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준비 완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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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준비 완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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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준비 완료 (1)
2022.04.07.
금무성에게서 백지전표를 여러 장 받아든 천화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디론가 향했다.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인 것은, 어차피 백지전표라는 것이 몇 장을 가지든 마찬가지인 것이기 때문이다.
열 장에 천 냥씩을 적든, 한 장에 만 냥을 적든.
어차피 수익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고 이번 마교의 발호로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그들이 다루는 물건들이 워낙 특수한 것이다 보니 딱히 경기를 타지도 않았다.
소상인들이야 타격을 입겠지만, 진귀한 물품들은 고관대작을 대상으로 판매하거나 거대문파들에 납품을 하기에 판매처가 부족한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흉흉한 만큼 호위 무사들을 더 많이, 더 강한 자들로 고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했다.
“자, 그럼 쇼핑을 시작해볼까?”
그 백지전표를 들고 천화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흑점이었다.
이미 하오문을 통해 흑점의 위치를 파악해두었고, 마침 이번에는 하남에 자리를 잡은 상태인 것이다.
“다 아는 사람들이구만.”
간단한 통과 절차를 걸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무림맹 설치를 위해 하남을 방문한 무림명숙들이 얼굴을 가리고 흑점을 방문한 것이다.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테고, 단기간에 무력을 상승시키기에는 영약과 질 좋은 병기만 한 게 없었으니까.
때문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소속된 인원들이 바글바글한 상태였고, 그중 일부는 서로를 알아본 듯싶었지만 명문 정파가 흑점 따위를 찾았다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주세요.”
“……예?”
하지만 천화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설령 정체를 들켜도 상관없고,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의 시선을 끌고 반감을 사는 것도 문제없다.
그렇기에 아주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이걸, 전부 말입니까?”
“왜요. 문제 있나요?”
“아니, 아니. 문제는 없습니다만 가격이…….”
“상관없으니까 일단 주시죠. 좀 여러 가지를 살 생각인데, 뭐하면 이것부터 선금으로 계산하고요?”
오죽하면 흑점의 직원조차 화들짝 놀랄 정도였을까.
그만큼 영약 하나하나의 가격이 막대했지만, 이미 가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천화였기에 몽땅 쓸어담았다.
“잠깐! 기다리게! 저건 내가 보고 있던 물건이라고!!”
“아무리 금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두고 어찌 멋대로 물건들을 독점하려 하는가!”
값만 제대로 치를 수 있다면 흑점 입장에서야 손해볼 것이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찔러보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천화 같은 큰손이 나서서 몽땅 구입해간다면 여러모로 훨씬 이득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영약들을 두고 경쟁도 치열해질 테고, 경매라든지 하는 식으로 판매 방식을 바꿀 수도 있겠지.
때문에 즉시 차곡차곡 천화가 지목한 영역에 비치되어있던 영약들을 담기 시작하자, 오히려 주변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자기가 찜한 물건이었다는 둥, 독점을 하면 안 된다는 둥 시답잖은 소리들이었지만 천화는 가볍게 일축했다.
“꼬우면 먼저 사시든가요. 억울하면 돈 벌어오세요. 예?”
독점이고 나발이고 돈 있으면 사보시든가!
아마 흑점에서도 판매금액으로 걸어놨던 돈의 1.5배쯤 제시한다면 천화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쪽에 판매하려 들 터였다.
철저하게 돈에 움직이는 자들이니까.
하지만 그 정도를 제시할 거였으면 벌써 구입을 했겠지.
천화의 조언 아닌 조언에도 결국 상위 입찰을 하지 못한 이들은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며 난동을 피워댔고, 개중 몇 명은 흑점의 인원들에게 제지를 당해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저 말로 쫓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파를 대표하여 자금을 가지고 흑점에 방문할 정도라면 각 문파 내에서도 상당한 자리를 차지한 자일 테고, 간혹 흑점을 벗어나는 인물들만 노려 강도짓을 벌이는 놈들도 있기에 무공 역시 출중한 인물들로 보냈을 텐데 속절없이 제압되어 끌려나갔다.
