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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뜻밖의 재회 (1) (300/481)

<56화> 뜻밖의 재회 (1)2021.03.14.

16586676070473.jpg‘슬슬 마교도 움직이려나.’

전사의 증명을 마친 천화와 설영은 즉시 바이족의 대도시를 빠져나왔다. 전사라는 이름만으로도 그곳에서 대우를 받고,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받는 등 혜택을 받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마교에서 전사묘의 지도와 대전사의 붉은 심장을 찾았고 찾고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언제고 전사묘를 찾기 위해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더구나 가지고 있던 열쇠까지 잃어버렸다는 것을 안다면, 다른 소수 민족 마을을 습격하여 다른 열쇠를 손에 넣으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 휘말리지 않으려면 서둘러 길을 떠나는 것이 옳았기에, 둘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말을 몰았다.

16586676070479.jpg“천화, 그게 대체 뭐야?”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난 틈틈이 천화가 무언가를 꺼내 펼쳐보는 것을 확인한 설영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얼핏 보기에는 지도 같아 보이는데, 전혀 처음 보는 지형들만 잔뜩인 것이다. 아무래도 특정 지역을 확대하여 그려놓은 것 같았지만, 일반적인 지형은 확실히 아니었다. 천화는 언제, 어디서 그것을 손에 넣었고 대체 그것이 가리키는 곳은 어디일까?

16586676070473.jpg“이거? 보물지도지.”

16586676070479.jpg“보물지도?”

제대로 된 대답은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 천화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을 해주었다. 보물지도라니? 어디 기연이 묻혀있는 장소를 찾기라도 한 것일까? 의아해하는 설영에게 천화가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16586676070473.jpg“정확히는 묘지라고 해야 하나? 뭐, 기연 동굴이랑 비슷한 곳이야.”

16586676070479.jpg“묘지? 기연 동굴?”

어차피 말을 해줘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테니까. 더구나 그곳의 망령들과 싸우려면 설영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미리 알려준다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16586676070473.jpg“전사묘. 부족에 따라 전사들의 무덤이나 전사의 언덕으로 부르기도 하는 곳이지. 소수 민족의 전사들은 명예롭게 싸우다 죽으면 전사의 영혼이 그곳으로 간다고 믿거든.”

16586676070479.jpg“전사묘? 그럼 거기에…….”

16586676070473.jpg“맞아. 소수 민족들에게는 이런 전설이 있지. 전사묘에는 명예롭게 싸우다 죽은 전사들의 모든 것이 남아있다! 우리가 겨루었던 전사들뿐 아니라 대전사나 영웅, 전설적인 인물들의 것까지 말이야.”

16586676070479.jpg“그런 곳이 정말 실재한단 소리야?”

그 말에 설영의 눈이 돌아가는 것을 천화가 보았다. 그리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16586676070473.jpg“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

16586676070479.jpg“그게 무슨 소리야?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16586676070473.jpg“있어. 거기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이거든. 하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곳은 아니야. 뭐, 그들이 생각하는 것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생각하는 그대로는 아니라고나 할까?”

16586676070479.jpg“흐음…….”

그 말에 설영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봤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천화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따라오겠지만 말이다.

16586676070473.jpg“그러니까 일단은 움직이자구. 서두르지 않으면 오늘도 노숙을 해야 할 테니까!”

그런 설영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은 천화가 거칠게 말을 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노숙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것이다. 마침 소수 민족의 마을이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기에, 방향만 잘 잡는다면 제법 괜찮은 곳에서 묵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의 증표가 필요했지만, 지금의 그들이라면 문제가 없을 터였다. @ 천화와 설영은 약 열흘 동안 몇 개나 되는 소수 민족 마을을 거쳤다. 그때마다 소수 민족의 전사들은 그들을 경계하고 배척하려 들었지만, 천화가 전사의 증표를 꺼낸 순간 태도가 돌변하여 그들을 형제처럼 대우해주었다. 전사로서 인정을 받은 이상, 살인을 저지르거나 큰 죄를 짓지 않는 한 친구이자 형제로 대하는 것이 그들의 율법이기 때문이다. 혈통이나 생김이 다른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소수 민족들끼리는 어차피 혈통과 외모가 다 달랐으니까. 애초부터 다민족이 모여 연합을 이루고 있었기에, 설령 중원인이라 해도 그것이 배척받을 이유는 되지 않는 것이다.

16586676070473.jpg“아우, 이러다 살찌겠네.”

