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해남파 (3)2021.06.17.
천화가 눌러쓴 가면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남만에서는. 사실 남만에서도 잘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다. 가면이라는 물건 뒤에 자신을 감추는 것은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부끄럽게 여기는 풍조가 있어, 남만에서는 가면이나 인피면구를 경시했다. 그럼에도 괴상하게 생긴 특유의 가면이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었으니까. 영물의 형태를 띤 이 가면은 아이들이 역할 놀이를 할 때 영물이나 악물의 역할을 맡은 녀석들이 쓰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골격이 남다른 남만인들이기에, 가면은 천화에게도 꼭 들어맞았다.
“웬 놈이냐!”
“뭐, 뭐야? 저 얼굴은?”
푸확!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용왕채의 거점. 그곳에 도착한 천화가 물속에서 튀어오르자 상대가 크게 당황했다. 천화가 쓰고 있는 늑대 영물의 가면은 남만에서나 평범할 뿐, 중원인들에게는 생소하고 두려운 모습인 것이다. 살기는 없었지만 기척을 죽이고 자신들의 앞까지 단숨에 나타난 그 모습에 모두가 긴장했다.
“너희가 용왕채, 아니 해남파인가?”
“!!”
다음 순간 이어진 천화의 말에 그들을 더욱 크게 당황했다.
“호……. 아니, 부채주님을 불러와라!”
즉시 덤벼드는 대신 동료들을 불러모았다. 천화에게서 느껴지는 내공의 기운은 고작해야 일류급. 그들 중에는 천화의 드러난 내공보다 더 깊은 내공을 지닌 이도 있었고, 절정급의 고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비밀스런 정체를 알고 있는 천화였기에 섣불리 대응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아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럼에도 단신으로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홀로 자신들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웬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팔짱을 낀 채 그들의 소란을 지켜보고 기다려준 천화. 그런 그를 향해 누군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즉시 검을 떨친 것은 아니지만, 수틀리면 언제든 그럴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쯧. 자신들의 수장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들이 목청만 좋구나.”
“그런……!”
하지만 천화는 혀를 차며 그들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수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반란을 일으킨 자들에게 해남파를 빼앗긴 것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지금 장강수로채에 붙잡힌 그들의 수장이자 해남파의 정통 후계자 주자엽을 지키지 못함을 탓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또 아군일까, 적군일까. 용왕채, 아니 해남파의 인원들은 움찔 몸을 떨며 천화를 포위하면서도 쉽게 공격을 해오지 못했다. 천화가 전혀 살기를 뿜어내지 않고, 공격을 가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천화가 남해도에서 온 것이라면? 장강수로채에 붙잡힌 소문주는 물론, 자신들 전부가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너희를 탓하거나 벌하러 온 것이 아니니.”
“……고인께서는 뉘신지요. 우리 해남파와는 어떤 인연이 있어 저희의 앞에 나타나신 겝니까?”
고작 일류급의 무공 수위만 내비친 상태에서 포위를 당하고도 태연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목소리에 작은 떨림조차 없으니, 부채주라 불린 사내는 긴장하면서도 예를 갖추었다. 천화가 고작 일류급의 무인이 아니며, 정체를 숨긴 은거기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절정 고수인 자신조차 제대로 된 무위를 짐작하지 못하는. 천화의 허장성세가 제대로 먹혀든 순간이었다.
“나에 대해서는 알 것 없다. 과거 남해검왕과 작은 인연을 맺은 바 있을 뿐. 하여, 너희를 딱히 여기고 그날의 은혜에 보답코자 한다.”
“태상문주님과?”
“설마 반로환동의……?”
그 말에 작은 파장이 일었다. 남해검왕이라 불렸던 태상문주라면 전대의 문주를 이야기한다. 지금은 사망한 문주의 나이도 적지 않았으니, 그와 은원 관계에 있으려면 천화 역시 상당한 나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면을 제외한 다른 신체의 나이는 마치 20대의 파릇파릇한 그것이 아닌가? 때문에 큰 오해가 생겨났다. 반로환동. 노화가 중지되는 것을 넘어 다시 젊은 시절의 육체를 되찾는다는 거의 전설과 같은 경지에 이른 인물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무림에는 수많은 숨은 기인들이 있으니까. 물론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상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자신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전대의 인물이자 고수일 것이 분명했기에, 모두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사한 말씀입니다. 다만 고인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의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하여 고인의 뜻을 받잡기 어려우니, 며칠 후 다시 방문해주시면 세이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부채주가 정중히 천화에게 말을 건넸다. 천화의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자세한 사항까지 밝힐 수는 없으나, 소문주가 붙잡힌 상황에서 그에게 어떤 도움이나 가르침을 받든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설령 그가 자신들의 무공을 손봐주더라도 정작 가장 중요한 소문주가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소문주를 구해달라고 하기에는 천화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만약 그가 소문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떠본 것이라면? 소문주라는 사실을 밝히자마자 그를 손에 넣고 자신들을 휘두르려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정중히 그에게 시간을 달라 청한 뒤, 어떻게든 붙잡힌 소문주를 구할 작정이었다. 천화의 정체는 그 다음에 밝히더라도 늦지 않으니까. 또한 그 거절에는 천화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었다.
