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1화> 신승의 조언 (1) (220/481)


<221화> 신승의 조언 (1)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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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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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요?”

소림의 산문을 넘은 천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대금강이라 불리는 이들 중 하나였다.

이미 천화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인지, 바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가 흑풍사와 구파의 고수들, 그리고 모산파 고수들을 다른 이들에게 영접하게 하고 천화와 설영을 따로 맞은 것이다.

이 역시 신승의 뜻이 개입된 바일까? 소림방장인 백연 대사가 불렀다고는 하지만, 마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그 뒤를 따랐다.

아니라면 백연을 만난 이후, 신승을 찾아 장경각이든 뭐든 뒤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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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들 많았네. 갑작스런 부탁이었을 텐데 흔쾌히 응해주어 감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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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흔쾌히 응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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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어쨌든 응해주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일도 잘 처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반쯤은 협박에 가까운 조건 제시였으니 말이 곱게 나올 리 없다. 따라서 천화가 뾰로통하게 대꾸했지만, 백연 대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받아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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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왜 부르신 겁니까? 이미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미리 전해두었을 텐데요.”

이미 화령검왕에 대한 소식과 대막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서구를 통해 미리 전달했다.

마교로 인해 이곳의 상황이 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기도 했지만, 직접 방문하여 구두보고를 하자니 너무 오래 걸릴 듯하여 간추린 정보부터 먼저 보낸 것이다.

따라서 딱히 추가로 얼굴을 마주한 채 보고할 내용은 없었기에 묻자, 백연 대사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용건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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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이 이곳에 온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니겠나? 직접 확인할 것이 있어 불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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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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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조사 결과를 보내놓고도 이렇게 찾아온 것은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 아니겠나? 이 늙은 중의 얼굴을 보고 싶어 온 것은 아닐 테니. 나 역시 그대들에게 묻고, 협조를 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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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보시죠.”

꽤나 노골적인 백연 대사의 말에 천화가 먼저 말을 받았다.

물론 그에게도 묻고 싶은 것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신승을 만나고 싶었기에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따질 것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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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과부터 하지. 북해빙궁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은 미안하네. 신승께서 요청하신 일이라고는 하나, 친분이 있는 이들의 변고를 알리지 않은 것은 책임을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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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누가 늙은 생강 아니랄까 봐.’

소림 방장이자 정파 연합의 수장, 지금은 무림맹의 맹주 대리까지 맡고 있는 그가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하니 딱히 문제 삼기도 어렵다.

그것을 미리 알고 선수를 친 것이겠지만, 사실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신승이 내건 조건이 있기에 무작정 북해로 떠나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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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서 천화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사과를 받았다.

약간의 앙금은 남겠지만, 공식적으로 걸고넘어지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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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동안 소식을 들었을 테지만 마교가 공식적으로 발호했네. 몇 달 뒤에는 정식으로 청해성에 거점을 만들고 활동을 하겠다고 공표하기까지 했지. 우리는 무림맹을 결성하여 그들을 막기로 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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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죠. 머리 잘 썼던데요.”

확실히 그건 당대 천마의 성향과 지략을 보여주는 한 수였다.

기존의 마교라면 ‘피의 개파식’이라며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모조리 죽이면서 중원으로 진출을 해왔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식적으로 청해성의 중심부에 본단을 설치하고 개파식을 열겠다며 중원 모든 문파의 수장들을 초청한 것이다.

중원 전역에서 마인이라 스스로를 밝힌 괴인들이 무인들을 습격하고, 일부 문파를 멸문시킨 것과 상반되는 행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그 의중을 알 수 있었다.

민간을 건드리지 않았고 어차피 자신들에게 포섭되지 않을, 그리고 이미 포섭된 문파와 적대관계인 문파와 무인들만을 노린 것이다.

