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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화> 무상천검 (1) (182/481)

<182화> 무상천검 (1)2022.01.02.

흔히 호사가들이 무림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손에서 장풍을 쏘아내 바위를 부수고, 일검에 산을 쪼갠다는 표현들을 쓰고는 한다. 그만큼 그들이 보기에 무림인이라는 존재가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헌데 진짜로 바다가 갈라졌다.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바다가 반으로 갈라졌다. 천화의 앞에서부터 해적선들이 몰려오는 먼 바다까지. 해안과 가깝기에 비교적 얕은 바다이기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분명하게 말이다.

16549491643821.jpg“저, 저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16549491643821.jpg“대체 이게 무슨……!”

천화가 가진 내공을 한껏 증폭시킨 뒤, 그중 팔 할을 일검에 쏟아붓는 미친 짓을 했다고는 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전설과도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콰앙!! 그저 연출적인 효과만이 아니라, 가장 앞장서서 다가오고 있던 대장선이 파괴되었기에 그 위력이 실감되었다. 반쪽으로 쪼개진 대장선이 침몰하고 있었다.

16549491643869.jpg“대답이 되었을까요?”

16549491643873.jpg“……대단하구나.”

그러고는 천화가 별것 아니라는 듯 몸을 돌려 진왕을 바라보았다. 그런 천화를 얼떨떨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은 진왕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 강호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극강의 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위가 가능할 것이라고는 감히 생각지 못한 것이다. 나름 절정 고수라 하는 자신의 호위들도 저 같은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16549491643869.jpg“그럼 마무리를 짓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들이 상륙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있을 테니까요.”

16549491643873.jpg“허락한다.”

실제로 그것은 천화와 같은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서 모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천무십이검이 담고 있는 묘리와, 그 힘을 버텨낼 만한 무명검이 있기에 가능했을 뿐. 그러나 그것까지 일러줄 필요는 없기에 천화는 빙긋 웃으며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

16549491643869.jpg“가자.”

딱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해남파 무인들이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능숙하게 잠영을 펼치며 해적선들을 마중하기 위해 쏘아져나갔다. 수상비를 펼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적들의 숫자와 무위가 만만치 않으니 힘을 아끼려는 것이다.

16549491643869.jpg“흑우!”

16549491643892.jpg“무우우웃!!!”

천화가 소리치자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흑우가 거칠게 달려왔다. 천화는 신법을 펼쳐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탔고, 녀석은 그대로 바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16549491643821.jpg“얼어……붙는다?”

쩌억 쩌억 쩌저저적-! 그리고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흑우가 물에 빠질 것이라 생각한 모두의 예상과 달리, 녀석이 딛는 곳마다 바닷물이 얼어붙으며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극성까지 끌어올린 빙한지대의 힘이었다. 민물보다 빙점이 더 낮은 해수였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발을 딛는 곳이 곧 발판이 되었고, 흑우는 미끄러지지도 않고 거칠게 달려나갔다. 아직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관군들은 움직이지 못했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공이 2할밖에 남지 않았다지만 천화의 내공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회복이 되고 있었으니까.

16549491643869.jpg‘이 정도면 충분하지.’

절정을 넘어 초절정의 경지에 든 이의 특권 중 하나였다. 피부호흡을 하듯 주변의 기운을 빠르게 흡수하여 내공을 회복하는 것. 더구나 천화는 화경, 그 이상의 경지를 밟아본 적 있는 이였다. 미세하지만 다음 경지의 효과 역시 받고 있었기에, 해적선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3할이 넘는 내공을 보유한 상태였다. 그리고 해적들 따위에게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어쩌면 소모하는 내공보다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빠를지도 모르지. 덕분에 천화는 마음 놓고 날뛰기 시작했다.

16549491643821.jpg“막아라! 막아!!”

16549491643821.jpg“배를 옮겨 타라! 침몰한다, 서둘러!”

16549491643821.jpg“젠장! 바닥에 구멍이 뚫렸어! 바다 밑에 적이 있다!!”

