마침 좋은 교보재가 왔군.”

콰앙! 이내 내력이 실린 발길질로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험악한 인상의 무인들이 천화와 아이를 노려보았다.

16549481506588.jpg“너는 웬 놈이냐!”

16549481417482.jpg“남의 집에 쳐들어와놓고 웬 놈이냐고 묻는 건 어느 동네 예법이야?”

호통을 치며 흉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천화에게는 가소로워 보일 뿐이다. 상대의 무위는 대략 일류. 내공 수위로만 따지자면 천화와 같은 수준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니까.

16549481506588.jpg“흥! 어디서 기어들어온 날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을은 패광문의 영역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 네놈의 신분을 밝히고 머리를 조아린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16549481417482.jpg“와, 이거 사파 놈들이 따로 없네. 패광문이면 그래도 정파 소속 아니었어?”

16549481506588.jpg“어디서 감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느냐! 얘들아!”

천화의 빈정거림에 기분이 상했는지 놈들이 포위망을 좀 더 좁혀왔다. 천화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개중에는 놈 이외에도 일류 고수가 제법 있는 것이, 나름 신경 써서 사람을 모아온 모양이었다.

16549481417482.jpg“괜찮아. 아참, 이름이 뭐였지?”

16549481417478.jpg“예? ……운휘요. 소운휘.”

겁에 질렸는지 천화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은 운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천화는 가볍게 몸을 빼내며 다정히 말했다.

16549481417482.jpg“운휘. 멋진 이름이구나. 지금부터 잘 봐둬. 진짜 비형칠검을 보여줄 테니까.”

혈마검을 빼들고 전신 내력을 개방했다. 고인물들의 사이에서 도깨비의 무공, 혹은 귀신의 무공이라 불리던 비형칠검의 진정을 모습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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