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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이게 화령검왕이라고? (2) (212/481)

<212화> 이게 화령검왕이라고? (2)2022.03.13.

16549496516953.jpg“뭐? 이게 화령검왕의 시신이라고?”

천화의 의견에 모두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지고 있던 것은 모조리 털렸는지 신분을 확인할 만한 물품은 남아있지도 않았고, 옷가지 또한 벗겨졌는지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정말 백골밖에 남은 것이 없었으니, 이것을 보고 신원을 특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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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천화는 이것이 화령검왕이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16549496516962.jpg‘화기.’

그 시신의 주변에서 유독 강한 화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이만한 화기가 특정 장소에, 그것도 시신의 주변에만 모여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수한 지맥이 흐른다면 모를까, 이것은 강력한 내공을 지닌 무인이 죽으며 그 기운이 흩어진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화령검왕은 별호 그대로 강력한 양강의 무공을 구사하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런 자의 시신 주변에 흘러나온 화기가 깃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6549496516962.jpg“다른 시신들은?”

16549496516953.jpg“몇 구 더 있긴 합니다만, 인원이 맞지는 않습니다.”

천화는 즉시 나머지 시신을 확인했고, 대막으로 떠났다던 사절단의 이름들을 재확인했다. 그들의 사문을 파악하고 익힌 내공심법을 떠올렸다. 그것들 중, 나머지 시체에서 느껴지는 기운들과 일치하는 것이 있는지 대조해보았다. 최소 절정급의 고수가 아니라면 긴 시간 기운이 남아있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시신, 아니 백골들을 확인했고 곧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16549496516962.jpg“이건 특수한 무공에 당한 것이다. 아마 당한 직후부터 목내이와 같은 모습이 되었겠지. 더 빠르게 백골화가 진행되었을 테고.”

16549496516953.jpg“설마, 마공인가?”

16549496516953.jpg“으흠…….”

천화의 확언에 구파의 고수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들 또한 상당한 연륜과 견식이 있었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천화의 실력을 몸으로 체감했기에, 그 말이 허튼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무공들을 자신들만 해도 몇 가지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정말 그런 것을 사용했다면, 굳이 화골산을 이용해 뼈까지 녹여내지 않더라도 이들의 정체를 알아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도 당연했다.

16549496516962.jpg“술법 쪽일 가능성은?”

16549496516953.jpg“으흠. 술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뭔가 주변에 다른 흔적도 남아야 하는데, 의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산파 고수들에게도 살피게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술법을 사용해서도 이와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럴 경우 흔적이 남는다. 어쨌든 내공과 자연의 기운을 이용해 시체에 어떤 효과를 가하는 것이기에, 시체뿐 아니라 그 주변에도 충격의 여파가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곳에서 죽여 술법을 걸고 이곳에 버려둔 것이라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데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모래가 파인 깊이가 마음에 걸렸다. 그저 뼈만 얹어놓았다면 모래가 더 얕게 파여야 하는 것이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홍사산은 적암으로 둘러싸인 곳이고, 그것들이 바람에 쓸려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주었기에 이런 미세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6549496516953.jpg“그렇다면 대체 누가 있어 그를 죽였단 말이지? 대막에 그런 고수가 있었던가?”

16549496516962.jpg‘있기야 있지.’

구파의 고수들이라 그런지 대막을 다소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능한 인원을 꼽으라면 몇 명이나 있었다.

16549496516962.jpg‘태양궁과 포달랍궁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괜히 세외사궁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이곳 대막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지만 세외사궁 중 둘이나 되는 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태양궁이 있고, 서장에 가까운 남쪽으로는 포달랍궁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포달랍궁을 괴롭히고 있는 마라혈교 또한 용의선상에 올릴 수 있겠다. 꼭 일대일로 겨루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무공으로 꺾었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16549496516962.jpg‘하지만 이렇게 쉽게?’

문제는 상대가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으로 불리는 화령검왕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 인물을 처치하려 했다면 꼭 시신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흔적이 많이 남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이곳에 남은 흔적은 기이할 정도로 적었다. 사실상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다. 흩어져 도망을 치는 것 같았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으니 다른 곳에서 치명상을 입고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러모로 미심쩍은 바가 많았다.

