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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고인물의 육성법 (3) (250/481)

<6화> 고인물의 육성법 (3)2020.11.17.

가볍게 몸 상태를 점검한 천화는 검을 휙휙 움직여본 뒤 조심스럽게 산을 타기 시작했다. 작은 산채라고는 하지만 정면으로 부딪히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산적 졸개들이야 삼류급도 되지 못하는 어설픈 놈들이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꽤 곤란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천화 역시 아직 제대로 된 무인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니 말이다.

16586671864632.jpg‘아직 화살을 막거나 피하는 건 좀 어렵지.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특히 지금 단계에서 여럿이 활을 쏘기라도 한다면 막거나 피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능력치만 충분하다면 여러 대의 화살을 피하거나 쳐내는 것도 가능해지지만 아직은 무리. 게다가 그들 모두를 상대한다면 막상 두목과 부두목을 상대할 때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 올 수 있었기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히 산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다.

16586671864632.jpg“불침번은…… 셋인가?”

그렇게 한참을 올라 도착한 산채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이럴 경우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올라오는 관군들에게 산채의 위치가 훤히 노출되기 쉬웠지만, 어차피 밤에 산을 오르려면 그들 역시 불을 밝혀야 할 테니 개의치 않는 것이다. 산 아래에서 불빛이 보이는 순간, 다른 산적들을 깨워 함께 대적하거나 도망을 치겠지. 그러나 천화는 안력에 의지해 홀로 산을 타고 올랐기에 아직 발각되지 않았다.

16586671864632.jpg“널널하네.”

나무 울타리 외각을 순찰하는 인원이 둘, 내부를 순찰하는 인원이 하나. 주변에 큰 나무를 타고 올라 경계 상황을 훤히 들여다 본 천화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소리 없이 잠입하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16586671864632.jpg“그럼…….”

사사삭- 파악을 마친 천화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채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민망한, 작은 화전민 마을 수준의 거점이었기에 파고들 만한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일단 외각 순찰 인원의 동선과 속도를 파악한 뒤, 정확히 그들의 중간으로 파고 들었다. 둘 중 누구의 시야에도 걸리지 않게 보폭을 맞춰 걷다 보니 개구멍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자 내부로 잠입할 수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순찰 인원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굳이 미리 수를 줄여두지 않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16586671864632.jpg‘두목의 거처는…… 저기겠군.’

다시 한 번 내부를 슥 살피니 대충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두목이 자고 있는 곳은 어설픈 목조 건물 중에서도 가장 큰 건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놈들의 대부분이 과시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찾으려고 하니까. 산채의 중심에 있는 모닥불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산적의 눈을 피해 조심히 이동한 천화는 슬그머니 건물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 끼이익- 기름칠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삐걱거리는 경첩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려왔다.

16586671864632.jpg‘못 들었나?’

안과 밖에서 반응이 없는 것이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모양.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문을 닫아둔 천화는 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좀 편하다. 부하들의 배신을 염려해서인지 산적 두목인 우칠은 자신의 거처 내에 다른 이들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한가운데에 있는 침상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우칠이 일어나고 있었다.

16586671864658.jpg“웬 놈이냐!”

16586671864632.jpg“어이쿠, 들켜버렸네?”

씨익 그 모습에 천화가 어색하게 놀라는 시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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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그럴 것이, 무신지로에서도 놈을 암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고작 삼류 무인. 그렇기에 언제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칼침을 맞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았던 우칠은 잠귀도 밝고, 조심성이 많은 타입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벌써 머리맡에 두었던 도(刀)를 움켜쥐고 있었다.

16586671864658.jpg“누가 보낸 것이냐!”

16586671864632.jpg“나? 흠, 글쎄. 굳이 따지자면 관아라고나 할까?”

16586671864658.jpg“흥. 현상금을 노린 낭인인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관아라는 말에 놈이 짐짓 안심하는 시늉을 했다. 자신을 노리고 덤빈 현상금사냥꾼을 처치한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여기까지 몰래 들어온 것이 놀랍긴 했지만 이번에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16586671864632.jpg“어허, 어르신이 말씀하시는데 어딜!”

