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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악마칠음 (3) (347/481)

<103화> 악마칠음 (3)2021.07.01.

[특수 임무 ‘음공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무공 ‘음공’에 대한 단서를 획득했습니다.] 곤죽이 되어 널브러진 망나니와 그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천화의 모습은 무척이나 대비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웃고 있는 이에게 두려움을 느껴야 할 테지만, 쓰러진 조색이 벌려놓은 일이나 평소의 행실 때문인지 천화를 경계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불안해하기는 했다.

16586679435686.jpg“공자님, 괜찮으셔요?”

16586679435692.jpg“뭐, 이 정도야? 소란을 피워 미안합니다.”

상무문을 천화는 들어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문파 취급을 했지만, 적어도 이 마을에서는 제법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만한 위세를 떨치는 곳이었다. 그런 곳의 소문주를 개패듯, 아니 아주 떡을 만들어놓았으니 상무문의 보복이 있을 것은 분명해보였다. 천화뿐 아니라 이곳 기루에도 말이다

16586679435686.jpg“후……. 아닙니다. 저희를 대신해 싸워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보다 어서 떠나시죠. 뒷일은 저희가 어떻게든 감당해보겠습니다.”

그 때문인지 관리인으로 보이는 자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천화가 보여준 무위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 쌓였던 조색에 대한 악감정 때문인지 걱정스러우면서도 통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천화를 빼돌리려 했다. 상무문에서 사람을 보내기 전에 도망치게 하려는 것이다.

16586679435692.jpg“괜찮습니다. 저는 이 근처에 있는 무린객잔에 묵고 있으니, 볼일이 있다면 저에게 찾아오라고 전해주십시오.”

하지만 천화는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굳이 이곳에서 더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수습을 남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하오문의 분타쯤이나 된다면 모를까, 이곳은 그저 기루일 뿐이고 그 안에 하오문의 인물이 들어와 있을 뿐이니까. 물론 놈이 찝쩍거린 이가 아직은 알려지거나 인정받지 못했다 하나, 차후 하오문주의 자리에까지 오를 인물이라고 해도 하오문이 나서서 이곳을 보호해줄 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문제가 심각해 질 경우 간단한 중재 정도나 하며 추가연을 빼돌리고 말 터였다. 그러니 자신이 조색을 쥐어 팬 값을 기루에서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무엇이 있겠나? 애초에 놈을 두들겨 팬 것조차 천화의 계획 중 일부였으니, 당당히 자신의 숙소까지 알려주고 기루를 빠져나왔다. [악마칠음(1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일단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음공에 대한 단서를 찾고 객잔으로 돌아온 천화가 악마칠음의 운기법에 따라 악마금에 내공을 싣자 즉시 무공을 습득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막강한 위력을 처음부터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공은 그 성취가 깊어지기 전까지 오히려 위력이 미미하다 할 수 있는 특수한 무공이었기에, 1성 단계의 악마칠음으로는 연주에 약간의 감정과 내공을 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일단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물리력은 거의 없을지언정 부차적으로 써먹을 곳은 꽤 많았으니까. 게다가 천화는 악마금이라는 악기를 통해 음공을 익혔지만, 일단 음공을 얻은 이상 꼭 악기를 사용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좋았다.

16586679435686.jpg“입구를 막아라!!”

16586679435686.jpg“한 놈도 도망치지 못하게 입구를 봉쇄해!!!”

그리고 잠시 후, 객잔의 1층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16586679435692.jpg“왔군.”

누구의 소행일지는 사실 뻔한 일이었다. 객실에 묵고 있던 이들이 갑작스런 소란에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천화는 느긋하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16586679435686.jpg“대 상무문에 도전한 자는 앞으로 나서라!”

16586679435692.jpg‘대(大)? 견(犬)이겠지. 딱 개같이 굴더만 뭐.’

역시나 상무문에서 몰려온 무인들이었다.

16586679435686.jpg“뭐야? 무슨 일이야?”

그러나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기에 느긋하게 나서자, 객잔 안의 웅성거림은 점점 커졌다. 자신들의 소문주가 한 행동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대놓고 소란을 피우기도 어려울 텐데,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벌써 약간의 정보 조작이 시작된 것이겠지. 하지만 선동과 날조는 천화의 특기이기도 했다.

16586679449305.jpg“천화, 혹시 너…….”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문을 열고 나온 설영이 천화를 의심스럽게 보았다. 천화가 사고를 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니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다. 딱히 틀린 생각도 아니었지만.

16586679435692.jpg“일이 조금 있었어. 좀 전에 기루에서…….”

16586679449305.jpg“뭐? 기루?”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별것 아니라고 이야기하던 천화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기루라는 단어를 언급한 순간 돌변한 설영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살기가 줄줄 새어나오는 그 모습에, 천화는 저들이 들이닥친 것보다 훨씬 크게 당황했다.

