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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누가 악당인가 (1) (308/481)

<64화> 누가 악당인가 (1)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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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76832039.jpg“죽여라!”

16586676832039.jpg“한 놈도 살려보내지 마라!!”

전장. 천화와 일행들을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전장이었다. 피와 살이 난무하는 생과 사의 격전지. 다만 특이한 것은 대립하는 것은 두 집단인데, 싸우는 것은 세 집단이라는 것이다. 마교인들로 보이는 흑의의 무인들이 한 패였고, 야만 전사들과 정파 무림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 패였다.

16586676832048.jpg“참 신기하단 말이지. 이것도 일종의 이벤트 신인 건가?”

잘만 하면 어부지리로 저들의 눈을 속이고 빠져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천화는 그것보다 다른 것에 더 흥미로워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눈앞에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게임 속이라면 이해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라면서? 어쩌면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전투를 치르고 있는지 재미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16586676832048.jpg‘아아, 이것이 영.웅.이라는 것인가?’

천화가 짐짓 중2병 흉내를 내며 빙긋 미소를 짓는 사이, 격전 중 그들을 발견한 누군가가 먼저 덤벼들었다. 제대로 알아보고 덤비는 것인지, 아니면 무작정 덤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마교의 입장에서 아군 아니면 모두 적이었으니까. 까앙! 검기마저 뽑아낸 필살의 일격이었지만, 천화의 뒤에 타고 있던 설영이 날아올라 가볍게 쳐냈다.

16586676832059.jpg“……?!”

심지어 상대의 검을 날려버린 설영조차 놀랄 정도였다. 분명 내공의 상승은 없었을 텐데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상대의 공격을 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16586676832039.jpg“저기다!”

16586676832039.jpg“놈들이 나타났다!!”

덕분에 여유가 생겼지만 반대로 주목을 받고 말았다. 소리 없이 등장한 그들을 발견한 흑의인들이 소리를 질렀고, 마인들은 물론 정파와 소수 민족의 전사들까지도 모조리 천화 일행을 돌아본 것이다.

16586676832059.jpg“쳇.”

그와 동시에 익숙한 얼굴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탐마각주. 무려 절정 고수인 그가 직접 움직인 것이다.

16586676832059.jpg“천화!”

마공을 익혔든 말든 일행 중 최고수가 일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그들이 절정 고수를 막아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혈마화. 설영이 혈마검을 쥐고 혈마의 힘을 끌어내는 것뿐이었다.

16586676832048.jpg“안 돼.”

그러나 천화는 단호했다. 혈마검을 넘겨달라는 설영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혈마화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6586676832048.jpg‘지금은 안 돼.’

보는 눈이 많았으니까. 마교 놈들뿐이라면 혈마든 뭐든 나타난다 해도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하다못해 소수 민족들은 같은 전사라는 이유로 혈마의 존재를 눈 감아 줄 수도 있지만, 나머지 한 세력이 문제였다. 정파인들. 근 수십 년 내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는 혈마의 후예들이다. 당연히 본 적조차 없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이름일 뿐임에도 정파인들은 혈마의 후예를 철천지원수처럼 대하는 것이다.

16586676832059.jpg“치잇!”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기에 설영은 이를 앙다물었다. 최대한 내기를 끌어올려 놈에게 맞서갔다.

16586676832059.jpg“관혼비격!”

쐐애애액-!! 그뿐이 아니다. 설영만으로는 모자라다는 것을 알기에, 고불도 동시에 손을 썼다.

16586676832039.jpg“이런 같잖은 짓을!!”

다섯 개의 비도가 탐마각주의 전신 요혈을 노려갔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검막을 펼쳐 비도를 튕겨내고, 검강을 일으켜 설영을 단칼에 베어버리려 들었다. 휘익

16586676832039.jpg“?!”

그러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비영사를 사용해 튕겨진 비도를 붙잡은 천화가 놈의 뒤통수를 노려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설영의 검을 잘라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 역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치명상은 아니겠지만 정파의 무리들 중에는 자신과 비견될 만한 고수도 있었기에, 지금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16586676832039.jpg“제길.”

결국 놈은 방어와 회피를 선택했다. 절묘한 합공에 잠시 물러섰지만, 다음번 격돌에서는 반드시 한 놈을 베어 넘기리라 이를 갈며 물러섰다.

16586676832039.jpg“물러서시오!”

그 순간, 정파의 무리 가운데에서 하얀 도포를 나풀거리며 누군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천화 일행들과 탐마각주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16586676832048.jpg“무당파?”

