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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니네 무공 쩔더라 (2) (170/481)

<170화> 니네 무공 쩔더라 (2)2021.12.05.

설산파 장문인인 포태주는 사경을 헤매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음기가 급격히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맥의 흐름이 극도로 느려졌지만, 나름대로 음기공을 수련한 몸이고 마지막에 천화가 몇 개의 혈도를 뚫어주고 왔으니 아마 며칠 내로 깨어날 터였다. 하지만, 깨어난 뒤에도 이전처럼 문파를 휘어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예린을 설산파에 묶어두기 위해 작당하여 동생을 더 크게 앓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문도들의 신뢰를 일차적으로 잃었고, 다른 것도 아닌 장문령부를 팔아먹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다시 한 번 신뢰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야 나예린이 있으니까, 그녀가 벌어다주는 돈이 워낙 컸으니까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자금을 메우기 위해 다시 중원으로 나가야 할 테고, 한 명 가지고는 불가능할 테니 그게 자신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그리고 나예린이나 다른 중원에 나간 사형제들을 볼 때, 그 대우나 상황이 결코 좋지 않을 터였다. 포태주라면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제자들에게 무리를 요구할 테니까.

1654949006193.jpg‘얼마나 바닥까지 내려갈지 한번 보자고.’

그것만으로도 문파의 기틀이 흔들릴 만한 일이었지만, 천화는 돌아가는 길에 바야르에게 들러 한 가지 조치를 더했다. 호약파의 잔당들을 처리하고, 초원 전역에 흩어진 유목민들을 규합하는데 정신이 없는 그였지만, 천화의 이야기를 듣자 크게 노하며 설산파와의 어떠한 교류도 없을 것을 그 자리에서 선언했다. 파편화되어 생활하는 유목민들이지만, 그들조차 서로를 팔아먹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 더구나 그들을 거치지 않더라도 북해와 이어지는 길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덕분에 이제 북해뿐 아니라 초원으로 진출하여 설산파가 무언가를 챙기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경계에 위치한 그들이 양쪽에서 배척을 당하니, 다시 예전의 궁핍한 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고 북해로 떠난 나예린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부터가 그들 전부보다 강했고, 썩 좋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저 한 팔 거든 정도였긴 하지만 북해의 큰 근심거리를 없애는 데 일조한 그녀였기에, 만약 무슨 짓을 하려 들었다가는 북해빙궁의 분노를 마주하게 될 터였다.

16549490061935.jpg“아……! 중원이다!!”

몽고 초원과 북해가 그렇게 요동치는 사이, 사절단은 다시 중원으로 들어섰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산서성을 통해 하남으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바야르가 이동을 한 데다 혹여 떠날 때처럼 누군가의 매복이나 습격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경로를 조금 바꾸었다. 하북. 산서성을 거칠 때보다는 약간 더 돌아가는 느낌이 있었지만 안전으로 따진다면 이쪽에 더 나을 터였다. 이렇다 할 정파 계열의 대문파가 없던 산서성과 달리, 하북에는 팽가가 있고 개방이 있으니까. 이름에서부터 자신 있게 지역의 패자임을 드러내는 하북팽가는 지난 비무대회에서 설영에게 패배해 망신을 당하기는 했어도 꾸준히 오대세가에 들 정도의 강자였고, 천하에 가장 많은 방도를 가지고 있다 일컬어지는 개방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그중에서 유의미한 무공 실력을 지닌 이들은 극히 드물었지만, 구걸을 하며 얻는 정보들 또한 그들의 힘이었으니 사방에 눈과 귀가 깔린 상황에서 누군가 허튼 짓거리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16549490061938.jpg“또 노숙이라고?”

1654949006193.jpg“아직 임무가 끝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천화는 하북에 들어서서도 노숙을 고집했다. 이미 하북이라는 큰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서도 무엇이 걱정인가 싶었지만 따를 수밖에. 천화는 이미 백연 대사에게 전권을 위임 받았고,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절단은 불만이 넘쳤지만, 천화의 의중을 알 수 없었지만,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큰 힘과 배경을 지닌 나예린은 모종의 임무를 받고 다시 북해로 이동했고, 언중걸은 세주연에게 기선제압을 당한 이후 제대로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16549490061938.jpg“너, 솔직히 말해.”

1654949006193.jpg“응? 뭘?”