16586679435692.jpg“아니, 그게 아니라 금을 타는 법을 배우려고…….”

16586679449305.jpg“기루, 기루란 말이지. 흥! 역시 남자들이란! 네가 벌일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결해!”

콰앙!! 천화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문을 쾅 닫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16586679435692.jpg“끄응. 아니라니깐.”

16586679435686.jpg“겁을 먹고 도망쳐도 소용없다! 이미 이 객잔을 포위되었다. 순순히 나와서 무릎을 꿇어라!”

그사이 천화가 숨었다고 생각했는지, 상무문의 무인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진 목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 그것이 불편해진 천화의 심기를 거슬렀다.

16586679435692.jpg“지랄하고 자빠졌네.”

16586679435686.jpg“뭣?!”

16586679435686.jpg“웬 놈이냐!”

웅성거리던 군중이 갈라지며 천화가 전면에 나섰다. 2층 난간에 몸을 걸치고 있을 뿐이기는 했지만 그 불편한 심기를 굳이 감추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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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79435692.jpg“날 찾아왔다며?”

16586679435686.jpg“네놈이 상무문을 능멸하고 소문주님에게 위해를 가한 악적이군!”

능멸? 위해? 악적?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놈이 돌아가서 뭐라고 지껄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 편할 대로 말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 깨어나긴 했을까? 어쩌면 상무문이라는 놈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명분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정당화되는 것이 정파라는 족속들이니까.

16586679435692.jpg‘맞는 것 같은데.’

천화의 주변에서 황급히 물러나는 이들의 눈빛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종종 있는 일인 듯 천화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16586679435686.jpg“놈을 잡아라!”

16586679435692.jpg“뭐, 너네 소문주도 들어먹지 않긴 하더라만, 그래도 말해주지. 이것도 정당방위다?”

사실 그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증인들을 위한 말이었을 뿐. 물론 천화가 패한다면 누구도 증언을 해주지 않겠지만, 역으로 상무문을 털어버린다면 이야기가 다를 터였다. 무림은 힘이 있는 자의 편이니까. 우습게도 약간의 명분만 있다면 정파 소속의 문파를 무너뜨려도 명성이 오르지만, 힘이 부족하거나 명분이 부족하다면 악명이 오르게 된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천화였기에 자신만만했다. 사실 이들을 통해 명성 작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쳐들어와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곧 명성 작업을 시작할 생각이었기에, 천화는 굳이 그들의 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무인들을 보며 피식 웃어준 뒤, 가볍게 입을 오므렸다. 휘이익-!!

16586679453888.jpg“으아아악!!!”

내공을 이용해, 음공을 이용해 소리를 엄청나게 증폭시켰다. 사람의 입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째지는 소리가 놈들을 덮쳐갔다. 쿠당탕탕 계단을 오르던 무인들은 서둘러 귀를 틀어막았지만, 이미 균형감각은 상실된 상태였다. 그대로 기우뚱 몸이 뒤로 쏠린 녀석들은 계단을 굴러 다시 1층으로 떨어졌고, 그것을 지켜보던 군중들은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화가 전음을 날리듯, 내공으로 소리가 이동할 길을 만들어 놈들에게만 집중시킨 탓이었다.

16586679435686.jpg“뭐야? 왜 저러는 거지?”

소리를 완전히 가두기에는 너무 많은 내공이 필요했기에 주변으로도 약간 퍼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저 조금 큰 소음처럼 들렸을 터라, 모두가 갸웃거렸다. 당한 자들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16586679435686.jpg“사술이다!”

16586679435686.jpg“저것에 소문주님께서 당한 건가?!”

16586679435686.jpg“사파의 종자가 어디서 날뛰는 게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뒤에 섰던 이들이 천화를 몰아세웠지만, 천화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천화의 음공이 경지에 올랐다면 연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의를 상실하고 울고 웃게 만들겠지만, 아직 그것까지는 무리. 대신 어디 올라와보라는 듯 난간에 기댄 채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음공을 사용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지만 역시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는 몸을 쓰는 것이 최고다.

16586679435692.jpg“뭐래는 거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허접들이. 꼬우면 덤벼!”

이번에는 새롭게 익힌 다른 무공들을 시험해볼 차례였다.

16586679435692.jpg‘이렇게 하는 거였지?’

2층에서 뛰어내린 천화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사용하는 것은 칠성무적권. 다소 유치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이것을 익혀 강호를 질타했던 이가 한 때 칠보무적권이라는 별호를 얻기도 했으니까. 한 걸음에 한 방씩, 주먹을 내지르는 이 권법은 초식의 수는 적지만 한 방 한 방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지극히 패도적인 무공이었다.

