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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해룡출도 (1) (191/481)

<191화> 해룡출도 (1)2022.01.23.

16549493243733.jpg“뭣?!”

그 말과 무력에 당황한 위문호가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지만, 그보다 천화의 행동이 더 빨랐다.

16549493243738.jpg“이게 해왕검인가?”

  [해왕검][패왕] 금나수의 수법으로 그의 팔을 잡아챈 뒤, 해왕검을 빼앗은 것이다. 무려 패왕 등급의 검. 이미 천화도 여러 번 사용해보았던 놈이다. 무신지로에서는 굳이 해왕검을 쓸 필요가 없기에 잠시 쓰다가 팔아치웠지만, 이 검에는 꽤 특수한 기능이 붙어있어서 재미가 있었지.

16549493243733.jpg“크윽!”

팔이 비틀린 위문호가 짧은 신음을 뱉었지만, 천화는 그저 감상에 젖을 뿐이었다. 이미 상대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기에 위문호는 고통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해남파의 장문인이자 남해도의 제왕인 자신을 이 따위로 대하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16549493243733.jpg“나서시오!!”

강하게 천화의 팔을 뿌리치며 거리를 벌린 위문호가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주자로 위장을 하고 있던 마교의 고수들. 그들이 위문호의 요청에 따라 기다렸다는 듯 힘을 발산했다. 천화뿐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을 포위하듯 마기를 끌어올렸고, 그중 일부는 위문호를 구원하고 천화와 주자엽을 제압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1654949324375.jpg“이럴 때마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말한 그대로잖아?”

16549493243756.jpg“무우우!!”

하지만 본색을 드러낸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마기를 드러내기를 기다렸다는 듯 설영과 흑우가 기습했다. 혈마신공 7성을 넘어서며 특유의 붉은 기운을 감출 수 있게 된 혈마기가 놈들을 베었고, 흑우의 크고 단단한 뿔이 심장을 꿰뚫었다. 제대로 된 포위망을 형성하기도 전에, 그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진형이 부서져나갔다.

16549493243738.jpg“자, 다 불러모았나?”

16549493243733.jpg“……알고 있었던 건가? 상관없다. 네놈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을 테니까.”

최소 절정 수준의 마인들. 마공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테지만, 천화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해왕검을 어깨에 들쳐메고 물끄러미 위문호를 내려다보았다.

16549493243738.jpg“그놈의 대사는 왜 다들 똑같은 건지……. 뭔가 참신한 거 없어?”

16549493243733.jpg“닥쳐라! 여유를 부리는 것도 지금뿐이다. 진왕 따위가 너를 보호해줄 수 있을 줄 아느냐!”

이미 진왕과의 관계 역시 파악을 한 것인지 서슬 퍼런 일갈을 내지르는 위문호를 보며 천화가 빙긋 웃었다. 그를 호위하듯 자리를 잡은 채 말 없이 마기를 풀풀 날리는 마인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천화에게서는 일말의 근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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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493243738.jpg“이래서 남의 손을 빌릴 생각부터 하는 놈들은 안 된다니까. 뭐해? 덤벼.”

16549493262326.jpg“쳐라!!”

마인들이 천화를 향해 덤벼들었다. 주자엽과 수하들이 그를 도우려 했지만, 천화는 가볍게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아직 무명검은 주자엽의 손에 있었지만 이 정도야 해왕검으로도 충분하다.

16549493243738.jpg‘저놈쯤은 되어야 힘을 쓸 만할 테니까.’

아니,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셋이나 되는 절정 고수들이 덤벼들고 있음에도 천화는 위문호의 곁에 선 자에게 똑바로 시선을 유지한 채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해삼십육검이었다.

16549493243733.jpg“대, 대해참경?!”

불쑥 튀어나온 남해삼십육검의 중반부 초식. 설마하니 진짜로 천화가 남해삼십육검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위문호가 대경하며 비명 같은 탄성을 내질렀다. 이렇게 되면 정말 명분이 나락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수하들이 끼어든 것까지야 어떻게든 우겨 보겠지만, 해남파의 일에 외인들을 끌어들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벌써부터 남해도 주민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기에 아찔해져 눈을 감았다. 남해도의 주민들은 그저 평범한 주민들이 아니니까. 하나같이 해남파의 무공을 공유하고 있는 속가제자 같은 관계였기에, 그간 누구도 남해도를 노리거나 침범하지 못했다. 섬 전체가 하나의 문파와도 같았으니까. 물론 본파의 제자들에 비해서는 당연히 약했지만, 그들이 뭉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나마 이전의 사건은 해남파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침묵했던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연유야 어찌되었든 남해삼십육검을 익히고 있는 천화는 외인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들은, 특히 마기를 풀풀 풍기는 마인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16549493262326.jpg“……!!”