16549490061938.jpg“활동비 얼마 남았어? 이거 다 돈 아끼려고 그러는 거지?”

1654949006193.jpg“그건 영업 비밀인걸~?”

어쩌면 한 명쯤은 그 의도를 알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 역시 통하지 않았다. 인룡단이라면, 사절단의 신분이라면 하북팽가에서 잠시 쉬어간다든가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사절단은 노숙을 반복하며 숭산을 향해 나아갔다. 이쯤되자 사절단의 후기지수들도 차라리 빨리 숭산에 도착하여 임무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스르륵- 반복된 노숙으로 지친 인원들의 틈으로 한 검은 인영이 뱀처럼 움직였다. 밤이슬을 피하기 위해 설치된 천막들 사이를 소리 없이 누비며 연신 주위를 살폈지만, 누구도 그의 기척을 알아차리거나 깨어나는 이는 없었다. 식사에 미혼약을 뿌렸으니까.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수면을 유도할 뿐, 몸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 특수한 약물이기에 누구도 자신이 약을 먹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지. 특히나 그가 뿌린 것은 절정 고수라 하더라도 방심하고 섭취했다가는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강력한 특제 미혼약이었고, 대상은 미혼약과 함께 술까지 퍼마신 뒤 잠이 든 상태였기에 실패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조심성을 유지한 그는 천막 중 하나로 은밀히 잠입했다. 대상은 물론, 그의 곁을 지키는 영물들 또한 잠이 들었음을 확인하고 아주 조심스레 천막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16549490061935.jpg‘없다.’

숨 죽여 천막 안을 뒤지기를 약 일각여. 허나 그는 자신이 노리던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16549490061935.jpg‘설마…….’

이렇게 되면 답은 하나다. 자신이 찾는 것이 그의 품 안에 있다는 것. 서신이라고 해봤자 그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을 테고, 임무 완수를 알리는 중요한 물건이니 잠을 잘 때도 품고 자는 것이 옳다. 꿀꺽 침을 삼킨 그는 조심스레 대상의 곁으로 다가갔다. 미혼약에 취해 골아떨어졌겠지만, 혹여나 깰까 두려워하며 조심스레 품을 뒤졌다.

1654949006193.jpg“남자에게 만져지는 취미는 없는데.”

16549490061935.jpg“!!”

덥석 그 순간, 꿈속을 헤매고 있어야 할 대상이 번쩍 눈을 떴다. 붙잡힌 손목은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다른 손으로 일장을 내질러보지만, 상대는 천화였다. 그대로 붙잡은 손에 올라타버린 천화는 상대의 일장을 피해냄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지렛대 삼아 팔을 당겼다.

16549490061935.jpg“악!”

뚜둑! 깔끔한 소리와 함께 놈의 팔이 덜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팔이 부러진 것이다. 그래도 꽤 훈련을 받은 놈인지, 다시 한 번 장법을 펼쳐 천화를 떨어뜨려냈지만 막을 수 없어 피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놈이 달아날 방법이 없었기에 여유를 부린 것에 불과했다.

1654949006193.jpg“왜 안 나서나 했다.”

사실 처음부터 사절단 내부에 간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를 직접 공격할 만큼 무위가 뛰어나지 않기에, 언제 움직이는지 지켜보기 위해 가만히 둔 것에 불과했다.

1654949006193.jpg“이걸 찾나?”

천화가 소지품창에서 북해빙궁주의 서신을 꺼내 팔락거렸다. 이것을 없앤다면 임무가 성공했더라도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북해빙궁에서 그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지만, 정작 이 서신이 없다면 실패로 몰아가고 얼마든지 폄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후에 다시 서신을 받는다 한들, 그들의 공이 아니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서신을 없애거나 빼돌려 공을 과로 만들 생각이었겠지만 어림도 없다. 소지품창에 보관한다면 알몸 수색을 한다 한들 발견할 수 없을 테니까.

16549490077532.jpg“삐익!”

여유로운 천화의 태도에 상대가 작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팔이 덜렁거리는 이상, 정상적인 싸움을 벌이는 건 무리였으니까. 아니, 애초에 무공으로 붙을 생각도 없었다. 천화가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자신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특기는 무공이 아니었다.

16549490077537.jpg“샤하아아-!”

