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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화> 이걸 설계를 당하네 (3) (187/481)

<187화> 이걸 설계를 당하네 (3)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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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92723707.jpg“……또입니까?”

하지만 천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판도, 그 다음 판도. 딴 돈까지 더해 계속해서 돈을 걸었고 단 한 판도 지지 않고 승리했다. 그들이 앉은 판이 아닌, 다른 판의 사람들도 술렁거릴 만큼 큰돈을 벌어들였다. 중간에 부담을 느꼈는지 기술을 써서 속이려는 낌새가 있었지만, 구슬을 숨긴 위치를 정확하게 천화가 바라보고 있자 슬그머니 돌려놓았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는 천화를 속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16549492723707.jpg“손님. 아무래도 이곳은 재미로 작은 돈을 돌리는 곳이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듯한데, 다른 판에 끼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16549492723717.jpg“뭐, 그럴까?”

그렇게 몇 판을 연달아 이기자 더는 봐줄 수 없었는지 관리자로 보이는 이가 찾아와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고작 야바위로 굴리기엔 너무 큰돈일 뿐 아니라, 야바위는 수작을 걸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미 그사이 천화가 누구인지를 확인했는지 어설프게 기술을 쓰는 일이 없었기에, 천화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이러다 야바위꾼이 오늘은 그만하겠다고 선언하면 어차피 똑같아질 테니까.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같이 돈을 걸던 이들이 아쉬운 기색을 표했고, 다른 이들은 경계했다. 천화가 다른 놀이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판에는 끼지 않기를 바랐다. 야바위야 같은 곳에 돈을 걸면 같이 따는 구조이지만, 나머지는 아니니까. 일등이 모든 것을 쓸어가는 것이 기본이기에 자신도 털릴까봐 긴장하는 것이다.

16549492723717.jpg‘여기가 좋겠군.’

노름의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아도 골라 즐길 정도는 되었다. 투전이라 불리는 일종의 섯다 같은 것도 있었고, 전통적으로 사랑받아온 마작도 있었으며 벌레들을 경주시키는 벌레 경주도 있었다. 그밖에도 잔 안에서 주사위를 굴려 그 숫자를 맞추는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천화가 택한 것은 투전이었다. 이유야 간단하다. 가장 빨리 끝나는, 회전이 빠른 판이었으니까. 단숨에 이들을 거덜낼 생각이니, 마작 같은 것으로 시간을 끄는 것보다 이쪽이 간단하지 않겠나? 그중 전문 도박꾼들로 보이는 자들이 많은 자리에 앉자 미리 앉아있던 호구가 움찔거렸고, 도박사들은 저마다 눈을 빛냈다. 그들은 저마다 실력에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눈이 좋으면 맞출 수 있는 야바위 따위와 투전은 다르다. 시선처리부터 온갖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도가 담겨있고, 패를 섞는 것에서부터 자신과 상대가 받을 패를 조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가졌기에 무인들조차 자신들의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이 투전판에서는 자신이 절대고수요, 천하제일이다.

16549492723707.jpg“그럼 시작하지요. 먼저 패를 섞어보시겠습니까?”

자리를 정하고 이제 패를 돌릴 차례. 도박사들은 자신이 넘치는지 천화에게 직접 패를 섞어볼 것인지를 물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 패를 섞든 기술을 사용하면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

16549492723717.jpg“괜찮습니다. 섞으시죠.”

하지만 천화는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도박사에게는 최상의 상황이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한 장씩 주어지는 패. 판에 낀 이들은 한 손으로 자신의 패를 가리며 눈치를 보았고, 패 하나를 받을 때마다 판의 중앙으로 돈을 밀어넣었다. 투전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규칙이 제각각 달랐지만 이곳에서 쓰는 방식은 간단했다. 한 사람당 숫자를 나타내는 패를 다섯 개씩 주고, 그 중 세 개로 10, 20, 30중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만들지 못하면 실격, 이후는 화투를 가지고 하는 섯다와 비슷하다. 짝을 맞추면 땡이라 하고, 맞지 않을 경우 두 패의 숫자를 더해 끗이 더 높은 쪽을 승자로 본다.

16549492723717.jpg‘간보는 건가?’