쐐애액-!! 그때, 천화가 들고 있던 검을 놈을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안심하는 척하고 있지만 품에 있던 호각을 꺼내 불려는 시도를 막은 것이다. 고작 삼류 무인의 능력으로는 상대의 실력을 한눈에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홀로 상대한다? 이 쫄보가 그럴 리가 없지. 덕분에 얼른 품에 손을 넣던 녀석이 호각을 떨어뜨리며 검을 쳐냈고, 그 틈에 천화는 놈에게로 가까워졌다. 소지품 창에서 여분의 검을 꺼내 휘둘렀다.

16586671864658.jpg“이놈!!”

호각 대신 육성으로 알리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놈은 크게 소리치며 천화의 공격을 받았다. 예전이라면 상대가 반응도 하기 전에 목을 베어냈을 테지만, 능력치가 부족한 탓에 놈의 앞섶을 벤 것이 고작이다.

16586671864658.jpg“죽어라!!”

생각보다 천화의 움직임이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녀석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했으니까. 아니, 육체 능력은 자신이 월등히 높은 것이 분명했다. 우칠의 레벨은 무려 63. 레벨로 따져도 천화와 무려 50이나 차이가 났고, 외공을 익힌 탓에 실질적인 육체 능력치 차이는 더 벌어진다고 보아도 좋은 것이다. 푸확!

16586671864658.jpg“큭?”

16586671864632.jpg“오?”

그때, 우칠의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천화가 갑자기 눈앞에서 푹 꺼지는가 싶더니 허벅지에서 화끈한 통증이 올라왔으니까. 하지만 정작 놀란 것은 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힘, 속도, 생명력과 방어력까지.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면 무신지로에서는 아예 칼을 휘둘러도 거의 데미지가 박히지 않는 수준이었을 텐데, 자신이 나려타곤을 이용해 전방으로 구르며 휘두른 검이 놈의 허벅지에 꽤 깊은 상처를 낸 것이다. 외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고작 삼류 무인의 성취로는 도검을 막아낼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16586671864658.jpg“이 미꾸라지 같은!!”

그 의외의 상황에 우칠이 불같이 화를 냈다. 자신보다 약한 것이 분명한, 느려터진 상대에게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화가 나는 것이다. 그것도 거창한 무공이 아닌, 고작 구르기 때문이라니!

16586671864632.jpg“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아니, 당연한 건가?”

게다가 상대는 자신을 조롱하듯 스스로에 작은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한 번 이득을 보더니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16586671864658.jpg“요행은 한 번뿐이다!!!”

화가 난 우칠은 호흡을 잘게 쪼개며 한 줌밖에 없는 내공을 도에 몰아넣었다. 그러고는 이전보다 더욱 강맹하게 도를 휘둘렀다.

16586671864632.jpg“읏차.”

데구르르. 푸확!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분명 자신의 도를 피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움직임일 텐데, 저 망할 놈의 구르기만 하면 갑자기 속도가 증가하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내는 것이다. 아니, 그뿐 아니라 꼭 한 번씩 설렁설렁 검을 날려 상처를 입었다. 대충 휘두른 것이라고는 하나, 날붙이가 가지는 절삭력은 맨몸으로 막아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16586671864632.jpg“이건 좋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하지만 무엇보다 열이 받는 것은 저 낯짝이다.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실실 쪼개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삼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지만, 그조차 되지 못하는 놈에게 농락과 조롱을 당하다니! 부하들 앞이었다면 체면을 왕창 구길 뻔했기에, 안도하면서도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6586671864658.jpg“갈! 너도 남자라면 당당히 맞서라!!”

16586671864632.jpg“어이구, 이 아조씨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남녀차별 발언이야?”

휘익- 푸확! 그러나 그런 같잖은 도발에 넘어갈 천화가 아니다. 여전히 생글거리는 얼굴로 구르고 베기를 반복할 따름이었다.

16586671864632.jpg“아, 이거 팟튜브 감인데 아깝네.”

