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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너, 나랑 사업 하나 같이하자 (3) (135/481)

<135화> 너, 나랑 사업 하나 같이하자 (3)2021.09.14.

16549484786476.jpg“여기 요리를 제법 잘하는군요.”

16549484786481.jpg“공짜밥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으헤헤헤.”

광산파가 꽁지 빠지게 도망친 후 천화와 설영, 금무성은 공짜로 방을 잡고 식사 대접을 받았다. 금무성이 평소의 반값으로 숙식비용을 치르도록 협상을 해왔지만, 천화 덕분에 은자 수십 냥을 단숨에 벌어들인 임봉곤이 감사의 의미로 숙식을 대접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돈을 벌게 해주기도 했지만,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 덕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 또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강호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청해왔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요리든 술이든 반값에 먹을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 물론 값을 계산해서 주문한 것이기도 하지만, 천화와 금무성은 그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꽤 푸짐하게 먹었다.

16549484786476.jpg“이렇게 좋은 형님과 누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간단한 관계와 호칭 정리도 끝냈다. 금무성과 임봉곤의 나이는 이제 막 약관에 이르렀기에 서로 벗이 되기로 하고, 천화와 설영에게는 형님과 누님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금무성의 넉살이 좋기도 했지만, 애초부터 그와 연을 맺을 생각이 있던 천화였기에 그들을 빠르게 가까워졌다.

16549484786481.jpg“거, 그만 적고 마시라니까!”

16549484786495.jpg“알겠습니다. 이것만 적고…….”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강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임봉곤은 성실하게 서책에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받아적었지만,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리 머리가 나쁜 인물은 아니다. 그저 순박하고 우직할 뿐, 아예 머리가 나빴다면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모습이 다들 싫지 않았고, 핀잔을 주면서도 함께 어울렸다.

16549484786481.jpg“무림대회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둘 다 꽤 서둘러서 도착했네?”

16549484786495.jpg“그게, 첫 외유이다 보니 길을 못 찾을까 염려되어서…….”

16549484786476.jpg“상가의 자식이니 얼른 가서 인맥이라도 쌓아보려 한 것이지요. 덕분에 이렇게 좋은 인연도 맺고 있지 않습니까?”

꽤 이르게 하남 인근까지 도착을 했다 했더니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임봉곤은 모범생처럼 길을 잘못 들 것을 염려하여 일찍 출발을 한 것이고, 금무성은 미리 도착해 여러 인연들을 맺기 위해 서두른 것이다.

16549484786481.jpg“요즘 상가에 떠오르는 신성인데, 우리보다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인물들과 어울리는 게 낫지 않아?”

그렇기에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다. 만금상단 정도 되는 곳의 소가주라면 사실 천화나 설영, 임봉곤보다 오히려 광산파 같은 문파와 인연을 맺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그렇기에 내심 금무성이 그들의 편을 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천화였기에 살짝 우회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16549484786476.jpg“에이, 그들이 저 같은 나부랭이와 말이나 섞어주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의 곁은 이미 거창한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겠죠. 상인의 기본은 적은 투자로 큰 이득을 보는 것이니, 이미 잔뜩 큰 인물들에게 투자하기보다는 가능성 높은 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16549484786481.jpg“아하, 그래서 우리 같은 작은 인물들과 함께하는 거다?”

16549484786476.jpg“이런, 말이 그렇게 됩니까?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다고 자부합니다. 분명 임제와 형님, 누님께서는 크게 이름을 떨치실 겁니다.”

듣기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천화는 기분 좋게 웃었다. 자신을 고평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보는 눈이 무신지로 때와 마찬가지로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녀석의 투자 성향도 다르지 않으니, 믿고 손을 잡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일 것 같았다. 무신지로에서는 제법 교류하던 고인물인 황금충이 있었지만 이곳에는 없으니까. 물론 천화 스스로가 상단을 세우고,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크게 키워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더불어 시간도 상당히 잡아먹는 일이기에 차라리 금무성을 지원하고 그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배신을 염려할 만큼 금무성이 신의 없는 인물도 아니었고, 그렇게 번 시간을 이용해 무공을 높여 이전의 무위를 하루 빨리 되찾는다면, 마교든 뭐든 몽땅 때려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야기를 나누며 천화 역시 금무성을 떠보았다. 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16549484786481.jpg“좋아. 너 나랑 사업하나 하자.”