16549496516962.jpg“일단 주변을 확보하도록. 모산파 분들께서는 주변에 결계 같은 것을 좀 설치해주시죠.”

16549496516953.jpg“알겠습니다.”

천화는 즉시 주변을 확보하고, 모산파의 고수들에게 술법과 진법을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사를 하는 동안 혹시 모를 기습이나 침입 등을 막기 위해 외부와 단절시킨 것이다. 그렇게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다음 날 날이 밝자 다시 시작되었다.

16549496516962.jpg“포달랍궁으로 가야겠습니다.”

모든 조사를 마친 천화가 일행들에게 선언했다. 포달랍궁으로 향한다. 그들을 콕 집어 범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화령검왕을 공격했을 확률은 무척이나 적었다. 포달랍궁은 정파 무림과 딱히 사이가 나쁜 곳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최근에는 마라혈교와 다툼을 벌이고 있었으니 화령검왕의 손을 빌리고 싶어 했으면 했지, 무리를 해서 그를 해하려는 시도를 할 리가 없었다.

16549496516962.jpg‘만약 죽였더라도 백골로 만들 게 아니라 강시를 만들려고 했겠지.’

그리고 그들은 강시를 만들고 조종하는 집단이었다. 사람의 시신을 되살리는 강시라면 중원에서 꺼려하는 것 중 하나였지만, 그들의 힘이 강력하고 중원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암묵적으로 묵인했다. 강시의 초기 용도가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 사망한 이들을 가문 또는 문파로 데려가기 위함이었기에, 모산파 역시 강시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예가 있기도 했고. 그런 관계로, 화령검왕 정도 되는 고수를 죽인 것이 포달랍궁이었다면 그 귀중한 시신을 가만 두었을 리가 없다. 생전에 강력한 무공을 지녔던 무인일수록 더 강한 강시를 만들 수 있으니까.

16549496516953.jpg“그들의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준비 시키겠습니다.”

그럼에도 천화가 포달랍궁으로 향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이 이 근방의 지배자였고, 그들을 통해 다른 정보들을 얻기 위함이었다. 흑풍사? 아무리 붉은 머리의 괴인이니 뭐니 해도 그들이 화령검왕을 상대할 수 있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마교의 숨겨진 고수쯤이라면 가능성도 있겠지만, 시신이나 인근에서 마기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하나의 단서였다. 마기는 그 특성상 시신과 대지에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다른 무인들이라면 몰라도,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라면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천화 역시 마찬가지였고.

16549496516953.jpg“조심히 옮겨라! 섞이지 않게 조심해!”

그런 천화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한 모산파 고수들이 표사와 쟁자수들에게 철수를 명했다. 일단 더 이상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기에, 중원으로 데려갈 수 있게 백골들을 회수했다. 백골을 들고 와서 그들이라고 주장해도 믿어주지 않을 수 있지만, 골격이나 치아 상태 따위를 통해 몇몇은 검증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더위와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들을 거두고 포달랍궁으로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땡볕을 뚫고 포달랍궁이 위치한 사막의 남부 지역까지 이동했다.

16549496516962.jpg“멈추십시오. 여기부터 진법이 잔뜩 둘러져 있습니다.”

포달랍궁의 위치는 교류하는 몇몇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은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갈 곳에 있었다. 진법과 술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술법과 진법에 조예가 깊거나 기감에 예민한 이들이라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거나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는 ‘궁(宮)’이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거대한 건축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를 현혹시키는 강력한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 너머에는 몇 겹이나 되는 진법들이 겹쳐져 있어서 모르고 들어갔다면 제자리를 빙빙 돌다 나오게 되지만, 무리해서 뚫으려 하다가는 진법의 공격을 받아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천화도, 모산파의 고수들도 억지로 진법을 해제하려 들지 않았다. 포달랍궁이 그들을 배척하지 않으니 안에서 먼저 문을 열게끔 하려는 것이다.