16586679435692.jpg“선격필승.”

16586679435686.jpg“궈, 권기!”

16586679435686.jpg“고수다!”

16586679435686.jpg“피해!!”

첫 초식의 이름은 일명 선빵 필승. 압도적인 위력으로 승기를 잡고 시작한다는 다소 단순한 이름이지만, 그 안에는 검기와 마찬가지로 유형화된 내기가 가득 들어차 유형화된 힘이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였다. 콰앙!!!! 조장쯤으로 보이는 이를 향해 일권을 날리자 주변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온다. 소위 대문파라 불리는 곳이 아닌 이상, 일류 고수의 숫자는 극히 적거나 없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기에 그 일격으로 자신들의 상대가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다.

16586679435686.jpg“커헉!!”

그나마 조장은 일류의 문턱을 밟아본 자인지 검기를 일으켜 막아보지만, 기운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무리였다. 굳게 디딘 양 발은 바닥을 뚫고 나갔고, 허리가 꺾여 왈칵 피를 토해냈다.

16586679435692.jpg“뭐야, 그 실력으로 깝친 거야?”

놈이 약한 것일까, 칠성무적권이 강한 것일까.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님에도 그 한 방으로 승부가 갈렸다. 조장은 무리한 운용으로 내기가 들끓는지 희미하던 검기가 흩어져버렸고, 전신이 부들거려 검도 들어올리기 힘들어보였다. 다른 놈들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들 중 가장 강한 이가 일격에 가볍게 제압당하는 것을 본 순간부터, 아니 천화의 주먹에서 권기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천화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모를까, 지금 자신들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6586679435692.jpg‘눈치만 빨라서는…….’

좀 더 덤벼들었다면 수련도 할 겸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무공 수련에서 가장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것은 사람과의 대련 또는 목숨을 건 생사결이었기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칠성무적권(1성)의 숙련도가 0.3만큼 상승했습니다.] 내기를 응축시켜 일권에 뿜어내는 칠성무적권의 요체를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인지 숙련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초반부는 쉽게 넘길 수 있겠다.

16586679435692.jpg‘듣보잡이긴 하지만 문파 하나 깨부수면 1~2성 정도는 올릴 수 있겠지.’

물론 칠성무적권 말고도 숙련도 작업이 필요한 무공이 여럿이긴 했지만 말이다.

16586679435692.jpg“뭐해? 안 덤빌 거야? 밖에 있는 놈도 좀 불러오고. 어?”

16586679435686.jpg“제길. 포위조도 들어오라고 해! 조장님들을 불러!”

16586679435692.jpg“그래. 그래야지.”

잔뜩 굳어있는 놈들을 천화가 자극하자 그의 뜻대로 움직였다. 객잔을 포위하고 있던 다른 조원들을 불러들이고, 특히 일류 고수인 조장들을 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도주를 시도할 것이라 생각하여 포위망에 더 힘을 주었지만, 이렇게 되면 포위가 문제가 아니다. 상무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모두가 희생을 해서라도 천화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위신을 차릴 수 있겠지만, 만약 지거나 큰 피해만 입고 놓치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그 이후 받게 될 문주의 질책까지도.

16586679435686.jpg“권기를 사용하다니, 생각보다 고수였군. 그저 술에 떡이 된 애송이를 쥐어팬 걸로 생각했더니.”

16586679435692.jpg“오호?”

그리고 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조장 중 하나의 말에 천화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딸랑이들인 줄만 알았더니, 소문주를 저렇게 말하는 강단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눈빛도 강건하고 몸도 제법 단단한 것이 우직하게 무공만 수련해온 인물 같아 보여 안타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주인을 잘못 만난 게 죄일 뿐.

16586679435692.jpg“하지만 물러서진 않겠지?”

16586679435686.jpg“물론.”

천화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조장의 불편한 눈빛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검을 들어 천화를 노릴 뿐이었다.

16586679435692.jpg“그럼 시간 끌 거 뭐 있어? 같이 덤벼!”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도, 시기심인지 슬쩍 물러나있던 다른 조장에게 소리치자 놈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서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천화가 무공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16586679435686.jpg“놈. 후회하게 만들어 줄…….”

16586679435692.jpg“뭐하냐? 너네는 같은 편 아니야?”

16586679435686.jpg“뭣!?”

마지못해 나머지 조장이 이를 갈며 나서던 그때, 천화는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객잔 안으로 들어온 수십 명의 무인들을 보며 핀잔을 주었다. 천화가 같이 덤비라고 한 대상은, 조장 둘이 아니라 상무문의 무인 전원이었던 것이다.

16586679435692.jpg‘어차피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인데, 샌드백은 많을수록 좋지.’

그들 모두가 천화의 숙련도 작업용 허수아비로 낙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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