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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독사 사냥 (4) (201/481)

<201화> 독사 사냥 (4)2022.02.15.

16549494538837.jpg“아……?”

후두두둑- 만천화우에 사용된 우모침들이 모조리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치이익 타들어가는 소리를 내며 독인의 피에 담긴 매캐한 독기가 땅을 녹였지만, 누구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그보다 압도적인 강함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니까.

16549494538837.jpg“거, 검압?”

거인의 검이 떨어졌다. 모두가 그렇게 보고 느꼈다. 하지만 막상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천화의 검은 아직 땅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수직에서 조금 기울어졌을 뿐. 검으로 내뿜는 압력만으로 독인이 펼친 만천화우를 모조리 떨어뜨린 것이다. 차라리 검을 휘둘러 검강을 펼치거나, 하다못해 검풍을 날린 것이라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압이라는 것은 일종의 기세였다. 그 기세만으로 물리력을 행사하여 만천화우를 무력화한 것이다.

16549494538837.jpg“마, 말도 안돼……!”

아무리 당문악의 만천화우가 어설픈 것이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자신들 중 과연 저 만천화우를 완벽히 막아낼 수 있는 이가 있던가? 그들 중에는 당가의 장로급들도 있어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이들도, 당문악과 비슷하게 최절정의 경지에 이른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라 해도, 독이라는 요소를 차치하고라도 저 만천화우를 완벽히 방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검압이라니? 환영을 보게 만드는 검초라니?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자신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재차 괴성을 지으며 덤벼드는 당문악을 말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16549494538837.jpg“죽어!!!”

16549494538855.jpg‘멍청하기는.’

피칠갑을 한 당문악이 육탄전을 벌일 기세로 덤벼들었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천화의 검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기세와 압력만으로 만천화우를 무력화시켰을 뿐, 무상천검의 일초식인 일검무한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만천화우 수준은 아니지만 재빠르게 뻗어내는 암기와 그 뒤에 감추어 펼치는 탈혼독장을 무심히 바라보며, 천화가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16549494538837.jpg“끄……끄아아악!!!!!”

주제를 알지 못하고 덤빈 대가는 참담했다. 다시 뿜어진 검압에 암기들이 모조리 떨어져내리고, 장법을 펼치려던 몸뚱아리가 짓눌려 멈칫거리는 순간 놈의 왼팔이 가벼워졌다. 천화가 가뿐하게 잘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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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로 살의를 드러냈으니 이 정도면 싼 편이지.

1654949453887.jpg“멈추시오!!”

이제야 현실을 직시했는지 잘려나간 팔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당문악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간 순간, 사천당문 소속의 누군가가 황급히 몸을 날려 당문악을 감쌌다. 독인이 되었음에도 중독의 기색이 없는 것이, 그 또한 독인이거나 한 수 높은 경지의 인물인 듯싶었다.

16549494538855.jpg“내가 왜?”

딱히 막지는 않았지만 천화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멈추라고? 내가 왜? 먼저 덤벼든 게 누군데?

1654949453887.jpg“이 이상 다가오면 당문이 그대를 평생 쫓을 것이오! 우리 당문은 결코 원수를 잊지 않소!”

그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듯 한 발 더 나아가자, 중년인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16549494538855.jpg“지금 멈추면 뭐가 달라지고? 그리고, 원수를 잊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스운 일이다. 이미 소가주의 팔까지 자른 마당에 이대로 물러나면 은원을 잊기라도 할 텐가? 천하의 당문이?

1654949453887.jpg“……지금 이 아이를 치료할 수 있게 해준다면, 나 천독수 당효용의 이름을 걸고 그대의 책임을 묻지 않겠소.”

자신의 이름과 별호를 밝힌 그가 공언했지만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천화가 사천당문을 두려워한다는 것으로밖에 더 비춰지겠나? 게다가 어차피 이 길을 따라 사천당문에 쳐들어갈 생각인데, 척을 좀 지면 어때서?

16549494538855.jpg“싫은데?”

1654949453887.jpg“그럼……. 뭣?”

설마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효용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천화가 상상 이상의 고수라지만, 자신들은 당문이다. 초절정 고수? 물론 그 경지에 든 것만으로도 천하 백대고수쯤 된다 자부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당문에는 초절정의 고수가 자신을 포함해 몇 명이나 있었다. 게다가 그 어떤 고수라도 죽일 수 있는 독과 암기들까지. 그런데 자신들과 척을 지겠다고? 진짜? 정녕?

