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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방해꾼들 (4) (154/481)

<154화> 방해꾼들 (4)2021.10.28.

나예린이 어떻게든 조율을 해보려 앞으로 나섰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녹림임을 주장했다.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16549487675193.jpg“……녹림의 영웅들이셨군요. 견문이 짧아 미처 이곳이 녹림 영웅들의 영역인 것을 몰랐습니다. 통행료를 드리면 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천화의 빈정거림이 영 불안불안하게 느껴졌지만 나예린은 꾹 참으며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녹림이라 칭한다면, 몇 푼 쥐여주고 해결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6549487675198.jpg“통행료라, 그거 좋지.”

애초에 녹림은 사파이나 정파와도 딱히 사이가 나쁘지 않은 정사지간의 존재와 같으니, 통행료를 내고 길을 양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녹림이라면 인룡단이 통행료를 지불하고 길을 양보받았다 해서 손가락질을 받을 리도 없으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16549487675198.jpg“거기 있는 화물들을 모두 내어놓는다면 얌전히 지나갈 수 있게 해주마.”

16549487675193.jpg“그런 억지를…….”

그러나 그런 제안이 통할 리 만무했다. 애초에 녹림도 아닌 자들이, 이만한 전력을 이끌고 녹림 행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작 돈 몇 푼을 뜯어내기 위함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 당연한 결과였지만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나예린과 일행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북해빙궁에 전달할 선물들을 모조리 내놓으라는 것은,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싸우다 죽었으면 죽었지,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돌아간다면 개인뿐 아니라 그들의 사문 전체에도 누가 될 테고, 나아가 정파 연합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테니까. 놈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일 터였다. 북해빙궁에 전달될 선물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탈취하고 인룡단의 임무를 방해했을 때 발생되는 여론의 형성이 그들을 약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이다.

16549487675244.jpg“하암, 상황극은 다 끝난 거지?”

16549487675198.jpg“뭣?”

16549487675244.jpg“어차피 서로 좋게 물러날 생각도 없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 다들 여기 좋은 거 하나씩 차고 있잖아?”

16549487675193.jpg“천화 님!”

귀를 후비며 나서는 천화에게 나예린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떨지 몰라도, 이대로 싸운다면 사절단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와 설영이 생각보다 강해서 저들을 모두 꺾는다 하더라도 이쪽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을 테니까. 이기더라도 그만한 피해를 입는다면 정파 연합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시작과 동시에 유명무실해질 수 있었다. 지무단이 차후 그들의 정체를 밝히고 복수를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인룡단은 별것 아니라는 소문이 돌 테고, 그렇게 되면 정파 연합의 3개 단 중 하나가 없는 셈이 될 테니까. 이후 명성을 쌓아 다시 어떻게든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16549487675244.jpg‘뭐, 윗대가리들도 어쩌면 그걸 노린 걸 수도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정파 연합의 수뇌부들도 같은 이유로 자신들을 따로 움직이게 한 것일지 몰랐다. 정파 연합에 대항할 자들이 없을 테니 단독으로 임무를 보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천화가 이전에도 예견했듯이 사파인들의 반발은 분명 있을 테고, 마교 역시 어떻게든 그들의 권위를 떨어뜨리려 할 테니까. 충분히 습격 가능성이 있음에도 다른 고수들을 함께 딸려 보내지 않은 것은 천화와 설영, 나예린의 무력을 믿기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그들이 실패한 이후,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 활약하며 이번 비무대회의 설욕을 할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도 분명이 존재할 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습격을 수뇌부가 부추긴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16549487675244.jpg‘뜻대로 되어줄 수는 없지.’

걱정 어린 나예린의 말에 가볍게 손을 저어 진정시킨 천화가 좀 더 앞으로 나섰다. 한데 뭉쳐 항전을 준비하는 일행들을 슬쩍 돌아보고는 흑우의 등 위에서 내려섰다.

16549487691139.jpg“걱정 마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16549487691145.jpg“공자님! 저도 돕겠어요!”

