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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금강토룡 (5) (321/481)

<77화> 금강토룡 (5)2021.05.02.

16586677825297.jpg‘그래.’

  [신수 ‘새끼 수룡’이 길들이기에 저항합니다.]

16586677825297.jpg“응?”

천화가 길들이기를 시도했지만 새끼 수룡은 저항했다. 천화를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길들이기가 불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녀석의 의도는 확실하게 보였다.

16586677825307.jpg“쀼웃!”

손바닥에서 어깨까지 올라온 녀석이 천화의 반대쪽 손을 향해 빠르게 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16586677825297.jpg“어딜.”

하지만 여의주에 닿지 못하고 천화에게 가로막혔다.

16586677825297.jpg“왜, 이걸 달라고?”

16586677825307.jpg“쀼!”

끄덕 끄덕 오른손에 들린 여의주를 들어보이자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녀석. 제 몸보다 커다란 이걸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천화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봤자 먹지도 못하는 거, 주지 않은 이유도 없는 것이다.

16586677825297.jpg“나랑 같이 가면 주지.”

16586677825307.jpg“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새끼 수룡이었지만, 곧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이곳 남만에는 더 이상 헤어질 부모도, 형제도 없었으니까. [신수 ‘새끼 수룡’이 반려동물로 등록되었습니다.] [신수 ‘새끼 수룡’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름을 지어주면 친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혹여나 녀석이 여의주만 날름 받아먹고 달아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지만, 시스템에 제대로 등록되는 것을 확인하니 안심이 됐다. 일단 등록을 마친 이상 둘 사이에는 유대감이 저절로 형성되고, 몇 가지 명령어가 활성화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6586677825297.jpg“이름은…… 은룡으로 하자. 어때?”

16586677825307.jpg“쀼쀼!!”

  [신수 ‘새끼 수룡’이 새 이름 ‘은룡’을 얻었습니다.] [신수 ‘은룡’이 아무래도 좋다고 합니다.] 은빛이 감도는 녀석의 특징을 따 이름을 지었지만, 은룡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요한 것은 이름 따위가 아닌 것이다.

16586677825297.jpg“자. 어떻게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럼 됐지?”

그로써 완전히 녀석을 받아들이게 되자, 천화는 왼손으로 감싸쥐던 은룡을 여의주 위에 얹어주었다. 아까처럼 먹어치우려 들지도 모르지만, 그 작은 입으로는 그것을 물거나 삼키긴 커녕 제대로 입안에 담지도 못할 테니까. 그것을 은룡도 인지했는지 여의주 위에 똬리를 틀고 앉는 것으로 대신했다. 우우우웅- 그러자 여의주가 녀석에게 공명했다. 수룡에게도 나름의 운기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룡이 기운을 끌어모으자 여의주가 반응을 하며 녀석에게 힘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16586677825297.jpg“읏?”

그 기운이 실로 무지막지하다. 천화조차 화들짝 놀랄 만큼 강력한 기운이 은룡에게 응집되고 있었다.

16586677825297.jpg‘살기?’

그리고 순간 모여든 살기. 뭔가 잘못된 것일까? 설마 저게 나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천화가 당황하며 녀석을 살폈지만, 다시 눈을 뜬 은룡의 시선은 단 한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금강토룡. 설영과 세주연, 그리고 롱롱이를 상대로 분투를 벌이고 있는 금강토룡에게 농밀한 살기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16586677825297.jpg‘원수라 이건가?’

천화가 알기로 은룡의 어미가 죽은 것에는 금강토룡이 개입되어 있었다. 놈이 아무리 특이하고 강력하다 한들 감히 여의주를 가진 수룡을 물속에서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새끼인 은룡을 이용해 물 밖으로 유인했고, 자신이 조종하는 다른 악물들과 함께 심각한 상처를 입힌 것이 사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대로 싸웠다면 오히려 압살했을 수룡이겠지만, 새끼가 잡혀있다는 사실 때문에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하고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은룡이 기지를 발휘해 어떻게든 도망을 쳤기에 금강토룡도 그 자리에서 수룡을 처치할 수 없었지만, 결국 상처가 도진 수룡은 죽음을 맞이했다. 여의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회복을 했겠지만, 금강토룡과의 격전 중에 여의주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어쩌다가 돈왕이 주워먹은 것이고.

16586677825297.jpg‘하지만…….’

그 배경을 알기에 은룡의 분노는 천화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은룡이 이 여의주의 힘으로 놈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단순히 녀석에게 모여드는 힘의 크기만 생각한다면 설영의 수준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문제는 활용 능력에 있었다. 아직 어린 은룡이었기에, 여의주가 있다 한들 수룡으로서의 힘을 제대로 각성해낼 리가 없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쿠오오오오오오-

16586677825297.jpg“어……?”