16549494538855.jpg“왜요, 뭐요. 먼저 죽이겠다고 우르르 몰려와서는 독 풀고 암기 던질 때는 언제고, 안 될 것 같으니 용서하겠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어? 하다못해 잘못을 했으면 대가리를 박고 용서를 구하든가, 그에 걸맞은 선물이라도 내놓든가 하는 게 보통의 사과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당문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역사가 없을 뿐이다.

1654949453887.jpg“정녕 척을 지겠다는 겐가?”

단호한 대답에도 다시 한 번 엄포를 놓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당효용을 보며, 천화가 피식 웃었다.

16549494538855.jpg“하! 이래서 당가놈들은 눈 마주치면 패줘야 한다니까.”

1654949453887.jpg“뭣? 어디서 그따위 말을……!”

16549494538855.jpg“이딴 개수작을 부리는 놈들에게 뭔 말을 못해?”

  [산공독에 중독되셨습니다.] [보유한 내공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순간 천화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누가 당가놈들 아니랄까 봐 대화를 시도하는 척하면서 산공독을 뿌린 것이다. 내공을 흩어버리고 회복할 수도 없게 만드는 무인들에게 최악의 효과를 나타내는 놈이지만, 천화는 그것을 들이켠 것이 불쾌할 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산공독의 효과는 체내의 내공을 그저 흩어내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미 초절정에 올랐을 뿐 아니라 화경의 경지까지 일부 엿본 그는, 주변의 자연지기를 저절로 끌어모으는 능력을 지녔다. 산공독으로 흩어내봤자, 그것을 다시 흡수하니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초절정에 이르렀다 해도 화경의 경지를 엿보아야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니, 천화가 가졌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겠지.

16549494538855.jpg“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쐐애애액-! 그 순간, 당효용이 몸을 튕기며 천화에게 짓쳐들었다. 자신의 수작이 들통났지만 산공독을 뿌렸으니 천화가 약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1654949453887.jpg“팔과 다리 하나씩을 잘라주마!”

기세 좋게 달려들지만 천화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검을 뿌렸다. 천독수라는 별호를 있게 만들어준 천독만화장이 허공을 어지럽게 찍어왔지만 전혀 위협은 되지 않는다. 당문악보다 완숙한 경지의 독인이라 해도 천화에게는 통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천화는 이미 무신지로에서 이놈과 겨루어본 적이 있었다. 독강이라 불리는, 독기를 머금은 강기가 뻗어나왔지만 이미 경로를 모두 꿰고 있었기에 핵심이 되는 결을 베어냈다. 일검무한. 이번에는 진짜다. 단지 검압으로 암기를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온전한 힘을 머금은 채 일검이 뻗어나왔다. 서걱!! 그 검격에 담긴 위력에 화들짝 놀란 녀석이 장법을 중첩시켜 막아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었고, 무명검은 그대로 놈의 두 팔을 잘라버렸다. 마지막에 간신히 몸을 틀어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몸이 두 쪽이 나서 죽어버리고 말았겠지.

1654949453887.jpg“말도 안 되는……!”

1654949453887.jpg“장로님!!”

소가주에 이어 장로급인 천독수까지 팔을 잃었다. 일반 무인들도 팔을 잃거나 다치는 것은 뼈아픈데, 독과 암기까지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그들이 팔을 잃은 것은 그야말로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 당가의 의술이야 독만큼이나 유명하니, 빠르게 조치한다면 이전만큼은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어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천화였다. 그가 그것을 과연 허락할 것인가?

1654949453887.jpg“두 분을 구해라!”

1654949453887.jpg“구환살진을 펼쳐라!”

이미 사천당문의 정예들은 천화와의 대화를 포기했다. 천독수의 협상 아닌 협상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먹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16549494538855.jpg“가지가지하네, 진짜.”

쿠웅! 그때, 천화가 크게 발을 굴렀다. 남해도에서도 선보인 바 있던 악마칠음의 응용이었다. 대지를 타고 퍼져나간 진동이, 대기를 울리며 몸 안에 스며든 음파가 놈들의 기맥을 뒤틀어놓았다. 일류급은 눈을 까뒤집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절정급의 고수들은 피를 울컥 토해내며 내상을 입었다. 그야말로 악마 같은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내공 소모가 극심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당장 유일하게 천화와 견줄 수 있던 고수인 천독수마저 두 팔이 잘린 채 쓰러졌는데.

16549494568955.jpg“…….”

사천당문의 최정예는 아니지만 충분히 중소문파 정도는 반시진이 걸리지 않아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건만, 그들 모두가 천화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1654949453887.jpg“우릴 어쩔 셈이냐.”

두 팔을 잃었지만 어떻게든 지혈에는 성공한 천독수가 천화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당장 꼬리를 내리고 기어도 살려줄까 말까인데, 지극히 당가놈들다운 자존심이 아닐 수 없었다.

