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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맞춤 장비 (1) (121/481)

<121화> 맞춤 장비 (1)2021.08.12.

두두두두두두- 배불리 먹은 흑우의 질주는 범인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랐다. 도중에 몇 개나 되는 마을을 스쳐지나갔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뭐가 지나갔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오죽하면 흑우에게 이런 별호가 다 붙었겠나? [영물 ‘흑우’가 별호 : 흑유성을 획득했습니다.] 흑유성. 녀석의 질주가 마치 유성이 떨어져내리듯 빠르고 묵직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16549482582117.jpg‘누구는 개고생을 해야 별호를 얻는데…….’

무인도 아닌 고작 영물에게, 그것도 달리기밖에 하지 않은 녀석에게 별호가 붙다니 조금 황당했다. 하지만 결국 별호라는 것은 유명세와 화제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저만한 덩치의 검은 소가 흔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데다 나름 화제를 불러일으킨 천화와 설영의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으니까. 게다가 이류급의 고수 여럿을 몸으로 뚫어내고 - 실은 날려버리고 - 운휘를 구해 달아나기까지 한 바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새로운 별호를 얻은 것은 흑우만이 아니었다. [설영이 별호 : 무정검희를 획득했습니다.] 설영에게도 새로운 별호가 생겼다. 단신으로 이류와 일류급의 무인들을 수십이나 베어낸 데다 그 모습이 무희가 춤을 추듯 아름다웠기에 붙여진 별호였다. 지역명이 빠졌고, 천화와도 분리된 단독별호가 붙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설영의 무위가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니까.

16549482582117.jpg‘하오문이 작업을 한 것 같지만, 없는 걸 만들어낸 것도 아니니까.’

이만큼이나 빠르게 별호가 생겨나고 대체되었다는 것은 생겨난 말들을 하오문이 적극적으로 옮겼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속도의 차이일 뿐 결국 언젠가는 퍼져나갔을 별호일 터였다. 다만 문제는. [별호 : 호구검을 획득하셨습니다.]

16549482582117.jpg‘난 이게 뭐냐고.’

천화는 자신의 새로운 별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볼을 부풀렸다. 지역명이 빠진 것도 좋고, 단독 별호가 생겨난 것도 좋고, 자칫 귀찮은 임무가 꼬이게 만들 수 있는 ‘정’이나 ‘협’이 없는 것도 좋은데, 문제는 어감이었다. 호구라니? 물론 원래의 뜻이야 좋다. 천화가 검을 떨치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고 물어뜯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은 별호이니까. 용호십삼검에, 특히 자주 펼쳤던 일초식 호아파참과 딱 어울리는 것으로 보아, 지켜보던 이들 중 검법을 보는 눈을 가진 자가 있던 것은 분명한데…….

16549482582117.jpg‘젠장, 빨리 다른 별호를 만들든지 해야지.’

영 좋지 못한 어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흑우는 흑유성, 설영은 무정검희라는 꽤 멋들어진 별호를 가지지 않았나?

16549482582136.jpg“푸히!”

문득 돌아보며 피식 웃음을 짓는 흑우의 표정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더 나빠졌다.

16549482582117.jpg“빨리 가기나 해, 임마!”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런 천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가 불러 신이 난 흑우는 더욱 속도를 올려 무한을 향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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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은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은 지역이었다. 북부와 중부는 지대가 평탄하여 길이 잘 뻗어있고, 남부는 구릉지대가 있으나 장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흐르기 때문에 물길을 이용해 오가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었다. 교통은 물론 유사시에는 군부가 움직이기에도 수월한 교통의 요지이니, 황궁의 지원도 많이 받아 건물들이 꽤나 크고 웅장한 맛이 있었다. 또한 인근에는 동호를 비롯하여 12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어 관광과 유람을 하기에도 제법 좋았다. 그렇기에 어수선한 틈을 타 사람 몇쯤 사라진다고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천화와 설영은 그런 무한을 깊숙이 가로질러 장강과 맞닿는 부근까지 도착했다. 무한은 결코 작은 땅덩어리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곳이 이곳이었으니까.

