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삼류인데, 고인물입니다 (3)2020.12.22.
“흐흐흐. 여기가 어디인지를 잊은 거야?”
“여기?”
천화의 대답을 들은 설영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여기가 어디긴 어딘가. 귀주성의 어딘가지. 이곳 토박이가 아닌 설영으로서는 당장 이 마을이 어디쯤 위치해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경이었으니, 그 정도 말로 천화의 의도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철저히 무신지로의 설정에 따른 고인물의 정보에서 나오는 사고방식이었으니까.
“후~. 이제 좀 배가 찼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은 좀 쉬고, 내일 할 일은 내일 고민하자고.”
때문에 좀 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천화는 아직 더 이상 설명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간단히 선언을 한 뒤, 점소이를 불러 방을 두 개 잡았다. 그들이 먹은 음식과 방 값으로만 벌써 은자 한 냥 가까이 나왔기에 설영의 얼굴에 초조함이 깃들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비 걸던 파락호들에게서 얻은 전낭도 있으니 며칠은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정 안되면 객원 표사 노릇이라도 하는 수밖에.’
그 정도면 어떻게 해서든 여비를 마련할 시간은 되겠지. 하다못해 인근 표국에 지원하여 한두 표행만 따라다니더라도 은자 몇 냥쯤은 벌어들일 수 있을 테니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그럼 쉬고 있어. 난 잠깐 나갔다 올게.”
“응? 어딜?”
설마 자신을 여기 버려두고 내빼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다. 자신에게 목숨 값 오십 냥을 받을 것이 있는데 천화가 그것을 포기하고 도망칠 리 없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객잔을 나서려는 그의 소맷자락을 붙잡자, 천화는 곤란한 듯 볼을 긁다가 별것 아니라며 흘려 이야기했다.
“뭐 이것저것 여정에 필요한 물품도 사둬야 하고, 내가 알던 것이랑 달리진 게 있는지도 둘러보고?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으니까. 뭐, 대충 한 시진(2시간) 안에는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마. 혹시 또 날파리가 꼬이면 이거라도 쓰고.”
그 말과 함께 천화가 휘익 던져준 것은 좀 전에 덤벼들었던 놈들이 쓰던 검들 중 하나였다. 그 역시 삼류 무사들이나 강호 초출들이 사용할 만큼 형편없는 놈이었지만 좀 전에 사용하던 낡은 철검보다야 훨씬 낫다. 낡은 철검은 설영이 몇 번만 내공을 강하게 주입하면 부러져버릴 만큼 형편없는 것이었으니까.
“으흠, 알겠어. 그럼 난 기다리고 있을 게.”
썩 탐탁지 않은 대답이긴 했으나 설영은 굳이 천화를 따라나서지 않았다. 마을에 들어설 때 보니 규모가 작았기에, 자신의 외모만 보고 시비를 걸거나 문제를 일으킬 이들이 분명 또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소란 피우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문제를 만들 수는 없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다니지 않는 편이 낫겠지. 대신 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인피면구를 구할 방도를 찾아보기로 생각했다. 이곳에 만약 하오문 분타가 있다면 저급한 놈으로라도 구할 수 있겠지만, 만약 없다면 하오문이 있는 마을이나 도시까지 이동할 때까지의 대비가 필요할 테니까. 변장을 해볼까? 이럴 줄 알았으면 변용술 따위라도 익혀두었을 텐데. 하다못해 가슴을 동여맨 붕대라도 다시 묶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이쪽이었지?”
홀로 객잔 밖으로 나온 천화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고서점이었다. 시작 지점인 칠곡현에 위치한 고서점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무공과 관련된 서적들을 구입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특별한 무공은 아니다. 이번에도 찾는 것은 이른바 기본공이라 불리는 것들. 칠곡현에서도 기본공들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시작 지점에 위치한 마을이다 보니 많은 종류의 기본공을 취급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일단 육합권하고, 기관진식 총론. 진법의 이해, 또…….”
능숙하게 서가를 훑어 서책들을 꺼내들기 시작한 천화의 품에는 금세 수북이 책이 쌓였다.
“이걸 전부? 흐음. 뭐, 값만 제대로 치른다면야 잔돈 정도는 떨어주지.”
[별호 ‘서생’과 관련된 단서를 획득했습니다.]
‘이것도 안 변했네.’
어찌나 많은 서적들을 한 번에 구입했는지, 은자 한 냥이 조금 넘는 값이었지만 은자 한 냥만 받는 할인까지 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획득한 서생과 관련된 별호의 단서. 무인이 서생처럼 꾸미고 다니거나 많은 양의 독서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서생’ 따위의 별호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천화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이것마저 무신지로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큰 위안과 자신감을 주었다. 이것이 온전하다면 다른 것들도 그대로일 테니까.
“그럼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야겠군.”
계곡을 빠져나온 지 불과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경공을 써서 달려온 까닭에 아직 온몸이 뻐근했지만, 천화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대신 마을을 훑고 돌아다녔다. 너무 흉흉하지 않은 기세로, 그러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차분하고 침착하게 눈과 귀를 활짝 열었다.