‘고인물들도 얄짤 없었지. 그때는 그저 시스템 보정쯤으로 여겼는데…….’
이전에는 일종의 게임적 허용으로 보았지만, 이제 와서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면 명성이 하락하고 수배가 붙는다지만, 이곳은 불법적이고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흑점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곳을 털어먹으면 어떻게 될까?
정확한 무공 수위는 알 수 없지만, 화경의 경지쯤이라면 흑점의 인원들을 모조리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야 없지.’
문득 호기심과 호승심이 들었지만 천화는 억지로 눌러 참으며 옆 전각으로 이동했다.
나머지 영약들도 모조리 살까 싶었지만, 딱히 쓸 만한 놈은 없었기에 병기와 무공비급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아, 이것도!”
사실 천화에게는 이미 병기도, 무공비급도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았다.
이미 천하제일의 무기인 무명검을 가지고 있고, 무공 역시 무상천검뿐 아니라 무공화하여 체득하지 않았을 뿐 무신지로에 등장하는 모든 무공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 굳이 돈을 들여 비급을 사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에 잡히는 대로 담는다 할 만큼 마구 쓸어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별호.
영약을 통해 내공을 높이는 것도 전투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였지만, 지금쯤 되어서는 그보다 별호가 추가될 때 얻을 수 있는 추가 효과가 더 큰 전투력 상승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 명성을 통해 현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도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천화는 흑점을 털어먹을 기세로 물건들을 쓸어담았다.
금자 수십만 냥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백지전표에 적어넣어 그들에게 건네고 남김없이 소지품창에 챙겨넣었다.
덕분에 물량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다른 이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흑점이 문을 열자마자 몽땅 털어먹은 것도 아닌데 뭐 어떤가?
억울하면 먼저 사셨어야지! 낄낄낄.
“이건 저희 흑점에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오, 많이 사니까 이런 것도 주는군요.”
그렇게 모든 거래를 끝낸 천화에게 흑점의 상인이 무언가를 건넸다.
수십만 냥을 쓴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는 좀 많이 소박한 작은 동경이었다.
“이거……?”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흑점에서 준 물건이니 범상한 것은 아니겠지.
물품 정보를 확인하자 예상대로 보통의 물건은 아니었다.
[???][전설]
??????
전설 등급씩이나 되는 걸 보면 뭔가 특별하긴 한데, 이걸 대체 어디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름도, 설명란도 온통 물음표 투성이라서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알기 어려운 것이다.
“언젠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거 불량품 같은데요?”
심지어, 슬쩍 비춰 보니 자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거울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이런 불량품을 어디다 쓰라는 말일까?
천화가 되물었지만 상대는 대답 대신 그저 희미한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어차피 공짜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조금 찝찝한 마음으로 흑점을 벗어났다.
“흠, 조금 많이 샀나?”
소지품창을 슬쩍 들여다본 천화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렸지만,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이 중 영약을 제외한 것들은 몽땅 되팔아도 상당히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당장 흑점에서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았기에 대부분은 구입한 가격보다 조금 덜 받겠지만, 개중 뛰어난 물품과 비급들은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이제 곧 전시 상황에 돌입하지 않던가? 뛰어난 병기와 무공비급이라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구하려하는 이들이 넘쳐날 것이 분명했다.
무림맹의 잔고를 빼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주변에 쫙 깔렸는데?”
그 사이, 주변을 포위하듯 감싼 기운을 읽어낸 설영이 천화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 역시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것이다.
“하, 이 아조씨들 또 진상이네.”
그들이 노리는 것이야 뻔하다.
천화가 쓸어담은 영약과 무기, 비급들.
나름대로 감추어주기는 한다지만 어느 정도 공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천화가 무지막지하게 쓸어담은 까닭에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가 대략이나마 공개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저들은 돈도 안 쓴 주제에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영약과 무기를 독점하려 하다니! 사마외도의 무리가 아니라면 강호를 위해 내어놓고 가거라!”
