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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도왕의 추천장 (1) (137/481)

<137화> 도왕의 추천장 (1)2021.09.19.

첫 사업을 벌인 후 약 3주. 네 사람이 하남성 인근의 마을들을 돌며 배첩을 경품으로 한 술래잡기를 하고, 임봉곤의 배첩을 노리는 놈들을 역으로 털어먹은 시간이었다. 덕분에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인 네 사람은, 무림대회를 사흘 남긴 시점이 되었을 때 비로소 숭산이 있는 등봉현에 도착했다. 슬슬 소문이 퍼졌는지 미끼를 무는 이들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 이상 기한에 근접해서 도착했다가는 무림대회를, 비무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에 치여 제대로 접수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16549485007998.jpg“그럼 세 시진 뒤에 여기에서 다시 보자고.”

16549485008003.jpg“예. 잘 다녀오십시오. 저는 얼른 방부터 잡아놓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등봉현에 들어서자마자 천화와 설영, 임봉곤은 일단 비무대회 접수를 위해 숭산을 올랐다. 원래대로라면 모두가 함께 산에 올라야 했지만, 금무성이 이곳에 오기 전 비무대회 참가를 포기했기에 먼저 마을로 가 방을 잡기로 한 것이다. 그 역시 배첩을 가지고 비무대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천화와 사업을 벌이며 생각이 바뀌었다. 상인이 비무대회에 참가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물론 무공을 자랑하고 이름을 높일 수도 있지만, 비무에서 누군가를 꺾는다는 것은 그만큼 원한을 쌓는 일이다. 만금상단의 이름을 높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만큼의 적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금무성은 제 몫의 배첩까지 팔아치우기로 결정했다. 이름을 날리기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이들과 인맥을 쌓는 쪽을 선택했다. 저 나이 대의 청년이라면 응당 호승심이 있고 명예욕이 있을 테니, 큰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욕심을 꺾을 수 있으니 큰 인물이 된 것이겠지. 심지어 그에게 배첩을 양도 받은 이들 중에는 잠재력이 있으나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값을 치르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천화가 그런 이들 중 몇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금무성은 제 안목과 천화를 믿고 그들에게 무상으로 배첩을 나눠주었다. 어지간한 담력과 강단으로는 할 수 없는 투자였다.

16549485007998.jpg“자, 그럼 서두르자고. 조금만 늦었다가는 한참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까.”

어쨌든 그가 방을 미리 잡아주겠다고 한 덕분에 천화와 설영, 임봉곤은 후기지수 비무대회 접수를 위해 지체 없이 숭산을 오를 수 있었다. 소림에서 무림대회 때까지 향화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벌써 많은 이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 중 실제 배첩을 가진 자가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칫하면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몇 시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기에 인파를 헤치고 서둘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흑우를 타고 이동하면 좋겠지만, 무당과 달리 소림은 탈 것을 이용한 입산을 허용하지 않을 터였기에 아쉽게도 이번까지는 흑우를 잠시 역소환하기로 했다.

16549485007998.jpg“어? 벌써 줄을 선다고?”

조금 더 산을 오르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설마 산 아래까지 줄을 선 것일까? 중원 전역에 배첩이 뿌려졌으니 그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은 맞지만, 인원이 분산되어 접수를 할 테니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줄을 선 이들에게 물으니 곧 의문이 해결되었다. 소림사 내부에서 접수를 받을 경우 올라오기도 힘들고 시간이 너무 지체되기 때문에, 소림에서 산문으로 오르는 중턱쯤에 접수처를 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구경꾼들도 많다 보니 내부가 너무 시끄러워질 것을 염려한 까닭인 듯싶었다. 굳이 접수만을 위해 그 높은 산을 오를 이유가 없어졌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천화와 설영, 임봉곤은 가장 뒤로 가서 줄을 섰고, 약 한 시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차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접수처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배첩을 받고 별호와 사문, 이름을 적어놓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배첩을 가짜로 만들어 푸는 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린 것이다.

16549485007998.jpg‘그나마 소란 피우는 놈들이 없어서 빠른 편인 거지.’

만약 소림이 아니었다면 가짜 배첩을 가져온 것으로 판명이 난 이들이나, 알량한 명성을 믿고 배첩 없이 등록하겠다고 소란 피우는 자들까지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감히 소림에 그런 행패를 부릴 만큼 간이 큰 자는 없었기에, 새치기를 하는 이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조금 다른 경우는 있었다.