“소문주 때문인가?”
“!!”
그러나 천화가 직접 소문주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의 사정을 이미 알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가면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천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니까.
“그것은 걱정하지 말라. 그대들의 주인이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음이니.”
“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사내들. 때마침 저 멀리서 물보라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원 전투 준비!”
부채주가 황급히 놀라 소리를 쳤지만, 천화는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있을 따름이었다.
“쀼우!!”
반갑게 소리를 지르는 은룡이의 울음소리. 천화가 장강수로채에 은밀히 은룡을 풀어놓고 온 이유가 바로 소문주를 구출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소문주를 가둔 철창 아래에는 거센 와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은룡이는 신수이자 수룡이었다. 그 속에서 철창 주변의 압력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철창을 엿가락처럼 휘어 소문주를 구출해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렇게 물속으로 소문주와 철창을 떨어뜨린 뒤 구출해낸 녀석은, 천화가 미리 말해준 대로 그를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당연히 장강수로채의 인원들은 그가 죽은 걸로만 알고 있겠지. 그 거센 와류에 빠지면 자신들조차 자유로운 상태라도 살아남기를 자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마치 마술사의 수중 탈출 쇼 같은 일이었기에, 그들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눈 뜨고 코 베인 것 같은 기분일 터였다.
“소문주님이다!”
“저건 뭐야? 물뱀?”
“소문주님을 구하라!!”
“아니! 멈춰! 영물이다! 영물이 소문주님을 구했다!!!”
덕분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아직 제대로 기운을 차리지 못한 소문주를 은룡이가 끌고 오는 모습을 보았기에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촤아악!! 그들의 앞으로 꽤나 커다란 파도가 들이쳤고, 그 파도를 타고 소문주와 은룡이가 땅에 내려섰다.
“쀼쀼!”
바닥에 쓰러진 소문주와 어느새 천화의 어깨에 타고 올라와 칭찬해달라는 듯 아양을 떠는 은룡이. 그 모습에 천화의 신비함이 더해졌다. 물을 조종하는 진귀한 영물과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천화가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니까.
‘연출 좋고!’
이 모든 것이 천화의 의도에 따라 연출된 모습이었지만, 감히 누구도 그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더구나 소문주를 구해낸 영물이 천화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적대감은 옅어지고, 신비함이 더욱 커졌다.
“소문주님의 상태는 어떠한가?”
“맥이 약하지만 괜찮습니다. 조금만 쉬시면 회복하실 겁니다.”
오는 동안 물을 조금 먹었는지 콜록대는 소문주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천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된 건가? 내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감사합니다. 소문주님을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쿨럭!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때, 정신을 잃은 줄 알았던 소문주가 억지로 정신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곁에 있던 자들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해주었고, 천화는 느긋하게 그가 회복하기를 기다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부채주라 불리고 있는 호법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사라지려 했지만, 소문주의 정신력이 이 정도라면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대들의 이야기는 들었다. 섬을 빼앗겼더군.”
“그것은……!”
“그만.”
천화의 말이 억울했는지 뭐라 변명을 하려 했지만, 천화는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무슨 변명을 하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그들은 이미 큰 실수를 저질렀으니 욕을 먹어도 쌌다.
“문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증표까지 잃어버린 주제에 말이 많군.”
휘익- 비난에 가까운 차가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소지품 창에 있던, 물귀신들에게서 찾아낸 무언가를 소문주에게 던져주었다.
“이건?”
별것은 아니다. 작은 옥가락지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없어진 것을 알고도 굳이 물귀신 놈들을 찾아 없애고 되찾으려 하지 않았기도 하고. 언젠가 그들을 단죄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당장 용왕채를 안정화시키고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했기에 우선순위를 미뤄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옥반지에는 그들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문주의 직인도 몰라보다니, 그래서야 정통성을 이었다 말할 수 있겠나?”
“?!”
그 반지는 다름 아닌 가주의 직인인 것이다. 일견하기에는 그저 매끄러운, 평범한 반지처럼 보이지만 내공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불어넣을 경우 반지가 갈라지며 직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다만 해남파가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남해도의 특성상 직인을 쓸 일이 많지 않고, 아주 중요한 대외 문서가 아니고서야 다른 도장을 사용하기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훗날 드러나게 되는 일이었지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천화는 진짜 전대와 인연이 있는 기인처럼 말을 했고, 정작 해남파의 인물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내공을 불어넣어보게.”
