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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나, 안 해! (1) (172/481)

<172화> 나, 안 해! (1)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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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의 거지들과 한바탕 드잡이질을 벌인 천화가 사절단의 행렬로 돌아온 것은, 막 그들이 식사 준비를 마쳤을 때쯤이었다. 식사 후 바로 이동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딱 제때에 맞춰온 것이다. 몸풀기 정도이긴 했지만 힘을 썼으니 배도 조금 고팠기에 얼른 합류하여 배를 채운 뒤, 다시 숭산을 향해 그들을 이끌었다. 중소문파의 후기지수로 위장하여 임무를 실패로 만들려던 당문의 간자는? 세외에 나갔다온 영향으로 뒤늦게 병이 생겼다는 명목으로 천을 둘둘 감고 있었기에, 잔뜩 얻어맞은 티가 나지 않았다. 애초에 표시가 나도록 패지도 않았고, 마침 차가운 계절이었기에 중원에 들어와서도 두툼한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 것 역시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16549490324222.jpg‘이제는 자결을 시도하는 게 더 손해니까.’

그럼에도 간자임이 드러난 놈을 그냥 풀어두는 것은 의아한 일이었지만,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기도 했다. 한때 자결까지 하려했던 자이니, 혈도를 점해 제압하고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당문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이미 독단을 이용한 자살은 불발로 돌아간 까닭에, 놈도 천화의 제안을 받아들인 상태이기도 했다. 독단을 깨물어도 살려내는 마당에 혀를 깨문다 한들, 검으로 자해를 한다 한들 죽을 수 있다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자신을 해독시킨 이상한 뱀도 문제였지만, 천화의 의술이 경지에 이르렀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로 인해 자신의 실패가 드러난다면 가족들마저 위험해진다. 당문은 그런 곳이니까. 직계가 아닌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 가문에 피해가 올 것 같으면 가차 없이 꼬리를 잘라내는 곳. 그런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천화에게 협조하는 것이다. 아예 실패를 하고, 천화에게 발각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꼬리자르기를 당하겠지만, 적어도 발각되지 않은 것으로 한다면 약간의 불이익을 받는 정도로 끝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모종의 협상을 마쳤기에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사절단은 다시 숭산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미 정파의 영역 한복판으로 들어섰기 때문인지 습격 따위를 해오는 이들도 없었다.

16549490324226.jpg“뭐? 이미 사라졌다고?”

16549490324222.jpg“그래. 일부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이미 사라졌다는군.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을 볼 때 그들 역시 습격을 받은 것 같다고 하는데…….”

그사이 천화와 설영, 세주연은 새로운 정보를 나누었다. 꽤나 말이 많았던 춘삼에게 얻은 그간 중원의 변화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역시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천화가 추가연에게 넌지시 찔러준 암호 해독법으로 마교의 꼬리를 잡은 지무단의 인원들은, 약속한 날짜에 맞춰 이동하는 몇몇의 무리를 잡아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집결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격렬한 전투의 흔적까지 있는 것이, 누군가 먼저 그곳을 습격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시신이 남아있지도, 아이들이 돌아오지도 않았기에 영문을 몰라 하는 중이라고.

16549490324222.jpg‘마교가 승리하긴 한 건가?’

그쯤 되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그 싸움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마교가 정말 승리하고 먼저 아이들을 데려간 것일까? 자신들의 계획이 발각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보는 것이 옳겠지만, 이상한 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왕 그렇게 된 것, 나머지 아이들까지 기다렸다가 데리고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을 습격한 것은 누구였을까?

16549490324222.jpg‘정파인들은 아니야.’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그 밖의 대문파가 한 짓이라면 당연히 생색을 냈을 것이다. 전멸을 해서 계획을 망쳤더라도 전력에 큰 누수가 생겼을 테니 티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이외의 누군가가 습격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만한 전력을 지녔다면 이미 대문파라 불러 마땅한 수준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정파인들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고, 사파인들의 짓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게 피해를 감수해가며 아이들을 구할 만큼 의협심이 뛰어난 이들도 아니고, 오히려 여차하면 제1차 정사대전 때처럼 마교 쪽에 붙어버릴 수도 있는 놈들이니까.

16549490324222.jpg‘그렇다면 제3의 세력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정도 사도 아닌 제3의 세력밖에는 없다. 마교 내부의 파벌 싸움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천화가 알기로 현 마교는 교주인 천마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상태였다. 각 대나 각 따위의 집단끼리 은연 중 경쟁을 할 수도 있지만, 대업을 그르칠 수 있는 행위를 한다? 그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6549490324222.jpg‘세외사궁 말고는 없는데?’

그런 것들을 따졌을 때 가장 유력한 것은 세외사궁뿐이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마교의 정예를 격퇴할 수도 있으리라. 일단 그중에서도 둘은 제외.