16549496516953.jpg“정파 연합에서 나왔습니다! 길을 열어주십시오!”

내공을 가득 담은 음성이 사막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진다.

16549496516953.jpg“…….”

휘이이잉-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모래바람 소리뿐, 안에서 대답이 들려오거나 마중을 나오는 이는 없었다.

16549496516953.jpg“다시 불러볼까요?”

16549496516962.jpg“잠시만요.”

그때, 천화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포달랍궁의 모습을 감추는 진법에 가려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안쪽으로 겹겹이 둘러져 있어야 할 진법들의 기운이 없거나 불안정했다.

16549496516962.jpg“제가 다녀오죠.”

16549496516953.jpg“헛! 하지만 천화님!”

대뜸 몸을 날리는 천화의 모습에 모산파의 고수들이 식겁하며 만류했다. 허락 없이 포달랍궁의 진법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의 심기를 크게 거스르는 일이기도 했지만, 제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진법과 술법은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천화라 할지라도 안으로 들어가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16549496516953.jpg“이런.”

그러나 이미 천화는 진법 안으로 들어가버린 후였다. 천화의 모습이 허깨비처럼 사라졌고, 모두가 망연자실하게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16549496516962.jpg‘망가졌다.’

그 사이, 진법의 안으로 들어간 천화는 확실히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생문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법 안이 안정적일 수는 없었다. 아직 포달랍궁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천화는 넓게 퍼트린 기감을 통해 그들이 자랑하는 진법들이 상당수 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파악했다.

16549496516962.jpg‘어디.’

아직 진법이 완성되지 않은 것은 아닐 터였다. 포달랍궁의 주변에 깔린 진법은 이미 백 년 전에도 완성되어 있었고, 점점 보완해나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순간 생문을 빠져나가 일부러 진법에 걸려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방법을 달리 했다. 쿠웅! 주변의 자연지기와 공명하는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16549496516962.jpg“역시.”

그러자 진법들이 저절로 깨어졌다. 정상이었다면 크게 흔들리기는 해도 버텨내야 할 수준이었지만, 천화의 일격에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나머지 진법들이 와장창 깨어져나간 것이다.

16549496516953.jpg“엇?!”

저 뒤편에서 화들짝 놀란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가장 외곽에 있던 진법까지 영향이 간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심각하다. 포달랍궁에 뭔가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16549496516953.jpg“저기, 불길이 솟고 있습니다!”

16549496516962.jpg“!!”

이윽고 드러난 포달랍궁의 곳곳에서는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뭔가 변고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16549496516962.jpg“쟁자수와 표사들은 남고 나머지는 진입한다!”

천화가 즉시 지시를 내렸다. 포달랍궁을 공격할 정도라면 상대의 무공 또한 대단할 터. 고작해야 이류에서 일류 수준인 표사들로는 어림도 없다. 때문에 표사들을 남겨 쟁자수들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포달랍궁을 지원하기 위해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화경의 고수 하나에 초절정 고수가 다섯. 거기에 독인 하나와 술법가 셋까지 가세했다. 상대가 누구이든 이 정도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전력이었다.

16549496516962.jpg“흑우!”

16549496558184.jpg“무우우우웃!!!!”

콰앙!!!!!! 하지만 가장 먼저 짓쳐든 것은 흑우였다. 다리가 푹푹 빠지는 모래 따위는 전혀 제약이 되지 못한다는 듯, 전력으로 달린 흑우가 포달랍궁의 성문을 들이받았다. 온갖 술법으로 강화된 성문이건만, 수수깡처럼 부러뜨리며 길을 열었다.

16549496558188.jpg“?!”

16549496516953.jpg“또 웬 놈들이냐!!!”

그들의 난입에 한창 전투 중이던 이들도 크게 당황했지만, 천화는 빠르게 기운을 퍼트려 피아를 구분했다. 포달랍궁은 동일한 내공 심법을 익히기에 그들의 기운에는 특유의 파장 같은 것이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16549496516962.jpg“중원에서 왔습니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돕겠습니다!”

즉시 검기를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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