콰하하하하하하-!!

16586677825297.jpg“피해!!!”

그러나 다음 순간, 은룡의 입으로 모여든 농축된 기운에 천화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응축된 물줄기가 은룡의 입에서 뿜어진 것이다.

16586677833887.jpg“?!”

위력으로만 보자면 설영의 초식 혈마강천과도 비슷했다. 강기급의 파괴력이니, 경로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몸이 꿰뚫리고 말겠지. 때문에 금강토룡을 상대하던 이들이 모두 놀라 몸을 빼냈지만, 이때까지도 천화는 그것으로 금강토룡을 어찌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힘은 충분하지만 금강토룡의 맷집은 더 무시무시했으니까.

16586677825297.jpg“머리?”

허나, 은룡에게서 뿜어진 물줄기는 금강토룡의 머리를 꿰뚫었다. 강타가 아닌 관통이다. 응축된 힘은 금강토룡의 머리를 꿰뚫고도 계속해서 뻗어나갔고, 그 순간 녀석의 거체가 기우뚱 기울었다. 위력만으로 따지자면 그보다 강력한 강기공에도 버텨냈던 녀석이 은룡의 일격에 쓰러진 것이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 완전한 침묵. 놈이 죽었다는 것은 시스템이 대신 알려줬다.

16586677825297.jpg‘정말? 고작 그 한 방에?’

그것을 지켜본 천화도, 놈과 혈투를 벌이던 셋도 동시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16586677825297.jpg“너……?”

이 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역시 천화였다. 정황상 금강토룡이 쓰러진 이유는 단 하나였으니까.

16586677825297.jpg“잘했어!!”

뇌. 머리 크기만 직경 2장(5미터)에 달하는 녀석이지만 놈의 뇌는 고작해야 2척(5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은룡의 물대포가 그것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천화 역시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 나서서 그것을 박살내려 했기에 알 수 있던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화력을 퍼부어 놈을 토막내는 수밖에 없었다. 몸뚱아리를 토막을 내도 꽤 오랫동안 살아 움직이는 놈이긴 했지만.

16586677825307.jpg“쀼우우우…….”

허나 쓰러진 것은 금강토룡만이 아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여의주의 힘을 끌어다 사용한 후유증인지, 은룡이 역시도 축 늘어져버린 것이다. 스스스슷-

16586677825297.jpg“응?”

졸립다는 듯 여의주를 깔고 앉은 채로 은룡이가 눈을 감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푸른 빛무리가 일어나며 여의주가 흐릿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정확히는 빛으로 화해 은룡이의 몸속으로 흡수된 것이었다.

16586677825297.jpg‘괜찮겠지?’

이게 괜찮은 것인지 천화로서도 알 도리가 없지만, 믿는 수밖에 없었다. 얼른 반려동물 관리창을 열어 은룡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상태이상이나 다른 흔적은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매끈하던 은룡의 이마에 작은 뿔이 솟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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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77836716.jpg“천화! 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1658667783672.jpg“공자님! 괜찮으세요?”

잠시 후, 혈마화를 해제한 설영과 세주연이 거의 동시에 천화에게 달려왔다. 금강토룡에게 집중하던 두 사람에게는 은룡이 아닌 천화가 무언가를 한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렇기에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설영은 천화가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한 것인가 놀라워했고, 세주연은 천화가 무리를 한 것은 아닌가 진심으로 걱정했다.

16586677825297.jpg“응. 우연히 이 녀석을 얻었거든. 조금 전의 공격도 이 녀석이 한 거야.”

16586677836716.jpg“뱀?”

1658667783672.jpg“신수로군요. 보통 영물과 다른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져요.”

이젠 손바닥 위에서 잠자고 있는 은룡을 들어보이자 세주연이 즉시 알아보았다. 나름대로 남만야수궁주의 딸이니까. 그리고 신수라면 이곳 남만에도 몇 존재하지 않고 본 사람조차 손에 꼽을 정도인 전설 등급의 존재였으니까. 들썩 들썩

16586677836716.jpg“응? 설마 살아있나?!”

그때, 죽은 것으로만 생각했던 금강토룡의 거체가 들썩거렸다. 긴장한 설영이 당장이라도 강기를 쏟아낼 듯 기운을 끌어올렸지만, 다음 순간 터져나온 울음소리에 안도하며 힘을 풀어냈다.

16586677841045.jpg“무오오오오오!!!!”

1658667784105.jpg“꾸윅!!”

퍼엉!! 금강토룡의 뱃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흑우와 돈왕. 익사를 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두 녀석 모두 상태가 제법 멀쩡해보였다. 이전보다 몸집이 훨씬 부풀어있는 것만 빼고.