그와 동시에 설영과 세주연도 전투 준비를 했다. 이제 혈마화를 하지 않아도 절정 고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설영이야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세주연의 무력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 롱롱이의 무력은 어지간한 절정 고수도 묵사발을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저들이 돕는다면 정말 그들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 게다가 저 멀리에서 세주연을 지키기 위해 은밀히 뒤따르고 있는 남만야수궁의 고수들까지 합류시킨다면, 오히려 고수의 숫자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이쪽이 될 터였다.

16549487675244.jpg“아냐. 그냥 거기서 구경이나 해. 이번엔 내가 혼자 할게.”

16549487675198.jpg“놈, 명을 재촉하는 구나.”

하지만 천화는 다른 선택을 했다. 간만에 몸을 풀 기회였으니까. 어차피 앞으로의 상황에서 사절단이 자신의 말을 믿고 따르게 하려면 한 번쯤은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비무대회 때는 아무래도 너무 장난스러웠기에 그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상대 역시 자극을 받았다. 감히 자신들을 얕보는 저 어린놈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다짐하며 저마다 무기에 손을 얹었다.

16549487675244.jpg“저 친구들도…… 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 녀석이 알아서 해줄 거거든.”

16549487675198.jpg“응?”

16549487675198.jpg“그게 무슨…….”

하지만 천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흑우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저들과의 전투는 물론 아군의 보호까지. 어느 것 하나 그들에게 맡길 생각이 없는 것이다. 흑우라면 놈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해줄 테니까.

16549487675244.jpg“흑우야. 돌아!”

16549487691176.jpg“무우우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그 순간, 흑우가 한데 뭉쳐있는 아군 행렬의 주변으로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16549487675198.jpg“헉!”

16549487675198.jpg“저, 저게 뭐야?!”

방금 지나친 것 같은데 돌아보면 다시 들이받을 듯 들이닥치고 있는 무시무시한 속도에, 아군과 적군이 모두 당황했다. 만약 어설프게 저들에게 들이닥치려 했다가는 흑우에게 들이받혀 날아가버릴 것이 분명했다. 혹여 뿔에 찔리기라도 하면? 죽는다. 죽어버린다. 단박에 몸이 꿰뚫려 즉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 모습이 저절로 상상이 갔다.

16549487675244.jpg“내가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그러니까…….”

모두가 흑우의 박력 넘치는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때, 천화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았다. 무명검. 오랫동안 봉인해두고 있던 최강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16549487675244.jpg“가진 거 다 내놔. 뒈지기 싫으면.”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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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87675198.jpg“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뜻대로 해주마. 한 놈 정도는 죽어도 상관없겠지.”

그 말에 상대들도 살의를 불태웠다. 고작 후기지수 따위가 자신들에게 저 따위 망발을 내뱉다니? 아무리 정체를 숨겼다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자신의 별호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놈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말이다.

16549487675244.jpg‘변장은 개뿔. 파지법부터 다 티가 나는구만.’

물론 정체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의 착각이었지만. 천화는 이미 검을 쥔 모습만 보고도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 흑갈방(黑蝎幇). 찌르기에 특화된 초식을 펼치는 독특한 파지법을 지닌 흑도방파였기에, 검을 쥔 손 모양만으로도 정체가 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강호의 견문이 짧은 진짜 후기지수들이야 알기 어렵겠지만, 상대는 천화였다. 무신지로의 모든 무공을 알고 있는 유일한 고인물. 그렇기에 놈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16549487675244.jpg‘흑갈방이면 쓸 만하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단일 방파로서 정파의 어느 대문파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무력을 갖춘 것이 그들이었다.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산서 지방에서는 그 이름만으로 우는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할 수 있을 만큼 악명이 높기도 했고. 그런 만큼, 만약 사절단의 인원들이 놈들의 정체를 알았다면 미리부터 전의를 상실했을지도 모를 터였다.

16549487675198.jpg“나서지 마라! 놈은 내가 처리하겠다. 너희는 저 검은 소를 처리하고 뒤에 놈들을 정리해!”

16549487704807.jpg“예!”

하지만 놈들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앞에 선 것이 누구인지. 상대는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고 천화를 단신으로 처리하겠다고 소리치며 수하들을 넓게 펼쳤다. 사절단을 포위하고 공격을 지시했다.

16549487675244.jpg“슬슬 지루해지려고 하는데, 얼른 시작하지?”