덕분에 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의 대우를 받아 배가 터질 지경이 된 천화는 배를 퉁퉁 두들기며 전방을 주시했다. 드디어 전사묘의 지도에 표기된 지형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16586676070473.jpg“어디 보자, 여기가…… 이쯤인가?”

사실 천화에게 있어 전사묘 지도의 그림들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대략적인 위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귀주성을 시작 지점으로 시작했던 천화이기에, 전사묘가 개방될 당시 그 또한 전사묘 공략에 참여를 했던 것이다. 또한 천화는 전사묘 최초 진입자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16586676070473.jpg‘어우, 그때 개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때는 전사묘의 지도가 있지도 않았기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랐다. 대전사의 붉은 심장은 다른 대체할 수단이라도 있었지만, 전사묘의 지도는 이것 한 장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전사묘의 지도를 가진 것은 그들이 아닌 다른 집단이었기 때문에, 천화와 일행은 그들의 뒤를 쫓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만 했다.

16586676070473.jpg‘이걸 빨리 얻어서 다행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천화의 계획 속에는 애초부터 이 지도를 얻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사묘라는 곳이 지도까지 존재함에도 여지껏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진법’이 설치되어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지도에만 그 진법의 생문을 여는 법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아주 고약한 방법으로 말이다.

16586676070473.jpg‘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지도를 얻은 놈들도 한참을 헤매면서 주인이 몇 번이고 바뀌었지.’

다행히 천화는 그 아수라장을 몸으로 겪으며 방법을 알고 있었고, 마음 편히 지도상의 위치로 진입할 수 있었다. 본래의 무신지로 상에서는 전사묘를 노리는 마인들을 처치할 때 랜덤한 확률로 드랍되는 것이었지만, 그들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입수를 한 덕분에 시간을 꽤나 단축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일만은 아닐 터였다. 획득 시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이후의 진행이나 과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16586676070479.jpg“천화, 저기!”

지도를 골똘히 살피느라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던 천화를 대신하여 설영이 소리를 질렀다. 채앵 챙 챙 귀를 기울이자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이만한 거리에, 저 정도 소리를 내려면 보통의 충돌로는 어렵다. 단순히 대련 따위를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16586676070473.jpg“뭐지? 여긴 분명…….”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이곳은 분명 바이족의 영역일 텐데. 그것도 꽤나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일 텐데 이만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니? 설마 소수 민족끼리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16586676070473.jpg“서두르자!”

천화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재촉했다. 누구와의 싸움인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식견이라면 보는 순간 적을 판별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였다.

16586676070473.jpg‘마교!’

그리고 전장에 뛰어든 순간, 천화는 생각보다 쉽게 적을 구분할 수 있었다. 흑의로 점철된 복장으로 살기어린 검격을 날려대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교의 마인들이었으니까. 중원인들이 상대가 아니기 때문인지, 감추지 않고 마기를 발산하는 중이었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16586676081244.jpg“!!”

16586676081244.jpg“웬 놈이냐!!”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그들이었다. 마인들도 야만 전사들도 천화와 설영이 누구의 편인지 분간을 하지 못했기에 놀란 기색을 비쳤지만, 대응은 간단했다. 일단 공격한다. 아군일 리 없으니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순간 검기를 발출할 각오로 그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16586676070473.jpg“전사들이여, 함께 싸웁시다!”

그때 천화가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소지품 창을 열었다. 전사의 증표를 높이 쳐들자 야만 전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단둘뿐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전사임을 확인했으니, 응원군의 등장에 힘을 얻을 것이다.

16586676070479.jpg“차핫!”

먼저 검을 떨친 것은 설영이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마인을 향해 잔혼비검을 펼치자 상대의 검식이 대번에 어지러워졌다. 경지에 이르면 검의 잔상이 시야에 가득해지는 환검의 등장, 그것도 검기를 머금은 강맹한 검식의 등장에 당황한 것이다. 야만 전사들은 외공에 치우친 무공을 펼치기에, 검기를 쏟아내는 것은 대전사급 뿐이기 때문이다.

16586676081259.jpg“저놈들을 죽여라!”

적아가 분명해지자 마인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전사들의 숫자와 무위를 대충 가늠하고 쳐들어온 것이기에 힘과 숫자는 충분했다. 최소 마흔은 되어 보이는 마인들이 일제히 마공을 일으키며 천화와 설영, 야만 전사들에게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16586676070473.jpg“아주 작정을 했구만.”