소위 백대고수라 불리는 중원의 최강자들을 노리기는 했지만 그것이야 중원의 힘을 미리 꺾어두고,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무력시위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관련자나 관련 문파가 아니고서는 그저 두려워만 할 뿐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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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이번 천마가 기존의 천마들과 다름을 보인다는 것이니, 내부에서도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중원의 모든 문파들을 무작정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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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교가 패배하던 이유는 그놈의 은거기인들 때문이었으니까.’

은거기인이라는 작자들은 꼭 명문 거파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파나 가문, 혹은 신비문파 따위를 표방하며 뜬금없이 나타나 칼질하는 놈들 때문에, 항상 압도적이라고 생각할 때가 되어서야 중원 정벌을 시도하던 마교가 결과적으로 패퇴하여 다시 십만대산에 처박히고 마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할 때, 당대 천마의 이런 조치는 그런 이들의 난입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최대한 중원 문파들을 포섭하고 마교에 대한 인식을 희석시켜, 단숨에 집어삼키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한 중원 적응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중원 무림이 이처럼 안일하게 있을 수 있었던 ‘쫄딱 망할 때가 되면 은거기인들이 나서서 어떻게든 해줄 거야’라는 사고방식이 독이 될 터였다.

그다음 민심이 어느 정도 수습되었다 싶으면, 무림맹을 짓밟고 중원을 통일하려 들겠지.

온 중원 무림이 힘을 합쳐도 막을까 말까한 이들이, 중원의 힘을 일부 흡수하고 민심까지 얻어 싸움을 건다면 의외로 허무하게 무림맹이 무너질 위험도 있었다.

그때면 이미 마교는 중원 전체와 싸울 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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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단속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싸움이긴 한데…….’

그런 의미에서 이대로 진행될 경우, 무공을 겨루기보다 내부단속을 누가 더 잘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누가 먼저 사고를 치느냐.

선민의식을 버리지 못한 정파가 먼저 발작을 일으켜 민심을 잃느냐, 오랫동안 참고도 또 참으라는 명령에 폭발한 마인들이 폭주를 일으키느냐의 싸움이랄까.

천화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교가 꼭 불리하다고, 정파가 유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이런 사고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터져나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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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참석하실 겁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천화가 백연 대사에게 물었다.

무림맹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모두가 초대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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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겠지. 그들을 인정하는 순간, 무림맹이 잃어야 할 것이 꽤 많을 테니.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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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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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신하여 마교의 개파식에 참석해주게. 그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하는 무림맹의 사자가 되어달라는 걸세.”

대답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다만, 천화에게 그 말을 전하는 사자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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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고 가서 뒈지라고요?”

그 말을 들은 천화에게서 당연히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다른 이들이 마교의 개파식에 가지 않는 이유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수를 죽이기 위한 함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대신 가서 말을 전해달라?

지금 사표냈다고 꼬장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것일까?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자 백연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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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자네가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고는 하지만, 자네 하나를 죽이기 위해 그들이 마수를 드러내지는 않을 게야. 게다가 자네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그곳을 탈출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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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지만, 제가 왜요? 저는 정파 연합에서도 이미 사표를 낸 외인이 아닙니까? 무림맹에도 가입할 생각이 없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자신이 무엇이라고 그곳에 무림맹을 대표해 간단 말인가?

무림맹은 무림의 중심이자 전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자신도 무림맹에 소속이 된다고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천화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차라리 정사지간의 경계에 섰으면 섰지, 굳이 무림맹에 기어들어가서 한 자리를 차지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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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에 가입할 생각이 없다?”

그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백연 대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그는 무려 화경의 고수가 아닌가?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인물이긴 하지만, 딱히 사파의 행보를 걸어오지도 않았고 정파와 교류가 없던 것도 아니기에, 당연히 마교와의 대치 상황에서는 무림맹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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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거나 구원 받을지 생각해보게. 상대는 마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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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꼭 무림맹에 소속될 필요는 없죠. 제 나름대로 활동을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마교로 인해 희생될 무인들과 중생들을 들먹이는 백연이었지만 천화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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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단 대응을 하지 않으면…….”

