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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악마칠음 (2) (346/481)

<102화> 악마칠음 (2)2021.06.29.

16586679375411.jpg‘무슨 생각이지?’

차용증의 진위여부만 확인 받고 다시 돌아간 설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저렇게 나오는데 억지로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16586679375411.jpg‘돈이 목적은 아닌 것 같고.’

돈은 따로 자신이 마련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아 오십만 냥이 목적은 아닌 듯싶었다. 그럼 소원권을 사용하겠다는 뜻일 텐데, 그녀가 무당파에 요구할 만한 일로 무엇이 있을까?

16586679375411.jpg‘혈마를 인정해 달라?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혈마에 대한 것이지만 설영이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이미 무림공적으로 낙인 찍힌 지 오래인 혈마를 무당이 감히 용서하거나 인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도 했고, 만약 설영이 혈마의 후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옳다구나 하고 나서서 공격을 해올 테니까. 설영을 제거하면 무당파로서는 오십만 냥을 갚을 필요도, 부탁을 들어줄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니 근심거리를 제거하고 공도 세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설영이 모르지도 않을 터였기에 아닐 것이라 믿지만, 뭔가 원하는 바가 있다는 것 또한 분명했기에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알 도리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설영이 그 즉시 무당산에 오르려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6586679375427.jpg“여기서 얼마나 머물 참이야?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데.”

16586679375411.jpg“뭐…….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여유는 있지.”

그렇지 않아도 악마칠음을 익히고 그 밖의 무공들을 숙달할 시간이 필요했던 천화였기에, 설영의 그런 반응이 나쁠 것만은 없었다. 오십만 냥? 그것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무당파가 그것을 순순히 내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만약 그것을 당장 얻을 수 있다 해도 흑점에서 영약들을 최대한 사들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으니까. 영약은 먹을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숨에 절정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제대로 몸을, 무공을 완성하기 전에 내공만 많아질 경우 자칫 몸의 균형이 깨어질 수 있었기에 그리 급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삼재심법을 진화시킨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면 이제 내공이야 금방금방 모일 테니까. 때문에 천화는 설영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결정했다. 설영이 무슨 고민이 있는 것인지 방 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 하는 동안, 천화는 인근의 기루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악기 연주(칠현금)를 습득하셨습니다.] 여색을 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기루에는 창기라 불리는 손님을 접대하고 밤을 보내는 기녀도 있지만 시, 서예,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예기들 역시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예 몸을 팔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주만을 팔았기에 천화에게는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었다. 일반인이나 무림인 중에 금을 다루는 이를 찾아배우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온갖 비위를 다 맞춰주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586679375411.jpg‘특히 성질머리 더러운 인간들에게 걸리면 제 아무리 무림인이라 할지라도 좋은 꼴을 보기 힘들지. 원체 고집이 센 양반들이니까.’

반면 예기들은 일단 상대가 손님이니 나긋나긋하게 대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금을 타는 솜씨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입문을 위한 스승으로 모시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이다.

16586679375411.jpg‘확실히 빠르긴 하네.’

이미 금을 다루는 방법이야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천화였지만, 꼬박 삼 일을 배우고 금을 연주하자 일반 기술인 악기 연주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악마칠음은 아직이다. 일단 악기연주를 얻어야만 비로소 음공에 입문하는 것이 가능한 까닭이었다.

16586679375655.jpg“훌륭합니다. 공자님. 이미 금을 타는 법을 알고 계시다고는 하나, 이렇게 빨리 배우시는 분은 처음입니다.”

  [기녀 예란이 당신의 소리에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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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79375411.jpg‘됐군.’

그렇기에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지만 천화는 씨익 웃었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기 때문이다. [음공의 이해][특수 임무] 음공의 기본은 소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악기를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 성공 조건 : 악기로 마음을 움직이기 1 / 3 - 성공 보상 : 음공에 대한 단서 획득 악기 연주와 함께 생성된 특수 임무가 시작과 동시에 일부 달성되었다. 천화의 금을 타는 솜씨에 진심으로 기뻐한 기녀 덕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천화가 혼자 연습하는 대신 기루를 찾아 금을 배운 까닭이기도 했다. 무신지로에서는 ‘스승’을 가질수록 악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몇 주를 고생하고 현실에서 악기를 배워오기까지 했지. 게다가 이 특수 임무를 달성하지 못해 다시 몇 날 며칠을 고생하다 아예 포기한 이들까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쾌조의 스타트라 할 수 있었고, 나머지 달성도를 올리는 방법 또한 아주 간단했다.

16586679375411.jpg‘이제 한 놈만 나타나주면 되겠군.’

쿠당탕탕!!!

16586679375655.jpg“꺄악!!!!”

16586679375655.jpg“고, 공자님. 용서해주십시오! 이 아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잘……!!”