천화가 처음으로 잡은 패는 제법 좋은 놈이었다. 이전의 기세를 이어주기 위함인지, 적당히 좋은 패를 주고 잡아먹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천화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소위 포커페이스라 불리는 표정 관리 따위는 필요 없다. 계속해서 돈을 밀어넣었고, 마침내 마지막 순서가 되었을 때 하나둘 자신의 패를 까기 시작했다.

16549492723707.jpg“제가 운이 좋았군요. 사땡입니다. 흐흐!”

다섯 끗, 아홉 끗. 그리고 패를 섞은 도박사가 내민 것은 사땡이었다. 반면 천화가 손에 쥔 패는 삼땡이다.

16549492723717.jpg‘첫 판부터 장난질을 치셨다?’

그것도 충분히 높지만, 가장 높은 이가 전부 가져가는 것이기에 돈을 더 걸도록 설계를 한 것이겠지. 그리고 마치 천화의 패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사땡을 내밀며 돈을 가져가려는 것이다.

16549492723717.jpg‘그럼 빨아드려야지.’

그 순간, 천화의 손패가 바뀌었다. 한 손으로 패를 가리고 있었기에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던 것이 아닌 이상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도박판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을 허용할 리가 없기에, 설영이 천화의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고.

16549492723717.jpg“에이, 패는 다 보셔야죠?”

투욱 가볍게 앞으로 던지는 패에는 다름 아닌 육(六) 자가 적혀있었다.

16549492723707.jpg“어……? 그게 왜 거기에……?”

패를 설계했던 도박사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자신은 분명 삼땡을 주었으니까. 헌데 그게 왜 육땡이 되었단 말인가? 설마 상대도 도박사인가?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16549492723717.jpg‘행동제약이 풀린 마당에 이 정도야 가뿐하지.’

방법은 간단했다.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 하오문에서 정보를 얻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전용 투전패를 몇 벌이나 손에 넣은 상태인 것이다. 한 손으로 패를 가리는 동안, 들고 있던 패는 소지품창에 넣어버리고 소지품창 안에서 원하는 숫자를 골라서 손에 쥐었다.

16549492723717.jpg‘뭐,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것도 아닌데 양심에 찔릴 필요도 없잖아?’

사기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타짜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패를 섞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신체 어딘가에 숨겨둔 패를 바꿔치기하여 승리를 따내는 것도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것이다. 때문에 무신지로 초반에 잠시 허용되다가, 행동제약에 의해 소지품창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소지품창 없이 숨기는 방법이나 패를 섞는 기술들이 연구되기도 했지만, 지금 그런 사정을 보아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천화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소지품창에 물건을 넣고 꺼내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그리고 돈을 회수하고 패를 섞으면서 다시 바꿔치기한 패를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나중에 짝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들통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패 자체를 자기들이 준비한 것인 이상, 숫자가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잘못된 짝이 맞춰져 있는 것만으로는 천화에게 문제를 삼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16549492723717.jpg“자, 그럼 계속 신나게 돌려볼까요? 아수라발발타!”

그렇게, 천화의 연전연승이 시작되었다. 단 한 판도 져줄 생각이 없었고, 이제는 금자뿐 아니라 수북이 쌓아두었던 전표들까지 동원했기에 판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갔다. @ 도방에 들어간 천화는 앉은 자리에서 그야말로 거덜을 냈다. 워낙 가진 돈이 컸기에 한 판 한 판마다 걸린 금액도 어마어마해진 것이다. 그 탓에 도방 측에서도 나름의 수를 내었다. 이미 자리에 먼저 앉았던 호구는 돈이 떨어져 구경꾼이 되었고, 그 자리를 실력 좋은 다른 도박사들이 차지하며 천화에게 수작을 걸어댔지만 단 한 번의 수작도 통하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패를 쥐든 천화는 승리했고, 누구도 천화의 수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16549492723717.jpg‘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그러다 어느 순간, 주변이 휑해졌다. 도박을 하던 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 자리를 흉흉한 기세의 다른 이들이 채워갔다.

16549492723707.jpg“어디서 온 놈들이냐.”

16549492723717.jpg“놈?”

일류와 절정 사이의 고수들. 수십은 됨직한 인원들이 천화와 설영을 둘러싸고 살기를 내뿜었다.

16549492723707.jpg“네놈들이 패에 수작을 부린 것을 모를 줄 알았나! 바른 대로 고하거라. 어디서 보낸 놈들이냐!!”

