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3화 마교 침공, 소림 멸문 (1) (232/481)


<233화> 마교 침공, 소림 멸문 (1)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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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이…… 멸문? 말도 안 돼……!”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하는 설영과 달리, 천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에 질끈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무신지로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으니까.

소림방장과 신승이 죽임을 당하고, 장경각이 불타 없어졌다.

공식적인 표현은 ‘봉문’이지만, 사실상 그 많은 무학과 불경들이 소실되면서 멸문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기가 지금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관의 무림탄압이 시작된 이때에.

게다가 소림의 경우, 무림문파이기도 하지만 불가의 사찰이기도 하기에 자칫 관에 더 큰 명분을 쥐어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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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거나, 이판사판이거나.’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도 마교가 이 같은 행위를 했다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 것이기에, 천화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마교가 민왕과 손을 잡고 관이 마교의 행위들을 눈감아 주기로 약속을 받았기에 이처럼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관의 결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일단 정파를 모두 제압한 뒤 황실과 자웅을 겨루든 무력시위를 하든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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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봐야겠군.’

똑똑

그때, 누군가 천화와 설영이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자신을 알리고, 용건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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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 저하의 전언이옵니다. 이만 궁을 나가보셔도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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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 저하께 면담을 요청드린 것은 어찌 되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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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답이 없으셨사옵니다.”

민왕이 그들의 이동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 해둔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만나지 않을 테니 그냥 이대로 궁에서 나가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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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곧 떠나도록 하지.”

그 의도가 명백했기에 천화도 말을 아꼈다.

떼를 쓴다 한들 들어줄 리 없고, 만약 억지로 만남을 가지려 한다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한들, 이곳은 황궁이다.

무수히 많은 고수와 병졸들이 있었고, 암중에서 황실을 지키는 화경급의 고수들도 몇이나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은 물러나는 수밖에.

무림의 상황도 제법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기에 천화는 한시 바삐 채비를 마쳤고 곧 별궁을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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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라기에는 과하군. 뭔가 꾸미고 있다는 소리인데…….’

마지막으로 기감을 퍼트려 느껴지는 기운들을 확인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궁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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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까지 빼앗다니, 진짜 작정을 한 걸까?”

궁을 빠져나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민왕의 살해 시도에 대한 죄가 남궁소천과 남궁세가로만 향했기에, 나머지 무림맹 인사들도 함께 이동제한이 해제되어 자유를 얻었지만 하나같이 빈손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이미 황실의 명으로 내려진 병기 소지 금지령에 따라, 그들이 자신 무기를 모두 빼앗은 뒤에야 성문을 나설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천화는 소지품창이 있으니 자신의 무명검과 설영의 서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다른 무인들은 목숨처럼 여기던 검을 눈물을 머금고 내어놓아야만 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번 황궁의 조치가 꽤 진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가 몇이나 동시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일임에도 강행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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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르지. 민왕은 욕심이 많은 자이거든.”

무신지로에서는 천화와 고인물들에게 겁을 먹고 이 같은 탄압까지는 행하지 못했지만, 여차하면 무림을 무너뜨리려던 시도와 단서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고인물들의 중론은 설사 그가 마음을 먹는다 한들 그럴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힘이 부족했으니까.

황궁을 수호하는 강력한 고수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고인물들만 전력으로 나서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자신이 있었고 자신들은 무한히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레벨은 떨어지겠지만, 하다못해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한 놈씩 데려가더라도 결국 승리는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고, 무력 자체가 떨어질 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것은 플레이어들이니까.

만약 고인물들이 다 같이 합심하여 황실을 밀어준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사실상 헛된 희망쯤으로 치부할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민왕 역시 제대로 야망을 드러내기도 전에 황위에서 내려왔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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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만 맞으면 해볼 만하다는 건가?’

그렇기에 고인물들이 없다고는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왕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병중에 있는 현 황제가 죽고, 자신이 황위에 오르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천화의 계산으로는 그렇다 할지라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황제를 호위하는 비밀 호위들은 황제의 목숨과 직결된 일이 아닌 이상 나서지 않으니까.

허나 정사대전으로 마교와 무림맹이 양패구상에 가까운 타격을 받는다면? 그것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확실히 노려볼 만은 하겠다.

거기까지 계산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황실이 무림을 말살할 계획을 세운다 한들 대놓고 저항하거나 반란을 일으킬 수는 없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일단 황궁에 감시를 더 붙이도록 하오문에 전달하고, 천화와 설영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목표는 소림사.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해들었지만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어떤 싸움이 있었는지,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소림신승은 정말로 죽어버린 것인지.

순수한 무력만으로 따졌을 때도 천마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지만, 무공의 상성상 우위를 점했을 텐데 이처럼 허무하게 당했다는 것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만나본 소림신승은 그가 무신지로에서 알고 있던 것보다도 더 대단했으니까.