‘저기다!’
마을의 규모가 제법이었기에 이동하는 데만도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마침내 원하던 것을 발견해내고야 말았다.
“으아아앙!! 싫어. 나 이거 살래!!”
저잣거리에서 엄마의 옷자락을 붙들고 떼를 쓰는 여아(女兒). 녀석이 원하는 것은 조그만 노리개 하나였지만 엄마는 연신 주위를 살피며 혼잣말 같은 변명을 중얼거렸다.
“어휴. 얘가 왜 이런담. 평소에는 안 이러는데……. 너 그거랑 비슷한 거 있잖아. 얼른 따라오지 못해?”
“아냐. 안 먹었어. 지금 먹을래. 사줘어~!!”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힘이 좋은지 엄마가 억지로 잡아끌어도 소용없었다. 천근추라도 펼친 듯 단단히 발을 땅에 박아넣고 몸을 눕히며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스윽 그때, 작은 기척을 내며 천화가 엄마와 아이의 곁에 섰다. 마찬가지로 군것질거리를 고르는 듯한 위치 선정이었지만 시선은 아이와 엄마를 번갈아보았고 작은 눈짓과 함께 짐짓 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사……줘. 응? 엄마.”
애초에 험상궂게 생긴 얼굴까지는 아닌지라 대번에 울음을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못된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은 충분히 아이의 떼쓰기를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었다.
“너 자꾸 이러면 아저씨가 이놈 한다?”
‘풉.’
처음 보는 사이지만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자신에게 토스하는 엄마를 보며 천화가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이 무언의 교감은 만국공통이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지금 웃으면 말짱 꽝이다. 천화는 억지로 더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에게 얼굴을 가져갔다.
“이 녀석, 엄마 말 안 듣고 떼를 쓰고 있었단 말이야? 아저씨한테 혼나야겠는데?”
“아, 아니야. 떼 안 썼어! 그러니까 안 혼나두 돼!”
아이는 그 말과 표정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붙들었다.
“가, 가자. 엄마. 얼른!”
이제는 오히려 엄마를 잡아끌며 얼른 아저씨가 없는 곳으로 가자고 이끌었고, 엄마는 아이 몰래 천화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순간, 천화의 눈앞에 노리던 알림이 나타났다.
‘됐다.’
[숨겨진 임무 ‘겁주기’를 완료하셨습니다.] [별호 : 이놈 아저씨를 획득하셨습니다.] [별호 : 이놈 아저씨][일반] 아이들에게는 호랑이만큼이나 무서운 아저씨에게 주어지는 칭호. 굳이 상대와 닿지 않고도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재주를 갖게 된다. - [능력 : 살기]에 대한 단서 획득 - [능력 : 위협]에 대한 단서 획득 - 아이들과의 친밀도 30 하락 - 어른들과의 친밀도 50 상승 참 우스운 일이다. 고작 아이에게 겁을 주는 것으로 살기에 대한 단서를 획득할 수 있다니. ‘살기’는 상대를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살의 그 자체를 작은 기운에 실어 날려보내는 것으로, 보통은 살수 훈련이나 치열하고 처절한 전투를 거듭해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고인물들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아주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바로 이 이놈아저씨라는 우스꽝스런 별호를 통해서. 그래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살기를 날리는 기술이 아닌, 그것에 대한 단서에 불과했기에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진득한 살의를 품는 법을 따로 익혀야 했지만 적어도 천화는 그런 연습이 필요 없었다. 이미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였기에 순간적으로 살의를 피워올리는 것쯤은 기침을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으니까.
‘하루 이틀 빡쎄게 운기하면 삼류 수준에는 오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미리 챙겨두는 게 좋겠지. 과정은 좀 민망하긴 했지만.’
때문에 천화는 삼류 무인. 무신지로의 기준에서는 흔히 10년 치라고 말하는 내공을 지니게 되는 순간부터 살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살기의 경우 특이하게 내공의 고하에 따라 더 진하게 퍼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념과 내공을 다루는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그것은 천화의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테고.
‘더불어 몇 가지 기술과 기능들도 해금될 테고……. 그럼 이제부터가 진짜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거린 천화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좌판을 훑었다. 상인의 입장에서야 아이가 졸라서 구입했을지도 모를 물건을 팔지 못한 셈이니까. 다행히 노점에서 팔고 있는 것들이기에 딱히 비싼 것도 아니었기에 천화는 기꺼운 마음으로 물건을 골랐다. 값을 치르고 마저 몇 가지 물품들을 더 구입한 뒤, 객잔으로 돌아왔다.
‘정작 얘기한 것 중 산 건 없네.’
돈이 부족해서 설영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후의 여정에 필요한 물품은 거의 사지 못했지만, 어쨌든 파락호들의 주머니를 턴 덕분에 내일 아침과 점심 식사 정도는 넉넉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진짜 돈벌이는 내일부터 시작될 테니까. 똑똑 객실로 올라온 천화가 설영에게 배정된 방문을 두드렸다. 끼이익
“누구……?”