해남파의 무인들 역시 철저하게 유리한 쪽으로 전황을 이끌었다. 더 이상 해안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속에서부터 공격하여 배에 구멍을 뚫고 파괴하는 것이다. 일부 해적들이 물밑으로 따라들어와 방해하려 했지만, 그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해남파 무인들은 철저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며 움직였고, 해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16549491643821.jpg“도망쳐!!”

16549491643821.jpg“젠장, 시간만 끌라고!!!”

그리고 천화가 대장선에 도착했을 때,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16549491643869.jpg“죽었네?”

대장선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해적들의 두목인 쿠로다까지 반쪽으로 쪼개져있었던 것이다.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던 것인지, 아니면 피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도와 함께 두 쪽이 난 채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니 해적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싸우기도 전에 대장이 죽어버린 데다, 바다를 갈라버리는 천화의 무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었으니 어찌 담담할 수 있으랴. 배가 가라앉기도 전에 물 밑으로 뛰어들어 도망을 꾀하는 자들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상한 점은 있었다. 목숨을 구걸하며 항복하는 이들도 나오긴 했지만, 일부는 몸을 숨기거나 시간을 끄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16549491643869.jpg‘역시 그런 건가.’

그 모습에 천화는 알아차렸다. 자신의 예상대로, 쿠로다의 해적단이 습격의 주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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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49491643821.jpg“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병졸 하나가 찢겨져 죽었다. 범인은 조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동료 중 하나였다.

16549491643821.jpg“저하를 보호하라!!”

그런 일이 그들의 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진왕의 호위들은 나름대로 진형을 갖추며 진왕을 보호했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경계했다. 동료라고는 하지만 그들 속에도 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늘상 가지고 있었으니까. 은령이라 불리는 여성 호위가 진왕의 곁을 바짝 지켰고, 나머지는 방진을 이루듯 보호하며 다른 자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상대가 누구든 다가오는 자들은 모조리 쳐죽였다.

16549491643821.jpg“암습입니다!”

16549491643821.jpg“죽여라!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자들을 모조리 죽여!!”

하지만 상대들도 만만치 않았다. 절정 고수인 그들의 눈을 속일 만큼 은밀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본신의 힘을 드러낸 지금은 무공을 익힌 포두들마저 가볍게 찢어죽일 만큼 강력했다. 지부대인의 고함소리에 따라 모두가 공격을 퍼부어보지만, 통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압도적인 힘에 의한 학살만이 자행될 뿐이었다.

16549491643821.jpg“서둘러라. 놈이 오기 전에 끝을 봐야 한다.”

하지만 적들도 힘에 취해 무작정 학살만 벌이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천화의 무력을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모르겠지만, 보아버렸으니까. 만약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겨낼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니 그가 해적들을 모두 처치하거나,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기 전에 끝장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16549491643821.jpg“버러지 같은 놈들, 꺼져라!!”

때문에 놈들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힘을 흩뿌려 병졸들을 피떡으로 만들어버렸고, 살기를 뿜어내며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호위들을 처리하고 진왕을 잡는다. 그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움직였다. 마침 호위들 중 여럿이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이보다 더 기회가 좋을 수 없었다.

16549491643821.jpg“감히 진왕 저하를 노리다니, 웬 놈들이냐!!”

16549491643821.jpg“그건 저승에 가서 물어보거라.”

포위를 힘으로 뚫으며 호위들에게 달려들었다. 까앙!! 거친 쇳소리와 함께 황광의 몸이 들썩거렸다. 검강까지 뽑아낸 일격이었음에도 상대는 수월히 막아낸 것이다. 절정 고수. 상대의 수준은 결코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런 자가 열은 족히 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왕을 납치 또는 살해하기 위해 저만한 고수들이 이곳에 위장잠입하여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누가 정보를 흘린 것일까. 아니면 진왕이 이곳에 온 것조차 저들이 유도한 것일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지만 고민할 새가 없었다. 벌써 막아서는 병졸들을 도륙한 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고 있었다. 일대일로도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는 고수들이 십수 명이나 동시에 짓쳐들고 있었다.

16549491643821.jpg“은령, 저하를 모시고 피하시오!”

16549491643821.jpg“조심하세요.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도망쳐도 좋습니다.”

