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5화 마교 침공, 소림 멸문 (3) (234/481)


<235화> 마교 침공, 소림 멸문 (3)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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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과 감숙성에 펼쳐진 두 개의 전선이 모두 무너졌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어 무림맹 본단이 습격당하고 패퇴하여 물러나는 중이라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방심을 했고, 소림의 일과 중원 전역에 퍼져 있는 마인들을 정리하느라 힘이 분산되었다고는 하나, 전면전에서 패배를 한 셈이니까.

변명의 여지는 많았지만, 진 건 진 거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 평가를 하더라도 화경급 고수의 숫자에서 무림맹이 밀리는 것도 사실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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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십마 선에서 정리될 수도 있겠지. 은거기인이란 작자들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그렇기에 자신이 천마라면 단숨에 몰아치려 들 것 같았다.

은거기인이라는 작자들은 강력한 대신 엉덩이가 무겁기 그지없으니, 놈들이 튀어나오기 전에 상황을 종결시켜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미 마교천하를 이루었다면 은거기인들이 나온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은거기인들의 특성상 전황을 뒤집는 힘이 되어주는 것은 선호하지만 막상 치고 빠지는 식으로 티도 나지 않는 괴롭히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별동대를 조직해서 천마의 목을 직접 따러오는 것만 조심하면 문제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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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움직이자.”

서찰을 모두 읽은 천화가 채비를 서둘렀다.

흑우를 재촉해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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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방향이 틀린 것 같은데?”

다만 방향이 좀 달랐다.

패퇴한 무림맹이 섬서 쪽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으니 부지런히 달리면 열흘을 넘기지 않고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흑우가 달리는 방향은 정 반대방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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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쪽이 맞아. 하오문주를 만나러 갈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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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주를?”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나왔다.

이번 서찰을 전한 것은 추가연이 아니었으니까.

하오문주.

개방과 비견될 만큼 거대한 정보 집단이자 무력집단인 하오문을 이끄는 문주가 천화에게 만남을 청했기 때문이다.

딱히 용건이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천화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마침 자신의 목적과도 부합하기에, 좋은 거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흑우를 재촉해 공간을 접듯이 달린 천화는 안휘성의 한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다.

하오문주의 거처는 딱히 일정하게 유지되는 대신 중원 전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흑우를 잠시 역소환하고 은잠무영보까지 펼쳐가며 소리 소문 없이 그와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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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오문주를 만난 것은 허름한 객잔이었다.

정사대전으로 가뜩이나 세상이 흉흉한데, 안휘성에는 남궁세가가 패자로 군림하던 곳이라 더욱 싸늘한 바람이 감돌고 있었다.

군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무인들을 감시하고, 그 덕에 일반인들 역시 위축되어 밖으로 잘 나다니지 않기에 객잔에 자리 잡은 사람은 그들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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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오문주를 맡고 있는 백광이라 합니다. 이 아이는 알고 계시지요? 일신룡 대협과 냉상옥봉 대협 덕분에 훌륭한 제자를 두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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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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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입니다. 에이, 본인이 잘나서 그런 거죠 뭐. 저도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함께 배석한 것은 다름 아닌 추가연.

그녀는 천화를 향해 살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천화는 너스레를 떨며 자리를 편하게 만들었다.

추가연이 그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전한 것은 사실 비밀이었지만, 하오문주쯤 되는 자를 속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감추지 않은 것이다.

차라리 지금 밝혀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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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제자가 사람 보는 눈이 좋은 듯하여 기분이 좋군요.”

그리고 예상대로 하오문주 백광 역시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약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니까.

철저히 결과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하오문이었기에, 월권 또는 배신으로 비칠 수 있는 일조차 칭찬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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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본론으로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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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상황이 무척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천화의 제안에 백광도 흔쾌히 말을 받았다.

술도 한 잔 기울이고, 친분을 쌓으며 은근하게 말을 꺼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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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드린 대로 마교가 무림맹을 범했습니다. 중원 전역을 지켜야하는 까닭에 고수들이 분산되어 있었다지만, 사실 그건 마교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게다가 무림맹의 본단을 넘은 것은 천마와 그의 수하 오백이 전부였습니다.”

이어 백광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진실이었으니까.

무림맹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중원 전역으로 고수들을 파견보낸 사이 마교의 총공세가 있었고 그것에 전선이 무너졌다고 했다.

무림맹은 본단을 지키고자 하였으나, 너무 큰 피해가 우려되어 정비를 위해 일부러 패퇴를 하였다고 주장했고.

더불어 마교에 최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 무림맹의 본단을 무너뜨리며 그들을 매장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했다.

헌데 그것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무림맹은 고작 마교의 정예 오백에 무너졌고, 다수의 고수가 희생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본단 건물을 무너뜨린 것은 사실이지만, 마교에게 무림맹의 본단이 함락 당했다는 오명을 지우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방심을 한 것도 아니고, 총 공세에 밀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림맹이 생각보다 약했고 마교가 생각보다 강했다.

그래서 힘에서 밀렸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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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의 나머지 인원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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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과 감숙을 점령하는 데에 배분되기도 했고, 중원 전역으로 퍼져서 국지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지요. 처음의 습격에서는 철저하게 정파의 고수들만을 한정지었다면, 이제는 사정 따위 봐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중입니다. 민간의 피해가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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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관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죠? 무기 소지까지 금할 정도라면 제법 개입을 할 여지가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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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합니다. 이전처럼 무림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이요. 하지만 마교의 편에 선 것은 아닐 겁니다.”

