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장문인이 기다리십니다 (2)2021.07.11.
“그런데 갑자기 무림대회라니, 무슨 생각이지?”
“생각보다 큰 놈이 미끼를 물었나 보지.”
“미끼?”
“마교의 움직임을 포착한 게 아닐까?”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이렇게 예민하게 움직일 리가…….”
설영의 말이 맞았다. 전사묘에서의 움직임이나, 설령 장강에서의 행보가 발각되었다고 해도 겨우 이 정도에 무림대회까지 열 정도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무진이 숭산으로 향한 것이 의심스러웠다. 마교의 감시자라고도 불리는 곤륜이었으니까. 그들이 뭔가를 발견한 것이 아닐까? 무신지로에서는 곤륜이 활약을 하기 이전에 마교가 본격적으로 준동하기 시작하여 중원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켰지만, 미리 의식하고 찾아보았다면 그들의 실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매번 마교의 발호를 최전선에서 막아냈기에 세력이 커지지 못했을 뿐, 만약 다른 구파일방들처럼 중원 안쪽에서 조용히 세를 불려갔다면 이미 소림을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이었으니까.
“그럼 바로 숭산으로 갈 거야?”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어째서?”
“시간도 널널하고, 자격도 갖추어야 하니까.”
하오문에서 빠르게 정보를 입수했을 뿐, 아직 무림대회의 개최 소식은 중원 전역에 퍼지지도 않았다. 가장 빠른 전서구를 날린다 하더라도 보름은 족히 걸릴 터였고, 그들이 다시 인원을 꾸려 숭산으로 오는 시간까지 계산한다면 최소 두 달은 족히 필요했다. 그렇기에, 무림대회의 개최가 결정되었지만 실제로 열리기까지는 아직 두 달여가 남아 있었다. 천화와 설영이 있는 호북에서 숭산까지는 느긋하게 움직여도 보름이 채 걸리지 않을 터였기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자격?”
“응. 무림대회까지야 어중이떠중이도 받아주겠지만, 비무대회를 아무나 참가시켰다가는 몇 달이 걸려도 예선조차 끝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아마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만 지원할 수 있게 할 거야.”
그리고, 미리 자격을 갖추어 두는 것도 중요했다.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명성이겠지. 일단 제법 알아주는 대문파들에게는 배첩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면 명성을 높여서 배첩을 받든가, 아니면 이미 명성을 가진 이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거야.”
설영은 아직 감을 잡지 못했지만 천화는 알고 있었다. 무신지로에서 활동할 당시 무림대회를 몇 번이나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무림맹을 창설하기 위한 무림 대회도 있었지만 그밖에도 후기지수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정파 명문들이 몇 번이나 비슷한 행사를 연 적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이 할 행동은 뻔했다.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겠군.’
일종의 출전권 쟁탈전이다. 이 같은 대규모 비무대회는 무인들에게 큰 기회였다. 개인의 명성은 물론 사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예를 들어 현 단위로 활동하는 문파들만 하더라도, 제자 중 하나가 예선을 통과한다면 그 자체로 지역 사회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을 터였다. 더 작은 곳이라면 그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겠지. 그렇기에 배첩을 한 장이라도 받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요, 지역의 자랑이었다. 따라서 배첩을 받은 문파들은 대부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제자들을 골라 배첩을 쥐여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배첩들의 경우 무기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궁핍한 곳이라면 거금을 받고 팔아치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은 문파가 아니라도 마찬가지. 협객이나 이름난 고수들에게도 배첩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인정한 후기지수들에게 주어 비무대회에 참석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무기명인 탓에 획득 경로를 알 수 없어서, 이걸 두고 박 터지게 싸웠지.’
문제는 이것을 처음부터 받았는지, 매매를 통해 획득했는지, 그도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것을 강제로 빼앗았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대회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개최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이 배첩을 두고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상대를 죽여서라도 배첩을 빼앗으려 드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설사 남의 것을 빼앗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지키는 것이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촉망받던 인재가 망가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 배첩을 지키는 것 또한 실력이라 여기는 것인지, 어느 정도 이상으로 과열되기 전까지는 주최 측에서도 크게 손을 쓰지 않았다. 결국 배첩을 받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명성이라……. 어쨌든 시간은 있단 말이지?”
“응. 충분히. 무림대회가 가까워진다면 숭산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겠지만, 여기서 크게 멀지도 않으니 넉넉잡고 보름 정도면 될 테고, 그럼 약 한 달 보름 정도는 시간이 있는 셈이지. 물론 그사이에 배첩이든 추천장이든 손에 넣어야 겠지만.”