스스스슷- 그러자 천막의 바깥에서 무언가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맹독을 품은 독사들. 물리거나 독액에 닿기만 하더라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맹독을 지닌 녀석들이 십수 마리가 동시에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16549490061935.jpg“그냥 모르는 척 잠들어 있었다면 목숨은 부지했을 것을.”

그들의 등장에 힘을 얻은 상대가 천화를 향해 쏘아붙였다. 천화의 무공이 강하다 한들, 이 좁은 공간에서 자신이 부리는 독사들을 버텨내지는 못할 거라 여긴 것이다. 딱 한 번만 물리면 끝장이니까. 개활지에서라면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독사들이 그를 포위한 형국이었으니 도주조차 불가했다.

1654949006193.jpg“흠, 저번에도 생각한 거지만 말이야.”

16549490061935.jpg“……?”

허나 천화는 여유만만이었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독사들을 보고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볼만 긁적거릴 뿐이었다.

1654949006193.jpg“신수 앞에서는 당문도 별거 없구나.”

16549490061935.jpg“!!”

사천당문. 천화가 오대세가의 일원인 그 이름을 이야기하자 상대의 눈동자가 순간 일렁거렸다. 동요하는 것이다. 당문의 소속이라는 것을 들킬 만한 단서는 전혀 없었을 텐데?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아닌 척해 보려 했지만, 다음 순간 그를 당황케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6549490077537.jpg“쉬이이잇-!”

16549490061935.jpg“저쪽! 저쪽이다! 삐이이익!!”

자신이 천막 안으로 불러들인 독사들이 일제히 방향을 돌려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다가오는 정도가 아니라 언제라도 공격할 듯 이빨을 드러내며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제 대체 어찌된 일일까? 비록 해독제를 가지고 있다지만, 이만한 숫자에 동시에 물린다면 해독제의 효과가 돌 새도 없이 죽어버릴 터였다.

16549490092014.jpg“쀼웃!”

그때, 앙증맞은 울음소리와 함께 은색의 뱀 한 마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녀석이 소리를 낼 때마다 움찔움찔 독사들의 몸이 떨려왔다. 영물급의 독사들이라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은룡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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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90092023.jpg“공자님, 이제 들어가도 되나요?”

그뿐이 아니었다. 모두가 잠든 줄만 알았는데, 두 여인과 두 영물이 멀쩡한 모습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주연과 설영. 흑우와 롱롱이. 혈마신공을 익힌 설영에게는 미혼약이 듣지 않았고, 세주연은 롱롱이의 제지로 미혼약이 든 밥을 먹지 않은 것이다. 특히나 흑우와 롱롱이는 뭔가를 먹고 있는 듯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는데, 삐져나온 꼬리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했다. 부르르르- 독사들이 두려운 듯 힐끔 녀석들을 쳐다보며 몸을 떠는 이유가 있었다.

16549490092027.jpg“무히힝~.”

톡 쏘는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독사 한 마리를 질겅질겅 씹어삼키며 흑우가 기분 좋게 울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놈의 두 눈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무공으로는 턱도 없고, 믿었던 독사들마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다니? 역으로 자신을 노리다니? 더는 방법이 없었다. 그 순간, 놈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천화는 그 눈이 어떤 의미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죽음을 각오한 자의 눈.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놈에게 달려들었다. 혈도를 점해 자결하는 것을 막으려 들었다. 콰득! 재빠른 대처였지만 놈이 조금 더 빨랐다. 어금니 사이에 끼워둔 독단을 깨물었고, 한순간에 전신으로 독이 퍼져나갔다. 죽음이 눈앞에 드리웠다.

1654949006193.jpg“은룡!”

콰악! 은룡이 놈의 허벅지를 깨물지 않았다면 말이다.

16549490061935.jpg“크으윽?!”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운데 시원했다. 독단을 깨무는 순간 1초도 되지 않아 전신에 독이 퍼지고 거품을 물며 쓰러져야 했을 텐데 2초, 3초가 지나도 정신이 또렷했다. 독이 퍼지는 속도보다 은룡이 주입한 정화의 힘이 퍼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1654949006193.jpg“갈 때 가더라도 허락은 맡아야지?”

덕분에 강제로 명줄이 붙들린 녀석의 마혈을 점해버리며 천화가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놈이 자결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갈 때 가더라도 필요한 정보는 내놓아야 했으니까.