칼만 안 들었지 숫제 강도나 다름없다.
아, 칼도 들었으니 그냥 강도인 건가?
게다가 아직 안에서 썼던 가면도 벗고 있지 않았으니 날강도라 보는 게 맞겠지.
무신지로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던 일이었기에, 천화는 대수롭지 않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흑점은 일단 자신들의 영역을 나가는 순간 지켜주거나 개입하지 않으니 그들을 찾을 필요도 없다.
“남의 것을 탐했으면, 제 것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쯤은 하고 덤비는 거겠지?”
쿠웅!
물론,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불행이었다.
천화가 크게 발을 구르는 순간, 내공이 역류하여 피를 토하거나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으니까.
“가면은 남겨 드릴게.”
이후는? 몽땅 털렸다.
가면과 속옷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빼앗은 천화가 그들을 버려두고 떠난 것이다.
이후 하남성에 변태색마들이 대거 출현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긴 했지만, 천화가 알 바는 아니었다.
“자, 그럼 노가다를 시작해볼까?”
운 좋게도 그들 중에는 이미 흑점에서 물건을 사고서 욕심을 부리던 이들도 있어서 인건비는 충분히 건질 수 있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흑점을 빠져나올 수 있던 천화는, 만금상단에서 준비해준 모처로 이동해 설영과 함께 수련 아닌 수련을 시작했다.
별호 노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별호를 찍어내듯 만들기 시작했다.
별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이 알아주고 그렇게 불러주어야 생성되는 것이지만, 일부 별호들은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생성시킬 수 있으니까.
@
[별호 : 무기의 달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별호 : 무학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별호 : 무기 감별사를 획득…….]
약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천화와 설영은 모처에 틀어박혀 별호를 생성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재미있는 것은, 별호를 얻는 것이 천화만이 아니라 설영도 함께라는 것이다.
보통은 플레이어들을 위해 안배가 된 것이었지만, 플레이어 가 아니라고 해서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불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이 별호라는 기능을 이용해 호감도를 높여둔 인물을 성장시키는 이들도 있었기에 천화 역시 설영을 성장시키는 데 그것을 이용했다.
“꺼억!”
[내공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많은 내공을 보유하고 싶다면 경지를 상승시키십시오.]
이어 태양화초와 공청석유의 섭취까지 마쳤다.
화경에 도달했음에도 공청석유는 장기까지 얼리는 한기를 내뿜었고 태양화초는 온몸을 불태우는 열기를 발산했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섭취하자 중화가 되며 고통스럽지만 버틸 수는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 결과, 화경의 상태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내공 수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대환단까지 먹어치워야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준에 예상보다 빠르게 도달한 것이다.
‘이것도 게임이 아니라서인가?’
던전의 재입장이 불가해진 대신 획득 경험치가 대폭 늘어났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지만, 어쨌든 이득이다.
이로써 대환단을 아낄 수 있었고, 대환단쯤 된다면 사실상 여분의 목숨이라 생각해도 좋을 테니까.
때문에 흑점에서 얻은 영약의 상당수를 설영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천화 자신이 현경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에 믿을 만한 조력자는 필수였으니까.
[설영의 내공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많은 내공을 보유하고 싶다면 경지를 상승시키십시오.]
그 덕에 설영 역시 초절정의 수준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치가지 내공이 상승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무리 더 축기를 하고 영약을 먹어도 최대치에는 변동이 없을 터였다.
이것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의 상승은 모두 이룬 셈이었다.
설영이 화경에 오르는 것이든, 자신이 현경에 오르는 것이든 이제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기에 더 이상 칩거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슬슬 개파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할 때가 되기도 했고.’
대막에서의 복귀 이후 조용히 지냈던 천화가 몸을 일으켰다.
강호에 마지막 풍파를 일으키기 위해서.
마지막 중요 분기 임무를 얻고, 끝마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