“나……. 켁!”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막 씻고 나온 듯 물기어린 머리와 급하게 다시 입었는지 착 달라붙는 옷으로 맞이하는 설영의 모습에 사래가 들려 콜록거렸다. 혹여나 추격자일 경우에 대비해 허리춤에 검을 찬 모습이지만,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아찔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막 샤워를 끝낸 습기어린 향긋한 내음이 후각까지 자극했기에 천화는 저도 모르게 발그레해진 얼굴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전해주려 했던 물건만 쓱 앞으로 내밀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부탁할까 했는데.”
얇은 면사였다. 인피면구를 쓰지 않은 설영의 모습이 너무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시스루처럼 반대편이 비치는 얇은 얼굴 가리개를 준비한 것이다. 구하려면 어떻게든 인피면구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비쌌다. 아무리 허접한 수준이라도 일단 인피면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면 그 복잡한 제작 공정 때문에 높은 값을 부르기 마련이니 당장은 무리였고, 아쉬운 대로 면사만 구해온 것이다.
“이건……?”
그리고 면사의 아래에는 살기에 대한 단서를 얻은 대신 구입한 머리끈이 놓여 있었다.
“어……. 변장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구입한 것이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니 변장할 때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다. 무림에는 머리 긴 남자쯤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머리를 길게 기른 뒤 멋으로 묶고 다니는 이들도 꽤 많았기에, 다시 인피면구를 쓰고 잘만 꾸미면 미남자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끝에 옥 장식이 달려있긴 하지만…… 잘 안 보이니까 괜찮겠지?’
“어, 음. 고, 고마워. 잘 쓸게.”
그것을 받아드는 설영의 표정이 뭔가 묘해졌다. 아무 의미 없는, 그저 변장을 위한 도구라는 것은 알지만 누군가에게 장신구를 선물 받은 것은 처음인 까닭이었다. 콰앙!
“어우, 내가 나중에 저 장신구 값이랑 면사 값도 꼭 받아내고 만다.”
그것들을 받아들자마자 쾅하고 문을 받아버리는 그 서투른 반응을 천화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어쨌든 전달했으니 그만. 이제는 천화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였다.
“으아, 개운하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천화는 공을 들여 몸부터 벅벅 씻어내었다. 지하수로를 통해 탈출하면서 물이라면 지긋지긋할 법도 했지만,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 것은 제법 오랜만인 데다 간만의 포식으로 배도 따뜻하니 침상에 푹 파묻혀 잠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끄응.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하지만 아직은 잠들 수 없었다. 고서점에서 구입해온 책들이 수십 권이나 있었으니까. 그것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권쯤은 미리 읽어두는 편이 좋았기에 나른한 몸을 억지로 끌어 가부좌를 틀었다. 삼재심법을 일으켜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많이 줄었네.’
운기를 통해 혈정에서 기운을 취하기 시작하자 졸린 기색이 싹 가셨다.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며 자신과 혈마검의 기운을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혈마검에 깃든 힘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모두 취하려면 한참이 걸릴 만큼 커다란 기운이 잠들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삼류 수준이 간당간당한 지금의 느낌일 뿐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것이다.
‘의식 없을 때 설영의 몸을 썼던 게 무리가 된 건가.’
천화가 빼먹는 혈정의 힘이야 크지 않으니 의미 없다면 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최악의 경우 절정급 이상의 적을 만났을 때 설영이 혈마검을 쥐어도 상대를 쓰러뜨릴 힘이 부족할 수 있었기에 무척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어찌 할 수 없었기에 지금은 운기에 집중했다.
“후우. 그래도 이제 어디 가서 무인이란 소리는 할 수 있게 된 건가?”
그렇게 잠시 동안 운기를 하던 천화의 눈이 생각보다 일찍 떠졌다. 무인으로서 벽, 아니 문턱이라 할 수 있는 작은 경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계곡을 탈출할 때 격류를 헤치고 이동하면서 몸 안에 남아있던 보양식의 효과가 전신으로 퍼져나간 것 같았다. [별호 : 삼류 무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마침내 10년치의 내공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수치화되긴 했어도 삼재심법을 꾸준히 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내공을 기준으로 하기에 다른 대문파에서는 불과 1~2년, 혹은 몇 개월만에도 이루어내는 성과이기는 했지만, 진짜로 삼재심법만을 운용한 천화에게는 남다른 경지가 아닐 수 없었다. 운이 좋게 월음보양단을 섭취하지 못했다면, 혈마검을 얻고 혈정의 기운을 정화해 흡수하지 못했다면 10년까지는 아니라도 정말 몇 년쯤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내공도 제대로 못 쓰고, 그동안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그래봤자 이제야 겨우 삼류라 불리는 가장 하급의 무인이 된 셈이지만, 삼류 무사로 인정받는 순간부터 해금되는 여러 가지 기능과 기술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제야 겨우 고인물로서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보일 수 있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