16549482582151.jpg“여기가 무한이구나!”

이만큼 큰 도시는 처음이었기에 설영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실 장강을 따라 이동할 때, 좀 더 배를 오래 탔다면 이곳까지 도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진과 헤어진 곳은 좀 더 호북의 서쪽에 위치한 초입 부근이었다. 흑점이라는 목표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내심 아쉬움이 있었던지, 설영은 진심으로 기쁜 모습을 보였다. 크기도 크지만 상업이 대단히 발달한 곳이기에 먹을 것, 즐길 것도 풍부하고 편안한 잠자리 역시 보장되기 때문이다.

16549482582117.jpg“일단 방부터 잡고 좀 둘러보자.”

그 때문일까? 검은 소를 타고 도시로 진입하는 천화와 설영을 한 번씩 돌아보기는 했지만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워낙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그들 이상으로 이상한 특징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그만큼 성질 사나운 무인들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16549482582117.jpg“점소이!”

16549482600262.jpg“예! 갑니다!”

16549482582117.jpg“2층에 방 두 개 잡아주고, 식사는 잠깐 나갔다 와서 하지. 아, 그리고 이 녀석에게는 여물 대신 술과 고기를 넉넉하게 주고.”

16549482600262.jpg“예? 술과 고기요?”

16549482582117.jpg“어. 안 그러면 난동 부릴지도 모르니까 꼭 술과 고기로 줘야 한다?”

16549482600262.jpg“네…….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 수긍했다. 소가 술과 고기를 먹는다니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짧은 점소이 생활에서도 워낙 이상한 이들을 많이 만난 까닭이었다. 그렇게 천화와 설영은 방을 미리 잡아둔 뒤, 흑우를 두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16549482582117.jpg‘아직은 시간이 있겠지.’

불과 하루 반나절 만에 무한까지 도착을 했기에, 아직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 틈에 편히 쉬고, 할 일도 해가며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16549482582117.jpg“어디부터 갈까?”

16549482582151.jpg“대장간!”

16549482582117.jpg“뭐? 어……. 그래.”

누가 천생 무인이 아니랄까 봐 설영은 대장간부터 찾았다. 혈마검이 있으면 다른 검은 쓸 필요가 없지만, 아직까지는 천화가 혈마검을 사용했으니까. 지금 쓰는 검도 꽤나 값을 주고 마련한 명품이기는 하지만, 무인이란 모름지기 더 좋은 병기를 찾기 마련이었다. 절정 이상의 수준에 오르게 되면 무기가 의미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수 낮은 상대들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동급의 무인, 혹은 동급 중에서도 자신과 비슷하거나 미세하게 우위에 있는 무인을 상대할 때 병기의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기에 따라 공격력과 내구력의 차이도 있지만, 같은 초식을 펼치더라도 내공이 소모되는 양이 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무신지로에서는 이것을 내공 전도율, 혹은 내공 소모율 따위의 명칭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16549482582117.jpg‘아니, 하수와 싸울 때도 중요하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강자와 싸울 때, 혹은 다수와 싸움을 벌일 때는 내공의 배분이 무척이나 중요하니까. 절정 수준의 고수만 되어도 일검에 수십을 죽일 수 있으니 칼질 한 번, 초식 한 번 펼칠 내공을 아끼는 것은 제법 중요했다.

16549482582117.jpg“무한이면……. 아, 거기가 있었지. 내가 안내 할게. 따라와.”

결국 가장 먼저 대장간을 찾기로 한 천화는 기억을 더듬어 설영을 어디론가 인도했다.

16549482582151.jpg“어? 이쪽으로 안 가고?”

다만 그 길이 조금 이상했다. 분명 가장 큰 대장간이 위치해있는 번화가는 저쪽일 텐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16549482582117.jpg“이쪽이 맞아.”

이미 객잔으로 향하여 슬쩍 대장간의 위치를 보아둔 터라 설영이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별 투정 없이 뒤따랐다. 천화이니까. 이 녀석의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은 없으니, 미심쩍지만 따라가는 것이다. 아, 돈을 손해 본 적은 꽤 있던 것 같기도 하고…….