16549490324222.jpg‘야수궁이랑 빙궁은 아니고……. 혹시 이 미친놈들이?’

그렇다면 나머지 둘 중 하나일 텐데 그렇다면 하나 의심이 가는 놈들이 있었다. 포달랍궁. 무파이기도 하지만 주술적인 색체가 강한 그들이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았으니까. 일반인들은 물론, 무인들까지 납치하여 생체실험을 벌이는 족속들이 그들이 아닌가? 어쩌면 마교가 모아온 아이들을 빼돌려 자신들이 써먹으려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16549490324222.jpg‘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으니…….’

게다가 백연 대사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최근 어떤 어려움에 처한 상태라고 하지 않던가? 천화가 알기로 이 시기에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일이라면 딱 하나였다.

16549490324222.jpg‘전쟁으로 소모된 병력을 충당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군.’

마라혈궁과의 전쟁. 그들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마라혈궁의 세가 성장하면서 그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세외사궁이라 불릴 만큼 포달랍궁의 힘은 강력하지만, 마라혈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 증거로 그들의 전쟁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고, 결국 포달랍궁이 승리를 하고도 완전히 그들을 뿌리뽑지 못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니까. 그것을 알기에 천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 포달랍궁에서 아이들을 데려간 것이라면, 아이들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그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16549490324222.jpg‘그놈들에 비해 대막태양궁은 양반이지.’

천화는 마저 나머지 세외사궁의 한자리를 차지한 대막태양궁을 떠올려보았지만, 그들은 확실히 아니었다. 대막이라는 특성상 사람이 귀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그 정도의 쓰레기는 아닌 것이다. 뻑하면 ‘태양 만세!’를 외치며 이상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나쁜 놈들은 아니었으니까.

16549490324222.jpg‘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이들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포달랍궁과 마교의 사이도 틀어졌을 테니까.’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이번 일을 마교에서 인지하면 포달랍궁과 마교의 사이가 틀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의 안전은 이미 담보할 수 없게 되었지만, 포달랍궁이라면 충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교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놈들이기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천화는 다음에 들르는 마을에서 즉시 홀로 떨어져 나왔다. 하오문의 지부를 찾아 그들을 이용하려 했다.

16549490343412.jpg“죄송하지만 그분은 더 이상 지부장을 맡고 계시지 않습니다.”

16549490324222.jpg“예?”

16549490343412.jpg“흐음, 천화 님께는 전달해도 좋다는 언질이 있었으니 말씀드리겠지만, 아직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라 외부에 발설은 하지 말아주시면 좋겠군요.”

16549490324222.jpg“물론입니다.”

16549490343412.jpg“그분은 현재 문주님의 제자가 되셔서 수행 중이십니다.”

16549490324222.jpg“아.”

상대가 포달랍궁이라면 개방보다 하오문이 낫다. 거지들이 어디에나 있다고는 하지만, 뭐 주워먹을 것이 있다고 사막까지 가서 구걸을 하겠나? 그들이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주목을 받을 터였기에, 이번 일의 경우 하오문이 더 나을 터였다. 그래서 추가연에게 대막 쪽에 대한 정보를 주고, 또 얻어보려고 한 것인데 지부장의 대답은 다소 의외의 것이었다. 추가연이 벌써 하오문주의 제자가 되었다니. 하오문주의 제자가 한둘이 아니니 그저 여럿 중에 하나가 된 것일 뿐이지만, 그 자체가 상징하는 바가 작지 않았다. 벌써 그의 눈에 들었다는 것은 천화로서도 꽤나 놀라운 사실이었다.

16549490343412.jpg“그래서 원래는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이기는 합니다만, 천화님에게만은 이야기를 전하고, 또 전달 받는 이야기가 있으면 특급으로 분류하여 전달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16549490324222.jpg“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이걸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연락이 두절될 뻔했지만, 다행히 미리 추가연이 예외조항을 걸어둔 모양이었다. 하오문주의 제자가 되어 수행하는 도중에는 잠시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오문주의 눈에 들 정도라면 특수한 소식통 등이 있다는 소리였기에, 그것마저 차단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오문주쯤 된다면 무공도 고강하지만, 역시 하오문의 힘은 정보에서 나오니까. 그런 소식통과의 연결을 끊어버린다면 자칫 수행이 끝나고도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특정한 몇몇을 지정하여 그들과의 연락만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 대상으로 추가연은 천화를 지목한 것이고. 추가연의 경우, 공을 세운 대부분의 일에서 천화의 도움이 컸기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간혹 그 공적이 모두 제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천화는 역시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절단 임무에서 있었던 일들, 마교의 지부를 습격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추가로 자신이 앞으로 벌일 일들에 대한 정보를 일부 담아낸 서신을 전한 뒤 일단 하오문 지부를 빠져나왔다.