그리고 질끈 감았던 눈을 다시 떴을 때, 천화에게 달려들던 마인들은 모두 갈가리 찢겨 쓰러지고 있었다.

16549493243738.jpg“이렇게 약해선 차륜전도 안 될 것 같은데, 직접 나서는 게 어때?”

천화의 눈이 그들 중 한 명에게 꽂혔다. 얼핏 보기에는 적당한 수준의 마인처럼 보이지만, 음흉하게도 이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사내를 바라보았다. 마기까지 드러낸 주제에, 끝까지 상대를 속이고 방심하게 하려는 기만전술이었지만 천화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16549493262326.jpg“……진룡무쌍. 갓 절정의 벽을 넘었다더니 헛소문이었군. 최절정, 아니 그 이상인가?”

모두 들켰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일까? 눈빛으로 지목 당한 사내가 입을 열어 감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나 마인들 모두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 전 천화에게 덤벼든 이들은 자신들 중 최약체이니까.

16549493262326.jpg“두려운 재능이지만, 다 여물기 전에 나를 만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겠구나.”

천화의 무위가 자신들이 예상한 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지만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만한 나이에 절정 이상의 경지를 밟았다는 것은 실로 두려울 만한 재능이지만, 여기서 끝일 테니까. 그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을 테니까.

16549493243738.jpg“천추의 한은 모르겠고, 척추는 접어드릴 수 있는데?”

대업을 위해서라도 살려보내면 안 된다. 그 결연한 빛이 그들의 눈에 감돌았다.

16549493243738.jpg‘쳇, 유우머가 통하지 않는 놈들이구만.’

설영과 흑우에 의해 검진은 깨졌지만 놈들이 내뿜는 마기는 무시무시했다. 주자엽을 비롯한 모든 해남파의 무인, 그리고 남해도의 주민들이 긴장했고 두려움에 떨었다. 해남파의 장문인을 자칭하는 자가 마교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치가 떨렸지만, 지금의 그들로서는 저자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으니까. 만약 저들이 자신들을 해하고, 지배하려 한다면 벗어날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16549493243738.jpg“주자엽.”

16549493278707.jpg“옙.”

16549493243738.jpg“사람들 데리고 물 쪽으로 이동해. 여기는 우리가 맡는다.”

그때, 천화가 주자엽에게 다가왔다. 그들 따위는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는 듯, 어차피 도망치는 것은 무리라는 듯 마인들이 여유를 부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6549493278707.jpg“……배수의 진을 치라는 말씀이십니까?”

16549493243738.jpg“아니. 그냥 물 근처로 가라고. 물속으로 들어가든, 배를 띄우든 일단 사람들을 대피시켜. 어차피 물 근처에서라면 너희로도 할 만할 테니까.”

천화의 지시에 주자엽이 필사의 항전을 각오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었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천화는 그야말로 물 근처에서 싸우라는 뜻이었으니까. 물론 물속으로 들어가서 수공으로 대결을 벌이면 훨씬 유리해질 터였다. 남해도의 주민이라면 누구하나 간단한 수공을 익히지 못한 이들이 없으니, 한 끗발 더 높은 실력을 지닌 마인이라도 함부로 그들을 해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진짜는 바로 이 해왕검에 깃들어있는 추가 효과였다. - 일정 거리 내에 대량의 물이 있을 시 최대 20%까지 모든 능력치 상승 - 일정 거리 내에 대량의 물이 있을 시 공격력 20% 상승 - 일정 거리 내에 대량의 물이 있을 시 내공 소모 10% 감소 바다를 인접한 채 싸울 경우 사용자의 능력을 최대한 상승시켜주는 특수 효과가 있으니, 부족한 그의 실력으로도 어떻게든 마인들과 겨룰 수 있을 터였다. - 수(水) 속성 무공의 숙련도 1성 증가 거기에 대표적인 수속성 무공인 남해삼십육검의 성취까지 강제로 끌어올려주니 승산은 충분하다. 어차피 저들 중 가장 강력한 상대는 자신이 맡을 테니까.

16549493243738.jpg“가, 어서!”

얼른 해왕검과 무명검을 바꿔쥔 천화가 소리치자 주자엽과 수하들이 움직였다. 저들 중에 마교와 결탁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민들을 믿고 그들에게 등을 내보였다. 마인들의 추격을 막으려는 것이다.