그 말에 백연도 답답하다는 듯 뭔가 더 말을 이었지만, 곧 포기했다. 이야기를 할수록 답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화경의 경지라면 집단이든 뭐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당장 같은 경지가 아니라면 막을 수 있는 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 화경의 고수가 아니던가?

자신만 하더라도 구파든 오대세가든, 단기혈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에 더는 천화를 만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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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네의 뜻은 알았네. 하지만 좀 전의 제안은 유효하니 천천히 생각해봐주길 바라네. 다른 이들이 가기에는 얽혀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 아무런 배경이나 약점이 없는 자네만이 그들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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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환단이라도 한 알 주시면 생각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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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그럼 자네가 맡아주는 걸로 알아도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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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진짜요?”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인데 백연이 덥석 물어버렸다.

소환단도 아니고 대환단을 준다고? 고작 말을 전하고 오는 것만으로?

순간 천화도 놀라 눈을 껌벅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 물론 자신이 대신 말을 전하러 가는 것만으로, 무림맹의 소속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게 보이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대환단을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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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진작 말씀을 하시지! 제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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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영약들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대환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천지의 기운을 응축시켰다 일컬어지는 대환단이라면 천화에게도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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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설마 후불이라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실 건 아니죠? 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선불로 받아야 저도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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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부 절차를 마치는 대로 전해주도록 하지. 그리고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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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보시죠! 제 돈 드는 거 아니면 어지간한 건 다 해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선불로 받는 것까지 확정되자 천화도 싱글벙글이었다.

굳이 손해를 봐가면서 뭔가를 해줄 생각은 없지만,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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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야 뭐. 얼마든지요.”

그리고 백연의 요청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었다. 천화가 친분을 맺은 몇몇의 인물들이 무림맹을 도와 마교에 맞설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는 것이다.

도왕.

남만야수궁.

북해빙궁.

해남파.

소수민족 연합까지.

마라혈교에 대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고, 하오문이나 개방 역시 굳이 천화와의 접점이 아니더라도 무림맹의 편에 설 것이 자명했기에 그들 다섯을 점찍은 것이다.

당연히 천화로서도 나쁘거나 무리 될 것이 없었다.

그 역시 애초부터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들과 친분을 쌓은 것이 아니던가?

당연히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조력은 필요했기에, 그들의 조력을 요청하는 서찰을 써주기로 약조했다.

그들이 무림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수록, 마지막에 자신이 나서서 정사대전을 끝장 낼 때 무림맹의 반발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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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엔딩이 가까워오는군.’

천화는 마교의 발호가 공식적으로 선포되는 개파식이 열리는 순간, 마지막 중요 분기 임무창이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서 어떤 결말을 유도할지 선택하고, 완수해내면 무신지로에서 보았던 엔딩 아닌 엔딩이 나타나겠지.

그때가 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터였다.

부모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로.

이 세계도 무척 마음에 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실과 무림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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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뭐가 없어도 너무 없어.’

현대 문물들.

그리고 매콤한 김치찌개가 그리웠다.

중원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너무 기름졌으니까.

그나마 구워먹는 고기 덕분에 버틴 것이지, 요리들만 먹고 버티라면 그냥 벽곡단을 먹고 말 터였다.

그것도 더럽게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강화된 보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기에 일단은 임무를 완료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흐름과는 꽤나 많이 바뀌었기에, 뭔가 알고 있는 듯 보이는 소림신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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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다리시게. 그분께서 이곳으로 오실 것이니.”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하던 천화가 넌지시 신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비치자, 백연도 알고 있다는 듯 자리를 비켜주었다.

지금 당장 천화가 이 전각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눈에 띄는 까닭에, 신승이 직접 이곳으로 올 것임을 이야기하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당장 나가서 마당이라도 쓸어야 할 것 같은 차림의 주름 가득한 노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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