16549490324222.jpg‘일이 꽤 급박하게 돌아가는군.’

전부 자신에게서 비롯된 변화이긴 했지만. 천화는 가만히 천하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과 변화된 것들을 비교하고 앞으로의 변화까지 예측했다.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빨랐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굳이 다시 10년의 세월을 거쳐 중요 분기 임무들을 모두 해결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대로면 5년, 아니 정말 3년 안에도 모든 일이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지나온 시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16549490343412.jpg“숭산이다!”

16549490343412.jpg“아아, 드디어 이 노숙 생활도 끝이다!”

그렇게 다시 며칠을 이동하자 몇몇을 제외하고 꿈에 그리던 숭산이 눈앞에 들어왔다. 소림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고, 이대로 보고만 하면 도망치듯 이곳을 떠날 수 있을 터였다. 다음 임무? 자신들과 같은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지만, 적어도 이번 임무보다는 훨씬 낫겠지. 만약 다시 천화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도망치고 말겠다는 굳은 결의가 모두의 눈에 생겨났다.

16549490324222.jpg“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저는 보고를 하고 오죠.”

마지막으로 산문까지 넘어서자 모두가 안도하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허나 천화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연 대사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설영, 세주연과 함께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당당하게 흑우와 롱롱이, 은룡이도 함께였다.

16549490358332.jpg“들어오시게.”

그들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미리 받은 것일까? 문 앞에 서자 백연 대사가 먼저 말을 건넸다.

16549490343412.jpg“로옹…….”

16549490358341.jpg“롱롱아, 왜 그래?”

그때, 롱롱이가 돌연 세주연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물어 당기며 도리질을 쳤다.

16549490358345.jpg“뭐하느냐! 얼른 들어오지 않고!”

16549490358341.jpg“히익?”

안에서 백연 대사의 것이 아닌, 걸걸한 목소리가 들린 것도 동시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짐작한 세주연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대로 달아나지는 못했다. 도망을 쳐봤자 결과는 뻔했으니까.

16549490358341.jpg“히잉…….”

드르륵-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얼굴을 하고서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엄한 표정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세주안을 마주했다.

16549490358345.jpg“너 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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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전각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호통이 들려왔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의 세주안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아무래도 사절단의 복귀 소식을 듣고 시간을 맞춰 미리 도착해 있던 모양이었다.

16549490358345.jpg“대사께는 미안하지만 잠시 이야기를 좀 하겠소.”

16549490358332.jpg“그러시지요.”

이어 백연 대사에게 양해를 구한 그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는 세주연을 붙잡았다. 공중에 엎어놓고 세주연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16549490358345.jpg“요 녀석아! 그렇게 도망치면 이 아비가 못 찾을 줄 알았더냐? 너 때문에 궁도들이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알아?”

16549490358341.jpg“잘못했어요!!!”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것은 아니지만 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맞으니 꽤나 아프긴 할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터였기에 세주연은 우는 시늉을 하며 잘못을 빌었고, 한참의 실랑이가 끝나고 나서야 장내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16549490358345.jpg“이 천방지축을 잘 보살펴주어서 고맙네.”

16549490324222.jpg“아닙니다. 먼저 허락을 구하지 못하고 먼 길을 다녀온 게 송구할 따름입니다.”

천화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세주안은 일단 세주연을 데리고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가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오갈 것은 아니지만, 굳이 들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하루쯤은 더 이곳에서 머물며 천화와 이야기를 나눈 뒤 남만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백연 대사를 배려하여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소란스럽던 둘이 사라지고, 세주안의 흥미로운 시선을 받은 흑우까지 움츠러들자 조용한 면담이 가능해졌다.

16549490358332.jpg“고생들 했네. 결과는 좋지 못했던 모양이네만…….”

허나 첫마디부터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당문에서 선수를 친 것인지, 백연이 그들의 실패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16549490324222.jpg“결과? 이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천화는 품 안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북해빙궁주 단철우가 적어준 서신이다. 당문은 자신들이 성공하며 서신을 빼돌렸다고 알고 있겠지만, 그것을 이용해 마치 자신들이 북해에 따로 다녀온 양 장난질을 칠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손에 넣은 것은 천화가 적은 가짜 서신일 터였다.

16549490358332.jpg“그건……?”

16549490324222.jpg“이걸 받아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북해빙궁주의 답장입니다.”

천화가 그것을 건네자 백연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을 받아 펼쳐보았다. 틀림없는 북해빙궁주의 서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16549490324222.jpg“아, 그리고 이것도 받으십시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화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품에서 서신 같은 것을 하나 더 꺼냈다. 그의 앞으로 가만히 내밀었다.

16549490358332.jpg“……이게 뭔가?”

사표(辭表). 종이의 겉면에 적힌 것은 단 두 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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