만약 무신지로였다면 팟튜브용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을 거라 아쉬워하면서. 삐익-!!! 그렇게 몇 번을 베어냈을까. 만신창이가 되고서도 굴복하지 않던 우칠이 이번에는 아예 공격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자신 또한 몸을 날려 떨어뜨렸던 호각을 집어 입에 물었다. 있는 힘껏 숨을 불어넣으며 부하들을 깨웠다. 자신의 거처로 불러들였다.

16586671864632.jpg“아조씨, 다 했어?”

해냈다. 내심 안도하던 우칠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천화를 속이고 호각을 부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천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연속으로 굴러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16586671864658.jpg“이……!”

퍼억!! 도를 휘두를 새도 없이 천화의 발차기가 놈의 안면에 적중했다. 따로 각법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안면은 외공으로도 쉬이 단련하기 어려운 곳이었기에 효과는 확실했다. 체중마저 실은 일격에 놈의 입에서 하얀 조각들이 튀어오르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 쿠웅!! 정신이 아찔해지며 시야가 검게 변했다. 순간 기억을 잃어버렸다.

16586671864632.jpg“깼어?”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손에 굳게 쥐고 있던 자신의 애병은 어디 갔는지 사라져 있었고, 두 손은 천으로 단단히 묶여 등 뒤에 돌아가 있었다. 얼른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천화의 서늘한 검날이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몸에 힘을 풀어놓고 말았다.

16586671864658.jpg“두목!!!”

16586671864658.jpg“어서 이놈을……! 억!!”

부하들이 거처로 들이닥친 것은 바로 그때. 순간적으로 우칠의 눈에 희망과 생기가 돌았지만, 검면으로 머리통을 후려치는 고통에 얼굴을 팍 일그러뜨렸다.

16586671864658.jpg“네놈은 누구냐!”

16586671864658.jpg“감히 두목님을……!!”

묘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산적 두목을 깔고 앉아 검으로 툭툭 건드리는 천화와 병장기를 꺼내들고 침을 꼴깍 삼키는 산적들. 그러나 겁을 먹은 것은 단연 산적들 쪽이었다. 삼류이기는 하나, 자신들이 우르르 덤벼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던 두목을 상처 하나 없이 가볍게 제압한 사내라니. 최소 이류 이상의 무림인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덤비면 죽는다. 두목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아니라 먼저 덤비면 무조건 죽는다는 두려움이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16586671864632.jpg“자, 이제 누가 두목이지?”

그런 놈들을 향해 천화가 빙긋 웃으며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16586671864658.jpg“두목을 뵙습니다!!”

그러자 놈들 중 눈치 빠른 자가 잽싸게 무릎을 꿇으며 천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16586671890691.jpg“두목을 뵙습니다!”

16586671890691.jpg“두목을 뵙습니다!!”

뒤이어 소리치는 자들은 반응이 늦었던 것을 만회하겠다는 듯, 경쟁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애초에 우칠이 부하들의 배신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들간의 신의와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천화는 산적들의 새로운 두목이 되었다.

16586671864632.jpg“거기 너, 불만 있나? 꼬우면 너도 한판 떠볼래?”

그 와중에 천화는 가장 반응이 느렸던 부두목을 콕 짚어 시비를 걸었다. 경지가 낮을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외공으로 두목의 자리에 오른 우칠과 달리 순간적으로 내공을 격발시켜 폭발적인 일격을 날리는 것 하나로 부두목의 자리를 꿰찬 인물.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놈도 은자 1냥짜리였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지만, 여기서 놈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했다.

16586671864658.jpg“헤헤, 그럴 리가요. 두목님의 취임식을 어떻게 진행할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천화의 물음에 녀석이 비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16586671864632.jpg‘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당당히 무림 세력으로 분류되는 녹림십팔채 소속이 아니고서야 산적이란 놈들이 다 이런 식이니까. 강자에게 굴복하고, 언제든 배신을 때릴 수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16586671864632.jpg“눈치가 빨라서 좋네.”

씨익. 그런 놈들을 보며 천화가 마주 웃었다. 이후의 처분은 간단했다. 표면적으로 천화가 우칠을 쓰러뜨린 뒤 두목의 자리에 오른 것이기에, 다른 놈들까지 굳이 지금 건드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16586671864658.jpg“끄아아악!!!”