16586676832048.jpg‘그렇다면 청수 도장인가?’

말끔하게 생긴 얼굴. 어디 가서도 미남이라 소리를 들을 법한 미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천화는 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무당파의 일대 제자 중 최고라는 청수 도장.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로 절정급의 무위를 지녔다는 무당파 최고의 기재. 그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16586676832048.jpg‘잘됐군.’

그라면 탐마각주를 막아 세우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터였다. 실전 경험이라는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있겠지만, 무당파 최고 기예라는 태극혜검까지 익힌 그라면 적어도 지지는 않을 테니까. 또한 무당의 도사다운 공명정대함과 정의감 넘치는 성품으로 볼 때, 설영이 혈마의 후예라는 것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한없이 호의적일 것이 분명했다.

16586676832039.jpg“괜찮으십니까?”

16586676832048.jpg“아, 예.”

16586676832039.jpg“저 간악한 무리가 소협들을 노리는 것 같군요. 혹 원한 관계 같은 것이라도 있으신 겝니까?”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로서도 천화 일행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탐마각주를 막아섬과 동시에 간단한 호구조사에 들어갔고, 설영과 고불을 대신해 천화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16586676832048.jpg“아니오.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 사달이 났네요.”

16586676832039.jpg“으흠…….”

그들을 슥 돌아본 천수 도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며칠을 헤맸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들의 옷이 꼬질꼬질한 것이다. 그런 것치고 탐마각주가 직접 그들을 노리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 또한 저 무해에서 나타난 이들이기 때문일 수 있었다. 저 무해 속에 숨겨진 소수 민족 전사들의 묘가 그들의 목적이라는 것을 파악했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16586676832039.jpg“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 할 것 같군요. 이자는 제가 맡을 테니 소협들은 몸을 피하시지요!”

16586676832039.jpg“이놈들! 어딜 도망치느냐!!”

어찌되었든 적의 적은 아군인 셈이다 단번에 세 사람의 무공 수위를 파악한 천수 도장은 그들이 탐마각주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뒤로 물리며 자신이 대신 그를 상대해나갔다. 탐마각주가 그를 떨쳐내려 했지만, 무당신룡이라 불리는 청수 도장의 무위는 함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도 자칫 방심하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을 정도였기에 결국 제대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16586676832048.jpg“그렇다면 실례.”

그사이, 천화 일행은 흑우를 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사뿐사뿐 걷는 것 같은데 주변 시야가 쭉쭉 밀려난다. 평범한 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준마보다도 빠른 속도로 전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16586676832039.jpg“일대주! 놈들을 제압하라!”

16586676832039.jpg“조심해!”

까앙 깡 깡!! 탐마각주를 대신해 다른 마인들이 그들을 노렸다. 청수 도장과 무당파의 도사들이 전사들과 힘을 합쳐 대항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급변하며 마교의 다른 각에서도 지원을 왔는지 인원이 더 많아진 상태였다. 무공 수위는 하나같이 일류급. 그러나 설영과 고불의 실력도 괄목할 만큼 높아진 상태였다. 제대로 된 자세에서 뻗어나오는 힘의 차이가, 한결 원활하게 이동하는 내공의 폭발력이 상대를 압도할 수 있게 만들었다.

16586676832048.jpg“그냥 떨구기만 해!”

거기다 상대를 격살하는 것이 아니라 막아내고 밀어내기만을 목표로 했기에 상대하기 더욱 수월했다. 퍼버벅!!! 그렇게 밀려난 상대들에게 암기가 날아와 틀어박힌다. 고불의 비도술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고절한 경지의 암기술이었다.

16586676832048.jpg‘당문.’

사천당문. 독과 암기를 주력으로 다룸에도 정파의 기둥인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이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16586676832048.jpg‘무해를 뚫어 볼 작정인가?’

그들의 존재만으로 천화는 대략의 정보를 읽어낼 수 있었다. 무해가 진법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사실을, 전사묘의 존재를 정파 역시 알고 있다. 단순히 마교에서 노리고 있기 때문인지, 정확히 무언가를 알고 찾는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그들 역시 전사묘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이다. 당문은 독과 암기를 이용하는 무공으로 유명하지만, 기관진식에 대한 이해 또한 천하에 손꼽힐 만큼 뛰어난 곳이니까.

16586676832048.jpg‘들키면 귀찮아지겠는데.’