16549492723717.jpg“하아.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

하지만 고작 그 정도에 꿈쩍할 천화가 아니다. 이미 함께 패를 돌리던 도박사들은 도망을 쳤고, 주변에는 온통 무인들뿐이었지만 천화는 웃고 있었다. 애초부터 이만한 돈을 딴 사람을 그냥 곱게 보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내심 지루해지던 차였는데 이렇게 나와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16549492723707.jpg“감히 우리 돈을 가지고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느냐!”

16549492723717.jpg“얼씨구? 내가 땄는데 왜 니들 돈이야?”

천화의 자신 있는 태도에 놈들도 움찔거렸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머릿수를 믿었다. 천화와 설영이 어느 정도의 고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감안하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확실할 테니까. 그것이 그들의 실책이었다.

16549492723707.jpg“닥쳐라! 지금이라도 돈을 모두 내놓고 무릎을 꿇으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실력이 제법인 듯하니 이곳에서 써줄 수도 있지. 그러니 뒷배를…….”

16549492723717.jpg“까고 있네.”

누가 누굴 살려준다고? 가당치도 않은 말을 더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 이미 수북하게 쌓인 금자가 자신의 곁에 있었고, 전표 역시 둘 곳이 없을 만큼 그득그득 했으니까.

16549492723717.jpg“돈이 갖고 싶다 이거지? 그럼 한번 가져가봐.”

16549492723707.jpg“헉!”

피이잉-!! 천화가 금자 한 덩이를 집어 놈에게 던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도 아니건만, 놈은 그것을 받아들기는커녕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 안에 담긴 내공이 실로 무지막지 했으니까. 잡으려 했다가는 손이 꿰뚫릴 것이다. 쳐내려 했다가는 팔이 부러질 것이다. 그러한 공포가 엄습해왔지만 감히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지척에 이르러서야 겨우 팔을 들어 자신을 보호해 보지만 두 팔이 부러지고 벽에 처박히는 것을 면할 수 없었다.

16549492723707.jpg“이놈!!”

16549492723707.jpg“죽여라!!”

그 일수에 앞으로 나섰던 자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상대를 파악하지 못한 자들은 더욱 기세를 피워올리며 천화에게 덤벼들었다.

16549492764915.jpg“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네요.”

허나, 천화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었다. 든든하게 뒤를 지키고 있던 설영이 나선 것이다. 무공 수위로만 따진다면 설영과 비슷한 절정 고수도 있었지만 내공의 기질이 달랐고, 무공에 담긴 묘리가 달랐다. 설영이 날아오르자 달려들던 무인 셋이 동시에 베어졌다. 잔혼비검을 이용해 검강을 잘게 쪼개 날리자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검이 부러지거나,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진 것이다.

16549492723707.jpg“고수……!”

16549492723707.jpg“패를 나눠라! 어떻게든 회수해야 한다!”

다른 이들 역시 예상보다 뛰어난 설영의 무공에 놀랐지만 이를 악물고 대응했다. 지금 천화가 딴 전표에는 자신들이 직접 발행한 것들도 있었으니까. 그 말은, 보유한 전표를 몽땅 털어붓고도 이기지 못해 어음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이미 기둥뿌리는 뽑혔으니, 저것을 회수하거나 태워 없애지 못한다면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절정 고수들이 설영을 묶어두고 나머지 인원들이 천화를, 전표 더미를 노렸다.

16549492723717.jpg“어허. 남의 돈에 손을 대면 손모가지 날아간다고 안 배웠냐?”

1654949278039.jpg“?!”

그 순간, 전표더미가 사라졌다. 천화가 손을 대자마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덤벼들던 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일단 천화를 제압한 뒤,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알아내면 될 터였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없으니까.

16549492723717.jpg“마침 잘됐네. 이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천화는 여전히 검도 꺼내지 않은 채, 덤벼드는 이들을 씨익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가벼운 손가락 튕기기.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악마칠음의 오의가 숨어있었다.

16549492723707.jpg“어……?”