1654949006193.jpg“자, 지금부터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할 건데. 넌 아마 대답하지 않겠지? 그래. 그럴 거야.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결까지 택했는데 몇 대 얻어맞는다고 술술 불 리가 없지. 안 그래? 이거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네. 그래도 서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이어 놈의 심정의 변화가 어떻든 말을 할 수 없게 아혈까지 점해버린 뒤, 심문을 아니 일방적인 구타를 시작했다. 독사를 부려 사람을 죽이려고까지 했으면 그만한 각오는 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 올 때쯤 천화는 사절단이 있는 곳을 벗어나 어딘가에 도착해 있었다. 자그마한 굴다리 밑. 낮에도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그곳에는 거적때기를 두르고 곤히 잠든 수십 명의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1654949006193.jpg“야, 일어나.”

16549490061935.jpg“으흐흠? 어떤 놈이 감히……!”

1654949006193.jpg“형이다, 이 새끼야.”

빠악!!! 그중에서도 나름 상석에 누워있던 거지 하나가 성질을 부리며 몸을 일으키다가 정수리가 쪼개지는 통증과 함께 다시 뒤로 넘어갔다. 거꾸러지는 놈의 허리춤에 세 개의 매듭이 드러났지만 천화는 개의치 않았다. 삼결개. 구파일방의 한자리를 차지한 거지집단, 개방의 분타주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지금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던가?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저 빌어먹을 당문 놈들과 한통속이 되어 도적질, 강도질을 하려 한 이놈들을 봐줘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16549490061935.jpg“웬 놈이냐!!”

시원한 격타음과 함께 잠들어 있던 거지들이 모두 깨어났다. 은잠무영보를 펼친 까닭에 접근하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누군가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대응하지 못한다면 개방 분타라는 이름을 떼어버려야지. 그렇기에 놈들은 재빨리 천화를 둘러싸고 포위했지만, 천화는 그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무명검을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분타주의 머리통을 까버렸다.

1654949006193.jpg“니들이, 거지지, 강도냐? 어? 도적이야? 상인이야?”

퍽! 퍽! 퍽! 퍽!!

16549490061935.jpg“멈춰라!!”

평소 행실이 개같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두들겨 맞는 분타주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개방의 거지들이 하나의 진형을 이루며 천화를 압박했다. 분타주의 목숨이 위험했기에 즉각적인 공격은 하지 못했지만 기세를 피워올리며 천화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1654949006193.jpg“얼씨구? 타구진?”

타구진. 그것은 개방이 자랑하는 타구진이었다. 대상을 몰아넣고 개 패듯이 돌아가며 두들겨 팬다는, 다소 투박하지만 위력적인 진법이다. 이미 개방의 최정예들이 펼치는 타구진을 경험해본 천화에게는 우스운 잡기에 불과했지만.

1654949006193.jpg“형이 화가 많이 났다. 딱 3초 준다. 그사이에 대가리 박는 놈들은 봐주마. 만약 시간이 지났는데 대가리 안 심은 놈들은 그냥 존나 맞는 거다.”

1654949006193.jpg“하나…….”

16549490061935.jpg“무슨 개소리를……!”

분타주를 저항도 할 수 없게 두들겨 팬 천화의 스산한 음성에 움찔거렸지만, 명색이 개방의 방도들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최소 이류에서 일류 수준은 되었기에 굴하지 않고 타구진을 유지했다.

1654949006193.jpg“둘…….”

오히려 각자가 든 타구봉으로 바닥을 두들기며 진세를 강화시켰다. 타령과 함께 타구봉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일종의 음공을 일으키는 것이 타구진의 특징이었으니까.

1654949006193.jpg“셋. 꼭 이 거지새끼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놈들을 향해 천화가 몸을 돌렸다. 무명검 대신 분타주가 가지고 있던 타구봉을 빼앗아 든 뒤, 내공을 불어넣었다.

1654949006193.jpg“이것도 오랜만이네.”

타구진? 타구봉법? 그거 꽤 괜찮지. 개방의 타구봉법이라면 무신지로에서 천화도 재미있어 하던 무공이었다. 그만큼 연구도 되었고, 그것에서 파생된 새로운 봉법까지 만들어낼 정도였으니까. 삼복구타봉법. 그것이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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