물론 배첩 이외에도 비무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정말 이름난 고수의 추천장을 받는 것이다. 이 추천장의 경우 아예 추천 대상의 이름까지 적어넣기에 배첩처럼 쟁탈전이 일어날 일이 없었지만, 그만큼 얻어내는 것은 훨씬 어려웠다. 배첩을 무시하고 개인의 보증만으로 비무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보증인의 이름값이 확실해야 하니까. 또한 그런 추천장 방식은 추천인의 명성을 거는 것이었기에, 추천 받은 대상이 비무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실력이나 성적을 보인다면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말 확실한 인물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추천장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럼, 그 전에 무당파에 들를 수 있을까?”
“무당파에?”
“응. 확인해 볼 것이 있어.”
순간 설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소원권을 써먹으려는 것일까? 대체 무엇으로?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설영이 경거망동하게 혈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 믿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 될 건 없지. 무당에서 추천장을 얻을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시간상 어려울 수도 있겠군. 뭐, 급한 건 아니니까.”
무당파에 가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일 수도 있었다. 무당신룡이 만약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사문에 보내두었다면 심문 아닌 심문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화는 오히려 그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무당파이니까. 만약 그들이 자신과 마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보다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천화는 이참에 무당파를 역으로 이용하여 정파 무림에 녹아들 계획을 세웠다. 이왕이면 가는 김에 무당에서 추천장을 받으면 좋겠지만, 꼭 무당일 필요도 없다. 추천장 쟁탈전은 약 두 달간 끊임없이 일어날 터였고, 말미에는 숭산 인근에서 그것을 두고 무림인들 사이에 끝나지 않는 싸움이 벌어질 테니까. 실제로 상황이 너무 과열되어, 어지간하면 방치하는 입장인 주최 측이 나서서 통제를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말이다. 그때가 되면 필요한 것들 이상으로 수거하여 판매하거나,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소각하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천화와 설영이 추천장을 얻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출발하지.”
“응. 근데, 인사는 하고 가지 않아도 되겠어? 서운해할 텐데.”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재촉하는 천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설영이 은근히 갈궜지만, 어쨌든 무당산 행이 결정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좀 더 명성을 쌓고 별호도 갈아치운 뒤 추천장을 얻으러 움직여볼 생각이었지만, 순서가 조금 바뀌는 정도는 상관없겠지.
“흑우야, 가자!”
더불어 흑우를 더 이상 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무당파 방문은 중요했다. 그동안은 혹여 무당신룡이나 무당파의 귀에 흑우의 소식이 들어가 귀찮아지는 것을 염려해 역소환을 유지할 때가 많았지만, 흑우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이동수단이자 일류 고수 이상의 전투력을 지닌 동료였다. 언제까지 감추고 다니기만 하는 것도 적지 않은 손해였으니, 아예 대놓고 꺼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오히려 흑우와 은룡이 덕분에 이야기가 잘 풀릴 수도 있었다. @
“슬슬 도착할 것 같군.”
천화와 설영는 마을을 떠난 지 정확히 이틀 만에 무당산의 초입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통이라면 말을 타고 달려도 사나흘은 족히 걸릴 만한 거리였지만, 간만에 콧바람을 쐰 흑우가 신나게 달려준 덕분이었다. 그만한 속도로 달리고도 여전히 체력이 짱짱한 흑우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역소환을 해둔 것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이제라도 꺼내놓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물론 무당파와의 대화가 잘 끝났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지! 멈추시오!”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했음에도 준마의 돌진과 비슷한 속도를 내는 흑우를 멈춰 세운 것은 무당파의 도사들이었다. 무당산으로 오르는 길목을 지키고 선 이들이었다.
“소?”
“도우들께서는 어인 일로 무당을 찾아오셨습니까?”
무공이 높은 이들은 아니다. 고작해야 삼대 제자쯤이나 될까? 기껏해야 삼류에서 이류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당산은 무당파의 앞마당과 같은 곳이니 꼭 무력이 높은 이가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저희는…….”
“기부를 하러 왔습니다.”
설영이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천화가 먼저 나섰다. 일단은 산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먼저이니 가장 잘 먹히는 말을 던진 것이다. 도사들이기는 하지만 먹고 마시는 것이 그냥 해결될 일은 없으니, 기부자들은 늘 반기는 입장이었다. 그만큼 산문의 문턱을 넘기가 쉽다면 누군가의 습격이 있기도 쉽다는 뜻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무인들이신 것 같은데, 산을 오르려면 법도대로 검을 맡겨주시지요.”
예상대로 어린 도사들은 천화와 설영을 반겼다. 대신 자신들의 역할에는 충실했다. 해검지. 무당파의 초입에 위치한 거대한 나무와 연못이 있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었다. 천화와 설영이 도착한, 무당파의 시조인 장삼봉을 기리고 무당파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의미에서 방문객들이 자신의 검을 끌러 걸어두는 곳이기도 했다. 만약 이것을 거부한다면? 당연히 무당산에 오르는 것이 금지된다. 무당파를 적대하겠다는 의사와도 같기에, 이를 거부하고 억지로 오르려 했다가는 본산의 제자들을 모조리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굳이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에 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허리춤에 매어둔 검을 끌러 어린 도사들에게 건네주었다.