털썩 털썩 털썩 달려들던 무인들이 일제히 자리에 쓰러졌다. 소리를 타고 몸속으로 흘러들어간 천화의 내력이 그들의 기맥을 틀어막으며 순간적으로 주화입마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직은 성취가 부족해 즉사까지는 무리였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더 무서운 일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죽는 것이 낫지, 불구가 되거나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었으니까. 정순한 내공심법을 익혔거나, 영약을 먹거나, 뛰어난 의원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 회복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웠다. 쓰러진 모두와 그것을 멀찍이서 보고 있던 이들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악마칠음을 이용해 피해를 입히는 것은 천화로서도 조금 부담러울 만큼 커다란 내공의 소모를 필요로 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의 연출은 이보다 더 두려울 수가 없는 것이다. 고작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일류 이상의 고수들을 단숨에 쓰러뜨리다니?

16549492723717.jpg“자, 더 해볼 사람?”

이어 천화가 한마디를 내뱉자 설영과 싸우던 이들까지 모두 검을 내렸다. 도저히 어찌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

16549492723707.jpg“모두 무릎을 꿇고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허나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밖에서 들려온 고함소리를 들은 이들의 눈빛에 생기가 감돌았다.

16549492723707.jpg“저들인가?”

16549492723707.jpg“예. 대인.”

비밀 문이 열리고, 도방의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관군이었다. 포두쯤으로 보이는 인물이 안으로 들어와 천화를 가리킨 것이다. 이미 이들과 결탁을 한 것이겠지. 그 역시 천화가 모르는 수법은 아니었다. 관군을 이용한 판 뒤집기. 설혹 자신들이 고용한 무인들이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국법의 힘을 빌려 그들이 가진 전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체포하는 동안 가지고 있던 돈마저 빼앗으려는 수작이다. 거액을 걸고 벌이는 노름은 분명 불법적인 것이기에, 무인이라 할지라도 국법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것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기에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포두와 무인들을 슥 둘러보았다.

16549492723707.jpg“어허! 죄인들은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그 모습에 포두가 발끈하여 고함을 질렀지만, 천화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다리를 꼬고 앉아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16549492723717.jpg“야, 너. 이리 와봐.”

16549492723707.jpg“뭣? 감히 지엄한 황명을 받아 움직이는 관군에게 그 따위……!”

16549492723717.jpg“누구의 명령을 받는지는 확인해보면 알 일이고. 이리 오라니까? 아니면 오게 만들어줘?”

16549492723707.jpg“실로 사특한 자로구나! 감히 관인에게 오라 가라 하다니!”

천화의 태도에 포두는 불같이 화를 내었지만, 몸은 정직했다. 어차피 그가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무림인들이 관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아랑곳하지 않는 극강의 고수를 눈앞에 두니 겁이 나는 것이다. 여차하면 관군이고 뭐고 쓸어버린 다음 사라지는 고수들도 종종 있지 않던가?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겠기에 계속해서 고함은 질러댔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어느새 천화의 지척까지 다가가 있었다.

16549492723717.jpg“더 가까이.”

16549492723707.jpg“이놈! 반드시 국법의 지엄함을……. 헉!”

허나 완전히 가까워졌을 때, 그는 크게 헛바람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천화가 진왕의 인장을 꺼냈으니까. 그것은 곧 진왕이 이곳에 있는 것과 같았다. 후들거리던 다리가 완전히 힘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지만, 천화가 강제로 그를 일으켰다. 진왕을 대하듯 예를 올리려는 그의 입을 틀어막고 귓가에 가만히 속삭였다.

16549492723717.jpg“예법 같은 건 필요 없고, 지부대인한테 당장 튀어오라고 해. 중간에 딴 사람이 알게 되면…… 알지?”

끄덕 끄덕 그 말에 포두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도방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이미 아무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것이 들통 나 곤장을 두들겨 맞고 말지, 지금 천화의 말을 거역했다가는 자칫 삼대가 멸할 수도 있기에 얼른 안색을 바꾸고 뒤로 물러났다.

16549492723707.jpg“모두 이곳을 봉쇄하라! 개미새끼 한 마리도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1654949278039.jpg“예!”

다행히 그의 수하들은 눈치가 빠른 이들이었다. 포두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알아챈 몇몇이 몸을 빼내려 했으나 그가 데려온 포졸들이 물 샐 틈 없이 주변을 막아섰고, 포두는 몸을 빼내 얼른 관청을 향해 내달렸다. 다른 것도 아닌 황실과 관련된 일이니까. 지부대인이라 할지라도 조금만 그 뜻에 어긋나면 목이 달아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소리 없이 광주가 뒤집어졌다. 영문을 모른 채 불안해하는 무인들 사이에서, 천화만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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