그리고 때마침, 천화가 기다리던 상황이 발생했다.

16586679375411.jpg‘기루에서 소란이 빠지면 섭하지.’

누군가 기루에서 난동을 부리는 소리가 난 것이다. 천화가 이곳에서 금을 배우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소란이 일었을 만큼 기루는 소란이 잦은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이든 안주든 아니면 기녀들이 접대하는 비용이든 꽤나 비싼 만큼 찾아오는 이들의 지위가 높지만 기녀들은 천인으로 분류가 되니 제 마음대로 소란을 피우는 놈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그러다 다른 고관대작이나 고수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되레 화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 대부분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얽히는 게 아닌 이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난동을 부리는 자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16586679375655.jpg“공자님? 가만히 계시어요. 곧 정리를 할 겁니다.”

그 소란과 함께 천화가 몸을 일으키자 금을 가르치던 예란이 황급히 그를 말렸다. 딱히 무기를 패용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지난 삼 일간 점잖은 모습만 보였기 때문인지, 천화를 무림인이라고 생각지 않은 까닭이었다. 아니, 설사 무림인이라도 기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위험했다. 난동을 부릴 수 있다는 자체가 뭔가 한가락하는 자라는 소리이니까. 일신의 무공이 뛰어나든, 배경이 든든하든 말이다.

16586679375411.jpg“괜찮아. 한번 나가보지.”

그러나 천화는 조용히 자리를 지킬 생각이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이참에 음공의 습득 조건을 맞출 참이었으니까. 음공의 습득 조건은 악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러나 ‘악기’일 뿐, 꼭 ‘음악’으로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16586679375411.jpg‘딱 좋군.’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천화의 눈에, 반쯤 풀어헤친 옷차림으로 기루의 집기를 파손 중인 망나니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지 눈이 살짝 풀린 모습이지만, 기루를 지키는 무인들도 함부로 그를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슬쩍 기감을 넓혀봐도 그들이 저 망나니보다 무공이 낮지 않으니, 아마 인근에서 방귀 깨나 뀌는 집의 자식인 모양이다.

16586679375655.jpg“아이고, 공자님. 이 아이는 창기가 아닙니다요. 다른 아이로 넣어드릴 테니 고정하십시오.”

16586679375655.jpg“시끄러! 창기든 예기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내가 돈을 안 내겠다고 했어? 어? 이처럼 헌앙한 공자님께서 안아주겠다면 넙죽 안길 것이지, 어디 감히…….”

말로 투닥대는 것만 보아도 대략의 상황은 유추가 되었다. 몸을 팔지 않는 예기에게 반해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떼를 쓰는 중인 것이다. 예기 중에는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이들도 있는데, 그 모습에 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에 이런 일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16586679375411.jpg‘어? 이것 봐라?’

살짝 인상을 쓰며 놈의 주변을 돌아본 천화가 순간 눈을 반짝였다. 놈이 탐하려 했던 예기의 얼굴이 꽤나 낯익은 것이다. 말리던 이들의 말처럼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예기는, 무신지로에서 천화도 꽤 많이 보았던 얼굴이었다.

16586679375411.jpg‘얘가 여기 있었군.’

십보필살 추가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던, 그리고 결국 하오문주의 눈에 들어 다음 대의 하오문주의 자리에 오른 여인이 오늘 재수 없게 엮인 장본인인 것이다. 아직은 초짜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제법 순수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16586679375411.jpg‘이렇게 되면 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은혜를 입히든, 눈도장을 찍든. 어느 쪽이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기회였다.

16586679375655.jpg“뭘 봐? 이것들아. 썩 안 꺼져?!”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수록 천화가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 비로소 망나니 역시 주변을 의식했는지 패악질의 범위를 넓혔다. 놈의 위세에 움찔 몸을 떨며 구경 나왔던 이들이 몸을 숨겼고, 예란이 역시 천화의 팔을 끌며 들어갈 것을 종용했지만 천화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16586679375411.jpg“괜찮으니 놓거라. 너는 들어가 있고.”

16586679375655.jpg“공자님…….”

혹여나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예란을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악마금을 꺼냈다. 뜬금없이 금을 타기 시작했다.

16586679375655.jpg“뭐야? 저 새끼는. 안 꺼져?”

난간에 금을 걸쳐놓고 연주를 시작한 천화를 녀석도 금방 알아보았다. 가뜩이나 열이 뻗혀 죽겠는데 자신을 보고 히죽거려? 악사쯤이나 되는 것 같은 별 볼 일 없는 놈이?

16586679375655.jpg“어어? 공자님!”