16549482582117.jpg“다 왔다.”

16549482582151.jpg“여기? 여기라고?”

16549482582117.jpg“일단 들어가 보기나 해.”

천화가 안내한 대장간은 과장을 조금 보태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었다.

16549482582151.jpg“천화, 이거 봐. 이 청강검 너무 예쁘지 않아?”

16549482582117.jpg“…….”

천화의 인도 하에 도시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는 대장간을 찾은 설영은 눈을 반짝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호들갑에 그리 크지만은 않은 대장간이 어수선해질 지경이었다. 그들이 찾은 곳은 무한에서, 아니 중원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장간 중 하나였다. 이런 곳들이 대개 그렇듯 주인의 성질이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데다 숨겨져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었다.

16549482582117.jpg‘하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지.’

그럼에도 고인물들은 이곳과 다른 몇 곳을 즐겨 찾았다. 온갖 비위를 맞춰가면서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당장 설영이 호들갑을 떨며 살피고 있는 검들만 하더라도 하나같이 희귀 등급의 장검들이었다. 명품 이하의 장비는 만드는 즉시 파괴해버리기에 거의 취급하지도 않고, 그나마 있는 명품 등급의 장비는 그가 젊었을 적 만들었던 추억의 무기이거나 어떤 사연을 가진 것들이었다.

16549482582117.jpg‘이 정도면 유명해야 정상이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그럼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 영감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인지 몰랐다. 이름조차 따로 표시되지 않는 인물이니 중요하거나 실력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 이것도 어떤 사연 같은 것이 있거나, 달성 조건을 맞추면 개방되는 형식일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은 고인물들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도 대장장이 NPC로서 이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고.

16549482600262.jpg“에잉!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게야!”

그리고 잠시 후, 이 대장간의 주인장이 밖으로 나왔다. 작업 중이라면 벽력탄이 터져도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는 이였지만 마침 쉬고 있었던 모양이다.

16549482582151.jpg“아, 죄송해요. 검이 너무 좋아서 그만…….”

16549482600262.jpg“흥! 그래도 검을 보는 눈은 있나 보군. 일단 자네 검부터 줘보게.”

16549482582151.jpg“예? 제 검을요?”

대뜸 차고 있는 검을 내놓으라 이야기하는 대장장이 영감의 말에 설영이 머뭇거리며 천화를 바라보자, 천화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감 역시 천화 쪽을 힐끗 쳐다보며 의식하는가 싶더니, 이내 설영이 내미는 검을 살피는 데 집중했다.

16549482600262.jpg“이건……?”

16549482582151.jpg“예? 무슨 문제라도?”

검을 받아 살피는 영감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 검에 자신이 알지 못하던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던 것일까? 무언가를 발견한 듯, 영감이 놀란 표정을 짓자 설영이 덩달아 긴장했다.

16549482600262.jpg“검을 이따위로 험하게 쓰다니, 자네 무인이 맞나?”

허나 다음 순간, 영감의 표정이 표독스러워졌다. 장인으로서, 검을 이 따위로 험하게 굴린 설영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설영의 혈마기는 일반 장검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칠었고, 그 검법 또한 무척이나 공격적이기에 검이 많이 상해있던 것이다.

16549482600262.jpg“가져가게. 그리고 내 가게에서 얼른 사라져! 자네 같은 이들에게 팔 검 따윈 없네!”

16549482582151.jpg“예? 그게 무슨…….”

검을 험하게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이런 상인을 만나본 적 없었기에 설영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검을 받아들고 머뭇거렸다. 진짜 나가야 하나? 저 좋은 검들을 그냥 두고? 가만히 눈을 껌벅거리며 설영이 돌아보자 천화가 쓴웃음을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16549482582117.jpg“제 것도 봐주시죠.”

이미 한번 돌아선 장인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천화는 고인물답게 그를 조련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16549482600262.jpg“누가 날 죽이라고 보냈나?”

16549482582117.jpg“예?”

16549482600262.jpg“그게 아니라면 어디서 그런 요검을 들이미는 겐가?”

