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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악마칠음 (1) (345/481)

<101화> 악마칠음 (1)2021.06.27.

[은잠무영보][일류] [칠성무적권][절정] [비뢰투술][절정] [불괴기공][절정] [용호십삼검][초절정] 이해할 수 없는 거금을 주고 천화가 구입해온 잡서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 감추어진 무공들은 종류도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절정 이상의 수준이었다. 은잠무영보의 경우 일류급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애초에 전투용이라기보다는 잠입과 은밀한 기동에 특화된 것이기에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무공 분류와 별도로 한 끗발 높여 절정급으로 쳐주는 무공이었다.

1658667932229.jpg‘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지.’

운 때만 잘 만났다면 이보다 뛰어난 무공들을 더 많이 손에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천화는 이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당장 익히더라도 제대로 써먹으려면 제법 수련이 필요한 상승의 무공들이지만, 동시에 천화 정도의 오성과 학습 능력이라면 단숨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수련이 가능한 것들이니까. 게다가 은잠술과 권법, 투술, 기공, 검법으로 종류도 다양해서 활용도가 높았다. 이미 그 무공들의 뛰어남은 몸으로 겪어본 천화였으니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1658667932229.jpg“여기쯤 숨겨져 있다고 했는데……. 흐읍.”

마지막으로 악마금을 꺼낸 천화가 손에 내공을 강하게 불어넣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조금 긴 금일 뿐이었다. 쩌적- 계속해서 내공을 가하자, 악마금의 일부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현이 감긴 곳까지는 균열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 귀퉁이가 완전히 박살났다.

1658667932229.jpg“찾았다.”

투욱 그리고 그 안에서 떨어져나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파괴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천화는 잔해를 툭툭 털어내며 비급을 챙겼다. 멀쩡하던 금이 부서진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서진 부분은 비급을 숨기기 위해 덧붙여진 것에 불과했고, 악마금의 진체는 일반 상태에서도 검기에 잘리지 않고 내공을 불어넣으면 검강마저 막아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화는 새로 획득한 비급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악마칠음][화경]

1658667932229.jpg“뭐? 화경?”

악마칠음이라 이름붙은 무공의 등급을 확인한 천화의 표정이 황당하게 바뀌었다. 무신지로에서 무공의, 무공 비급의 등급은 일반 물품 등급과 달리 경지의 이름으로 붙는다. 그리고 그 경지는 10성까지 익혔을 때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무공 수위를 뜻했다. 즉, 악마칠음은 10성까지 익히면 무려 화경에 도달할 수 있는 절세의 무공인 것이다. 물론 11성, 12성에 도달하고 무공을 보유한 인물의 재능이나 노력, 깨달음에 따라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제대로만 익혀낸다면 화경이라는 절세의 경지를 깔고 간다는 이야기. 어쩌면 그것을 넘어 현경이나 자연경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에, 천화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천화가 무신지로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하던 독문무공조차도 화경 등급의 무공이었으니까.

1658667932229.jpg“이거 골 때리네.”

화경은 인간의 몸으로 오를 수 있는 최대의 경지였다. 그 이상부터는 이미 인간을 넘어선 능력을 발휘하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당장 현경의 경지에 올라본 적 있는 천화만 하더라도 그 말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공의, 무공 비급의 최대 등급은 화경까지가 한계였다.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무공을 익힌 개인에게 달린 것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화경 등급의 무공을 익히지 못한다면 화경이나 현경, 자연경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훨씬 더 어렵고 더 많은 벽에 부딪힐 것만은 분명했다. 심지어 화경 등급의 무공을 11성, 12성까지 익히더라도 어떤 이는 화경에 머물었고 어떤 이는 현경 이상까지도 올라설 수 있었으니, 같은 화경 등급에 올랐다 하더라도 누구나 더 높은 경지를 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화경 등급의 무공은 극히 드물었다.

1658667932229.jpg‘중원, 아니 세외까지 다 합쳐서 한 50개쯤이나 될까?’

50개라고 말한다면 꽤 많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또한, 화경 등급의 무공을 익혔다고 모두 10성에,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한 시대에 화경 이상의 무위를 갖춘 무인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헌데 그중 하나가 천화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그것도 음공이라는, 무척이나 특이한 형태를 띄고서.