16586677825297.jpg“가만, 너네 혹시…… 그 물을 다 마신 거야?”

그 모습에 천화가 황당한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호수로 들어간 금강토룡이 먹어치운 물의 양이 어마어마할 텐데, 녀석들과 함께 흘러나온 것은 막상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몸을 보자니 유추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놈이 둘을 익사시킬 목적으로 들이켰던 물들을, 녀석들이 다시 몽땅 마셔버린 것이다.

16586677841045.jpg“무히히히!!”

1658667784105.jpg“꾸르릉!”

그 말을 알아들은 둘이 수긍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 뒤로 물고기의 뼈로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물배를 채우고도 모자라 함께 밀려든 물고기 형태의 영물들마저 잡아먹은 모양이었다.

16586677825297.jpg“대단하네, 정말.”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 천화와 설영. 그러나 그 둘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1658667783672.jpg“어맛! 귀여워!!”

16586677825297.jpg“엥?”

세주연의 눈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소녀 같은 탄성을 내지른 것이다. 흑우에게 그렇게 질색을 했으니 흑우를 보고 하는 말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1658667783672.jpg“꺄아! 너 이름이 뭐니?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예상대로 세주연은 돈왕이 마음에 들었는지 찰싹 달라붙어 녀석의 몸을 어루만졌다. 어여쁜 소녀의 관심이 싫지 않았는지 돈왕 역시 기분 좋게 몸을 부볐고.

16586677836716.jpg“저거, 진심이야?”

저 분홍 돼지가 뭐가 예쁘다고 저 난리인 거지? 역시 야수궁주의 딸이라는 건가? 남다른 심미안에 황당해하며 설영이 천화를 돌아보았지만, 천화로서도 어깨를 으쓱여 보일 뿐이었다. 만약 정말로 세주연이 돈왕을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녀석도 먹을 것을 구하느라 여기저기 파헤집고 다니던 것이니 말이다. 설마 야수궁주의 딸이 주인인데 굶기기야 할까.

16586677825297.jpg‘이미 롱롱이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문제없겠지.’

물론 세주연은 아버지의 영물인 롱롱이의 공동 주인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그녀의 친화력이라면 둘 이상의 영물을 소유하는 것도 문제는 없을 터였다. 야수궁의 인원들은 무슨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는지, 아니면 문파 특성 따위로 분류가 되는지는 몰라도 하나가 아닌 둘까지 반려동물을 가지는 것이 허용된다. 그중에서도 친화력이 높은 몇몇은 그보다 많은 숫자의 영물도 거느리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 무신지로에서는 최대 다섯 마리의 영물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본 적이 있었고.

16586677825297.jpg“어쨌든, 일단 저걸 어떻게든 해야겠는데…….”

그렇게 세주연이 돈왕과 꽁냥거리는 사이, 천화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생각 같아서는 얼른 돌아가서 야수궁주에게 보고부터 하고 싶지만 저대로 금강토룡의 시신을 두었다가는, 그들이 사라진 사이 다른 영물들에게 뜯어먹히고 말 테니까. 뭐, 다른 영물들이 배를 좀 채우는 것이야 큰 문제는 아니다. 금강토룡의 시신을 가공하면 능히 희귀 등급 이상의 가죽옷 등을 제법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워낙 거구인 탓에 일부가 훼손된다 해도 괜찮을 터였다. 그러나 그 시신에 깃든 사이한 기운까지 먹어치운다면 문제가 생긴다. 당장 지금 남만땅에서 활개치는 악물이라 불리는 놈들 대부분이 금강토룡에게 전해 받은 그 악한 기운 때문에 폭주를 하거나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지 않던가?

16586677844099.jpg“아가씨!!!”

16586677844099.jpg“어디 계십니까, 아가씨!!!”

그때, 저 멀리서 벼락같은 음성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멋대로 궁을 뛰쳐나온 세주연을 찾는 목소리들이었다.

1658667783672.jpg“히익?”

그 소리에 깜짝 놀린 세주연이 얼른 천화의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불안한 눈빛으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1658667783672.jpg“저, 공자님. 저는 이곳에 없던 걸로…….”

궁주의 딸이라고는 하나 율법을 어긴 죄는 무거웠다. 천화가 위험한 것을 보고 황급히 뛰어들기는 했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주연은 천화에게 부탁을, 설영에게 협박 어린 눈빛을 보내고 얼른 먼저 자리를 뜨려고 했다.

16586677844117.jpg“어딜 가느냐?”

그러나 그 순간, 세주연의 앞으로 엄한 표정의 누군가가 떨어져내렸다. 남만야수궁주 세주안. 그가 자신의 또 다른 영물인 은빛 거대 늑대에 올라탄 채 딸의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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