16549487675198.jpg“그 세 치 혀를 언제까지 놀릴 수 있는지 보자.”

타앗! 상대는 망설이지 않고 공격에 나섰다.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가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쏘아지는 궁신탄영의 수법을 이용해 천화에게 짓쳐들었다.

16549487675244.jpg“파리 잡냐?”

퍼버버벙!! 이어 펼쳐진 쾌속의 찌르기가 허공을 찢어발겼다. 검끝에서 터져나오는 기운에 작은 폭발까지 일어났다. 허나 천화는 버드나무처럼 하늘거리는 움직임으로 가볍게 그것들을 피해냈다. 역근경을 통해 근골을 바꾸고 천무지체를 완성하며 몸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6549487675198.jpg“갈지파벽!”

자신의 쾌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할 만도 했지만 상대 역시 노련한 절정의 고수였다. 찌르기가 통하지 않자 그 순간 검로를 바꾸어 천화를 후려쳐갔다. 마치 둔기처럼 묵직하지만 걸리는 순간 짓이기듯 잘려나갈 것이 분명한 검강이 천화의 몸을 찢어발겼다.

16549487675244.jpg“신났구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였지만 천화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수일뿐이다. 전갈의 집게발과 꼬리가 변칙적으로 쏘아져오는 것 같은 상대의 초식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역으로 놈의 품을 파고들었다. 후웅!! 정확한 거리와 시간 계산으로 놈의 초식을 피해냈다.

16549487675244.jpg“전갈은.”

검강, 아니 검기까지도 필요 없다. 순수한 힘으로 초근거리에서 무명검을 휘둘렀다.

16549487675244.jpg“마디를 잘라버리면 그만이지.”

서걱

16549487675198.jpg“어……?”

한순간에 세 번의 칼질이 놈의 팔뚝에 새겨졌다. 동시에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이 풀린 상대가 시퍼런 검강까지 피워올리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검을 놓친다는 것은 검수의 수치. 허나 이번만은 어쩔 수 없었다. 힘을 전달해야 할 주요 힘줄들이 잘려나가고 말았으니까.

16549487675198.jpg“끄아아아악!!!”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녀석이 빠르게 뒤로 달아났지만 천화는 쫓지 않았다. 왼손으로 검을 쥔다 한들, 단련되지 않은 손으로 초식을 펼치면 위력과 정밀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사실상 전투력의 상실이었다. 검강을 펼칠 수 있을지 몰라도, 초식의 위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놈을 끝장내는 대신, 천화가 뒤쪽으로 슬쩍 시선을 옮기자 예상했던 대로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콰앙! 콰앙! 쾅! 쾅! 쾅!! 영물이라 해도 고작 소일뿐이다. 그렇게 얕보고 덤벼들었던 자들이 모조리 튕겨나가고 있었다. 흑우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고, 그 속도와 힘에서 나온 파괴력은 어지간한 검기 따위로는 버티지 못할 수준이었으니까. 검기를 사용하면 단번에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검이 부러졌고, 그 반동을 견디지 못한 팔이 꺾이고 부러졌다. 더불어 팔을 타고 전해진 충격에 몸까지 멀찍이 날아가 처박혀버렸다. 그것으로 끝. 극심한 충격에 일류 고수라 하는 이들마저 혼절해버렸고, 몇몇이 나가떨어진 이후에는 겁이 나서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16549487675244.jpg‘설사 뚫어내거나 피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끝이 아니지.’

개중 절정 고수라 하는 자들도 있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렇다 한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설영이 있었고, 롱롱이가 있었으니까. 당장 롱롱이가 작정하고 꼬리를 휘두른다면 그 파괴력은 결코 돌진하는 흑우에 뒤지지 않을 터였다. 파충류 특유의 비늘 덕분에 검강조차 박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았고.

16549487675244.jpg“날 계속 심심하게 둘 참인가? 안 오면 내가 가지!”