16549482600262.jpg[이 영감탱이가 어디서 감히……!]

  역시나, 그는 혈마검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16549482582117.jpg‘가만히 있어봐.’

그 신랄한 비난에 혈마검도 은근히 혈마기를 끌어올리며 성질을 부렸지만, 천화의 말에 기운을 가라앉혔다.

16549482582117.jpg“장인이 검을 겁내는 겁니까?”

16549482600262.jpg“검 같지도 않은 망나니를 봐줄 생각이 없을 뿐이지.”

천화가 도발해보지만 영감의 태도는 확고했다. 혈마검을 알아보았다면 그것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일지도 유추할 수 있을 텐데도 완고한 태도를 고집했다.

16549482582117.jpg“그럼 뭐가 검입니까?”

16549482600262.jpg“뭣?”

16549482582117.jpg“사람 죽이려고 만든 것이 검이지. 그럼 뭐가 검이란 말입니다. 영감님은 관상용으로 검을 만드시는 겁니까? 그런 거면 확실히 여기 있을 필요 없겠네요. 저희는 써먹을 수 있는 검을 원하니까요.”

16549482600262.jpg“네놈…….”

그 말에 영감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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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애초에 검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목적이 그러하니까. 검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장인으로서 분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많은 피를 머금은 요검이기 때문에 고쳐주지 못하겠다? 우습기 그지없는 이야기였다. 또한 그것은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여기서 물러났다면, 설영은 물론 천화까지 그에게 말도 붙이지 못하게 됐겠지.

16549482582117.jpg‘물론 그것도 해결할 방법은 있지만.’

그러나 답을 알고 푸는 시험 문제 같은 것이었기에, 곧 영감의 눈빛이 누그러들었다.

16549482600262.jpg“좋아. 내놔봐.”

16549482582117.jpg“여기 있습니다.”

천화는 혈마검을 영감에게 넘기면서 간단히 주의를 주었다. 영감이 싫은 소리를 했다고 혈마검이 애먼 짓을 할까 해서였다.

16549482582117.jpg‘영기가 서린 검도 만들어낼 줄 아는 영감이니 문제야 없겠지만.’

허나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사 혈마검이 미친 짓을 한다 해도 수십 년간 장인으로서 검을 만들어온 그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몸을 다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심령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렇기에 믿고 검을 넘기자, 영감은 혈마검을 면밀히 살피더니 가볍게 혀를 찼다.

16549482600262.jpg“검의 성능을 믿고 막 굴려댔군. 음? 이건……!”

16549482582117.jpg“왜 그러십니까?”

16549482600262.jpg“엄청나게 강한 무언가와 부딪힌 흔적이 있군. 이 요검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혹시 그런 검과 부딪힌 적이 있나?”

16549482582117.jpg“크흠. 잘 모르겠는데요?”

혈마검을 제압할 당시 무명검으로 후려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기에 속이 뜨끔했지만, 천화는 짐짓 모르는 척을 했다. 무명검을 보이는 순간 이 영감의 눈이 돌아갈 것을 알지만, 그만큼 질척거릴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아주 피곤해질 테니까.

16549482600262.jpg“그런가? 하긴, 이 정도 검이라면 언젠가 그런 상대를 만나보았을 수도 있겠지. 만들어진 지도 아주 오래되었으니. 좋아, 고쳐주지.”

순간 영감의 아쉬운 빛이 눈을 스쳐갔지만 천화는 끝까지 잡아뗐다. 혈마검의 수리를 맡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6549482600262.jpg“하지만 이렇게 검을 함부로 다루는 이에게 내 검을 팔 생각은 없으니, 그렇게 알게.”

다만 자신의 검을 내어줄 수는 없다는 의지만은 여전히 확고했다.

16549482582117.jpg‘그래?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볼까?’

16549482600262.jpg“이 검은 내일 다시 찾으러 오게.”

16549482582117.jpg“잠시만요.”

혈마검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려는 영감을 천화가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소지품창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16549482600262.jpg“그, 그건?!”

운철. 언젠가 고불에게 받았던, 마의 힘을 분쇄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희귀한 금속을 그의 앞에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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