천기를 몇 번이고 읽어내며 원기의 손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쉽게 당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 그곳에서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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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질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더불어 뭐라고 건질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시 무림맹으로 출발한 이들과 달리 소림으로 향한 천화는 흑우를 재촉해 전력으로 소림이 있는 숭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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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쫄딱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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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에 도착한 천화가 솔직한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대부분의 전각이 불타 소실된 소림은 무너진 전각의 잔해들을 치우고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재건까지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무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고수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마교에 저항하다 모조리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덕분에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스님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잔해를 치우고 정리하는 중이었고, 그나마 평소 덕망이 높던 소림이었기에 일반인 향화객들이 몰려 일손을 돕고 있지만 그다지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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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우리가 멋대로 돌아다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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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제지할 사람도 없을 텐데 뭐.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허접한 무인을 보기만 해도 식겁을 할 텐데, 조용히 움직여주는 게 돕는 거야. 겸사겸사 승냥이 떼들도 정리해주고.”

그렇다 해도 주인의 허락도 맡지 않고 돌아다니고, 또 무언가를 발굴하려 하는 것이 설영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지만, 천화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그들과 같은, 어쩌면 그들보다 더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한 바퀴 휩쓸고 지나갔을 터였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소림이 아닌가? 아무리 마교에 대항을 하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는 해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 콩고물 같은 무언가가 떨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터였다.

무너진 장경각을 뒤져 비급 한 권이라도 얻어 보려는 자들, 방장이 머물던 전각 등을 뒤져 대환단이나 소환단, 아니 그 밖의 자잘한 영약이라도 얻어 보려는 자들, 그리고 숨겨진 비동 등을 찾아 소림의 유산을 제 것으로 취하려는 자들이 이미 수도 없이 다녀갔을 것이 분명하기에, 양심에 찔릴 것도 없었다.

후에 소림의 누군가가 발견한다면 소림을 재건할 유산이 되기야 하겠지만, 당장 무림이 망하게 생겼는데 안배는 무슨? 산사람은 살아야지!

천화는 즉시 설영과 함께 소림의 주요 거점들을 훑고 다녔다.

나름대로 조심해서 이동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소림 전체에 사람이 퍼져 수습 중이었기에 그들을 발견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익숙한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고, 천화는 빠르게 몇 가지만 확인하고 자리를 옮겨다녔다.

그들처럼 뭔가를 건져볼 요량으로 기웃거리는 하급 무인들을 쫓아버리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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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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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 저 소 좀 봐! 잔해들을 한 번에 밀어내고 있어!”

그 과정에서 흑우가 제법 활약을 해주었다.

아직까지 수습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형 전각들의 잔해를 머리와 뿔로 힘껏 밀어내버린 것이다.

고작 소 한 마리가 전각을 통째로 밀어내는 격이니 사람들의 탄성과 환호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시선을 좀 끌게 되긴 했지만, 뭐 어떤가? 얻는 게 훨씬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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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불러오세요. 미리 경고하건대 소림의 소속이 아닌 이들 중 여기 있는 것들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는 사람이 있으면 저와 상대해야 할 겁니다.”

게다가 선심을 쓰듯, 소림의 스님들을 불러 그것들을 챙기게 했으니 나중에도 문제될 것은 없다.

정리를 돕는 척하면서 소지품창으로 들어간 것들이 제법 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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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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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시신이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렇게 힘을 쓰고 다녔음에도, 쓸 만한 것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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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마 시신까지 뒤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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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날 뭘로 보고. 물론 때에 따라서는 할 수도……. 아무튼 그게 아니라 확인할 게 좀 있어서 그래. 황궁에 갇혀 있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전투의 흔적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잖아. 그러니 시신에 남은 상처라도 확인해야 어떤 식으로 전투가 벌어졌는지 확인이 되지.”

때문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천화가 중얼거리자 설영이 펄쩍 뛰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신을 뒤지다니?

그 모습에 천화가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보다가,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금 물건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그렇기에 이곳에 온 이유도 마교와 소림이 맞붙은 흔적을 파악하기 위함이 컸는데, 마교 놈들이 치밀하게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 것이다.

미처 지우지 못한 흔적들도 조금 남아있긴 했지만, 마교놈들은 교인들의 시신까지 대부분 회수해서 돌아갈 정도로 여유가 있던 까닭에 흔적 지우기도 충실히 해둔 상태였다.

천화라 할지라도 이것만으로 뭔가를 알아내기는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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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일신룡 대협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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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기는 한데…… 무슨 일이니, 꼬마야?”

그때 동자승 하나가 천화에게 다가왔다.

아이답지 않은 침착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 뒤, 또박또박 제 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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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서 일신룡 대협이 오시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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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이라니? 이 아이의 스승이 대체 누구길래 자신에게 무언가를 남겼단 말인가?

천화는 갸웃 고개를 비틀며 동자승이 건넨 서찰을 받아들었다. 그것을 펼쳐본 즉시, 상황 파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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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다음 대의 신승이었어?’

서찰을 남긴 이는 다름 아닌 소림신승이었다.

그가 자신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제자에게 서찰을 남긴 것이다.

제자라고 보기에는 많이 어려 보였지만 그 또한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소림신승이라는 자리는 무척이나 특별한 것이니까.

아무에게나 넘길 수 없는 것이 당연했고, 자질 또한 천고의 기재쯤 되어야 이어받을 수 있기에, 말년에 가까워서야 제자를 들였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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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께서는, 정말로 돌아가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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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스승님께서는…….”

의젓한 척했지만 아직은 애였다.

스승의 이야기를 꺼내자 동자승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머쓱해진 천화는 뭐라 더 묻는 대신 서찰을 자세히 읽어내려갔다.

그 서찰에는 신승의 전언과, 그가 천화를 위해 남긴 유산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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