그렇게 묘한 대치가 이어지는 사이, 천화가 다시 움직였다. 적의 수장을 꺾었으니 사기가 떨어질 만도 하지만,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이번 임무가 중요하다 여기는 것인지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끝장을 보려는 것이다. 목표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또 한 명의 절정 고수. 그를 향해 호아파참을 휘두르자 상대 역시 천화를 무시하지 못하고 검을 마주쳤다. 콰앙!!! 검강과 검강이 부딪히며 폭음을 빚어냈다. 그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사절단을 포위하던 인물 중 몇이 빠르게 움직여 천화를 협공하기 시작했다.

16549487675244.jpg“하나가 아니라는 거군.”

공격이 가로막혔지만 천화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 던져본 미끼에 가까웠으니까. 검강을 피워올리고도 검날이 크게 상하자 화들짝 놀란 상대를 보며 천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복면인들을 지휘한 것은 흑갈방의 고수였지만, 이들이 모두 흑갈방의 소속은 아니었다. 최소 세 개 이상의 사파에서 고수들을 뽑아 만든 집단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서로 다른 무공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16549487675244.jpg‘정파 연합에 맞춰 사파 연합이라도 생긴다는 건가?’

서로의 탐욕과 견제가 상당해서 어지간한 일로 손을 잡지 않는 사파들이지만, 정파 연합의 창설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무림맹이 생겼을 때도 사도련이라는 사파 연맹이 생겨 대항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직은 그 연계가 대단한 수준까지는 아닌지 합을 맞춰본 것 같지는 않지만, 본신의 무위가 하나하나 대단하기에 함부로 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 천화가 아니었다면. 휘릭- 천화는 자신과 부딪힌 검을 튕겨내는 대신 흡자결을 이용해 따라붙었다. 그대로 손목을 이용해 빙글 원을 그렸고, 자신의 쪽으로 검을 당기며 놈을 끌어들였다.

16549487675198.jpg“큭?!”

순식간에 검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녀석은 검을 놓지 않은 채 장법을 펼쳤다. 장기라 할 수는 없지만 만만치 않은 공력을 머금은 일장이 천화의 가슴팍을 후려쳐갔다.

16549487675198.jpg“?!”

허나 천화는 미끄러지듯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등을 땅에 기대고 넘어지며 발을 차올려 뒤꿈치로 놈의 명치를 찼다. 이어 놈의 몸을 뒤로 넘겨버렸다. 유도에서 배대뒤치기라 부르는 기술. 그러나 평범하지는 않았다. 무형신보의 내력 방출법이 가미되었기에 포탄처럼 빠르게 녀석의 몸이 날아가버렸다.

16549487675198.jpg“머, 멈춰……!”

푸확! 갑작스레 날아든 몸뚱아리에, 천화의 배후를 노리던 놈들이 미처 검을 회수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급히 검을 틀어보지만 놈의 어깻죽지를 베어내었고, 놈들이 당황하는 사이 천화가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16549487675244.jpg“비뢰관철.”

이어 무명검에 사용한 흡자결을 탄자결로 바꾸며 놈의 손에서 떼어낸 검을 암기처럼 쏘아보냈다. 간신히 상처 입은 몸을 품 안에 받아들던 녀석까지 함께 꿰뚫어버렸다. 요혈은 피했으나 상처가 심해 당장 전투에 합류하는 것은 무리일 터였다.

16549487675198.jpg“물러나라! 우리가 상대하겠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 둘이 전투 불능에 빠진 상황.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머지 절정 고수 셋이 동시에 천화에게 짓쳐들었다. 일류 무인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며 빠르게 천화를 제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천화가 더 빨랐다. 그들이 제대로 합을 맞추기 전에 먼저 달려들었다. 심장을 가르려드는 검을 상체만 비스듬히 젖혀 피해내고 한 발 더 내딛었다. 놈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 어디서 변화를 일으켜올지가 훤히 보이니 자신 있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16549487675198.jpg“헛?”

가볍게 놈의 다리를 툭 차자 균형을 잃은 몸뚱아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천화의 손가락이 놈의 몸의 이곳저곳을 짚었다. 마혈을 점해 뻣뻣하게 몸을 굳혀놓고서 놈의 다리를 검병처럼 잡아들었다.

16549487675244.jpg“으히힛! 훨 윈드 나가신다!!”

다리부터 검끝까지를 하나의 병기처럼 휘두르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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