16549493278707.jpg“모두 용왕바위 쪽으로 이동하라!”

주자엽이 다시 문주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주민들은 그의 지시를 잘 따랐다. 모두가 약간의 무공은 익히고 있었기에 신법을 발휘해 그가 이야기한 방향으로 달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마인들 중 일부가 그들을 쫓으려 했으나 주자엽과 수하들, 그리고 설영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16549493243756.jpg“무우우우우!!!”

쩌저저적!! 또한, 몸이 얼어붙는 듯한 시린 한기에 강제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흑우가 빙한지기를 최대로 운용한 것이다. 진왕에게 선을 보였던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한기였다. 단번에 근육이 얼어붙었고, 내공으로 저항을 해보아도 ‘오한’의 효과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것은, 설영 역시 빙한지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는 천화만이 빙한지대의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여러 차례 실험을 거친 결과, 천화가 아군으로 인식하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6549493278707.jpg“그럼, 먼저 피하겠습니다! 보중하십시오!”

그 사이 주자엽과 수하들은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마지막 위치에서 뒤따랐다. 천화와 설영, 흑우, 은룡만을 남겨두고 먼저 이동했다.

16549493262326.jpg“기고만장한 녀석들이군. 고작 둘만으로 우리를 막겠다는 건가?”

16549493243756.jpg“무웃!!”

16549493294289.jpg“쀼! 쀼!”

적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말에 흑우와 은룡이 자신들도 있다는 듯 반발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대단한 영물이라 한들 결국 사람의 아래라는, 지극히 무인다운 생각을 가진 인물인 것이다.

16549493262326.jpg“장로님. 어떻게 할까요.”

16549493262326.jpg“너희는 저들을 뒤쫓아라. 여기는 내가 처리하지. 한 놈도 섬을 벗어나게 두어서는 안 된다.”

16549493294303.jpg“존명!”

그렇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공에 대한 자신감일까? 장로라 불린 이는 천화와 설영을 눈 아래로 보며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주민들이야 세뇌를 시키든 암시를 걸든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그들이 섬 밖으로 빠져나가서 알린다면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 그들을 모두 잡아들이라 명하자 놈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빙한지대의 효과로 몸이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흩어져서 그들을 뿌리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16549493243738.jpg“어딜 도망가!”

콰앙!! 천화가 다시 한 번 크게 발을 구르자 달려나가던 마인들의 몸이 들썩거렸다. 순간적으로 기혈에 타격을 받으며 내공이 꼬이고 역류한 것이다.

16549493243738.jpg“어랍쇼?”

충분히 그것만으로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천화의 예상과는 다르게 놈들도 악을 쓰며 걸음에 힘을 더했다.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한데도, 억지로 천화를 무시하고 몸을 빼내려 하는 것이다. 뒤쫓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무리였다. 놈들을 따라붙어 칼침을 한 방씩 놓아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저 장로라는 작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16549493243738.jpg‘초절정이라. 여기서 한 놈을 잡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장로라 불린 자의 무공 수위는 초절정이었다. 자신보다 까마득히 오래전에 그 경지에 올랐을 테니 훨씬 완숙한 힘을 펼칠 수 있을 것이고, 천화와 설영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겠지. 그 증거로 아직까지 그는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천화가 저들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등을 꿰뚫고 심장을 터트리려 하겠지. 그 의도가, 기파가 서늘하게 다가왔기에 천화는 놈들을 향해 몸을 돌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도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16549493243738.jpg“기파에 맞았으니 멀리가진 못할 거야. 놈들을 쫓아서 해남파를 도와. 저놈은 내가 맡을 테니까.”

1654949324375.jpg“……조심해.”

16549493243756.jpg“무우!”

16549493294289.jpg“쀼웃!”

천화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설영이 등을 돌렸다. 흑우의 등에 올라타며 천화를 걱정했다. 상대의 무시무시한 강함은 그녀 역시 느끼고 있었지만, 천화이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혈마검이 남아있고, 혈마화를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로는 자신이 방해만 될 것임을 아는 것이다.

1654949324375.jpg“흑우야, 달려!”

16549493243756.jpg“무우우우우웃!!!!”

주자엽과 남해도 주민들을 쫓아 달리고 있는 마인들을 추격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천화와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신도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가 가는 길은 평범한 강호행이 아니었으니까.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며 흑우의 옆구리를 찼다. 마인들을 쫓아 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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