1658667932229.jpg“이것만 익혀도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겠지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천화로서도 악마칠음은 무척이나 흥미가 동하는 무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주력으로 익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직은 익힐 수 없지만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고금제일이라 불러 마땅한 자신의 독문무공도 기다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은 음악에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일반 무공이라면 모를까, 음공은 그 특성상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기본으로 한다. 고인물 시절 천화 역시 음공을 재미 삼아 익혀본 바 있었지만, 고작해야 일류 수준의 위력밖에 내지 못했다. 심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절정 고수를 상대하는 것까지도 어찌어찌 가능은 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그럼 포기를 해야 할까? 아니다. 한계는 있을지언정 음공의 효과는 확실히 대단했다. 소리가 닿는 모든 공간과 존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이니까.

1658667932229.jpg“광역기를 하나 얻은 셈 치기만 해도 이득이니까.”

무협을 배경으로 한 무신지로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광역 공격 기술이었으니, 적당히 익혀둔다면 꽤 편리하고 재미난 상황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658667932229.jpg“남은 건 노가다뿐인가.”

그 외에도 흑점에서 업어온 물품들이 몇 개쯤 더 있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당장 새로 익혀야 할 무공도 많았고, 숙련도 작업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었기에 천화는 즉시 비급의 탐독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은잠무영보(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칠성무적권(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비뢰투술(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불괴기공(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용호십삼검(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비급을 확인하고 밤새 반복해서 펼쳐내자 간신히 모든 무공들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고절하고 현묘한 상승의 무공들답게, 천화의 높은 오성과 무공에 대한 이해도로도 습득과 동시에 2성 이상의 높은 성취를 이룰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천화는 실망하지 않았다. 방이 좁아 제대로 마음껏 펼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해결을 해 줄 테니까. 고인물의 노가다 근성은 일반의 그것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것이다.

1658667932229.jpg“하암. 이것도 익혀야 하는데……. 일단 좀 쉴까?”

그렇게 다섯 가지 무공에 첫 걸음을 뗀 천화는, 아쉬운 마음으로 악마금과 악마칠음의 비급을 바라보다가 일단 소지품창에 넣어두었다. 생각 같아서는 악마칠음까지 마저 익히고 싶었지만, 음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노래를 하든 악기를 연주하든 소리를 내는 것이 기본인 것이다. 어느 정도 성취를 쌓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무리. 만약 새벽녘에 악기를 연주한다면 누군가 시끄럽다고 쫓아오거나, 쫓겨날 수도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미루었다. 생각보다 다른 무공들을 익히는 게 까다로워 날을 꼴딱 새고 말았지만. 덕분에 피곤이 몰려왔고, 한숨 눈을 붙이든 운기조식으로 피로를 몰아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똑똑

16586679330128.jpg“천화, 들어가도 돼?”

1658667932229.jpg“응? 어. 그래. 잠깐만.”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설영이 아침부터 천화를 찾아온 것이다. 아침을 먹자는 건가? 식사보다는 한숨 자고 싶은데. 피곤함에 찌든 모습으로 천화가 문을 열자, 살짝 상기된 설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윽 문이 열리자마자 손바닥으로 천화의 가슴을 밀고 들어오는 설영. 다급히 문을 닫는 그 모습에 천화가 당황했다.

1658667932229.jpg“왜, 왜 그래?”

16586679330128.jpg“……뭐야? 그 자세는.”

그러나 설영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싼 천화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길래 저러고 있는 건지. 한심과 경멸의 눈으로 째려봐주고 대신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1658667932229.jpg“뭐야, 그게?”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장의 종이였다.

16586679330128.jpg“잘 봐봐.”

1658667932229.jpg“태극?”

이상한 것이 있다면 그 한편에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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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 흔하다면 흔한 문양이지만, 중원에서 대놓고 자신들의 표식으로 이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무당파의 상징이니까. 곤륜파가 구름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고, 화산파가 매화로 자신들을 상징하듯, 무당 역시 태극 문양으로 자신들을 대표했다. 그렇다면 무당에서 흘러나온 문서라는 소리인데, 내용이 무엇이길래 설영이 이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천화는 그것을 받아들고 제대로 살피기 시작했다.