‘소지품창.’
다만 혈마검을 넘겨주지는 않았다. 순간적으로 몸을 돌리며 혈마검과 일반 철검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흠, 무당의 말코 놈들이라면 저를 알아볼 수도 있겠죠.]
해검지에 혈마검을 걸어두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한 까닭이었다. 일단 혈마검이 저 도사들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무당의 도사들 중 혈마검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도가 계열에서 사용하기 위한 제사용 검으로 만들어진 혈마검이었으니까. 검신에 새겨진 주술적인 문양과 언어들을 해석하거나 검 자체에서 풍기는 기운을 알아차리는 이가 나타난다면 꽤나 곤혹을 치를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천화는 혈마검을 소지품 창으로 옮기고 적당한 검을 하나 꺼내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설영도 그것을 따라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넘겨주었다.
“무량수불. 잘 맡아두겠습니다. 도우의 성함이나 별호를 말씀해주신다면 산을 내려가실 때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각각의 이름을 알려주고 마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별호를 말할 수도 있지만 호북정협이란 별호는 낯간지럽기도 한 데다, 설영은 아직 딱히 별호라고 할 만한 것을 얻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흑우까지 막지는 않는군.’
혹여 흑우까지 맡아두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흑우가 제법 험준한 무당산을 오를 수 있을지 걱정하긴 했지만, 천화가 원한다면 데리고 올라가는 것이 허락된 것이다. 혼자두면 소란을 피우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만약 두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해검지에 대기 중이던 어린 도사 중 하나가 길잡이 역할을 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천화와 설영은 알아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대신 본산에 기별은 보냈을 테니 너무 늦어질 경우 확인 차원에서 사람을 보낼 수는 있겠지. 갈림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길을 잃을 걱정은 없지만, 간혹 무당산이 영산이다 보니 영초의 불법 채취 따위를 노리고 딴 데로 빠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뭘 요구하려는 거야?”
그 길목에서 천화가 슬쩍 설영에게 물어보았다. 설영은 대체 소원권으로 무엇을 요구하려는 것일까?
“요구? 아, 그거. 글쎄.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허나 설영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왜 무당파에 오려고 했던 것일까?
‘확인해볼 게 있다고 했지?’
그제야 천화는 설영이 했던 말을 정확히 떠올렸다. 확인해 볼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을 하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지만, 천화도 대충 예상은 했다.
‘역시 혈마인가?’
혈마에 대한 것이겠지. 혈마의 후예로서, 그에게 씌워진 천형 같은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강호에 출두한 만큼, 같은 도가 계열인 무당파의 의견은 무척 중요할 터였다. 게다가 무당이라면 곤륜과 함께 무공뿐 아니라 주술과 제사에 있어서도 도가를 대표하는 문파가 아니던가? 그런 무당파라면 혈마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른 구파일방에게 휩쓸려 알면서도 혈마를 적대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기대를 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기에 더욱 긴장했다. 자칫 말이 잘못 튀어나올 경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혈마검을 쥐고 있지 않으니, 혈마신공을 대놓고 사용하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으로 설영이 혈마의 후예라는 것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대충 떠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일단 명성부터 쌓기로 할 테니까…….’
설영도 바보는 아니니, 낌새가 아니다 싶으면 알아서 덮을 터였다. 그리고 무림대회를 통해 명성을 쌓고, 정파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진 후 혈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공론화하는 쪽을 택하겠지.
‘할 일이 많군.’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가볍게 설영에게 주의를 준 후, 천화는 이곳에서 해야 할 것들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설영도 감시해야 했고, 은근히 자신을 밝힌 뒤 무당신룡의 오해도 풀어야 했다. 미리 작업해놓은 마교인들의 거처가 아직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없었으니까. 그것만 미리 발견되었다면 더 수월해질 텐데.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주어진 상황 내에서 원하는 대로 일을 이끌어가기 위해 몸을 긴장시키며 무당산을 올랐다. 드디어 무당파의 진짜 입구 앞에 도착했다.
“응? 누가 있는데?”
아직 방문객을 받는 낮시간이기 때문인지 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다. 이상한 것은, 현판 아래에서 누군가가 서있다는 것이었다.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오는 동안 딱히 특별해보이는 사람은 없었는데?
“장문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네? 저희를요?”
놀랍게도 그가 기다리던 것은 천화와 설영이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둘은 눈을 껌벅거리며 그를 쳐다보았고, 도사는 빙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서 어디론가 둘을 인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