16549485008021.jpg“뭐, 뭐야? 저 덩치는.”

16549485008021.jpg“어? 거력패룡 팽무혁이다!”

16549485008021.jpg“그럼 저 옆에 서생은…… 제갈무기?”

16549485008021.jpg“남궁창룡이랑 매화선녀, 설산빙화도 있잖아?”

16549485008021.jpg“그럼 그 옆은 무당신룡이랑 사천독룡이겠네?”

16549485008021.jpg“오룡이화!”

16549485008021.jpg“용화지회다! 저들이 함께 비무대회에 접수하러 왔구나!”

바로 영향력 있는 가문의 유명인사들의 출현이었다. 그들 역시 사문에서 받은 배첩을 이용해 비무대회에 등록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이미 사실상 출전이 확정된 인물들이지만 예외는 없다. 그들의 출전권은 좀 특별해서, 굳이 예선을 거치지 않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바로 본선에 올린다. 하지만 등록을 하는 절차까지는 직접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필 오늘, 이 시간이었다.

16549485007998.jpg“흠.”

16549485023539.jpg“그, 형님. 우리도 비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사삭- 그들의 등장과 함께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새치기를 하거나 끼워주지 않던 이들이 슬쩍 옆으로 비껴나며 그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따라하지 않으면 그들의 눈 밖에 날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주춤주춤 옆으로 비껴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16549485008021.jpg“어이구, 이러실 필요는 없는데…….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것을 용화지회의 인원들도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인사치레에 가까운 말을 건네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걸어나갔다. 이미 온갖 특혜에 익숙해져 살아온 이들인 만큼 마치 미리 맞춰놓은 듯한 움직임이었다.

16549485007998.jpg“우리가? 왜?”

서서히 다가오는 용화지회의 인원들. 하지만 천화는 다른 이들처럼 비켜서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뭐하러 저딴 놈들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버린단 말인가? 물론 이름도 얼굴도 유명한 이들이니 빠르게 접수 처리가 되겠지만, 천화는 굳이 그렇게 해줄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무신지로였다면 감히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칠 놈들이기도 했지만, 결국 비무대회에 출전한다면 겨루어야 할 상대이기도 했으니까.

16549485023539.jpg“하지만…….”

16549485007998.jpg“됐어. 신경 꺼. 급하면 어제 왔어야지.”

결국 임봉곤의 불안한 동동거림에도 천화는 귀를 후비며 제 자리를 지켰다. 용화지회의 인물들이 등 뒤로 다가올 때까지 모르는 척 앞을 바라보고 설 뿐이었다.

16549485008021.jpg“흠흠.”

16549485007998.jpg“…….”

16549485008021.jpg“흠흠!”

덕분에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들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러자 누군가 그들을 대신해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주었고, 일부는 뒤를 보라는 듯 천화에게 눈짓을 보냈다. 스윽

16549485007998.jpg“……?”

허나 슬쩍 뒤를 돌아본 천화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다시 앞을 살필 뿐이었다. 왜, 뭐.

16549485008021.jpg“저기, 무림초출이라 모르시는 모양인데, 뒤에 계신 분들은 용화지회의…….”

결국 참다못한 누군가가 아예 천화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16549485007998.jpg“알아.”

16549485008021.jpg“예?”

16549485007998.jpg“안다고. 근데, 뭐.”

16549485008021.jpg“아니, 그게…….”

천화가 이렇게 나오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혹여 시비라도 붙을까 노심초사해하는 이들도 있었고, 놀라움과 걱정이 반반 섞인 모습으로 천화를 염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이라고 기껏 먼저 선 자리를 비켜주고 싶어 비켰겠나. 똥이 더러워서 피한 거지. 때문에 천화가 화를 입을까 걱정되면서도 그 배짱이 부러운 것이다.

16549485037159.jpg“이거, 그때 그분이셨군요.”

그때, 남궁훈이 천화를 알아보았다. 일전에 용화지회가 열렸을 때 마주친 적 있고, 그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협행에 나갔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으니까. 그것이 그의 탓은 아니었지만, 워낙 개고생을 한 까닭에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은혜를 갚아주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그래서인지 어째 이를 가는 듯한 소리도 들렸지만, 기분 탓이겠지!

16549485007998.jpg“누구시더라?”

16549485037159.jpg“……남궁훈입니다. 전에 본 적이 있을 텐데요?”

16549485007998.jpg“그랬던 것도 같고? 근데 뭐요?”