그 모습에 호위들이 판단을 내렸다. 잘하면 승리하거나, 양패구상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이다음의 함정이 없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모든 힘을 쏟아내고, 일부가 희생하여 승리한다 한들 다른 적들이 또 등장을 한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러니 일단 진왕을 데리고 몸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16549491643821.jpg“어딜 도망가느냐!!”

허나 적들도 바보는 아니다. 도주까지 예상을 했던지, 그들의 뒤를 막아서는 인원들이 있었다. 남은 것은 바다뿐. 삼면을 가로막힌 은령은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뚫으려면 어떻게든 뚫을 수 있겠지만 진왕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16549491643821.jpg‘차라리 바다로 뛰어들까?’

이제 기댈 곳은 천화밖에 없었다. 차라리 방진을 이루며 바다를 등지고 버티면서, 천화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천화가 아군이라는 전제하였지만.

1654949168598.jpg“진왕 저하를 모시고 물러서세요.”

그때, 은령의 앞으로 한 여인이 날아들었다. 천화의 곁을 지키고 섰지만 해적들의 소탕에는 나서지 않은 설영이었다. 천화가 쿠로다 해적단을 향해 뛰어들면서, 귓속말을 날려 설영을 이곳에 남긴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서. 사실 정확히 지금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쿠로다 해적단이 이 시점에 복주에 대공세를 펼쳤을까. 만약 진왕 때문이라면 바다를 통해 다가오는 동안 도망칠 수도 있을 텐데, 아무리 백성을 아끼는 진왕이라 할지라도 정말 그들만으로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천화였기에 설영을 남겨 대비를 한 것이다. 혈마검이 없더라도 그녀라면 충분히 적들을 물리치고 진왕을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

16549491643821.jpg“……괜찮겠습니까?”

사실 무공의 수위로만 따진다면 설영보다 은령이 더 위였다. 허나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진왕을 지켜야 했으니까. 호위 중에서도 가장 강한 그녀가 나선다면 적들을 차례로 쓰러뜨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힘은 무한이 아니고 몸은 두 개가 아니다. 저들 전부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도, 무작정 진왕만을 노린다면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저들도 알고 있으리라.

1654949168598.jpg“맡겨두세요.”

그러니 설영에게 맡기는 수밖에. 아직 설영의 무위만은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기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 설영이 푸른빛이 감도는 검을 빼들었다. 혈마검을 봉인한 뒤 애용하던 만년한철검, 서리가 아니었다. 운철검. 아직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무려 패왕 등급의 검이다. 혈마기를 버텨내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혈마기를 정제하여 더욱 강인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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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9168598.jpg‘할 수 있다.’

운철검에 혈마기를 주입한 설영의 마음속에도 자신감이 차올랐다. 혈마기가 아니라 마기였다면 운철의 능력에 의해 오히려 힘이 감소했을 테지만, 운철검은 오히려 불안정한 혈마기를 정제하고 가공해 더욱 큰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이라면 자신 혼자서도 저들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1654949168598.jpg“안 오면 먼저 가지.”

자신을 경계하는 적들을 향해 먼저 검을 뿌려내기 시작했다.

16549491643821.jpg“크흑?!”

설영의 일검을 받아낸 적이 휘청거린다. 분명 충분히 막을 만한 수준이었음에도 묘한 반탄력과 함께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1654949168598.jpg‘이거였군.’

그 일수의 교환으로 설영은 알아차렸다. 왜 천화가 굳이 운철검을 자신에게 맡기며 진왕을 지키도록 했는지를.

1654949168598.jpg‘마인들이었어.’

마인. 마공을 사용하는 마인들이 바로 그들의 정체였다. 운철검과 부딪히자마자 이상반응을 일으킨 것도, 마기를 흩어버리는 운철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였고. 언젠가 복건성에서 살육을 벌일 것이라 예언했던 천화의 말처럼,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진왕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어쩌면 자신들과 손을 잡은 다른 왕야에게 걸림돌이 될지 모르는 그를 처치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더더욱 진왕을 내어줄 수 없다.

1654949168598.jpg“믿어줬는데 실망시킬 순 없지.”

혈마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마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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