1658667932229.jpg“어디 보자. 어? 이건…….”

그제야 천화의 동공도 확장되었다.

1658667932229.jpg“차용증? 아니, 이건 뭐랄까. 소원권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소원권이었으니까. 그것도 구파일방 중 하나인 무당파에 대한. 내용은 간단했다. 무당파가 언제인가 이 증서의 주인에게 큰 돈을 빌렸고, 그것을 돈으로 갚거나 원하는 바를 한 가지 들어주겠다는 약조가 적혀 있었으니까.

1658667932229.jpg“금자 오십만 냥이라니. 많이도 해먹었네.”

그 금액이 무려 금자 오십만 냥에 달했으니,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무당파가 중원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대문파라지만, 이 금액을 갑자기 변제하려면 아마 기둥뿌리가 휘청할 터였다.

1658667932229.jpg“게다가 무기명?”

물론 그런 만큼 그들이 이 차용증을 부정할 수도 있었다. 원 주인이 아니라서 갚을 수 없다고 강짜를 부린다면 천하에 그들을 압박할 만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도인이라고는 하지만, 매년 상당한 금액의 기부금이 들어온다지만 그들도 먹고 마시고 은근한 사치를 부리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며 돈을 벌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이 돈을 선뜻 내주려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이 차용증에는 이름이 없었다. 애초부터 무기명이라, 누구든 이 차용증을 가진 이는 무당파에게 약속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대대로 물려주기 위함이거나 무당파가 단기간에 돈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을 한 모양인데, 그것이 천화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1658667932229.jpg‘정사대전 직후쯤 되는 건가?’

때문에 천화는 이 차용증이 작성된 시기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정사대전이 일어난 직후. 당시 구파일방을 비롯한 수많은 대문파들의 터전이 불바다가 되어 사라졌기에, 재건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을 그들이 어떻게 해결했을까? 물론 비상금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여기저기에서 빌리는 쪽을 택했을 공산이 컸다. 애초에 거지집단인 개방이 아니고서야 길바닥에 나앉는 것을 원하는 이는 없을 테니까.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차용증이고. 씨익 천화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뜻하지 않게 오십만 냥을 거머쥘 기회를 얻다니? 빠르게 이동한다면 어쩜 다시 한 번 흑점을 이용할 수 있을지 몰랐다.

1658667932229.jpg‘소원권으로 퉁치려고 할 수도 있기야 하지만…….’

16586679330128.jpg“어때, 진짜인 것 같지?”

1658667932229.jpg“응. 감정을 받아보기는 해야겠지만 진짜인 것 같은데.”

그때, 설영이 천화의 손에 들린 차용증을 낚아채갔다.

16586679330128.jpg“확인 고마워!”

1658667932229.jpg“엥?”

황당한 눈으로 천화가 바라보았지만, 이미 차용증은 다시 설영의 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16586679330128.jpg“왜? 이건 내 거거든?”

1658667932229.jpg“뭐? 그럼 그거…….”

16586679330128.jpg“크흠. 그래. 네가 준 책에서 나온 거야. 두 장이 붙어있는 장이 있어서 떼어봤더니 이게 나오더라고.”

그 말에 천화의 표정이 묘해졌다. 천화가 설영에게 준 것은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설영이 열심히 탐독하던 연애소설. 현대였다면 19금, 아니 29금 딱지가 붙었을 그것에 이 차용증이 있었다고? 그것도 두 장이 붙어있는 곳에?

1658667932229.jpg‘크흠.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영 좋지 않은 상상이 되었지만,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우며 다시 설영을 바라보았다.

1658667932229.jpg“험험, 그래도 내가 아니었으면 안 사왔을 테니까. 나도 지분을…….”

16586679330128.jpg“안 돼. 돈이라면 내가 나중에 어떻게든 마련해줄게. 이건 어쩌면 쓸 데가 있을 것 같거든.”

슬쩍 자신의 몫을 부탁해보려 했지만 설영은 생각 이상으로 단호했다.

1658667932229.jpg“……?”

뭔가 생각이 있는 듯, 깊고 쓸쓸한 눈을 하며 품 안에 잘 갈무리하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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