16549484786476.jpg“예? 사업이요?”

슬쩍 꿍쳐두었던 사업 계획 하나를 그에게 털어놓았다.

16549484786476.jpg“이거 참……. 위험천만한 일이군요.”

그 계획을 모두 듣고난 금무성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천화가 제시한 사업 구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16549484786476.jpg“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위험한 만큼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에 금무성의 성향과도 잘 맞는 것이다.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늘 새기고 있는 그였지만, 손해를 각오하지 않고 안전한 투자만 하는 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16549484786481.jpg“좋아. 그럼 내일부터 바로 진행하는 거다?”

16549484786476.jpg“예. 형님. 좋습니다.”

16549484786495.jpg“어……. 저는 아직 아무 말도…….”

그 계획하에 들어있는 임봉곤은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지만, 거절은 거절 당했다. 촌뜨기와 다름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가 꼭 필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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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날 아침, 객잔 1층에 모인 네 사람은 어색함 없이 해장을 하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술 한 잔에 기대어 교분을 쌓을 경우, 높은 확률로 다음날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워낙에 붙임성이 좋은 금무성이 분위기를 주도한 덕분에 편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계획은 간단하다. 천화와 금무성이, 임봉곤과 설영이 한 조가 되어 어떤 일들을 동시에 벌이는 것이었다. 무림대회까지는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데다, 원래는 설영과 단둘이라도 진행을 하려 했던 일이었지만 마침 계획에 딱 맞는 둘을 발견했기에 써먹으려는 것이다. 그만큼 나눠먹어야 하겠지만, 더 쉽게 진행을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았다.

16549484786481.jpg“일단 우리는 호객부터 시작해볼까?”

16549484786476.jpg“예. 형님.”

계획에 대한 공유가 끝나자 천화와 금무성이 먼저 일어났다. 준비할 것들이 제법 있는 것이다.

16549484816384.jpg“이봐, 저기 봐바.”

16549484816384.jpg“저게 진짜인가? 잡기만 해도 비무대회 배첩을 주겠다고?”

16549484816384.jpg“참가비가 조금 비싸기는 한데, 해볼 만하지 않은가? 언제 시작하는 거지? 어떻게든 성공하기만 하면 팔자 피는 걸 텐데 말일세.”

천화와 금무성이 벌인 일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술래잡기. 일각이라는 시간 내에, 도전자들이 천화의 몸에 손을 대기만 하면 후기지수 비무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배첩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천화와 설영에게는 배첩이 없으니 금무성의 것을 걸었다. 금무성이 위험도가 크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만약 천화가 잡혀버리면 배첩이 날아가버릴 테니까. 배첩 하나가 금자 수십 냥을 호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커다란 피해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금무성은 기꺼이 제 것을 걸었다. 천화를 믿으니까. 정확히는 그를 알아본 자신의 눈을 믿으니까. 고작 어제 만난 사이에, 천화의 무공 실력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를 믿고 이런 투자를 한다는 것이 황당할 지경이었지만, 금무성은 자신의 감을 믿었다. 애초에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부터가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만약 배첩을 잃게 된다면 시세에 맞춰서 천화가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금무성이 짊어지는 부담은 작지 않았다. 이 황당한 내기가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만금상단의 이름으로 보증하는 것도 그였고, 배첩이라는 것이 시세가 널뛰기하는 물건인 만큼 자칫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6549484786476.jpg“시작은 반시진 후입니다. 선착순 마감이니 서둘러 접수하십시오!!”

그럼에도 금무성은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앞장서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만금상단의 이름으로 접수와 접수비를 받았고, 정확히 일백명의 이름을 문서에 적어넣었다. 일 대 백의 추격전. 게다가 상대는 그저 천화의 몸에 손만 대면 그만이고 천화는 이 율련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으니,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천화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잔뜩 여유를 부렸다. 가볍게 몸을 풀며 술래가 될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한 시진 후, 이미 이각이 되기 전에 전부 차버린 선착순 100명의 인원들을 뒤에 두고 천화가 출발선 위에 섰다.