“이리 다오.”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소문주가 억지로 내공을 끌어내어 반지에 불어넣었다. 파스슷- 잘 감추어두었던 옥 조각들이 부서지며 문주의 직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그제야 그들도 확신했다. 그것이 정말 문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직인이 맞다는 것을. 직접 반지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직인의 문양만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다. 본디 다음 대의 문주에게 전해지며 비밀이 드러났어야 하지만, 당대의 문주가 암살을 당하며 전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훗날 이들이 해남파에 다시 돌아가 자리를 되찾으려 할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될 사실이었다. 하지만 천화는 개의치 않고 그 시간을 앞당겼다. 이로 인해 변하는 것은 사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통성은 좀 더 강화되겠지만, 자리를 되찾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이다. 애초에 정통성을 확인했다고 물러날 이들이었다면 문주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했겠나? 그래서 천화는 한 가지 선물을 더 준비했다.
“자, 이것도 받게.”
이번에는 제법 큰 상자였다. 일전에 입수했던, 영약을 담기 위해 특수 제작된 상자였지만 이번에는 영약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있었다. 영약 같은 아까운 것을 그들에게 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남해삼십육검? 이건 설마?!”
표지에 적힌 이름부터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眞) 남해삼십육검. 기존의 남해삼십육검과 같지만 또 다른 무공의 비급이었다. 물론 작성자는 천화다. 이 또한 훗날 눈앞에 있는 해남파의 새로운 문주, 주자엽이 창안하게 되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천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살짝 더 곁들여서 풀어낸, 남해삼십육검의 새로운 해석이기도 했다.
“태상문주님께서 맡기신 겁니까?”
“그렇다. 어쩌면 그분께서 이런 사태를 예견하셨는지도 모르겠군.”
빠르게 그것을 훑어본 주자엽이 감격에 겨운 눈으로 천화를 돌아보았다.
“오오, 아직 먹물도 마르지 않은 듯한 보관 상태라니!”
“크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심히 뜯어보았지만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깨달음이 미치지 못한 영역까지 다루는 귀중한 보물임을 깨닫고 천화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어버린 것이다. 오는 길에 급하게 휘갈겨 쓴 것이기에 오래된 느낌까지 주지는 못했지만 비급 상에 문제는 없었기에 그들은 천화가 귀중히 보관해온 덕분이라 여겼다. 천화는 멋쩍은 기분이 들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뒷짐을 지고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선배님의 은혜가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나 또한 그분께 은혜를 갚은 것이니 괘념치 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호 선배로서 충고를 하자면,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 장강수로채는 약해보여도 그리 만만한 이들이 아니지. 또한 그들이 있어 질서가 유지되는 부분도 있음이니, 그들을 자극하기보다 잠시 몸을 숨기고 힘을 기르는 것이 좋을 걸세.”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충고를 전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신비감과 우호도가 있기 때문인지, 주자엽을 비롯한 해남파의 인원들은 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당장이라도 짐을 싸들고 이곳을 떠날 듯 감동한 눈으로 천화를 바라보았다.
“흠, 복건성 정도면 적당하겠군. 거기서 충분히 힘을 기른 뒤, 다시 남해도로 돌아가도 늦지 않을 게야. 그들이 남해도를 장악했다 한들, 그곳의 사람들은 긴 세월이 이어온 문주들의 은혜를 잊을 만한 이들이 아니니.”
“명심하겠습니다.”
천화가 점지해준 곳으로 떠나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이걸로 복건성의 혈겁은 막을 수 있겠지.’
그리고 이들이 있는 한, 마교가 복건성에서 일으키게 될 혈겁 역시 예정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터였다. 그사이 이들이 진 남해삼십육검을 모두 익히고 남해도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리 쉽게 익힐 만한 무공은 아니었으니 시간은 충분하겠지. 모든 것이 천화의 뜻대로 흘러갔다. 그가 실상 내놓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해남파라는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된 것이다.
“나중에 찾아 인사드릴 수 있도록 은인의 성함이나 별호라도 알려주십시오. 해남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될 걸세. 그때는 내가 아니라 내 제자가 찾아갈지도 모르겠군.”
“누구든 환영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면을 벗고 나타났을 때조차 전혀 어색함이 없도록 약을 친 천화는 표횰히 뛰어올라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은룡이를 이용해 선 채로 물살을 타고 시야에서 사라졌고, 해남파의 무인들은 한동안 그가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모두 짐을 챙겨라. 복건성으로 향할 것이다.”
“예!”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용왕채라 불리던 수적 집단을 보았다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