16549494538855.jpg“글쎄? 어떻게 할까?”

1654949453887.jpg“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네놈은 평생 동안 중독과 암습의 걱정에 떨다가……. 컥!”

빠악!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주와 같은 말을 내뱉는 놈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어느새 무기를 바꿔든 천화가 그의 대가리를 후려친 것이다. 해죽 또는 흑죽이라고 불리는 검은 대나무가 그의 손에 들렸다. 남해도의 해풍을 머금고 자라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것이 특징이라, 별도의 처리 없이도 타구봉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놈이다.

16549494538855.jpg“시끄러, 임마. 초식 한 번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하는 것들이 어디서 이빨을 털어?”

16549494568955.jpg“…….”

억울하지만 사실이다. 천독수마저 천화의 일검을 받아내지 못해 두 팔이 잘렸고, 독진을 펼치려던 이들은 진법을 완성하기도 전에 고작 발구름만으로 제압당했으니까.

16549494538855.jpg“그럼 독살과 암살의 걱정이 없도록 당가를 지워버리면 되겠네. 그치?”

1654949453887.jpg“감히 그따위……!”

간단한 해답이라는 듯 웃는 천화를 향해 쌍소리를 내뱉으려던 당문의 인물들은 차마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내뱉지 못했다. 어쩐지, 천화라면 진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자신들의 문파이자 오랜 세월 동안 오대세가의 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천당문이 고작 후기지수 한 명에게 멸문을 당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천화에게는 뭔가 있다는 그 느낌적인 느낌에 말문이 막힌 것이다.

16549494538855.jpg“좋아. 일단 인질로서의 가치는 필요하니까 기회를 주지. 한 놈만 나와서 저 둘을 치료해라.”

1654949453887.jpg“뭣?”

16549494538855.jpg“싫어? 싫으면 말…….”

1654949453887.jpg“내가! 아니 제가 하겠습니다.”

그때, 천화가 의외의 제안을 했다. 둘을 치료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팔을 완전히 이어붙이려면 이곳에서는 어렵지만, 당장 최소한의 조치라도 한다면 희망이 있다. 때문에 천화의 마음이 바뀔세라 한 명이 얼른 나섰다. 나머지가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당장은 자존심보다 둘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천독수도 당문을 대표하는 고수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소가주는 앞으로 당문을 이끌어야 할 인물이니까.

16549494538855.jpg“그럼 그동안 나머지는 나랑 놀아볼까?”

직계에게만 간부직을 주는 당문이기도 하지만,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적통의 장자뿐이다. 간혹 장남보다 실력이 뛰어난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마찬가지. 그들은 장로로서 가주를 보필할 뿐,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가주의 자리는 무조건 장남에게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가율이다. 그리고 문제는 당대의 가주가 적통을 둘만 낳았다는 것이다. 당문악과 당소련. 헌데 당문악은 저 모양이고, 당소련은 여아이다. 데릴사위를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긴 하지만 데릴사위가 가주가 되는 경우는 없으니, 당문악이 여기서 죽거나 폐인이 된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터였다. 현 가주의 형제들이 새로운 가주로 자신의 아이들을 추대하려 온갖 모략을 꾸밀 테니까. 그것을 알기에 치료에 나선 이도 필사적이었고, 남은 이들도 굴욕을 각오했다.

16549494538855.jpg“일단 좀 맞자.”

몸도 그 각오만큼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삼복구타봉법. 사실 무신지로에서도 삼복구타봉법은 애초부터 당가놈들의 정신머리를 뜯어고치기 위해 개발된 무공이었다. 성질이 개 같은 놈들을 개처럼 패기 위해 만든 무공인 것이다. 그렇기에 정확히 가장 아픈 부위만, 내공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부위만 골라 때리는 악마 같은 위력을 지닌 봉술이 천화의 손에서 펼쳐졌다.

16549494538855.jpg“자, 다음. 끝난 놈들은 뒷짐 지고 대가리 박고 있어. 만약 쓰러지면, 그걸로 치료도 끝이다.”

첫 번째 상대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는 이어 원산폭격을 시켰다. 차례대로 처맞고 얼차려를 받겠지만, 만약 한 놈이라도 낙오한다면 그 자리에서 치료는 중단이다. 자신 때문에 소가주와 천독수가 팔을 잃는다?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다들 필사적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퍼버버버버버벅!!!!

16549494568955.jpg“끄으으으으으윽……!”

천화는 신나게 두들겼고, 놈들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고통과 신음만이 난무하는 참교육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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