대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우칠의 팔과 다리만 가볍게 부러뜨려 놓았다. 외공을 익힌 놈답게 뼈도 굵고 튼튼했지만 천화가 작정하고 후려치자 버틸 수는 없었다. 그 과감한 손속은 산적들에게 다시 한 번 공포를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6586671864658.jpg“아직 시간이 이르긴 합니다만…… 모두 깨울까요?”

16586671864632.jpg“어차피 다들 일어난 것 같은데? 점호나 하지. 다 모아봐.”

간신처럼 곁으로 붙은 부두목에게 천화가 간단히 이야기했다. 산채라고 부리기 민망할 만큼 수가 적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모두 모으면 스물 가량에 이르는지라 그 자리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화가 걱정 없이 곁을 허용하고 또 모두 모으라는 말을 던지자 반대로 아무도 허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반기를 들더라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두목의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일격필살을 노리는 자신의 검이라면 혹여나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부두목마저 머리를 조아리며 따를 뿐이었다.

16586671864658.jpg“스물! 번호 끝!!”

새로운 두목이 받는 첫 점호인 까닭인지 산적들의 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찼다. 저 멀리 마을까지 들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제 마을의 몇몇 가구에 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16586671864632.jpg‘두목과 부두목을 빼고 스물이라……. 나쁘지 않네.’

그들의 면면을 돌아보고, 레벨을 확인한 천화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금덩이들을 발견한 것 같은 눈빛이었지만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저 두목이 얼마나 미친 작자인지 몰라 잔뜩 겁을 먹었을 뿐.

16586671864632.jpg“좋아. 일단 다들 해산해.”

16586671864658.jpg“예? 한 말씀이라도……. 아, 아닙니다. 모두 해산!”

그들을 돌아본 천화는 취임사 따위는 생략하고 그들을 해산시켰다. 덕분에 부두목조차 어리둥절해했지만 곧 천화의 살기어린 눈빛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청껏 해산을 소리칠 뿐이었다.

16586671864658.jpg‘쉬불. 무슨 놈이 눈빛이…….’

감히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는 듯 살벌한 눈빛을 날린 천화의 눈을 바라보았던 부두목은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눈치를 좀 봐야 할 것 같았다.

16586671864632.jpg“부두목.”

16586671864658.jpg“옙!”

16586671864632.jpg“여기도 창고 있지? 산채 운영을 하려면 자금 상황도 중요하니 같이 파악 좀 하러 가지.”

16586671864658.jpg“옙.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16586671864632.jpg“아니. 애들 쉬는데 귀찮게 할 필요 있나. 둘이 가면 되지.”

덕분에 군기가 바짝 든 부두목에게 천화가 처음 내린 명령은 창고 안내였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부두목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거부할 수도 없다.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천화를 안내했다.

16586671864658.jpg‘산채 운영은 개뿔. 뭐 해먹을 게 있나 보러가는 거겠지. 설마…… 그쪽 취향인 건 아니겠지?’

잔뜩 긴장하며 앞장서는 놈과 느긋하게 뒤따르는 천화.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축해둔 식량과 낡아빠진 병장기. 그리고 별로 값나가 보이지 않는 잡동사니들이 가득했다. 보통은 식량 창고를 따로 두지만 규모도 작고, 그나마 가치가 나가는 물건들은 모두 두목이던 우칠이 따로 챙겼기에 한곳에 몰아놓은 것이다.

16586671864632.jpg“저건 뭐지?”

16586671864658.jpg“저거요? 어떤……. 컥!!”

천화가 그 중 하나를 가리키자 부두목이 목을 길게 빼고 쳐다보았다. 그때, 놈의 뒤통수에 천화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16586671864658.jpg“이 씨……!”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부두목이 내공을 격발시켜 쾌검을 날려보지만 이미 천화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나려타곤이라 읽고 구르기라 부르는 회피 동작으로 놈이 몸을 돌린 반대 방향에 도착해 있었다.

16586671864632.jpg“또 한 냥 벌었고.”

퍼억!! 깔끔하게 놈의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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