천화도 그를 알아보았다. 아니,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용화지회가 있기 전부터 말이다. 하지만 짐짓 모르는 척을 하자 놈의 얼굴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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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의 후기지수들은, 특히 이놈들처럼 유명한 놈들은 세상 누구나 자신을 알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빠져 산다. 그런데 그것을 흔들어놓았으니 평상심이 깨진 것이다.

16549485037159.jpg“용화지회가 있을 때 같은 층에 계셨지요. 이제 기억 나십니까?”

16549485007998.jpg“용화지회? 아, 그 소모임? 근데 뭐요?”

무림의 미래를 짊어질 후기지수들의 모임인 용화지회를 한낮 소모임이라 칭하는 것에 다시 한 번 놈의 볼이 부들거렸지만, 잘도 참았다. 이곳은 소림의 앞마당이니까. 제 아무리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라도, 아니 장로급쯤 되더라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애써 눌러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16549485007998.jpg‘소모임 맞지 뭐. 전투력만 따진다면 중소방파급은 되겠지만, 그 정도 무력을 갖춘 곳이야 중원 천지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16549485037159.jpg“후우……. 그저 인사나 드리려고요. 덕분에 저희 모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아, 당매가 소협을 애가 타게 찾더군요.”

당매. 당소련을 이야기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오라버니인 사천독룡 당문악을 대신해 용화지회에 참석해 그들을 맞이했고, 은룡을 탐냈던 인물. 그녀 역시 그들을 따라 나섰다가 곤욕을 치른 것은 물론, 마음에 들어 하던 은룡이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바람에 분노를 했던 것이다. 필시 천화가 무언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런 당소련의 분노를 은근히 내비친 이유는 간단하다. 당가는 원한을 잊지 않으니까. 이 상황에서 직접 천화에게 위해나 위협을 가할 수는 없기에, 겁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당소련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이기도 했고.

16549485007998.jpg“하여간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니까!”

16549485037159.jpg“……뭣.”

허나 천화가 다른 식으로 받아치자 어이가 없었는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사이, 천화가 무심한 눈으로 다시 말을 내뱉었다.

16549485007998.jpg“인사 다했으면 뒤로 가서 줄이나 서시죠? 줄 서 있는 사람들 불편해하는 거 안 보입니까?”

그 말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가 흩어졌다. 괜히 눈을 마주쳤다가 찍히기라도 하면 곤란했기에 얼른 눈을 돌렸지만, 분위기가 한껏 어색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비키지 않는 천화의 뒤에 줄을 서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비키라고 하기도 어려웠으니까. 더구나 천화가 그들이 그저 인사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처럼 만들어버렸기에, 모르는 척 줄을 섰다간 새치기범이 되어버릴 판이었다.

16549485037159.jpg“……갑시다.”

결국, 용지회의 인물들은 다시 줄의 맨 끝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갑자기 바쁜 일이 생각난 척, 끝에 있던 몇몇 무인들이 자리를 뜨기는 했지만 천화와는 제법 떨어진 자리에 줄을 서게 되었다.

16549485008021.jpg“시주, 배첩을 주시고 별호와 사문,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16549485023539.jpg“예. 황산파에서 온 임봉곤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여 아직 별호는 없습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묘한 분위기 속에서 기다린 결과, 천화 일행이 접수할 차례가 되었다. 셋 중에 가장 먼저 접수를 한 것은 임봉곤.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쭈뼛거리며 배첩을 내민 그는 사문과 이름을 말하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한편에 마련된 시주함 때문이었다. 시주를 하는 것이 필수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만 내면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무인들이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나? 이는 소림에 대한 예의이자 무인들의 자존심 대결 같은 것이었으니까.

16549485007998.jpg‘땡중들이 돈독이 오른 거지 뭐.’

천화의 평가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이번 무림대회를 열며 전각을 증축하는 등 소림에서 꽤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로 인해 얻을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없어도 이득은 충분할 테니까. 일단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하남의 수많은 상인들이 큰돈을 벌 테고, 그들이 다시 소림에 수익의 일부를 가져다 바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무림대회를 개최하며 다시 한 번 무림의 태산북두임을 천명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이후 가질 수 있는 영향력 또한 막대할 터였다. 그런데 푼돈을 받겠다고 시주함까지 마련해놓다니. 천화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임봉곤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은자 한 냥을 집어넣었다. 지난 몇 주간 그들과 함께하며 큰돈을 벌었다지만, 이전에는 구리문만 잔뜩 짊어지고 다닐 정도로 궁핍하던 이였기에 큰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이미 만금상단을 통해 사문인 황산파에 보내기도 했고.