그런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천화도 눈살을 찌푸렸다. 놈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눈에 익은 것이다. 흑천문에서, 그리고 마인들의 은신처에서 보았던 그 무공들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놈들의 소속이 같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16586676070473.jpg‘벌써 알아차리고 여기까지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그들이 죽임을 당하고, 대전사의 붉은 심장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어쩌면 전사묘의 지도에 대한 것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혹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놈들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16586676070473.jpg‘아예 야만 전사들을 잡아서 캐낼 생각인가?’

그러던 와중에 천화의 눈에 어떤 모습이 들어왔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마인들이 묘하게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생포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상처를 입히고는 있지만 숨이 끊어질 만큼 결정적인 일격은 가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야만 전사들과 척을 지지 않기 위함인지 정말 생포를 하기 위함인지 확실치 않았지만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무기를 빼어들고 부딪힌 순간,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니까.

16586676070473.jpg‘그래도 안 될 텐데.’

아마도 소수 민족, 야만 전사들의 성향을 잘 모르기에 하는 생각인 듯싶었다. 저들은 죽으면 죽었지, 결코 적에게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16586676084152.jpg“천화 님!”

16586676070473.jpg“응?”

채앵!! 그때, 누군가 천화에게 들이닥치는 마인들을 대신 상대하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천화가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익숙한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조금은 지겹기까지 한 얼굴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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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76070473.jpg“고불?”

고불. 그가 이곳에 머물고 있던 것이다. 야만 전사들의 반응으로 볼 때 그 역시 전사의 증표를 얻은 모양이었다.

16586676070473.jpg‘여기서도 수련을 쌓은 건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장차 낭인왕으로 불리게 될 고불은, 장소를 불문하고 새로운 무공과 강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던 인물이니까. 자신이 전사묘에 처음 도달했을 때는 만나지 못했지만, 이후 소수 민족의 것으로 보이는 무공을 습득 또는 자신의 무공에 접목시킨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지.

16586676070473.jpg“일단 정리부터!”

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수적으로나 전력상으로나 마인들의 우위가 분명했으니까. 야만 전사와 대전사들이 힘껏 저항하고는 있지만, 이미 전략 파악을 끝내고 무려 5개 대를 동원해 움직인 마교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16586676070473.jpg“설영! 받아!!”

천화가 어쩔 수 없이 혈마검을 설영에게 던져줘야 할 정도로.

16586676081259.jpg“흐흐. 잘 받아 쓰마!”

홰액- 하지만 그들의 사이에 끼어드는 인물이 있었다. 근처에서 그들을 주시하던 마인 하나가 천화가 던진 혈마검을 중간에 낚아채버린 것이다. 고작해야 삼류 수준의 내공을 지니고, 거의 근력에만 의지한 채 집어던진 것이기에 최소 일류 수준의 무공을 지닌 마인이 그것을 잡아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6586676081259.jpg“크아아아아악!!!!”

낚아채는 것과 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말이다.

16586676081244.jpg“아닛?!”

혈마검을 낚아챈 마인이 고통에 몸을 떨자 주변에 있던 마인들도 화들짝 놀랐다. 평범해 보이는 투척에 어떤 가공할 경력이라도 깃들어있던 것일까? 당황함과 동시에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아마도 내부에 파고 들었을 기운을 밀어내기 위해 장심에 내력을 모아 놈의 등에 가져다대었다.

16586676081259.jpg“커헉!?”

하지만 허튼 짓이다. 오히려 구하려고 나섰던 이까지 혈마기에 노출되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끌어모았던 내력이 오히려 역류하며 전신에 핏줄이 곤두섰다.

16586676081259.jpg“대체 무슨……?”

16586676081259.jpg“검을 떨궈내! 얼른!”

이대로 가면 둘 다 죽는다.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아낸 다른 마인이 검면으로 혈마검을 쥔 손을 때려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까앙! 이미 일어난 혈마기가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놈의 손을 보호했고, 손과 검이 부딪혔음에도 쇳소리를 내며 검을 튕겨내었다. 서걱! 결국 어쩔 수 없이 혈마검을 쥔 손을 베어냈다. 그마저도 검기를 일으킨 검에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16586676070479.jpg“어딜!”

푸욱! 고작 검 하나를 처리하는 데 마인 셋의 목숨이 사라졌다. 동료의 손을 잘라낸 적의 등판에 설영의 검이 꽂힌 것이다. 설영은 아예 놈의 등에서 검을 다시 뽑아내지도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아예 발차기를 날려 놈을 밀어낸 후, 혈마검을 집어들었다.

16586676081259.jpg“저건?!”

16586676081259.jpg“혈마!!”

츠즈즈즈즈즛!! 그 순간 설영의 하얗게 머리가 새며 붉은 기운이 사방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인세에 다시 한 번 혈마가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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