16549484786476.jpg“설명 드린 것처럼 방법은 간단합니다. 제가 다섯을 세면 각자 출발하시면 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니 독과 암기의 사용은 제한합니다. 그 외에는 무슨 방법을 사용하시든 가장 먼저 저분의 몸에 손이 닿는 분이 승리하시는 겁니다. 그럼 이 배첩은 그분의 것이 되는 것이죠. 이곳 율령현을 벗어나지는 않을 테지만, 저분 역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달아날 것이니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16549484816384.jpg“알고 있으니까 얼른 시작하시오!”

시작에 앞서 마지막으로 금무성이 설명과 경고를 늘어놓았지만 제대로 듣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배첩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으니까. 천화가 신법에 자신이 있다 한들, 이곳에는 사람이라는 장애물이 많았다. 무림대회 때문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길을 막고 있어 제대로 신법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테고, 그렇다면 요령껏 그를 몰아세우기만 해도 무공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개중에는 후기지수 비무대회에 직접 참여하려는 무인도 있었지만, 배첩을 차지하려는 일반인이나 실력이 되지 않는 이류 수준의 무인들도 끼어있었다.

16549484786476.jpg“좋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술래 출발!”

타다닷-! 길게 끌 이유가 없었기에 신호를 주자 천화가 달리기 시작했다. 인파로 가득 찬 거리를 헤집고 달렸지만, 그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목에 붉은 띠를 매어 표시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천화를 처음 보는 이들이 제대로 분간해낼 수 있을 리 없으니까.

16549484786476.jpg“다섯! 넷! 셋! 둘! 하나! 출발하십시오!”

16549484830927.jpg“와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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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금무성이 정확히 다섯을 세었을 때, 대기하고 있던 백 명의 사내가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경신법에 자신이 있는 자들은 앞서 나갔고, 무공이 부족한 자들은 미리 짜둔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천화의 경신법이 뛰어나 저들에게 잡히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도주 경로를 예측하고 그리로 미리 이동하는 것이다. 길목을 지키고 몰아넣는다면 경신법의 차이를 메우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각자의 부푼 꿈과 작전을 가지고 사람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그 모습을 금무성이 불안하게 쳐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6549484786481.jpg‘잘들 따라오는군.’

그러나 정작 술래를 맡은 천화는 여유만만이었다. 이미 준비 시간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혀두기도 했고, 단숨에 자신을 따라잡을 만큼 뛰어난 경신법을 지닌 이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잡히지 않고 도망쳐야 하는 시간은 고작 일각에 불과하니, 이래서야 준비한 비장의 한 수를 꺼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16549484786481.jpg“응?”

마을의 끝에서 끝까지 달린 시간이 대충 반각. 그때까지 유의미한 거리에 들어온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방향 전환을 위해 몸을 돌린 천화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16549484786481.jpg“꼼수를 쓰는구만.”

참여자 백 명 이외에 다른 인원들이 천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수레를 쌓아놓고 서로 흥정을 보이는 듯싶지만 힐끔힐끔 돌아보는 시선이나, 서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제대로 된 거래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반시진 동안 접수를 받았더니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져온 모양이었다. 천화를 직접 잡아야 하는 것은 그들 백 명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막아서거나 방해하는 데 다른 이들을 동원하지 말라는 말은 없었으니 반칙은 아니다. 피식 그 얕은 수작에 천화가 웃었다.

16549484816384.jpg“저기 있다! 잡아라!”

16549484816384.jpg“좋았어! 막다른 길로 몰았다!!”

뒤에서 자신을 쫓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조금의 조급함도 없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늘에도 길은 있었으니까.

16549484786481.jpg“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16549484816384.jpg“헛?”

16549484816384.jpg“하늘을 날고 있다?!”

비영검, 비영사, 비영투의 합작품이었다. 지붕 위로 사뿐히 날아오른 천화는 내공을 이용해 비영검을 뻗어내고 잡아당기며, 신법을 사용할 때보다 더 빠르게 허공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닭 쫓던 개처럼 망연자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을 비웃듯, 유유히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 시각, 천화와 금무성이 마을 전체의 이목을 집중 시킨 사이 따로 움직이던 설영과 임봉곤에게도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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