마침 같은 층에 있었기에 놈은 씩씩거리며 천화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꺼지라는 자신의 말을 무시했다는 것에 화가 난 듯싶었지만, 천화는 놈을 향해 실실 웃으며 연주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것이 놈을 더 열받게 만들었다. [상무문 소가주 조색이 당신의 연주에 분노합니다.]

16586679375411.jpg‘상무문? 듣보잡이네.’

그와 함께 특수 임무의 달성도가 추가로 올라갔다. 어쨌든 그가 켠 금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니까. 음공에 대한 단서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멋진 연주로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들어야 한다고 착각하여 고생을 했다. 하지만 고인물들은 끝내 꼼수를 알아냈다. 어쨌든 악기를 이용해 상대의 감정만 변화시키면 그만이라는 것을 말이다.

16586679375655.jpg“공자님, 저분도 손님이십니다. 얼른 다시 술상을 봐올 테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16586679375655.jpg“손님? 저놈이?”

그렇게 부들거리며 다가오던 놈을 주변에서 황급히 막아서긴 했지만, 그렇다고 멈추면 망나니가 아니다.

16586679375655.jpg“그래서, 저놈이 나보다 중요한 손님이라는 거냐? 내가 여기에 팔아준 게 얼마인데! 우리 상무문이 그렇게 만만해보여? 어? 앞으로 장사하기 싫냐고?!”

자신이 이곳에 쏟아부은 돈을 들먹거리며 감히 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무인들을 밀치고 천화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천화가 겁을 먹을 리가 없다. 상무문? 제법 큰 문파라면 이름 정도는 거의 기억하는 천화였지만 그 기억조차 희미했다. 별 비중조차 없는 쩌리 중의 쩌리라는 뜻이다. 이름만 보아서는 무가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기껏해야 일류 고수 한둘이나 배출했을까?

16586679375411.jpg“풉.”

16586679375655.jpg“뭐가 우습지?”

16586679375411.jpg“그럼 안 우습냐? 곧 엄마라도 찾을 기센데.”

16586679375655.jpg“뭣?”

16586679375411.jpg“음마~. 얘네들이 말 안 드러~. 음마~~.”

그렇기에 마음 놓고 놈을 조롱했다. 놈의 무공 실력을 기껏해야 이류. 당장 자신이 멋대로 밀쳐댄 무인들과 겨루어도 처맞을 놈이 가문의 위세만 믿고 날뛰는 꼴을 곱게 보아줄 천화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상무문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태연하게 구는 까닭인지 녀석은 씩씩거리던 것처럼 즉시 달려들지 못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며 천화에게 경고했다.

16586679375655.jpg“하지 마라.”

16586679375411.jpg“흐지 마라~.”

16586679375655.jpg“하지 말라고!”

16586679375411.jpg“흐지 믈르그~!”

역시 남을 놀릴 때는 유치한 게 최고다. 천화의 도발에 넘어간 녀석이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16586679375411.jpg“뭐하냐? 내가 어디있는지도 엄마한테 찾아달라고 하게?”

16586679375655.jpg“캬아아악!!!”

당연히 천화가 맞아줄 리 없었다. 천화는 금을 든 채 연주를 유지하면서도 가뿐하게 주먹을 피했고, 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영 좋지 못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스릉! 곁에 서있던 무인의 허리춤에 매달린 칼을 뽑아든 것이다.

16586679375411.jpg“봤지? 이거 정당방위다.”

16586679375655.jpg“커헉!?”

퍼억!! 그 순간, 놈의 얼굴이 뭉개졌다. 검을 휘두를 새도 없이 천화가 악마금을 들어올려 그대로 얼굴을 찍어버린 것이다. 검기에도 잘려나가지 않는 내구도로 힘껏 찍었으니 코가 뭉개지는 것은 당연했다. 악마금에 더러운 피를 묻히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천화는 대신 그 값을 제대로 받아낼 생각이었다.

16586679375411.jpg“내 연주를 방해했으니까. 원래 타야 하는 마디 수만큼만 처맞자.”

디잉-. 천화가 그 말과 함께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퍼억! 한마디를 연주할 때마다 한 대씩. 악마금을 악기이자 무기 삼아 놈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16586679375655.jpg“끄, 끄아아악!!!”

16586679375655.jpg“그만! 그만!!!”

16586679375655.jpg“……슬려주헤헝…….”

16586679375655.jpg“으허허헝…….”

고통이 계속될수록 당연히 비명도 커지고 기절할 듯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이 보였지만, 그냥 기절하게 놔둘 천화가 아니었다. 디링

16586679375655.jpg“히이이익!”

최대한 아프게, 그리고 공포스럽게 참교육을 시전했고, 놈의 정신이 완전히 나가기 전에 목적했던 바를 달성할 수 있었다. 뭐,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악기로 감정을 바꾸면 되는 것이니까. [상무문 소가주 조색이 당신의 금에 공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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