백광은 혹여 오해라도 할세라 얼른 말을 덧붙였다.

천화 역시 의심하고 있던 그것에 답을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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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확신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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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와 구주염라가 죽었습니다.”

답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현왕이 죽었다길래 마교와의 연결고리를 의심했건만, 공표되지 않은 현왕의 죽음과 관련하여 비사가 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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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왕의 치료를 위해 마교가 마의를 보냈고, 그를 호위하기 위해 구주염라를 붙였으나 둘 다 죽었습니다. 현왕의 죽음은 상처가 도진 것 때문이 아니라, 이차로 행해진 암습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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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인을 감춘 것인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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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황자가 그리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민왕이 황제에 오르기 위해 동생을 살해했다는 소문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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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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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목내이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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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정확히는 이름이 아닌 별명 같은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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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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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그간의 정황으로 보아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세외를 돌며 학살을 자행하던 붉은 머리가 민왕의 뒷배였나?

무신지로 때는 분명 본 적이 없었는데?

천화가 침음성과 함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보아도 그런 인물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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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가 현왕을 치료 중이었고 상당한 차도를 보이고 있었으나, 누군가 난입하여 마의와 현왕 그리고 호위하던 구주염라까지 죽였다고 하더군요. 무인이 아닌 이들 중에는 살아남은 자들이 제법 되었지만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민왕 측의 소행인 것은 확실할 듯합니다. 이것으로 보아 마교가 현왕과 손을 잡으려 했으나 민왕 측의 세력에 제거되면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듯하군요. 무려 십마 중 일인과 마의까지 죽었으니 다시 민왕과 손을 잡을 일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겠죠.”

그러는 동안 백광은 찬찬히 정보들을 늘어놓았다.

종합해 보자면 현왕과 마교가 손을 잡았던 것이 맞았고, 민왕과 손을 잡은 제3의 세력이 현왕과 호위 등을 죽여 마교의 개입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누가 있어 십마 중 일인이자 화경의 고수인 구주염라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면 마교의 소림 습격과 무림맹 습격은 일종의 발끈 러시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몰랐다.

꽤 장기전을 바라보는 듯하다가 이처럼 급박하게 일을 벌이는 것이 의아했는데, 이제 조금 이해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힘으로 밀어버리고 빠르게 중원을 장악한 뒤 황궁과 거래를 하든 일전을 벌이든 할 참이겠지.

그리고 이는, 이제부터 전투가 본격적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수많은 무인과 일반인들이 희생되는 대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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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해보시죠.”

모든 상황을 정리한 천화가 다시 눈을 빛냈다.

꽤 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왔지만 아직 백광은 본론을 꺼내지 않았다.

천화가 재촉하자 백광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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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을 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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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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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대전과 황궁의 조치로 지금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다니는 이들이 없고, 상권이 흔들리고 있으며, 일부가 전란에 가까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식량을 비축하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있죠. 아직은 여력이 있다지만 벌써 식량의 값이 많이 올라, 서민들은 하루 먹을 것도 간신히 구하는 지경입니다. 이제 곧 돈이 없는 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게 되겠죠. 그들을 위한 구휼미를 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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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이나 마교에 줄을 대려는 건 아니고요?”

백광의 답변에 천화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날이 선 질문들을 던져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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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누가 승리하든 상관없습니다. 더 정확히는 상관이 없다고 해야겠군요. 아시다시피 우리 하오문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인의 숫자도 제법 되고 도둑, 소매치기, 도박꾼도 많지만 대다수는 기녀, 마부, 점소이와 같은 가장 하층 직업을 가진 이들이고 중소상인들도 많습니다. 정사대전이 본격화되면 이런 이들이 가장 힘들어질 겁니다. 힘이 있는 자들이야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일방적으로 수탈을 당하는 입장이니까요. 저는 무림의 주인이 누가 되는가보다 이들이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후 무슨 수모와 핍박을 받는다 해도 감당할 것입니다.”

하오문이 개방에 버금가는 거대 집단이자 정보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무인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삶을 보듬고 있기에 그들의 지지를 받는 다는 것.

물론 가끔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내 식구를 챙기기 위한 것이지 막대한 부나 명예를 쌓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것을 알기에 천화도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확인은 필요했다.

정말 확인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 역시 백광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화두라고 보아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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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 했습니다. 정말 돈이 있으면 그들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하나의 성을 구하려는 것은 아닐 테니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텐데요. 나중에 어떻게 갚으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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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요. 얼마를 쏟아붓든 모두를 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벌써 관에서는 곳간을 걸어잠그고 있습니다. 황궁에서 지방 관리들에게 정사대전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구휼을 베풀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희가 나서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들이 굶어죽을 겁니다.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화적떼가 들끓겠지요. 돈은…… 사태가 진정되면 어떻게든 갚겠습니다. 당장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일단 하오문에서 소유한 전각과 사업들을 담보로 잡도록 하죠. 원하신다면 비급이든 뭐든 하오문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비장하다. 백광은 진정으로 문도들을 위하는 자였다.

천화도 무신지로 때의 경험을 통해 그 말이 당장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그가 할 말을 대충 예상하고 있었고, 이 대답 또한 준비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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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담보는 필요 없고, 대신 제 조건을 한 가지만 들어주십시오. 그럼 제가 가진 모든 자금을 빌려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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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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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제 이름으로 전해주십시오. 그게 제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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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이름을 건 대규모 구휼을 통한 막대한 명성의 상승.

그로 인한 ‘업보 수치’의 급상승.

그것이 바로 천화가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오던 이유였다. 또한 ‘현경’으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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