16549485008021.jpg“접수되셨습니다. 다음 시주는 이쪽으로 오시지요.”

16549485007998.jpg“배첩은 아니고, 이걸 봐주시기 바랍니다.”

16549485008021.jpg“추천장? 흠. 추천장의 경우, 추천자에 따라 반려될 수도 있음을 알아두십시오.”

다음 차례가 되고, 천화가 추천장을 건네자 접수를 받던 소림승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유일하게 이곳에서 말이 나오는 것이 이 추천장이었으니까. 이만한 인물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추천장을 받아왔지만 소림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반려당하는 이들이 제법 있던 것이다. 사실 이미 명성이 높은 이들에게는 배첩이 돌아갔고, 그것을 주면 될 일이기에 추천장을 통해 출전권을 획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실제 상당한 명성을 지닌 인물이라 하더라도, 배첩을 받고 추천장까지 써서 여러 인물을 참가시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로 거의 인정되지 않았으니까. 그 탓에 자신도 아닌 추천인의 이름과 별호를 들먹거리며 소란을 피우는 이가 아주 간혹 있었다.

16549485008021.jpg“별호와 사문, 성함을 말씀해주십시오.”

때문에 그는 추천장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일단 천화의 별호와 이름을 적을 준비를 했다. 확인이 끝나기도 전에 별호와 사문, 이름을 적어두는 것은 그 또한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6549485007998.jpg“별호는…… 악마음협. 사문은 없고, 이름은 천화입니다.”

이어 천화가 별호와 이름을 말하자 이맛살이 더욱 찌푸려진다. 들어본 적 없는 별호이기도 하거니와 악마라는 말이 붙은 별호라니, 소림에서 좋아하지 않을 이름인 것이다. 천화 역시 이왕이면 술래잡기를 통해 관련된 별호를 얻기를 희망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무공이 아닌 특수한 기물을 통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쉽게도 별호가 생성되지는 않아 어쩔 수 없었다.

16549485008021.jpg“이, 이건?!”

16549485008021.jpg“소협. 정말 추천인이 이분이 맞습니까?”

그때, 추천장을 확인하던 쪽에서 난리가 났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도왕의 추천장이라니? 그는 이미 몇 해 전부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인물이지 않던가? 거짓이라면 큰 문제가 생길 터였고, 진실이어도 엄청난 파장이 일 터였다.

16549485008021.jpg“사제, 누구의 추천장이길래……. 허어억?!”

사제의 호들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소림승도 기겁을 했다. 자세한 것은 확인을 해보아야겠지만, 이것이 진짜라면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16549485007998.jpg“맞습니다. 아, 그리고 이 친구도 같은 추천장을 받았는데, 혹시 둘이라서 안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요?”

16549485008021.jpg“이것이 진정이라면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만……. 저희의 견문이 짧아 여기서 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16549485007998.jpg“뭐, 그러죠.”

이 정도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기에, 천화는 설영의 추천서까지 그들에게 넘기고 한쪽으로 자리를 피했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산문으로 달려 올라가는 소림승이 답을 가지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16549485008021.jpg“문제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그 시간이 짧지 않았기에, 줄은 빠르게 줄어 용화지회의 인물들이 접수를 할 차례까지 다가왔다. 그들은 특수하게 처리가 된, 일반과 다른 배첩을 꺼내 내밀었고 접수는 금세 이루어졌다.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예선을 치르는 것이 옳으나, 서로 무공을 겨루며 교류하고 발전하기 위한 행사라는 핑계로 저 배첩을 가진 인물들만 따로 편성하여 1차 예선을 통과시키겠지. 그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는지 특권의식에 찌든 표정으로 천화를 쳐다보았다. 그나마 설산빙화는 무표정을 일관했고, 무당신룡은 꾸벅 목례를 하며 인사를 하긴 했지만 열외가 되어있는 천화를 보며 승자의 미소 같은 것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달려올라갔던 이와 함께 장년의 소림승이 내려왔다.

16549485008021.jpg“소협들이 이 추천장의 주인이십니까?”

16549485007998.jpg“예.”

16549485008021.jpg“방장께서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 함께 가시지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 뒤, 무림대회 준비 중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던 산문 너머로 그들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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