그렇기에 천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자신들이 무해가 아닌 전사묘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된다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독과 암기를 제외하고도 사천당문을 같은 정파인들도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독기와 집요함 때문이니까. 때문에 천화는 모르는 척, 흑우를 재촉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16586676832048.jpg‘튀자.’

천화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파일방이나 다른 오대세가가 아닌 이상, 당문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이들이 드물었으니까.

16586676832039.jpg“어딜 가느냐!”

허나 마인들은 천화 일행이 도망치도록 가만 두지 않았다.

16586676832059.jpg“고수……!”

마교의 또 다른 각주인지, 상위 번호 대의 대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탐마각주와 같은 경지인 고수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16586676843981.jpg“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16586676832048.jpg“오?”

그러나 이번에도 천수 도장처럼 그를 막아서는 인물이 있었다. 사천독룡 당문악. 무신지로에서 여러 번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천수 도장과 함께 후기지수 중 최고로 꼽히는 오룡 중 한 명. 자신과 겨루고 있던 상대가 다른 이를 찾아 몸을 빼낸 것이 고까웠는지, 그가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쫓아와 놈을 공격한 것이다.

16586676832039.jpg“당가의 지렁이가 어지간히 질척거리는구나!!”

당가. 혈연 중심으로 문파를 이끌어가는 당문을 낮춰 부르며 놈이 검을 휘젓자 쇄도하던 암기들이 모조리 튕겨나갔다. 우모침이라 불리는, 어지간한 안력으로는 간파하는 것도 어려운 암기들을 동시에 쳐낸 녀석이 일장을 내질렀다. 무시무시한 경력이 담긴 일장이 허공을 격하고 날아가 당문악의 가슴팍을 때려갔다.

16586676832039.jpg“소가주!”

파앙!! 허나 그 또한 무산되었다. 당문악이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당문의 인물로 보이는 이가 끼어들어 장력을 해소시킨 것이다. 청수 도장이었다면 스스로 해결을 했겠지만 아직 그에게는 무리였다. 같은 오룡의 일원이라고는 하나, 순수하게 무위로만 보자면 당문악은 고작해야 일류의 무인. 청수 도장과는 제법 격차가 있었기에 아직 홀로 절정급의 마인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16586676843981.jpg“칠장로! 끼어들지 마!”

그러나 도와준 보람도 없이, 칠장로라 불린 이는 당문악에게 욕만 한 바가지를 처먹었다.

16586676832039.jpg‘약한 주제에 자존심만 세서는…….’

나이에 비해 강하기는 하지만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하고 남을 시기하는 망나니. 그것이 당문악을 설명하는 세간의 평가인 것이다.

16586676832039.jpg“미안합니다. 소가주. 명을 어긴 벌은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소가주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칠장로라 불린 자는 당군악의 고함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을 상대해갔다. 소매춤에서 끊임없이 암기를 토해내며 상대를 압박하고 당군악에게서 떨어뜨렸다.

16586676832039.jpg“이 지저분한 당가 놈들이……!”

얼핏 보기에는 당문의 인물들이 마인을 몰아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외줄타기와도 같은 힘겨루기라는 것을 천화는 읽고 있었다. 차라리 저 칠장로라는 자가 작정하고 덤빈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당군악이라는 짐 때문에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진일퇴의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천화가 결단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돌파한다. 그 과정에서 밑천이 어느 정도 드러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6586676832048.jpg“흑우야, 전속질주다!”

16586676847177.jpg“무우?”

16586676832048.jpg“삼겹살 세 판, 아니 다섯 판!”

혈마화? 무명검? 다 필요 없다. 천화는 흑우와 거래를 할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뛰기 귀찮아하던 흑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16586676832048.jpg“모두 꽉 잡아!”

16586676847177.jpg“무후우우우우우우!!!!!”

투다다다다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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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축을 뒤흔드는 거센 발걸음과 함께 흑우의 몸이 잔상을 남길 만큼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16586676832039.jpg“아니?!”

심지어 절정 고수인 상대조차 깜짝 놀라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뒤늦게 근처에 있던 마인들이 뒤쫓아보았지만, 따라잡기는커녕 거리만 한참 더 벌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방금 뭔가 지나간 것 같은데? 천화와 설영, 고불. 이 셋을 태우고도 흑우는 절정 고수가 전력을 다해 펼친 신법, 그 이상의 속도를 발휘하며 전장을 이탈했다. 그들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한참이나 멀어진 뒤에야 겨우 멈추어섰다. 숨도 크게 헐떡거리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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