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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체포되셨습니다 (3) (363/481)

<119화> 체포되셨습니다 (3)2021.08.08.

설영, 운휘와 재회한 천화는 그들의 인도를 따라 하오문의 은신처로 이동했다. 다만 직선거리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하오문에서 배운 대로, 꼬불거리는 길을 돌고 돌아 이동했다. 만약 추격자가 따라오기 위해서는 하오문도들이 득실거리는 가게를 몇 번이나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제지를 당하거나 인(人)의 장벽에 가로막혀 놓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은신처에는 두 명의 여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6586680960656.jpg“아이고, 공자님. 감사합니다!”

16586680960663.jpg“아닙니다. 부탁 받은 일을 했을 뿐인걸요.”

16586680960656.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중 한 명은 운휘의 어머니인 남여은이었다. 천화가 지어준 탕약과 환약을 먹고 많은 차도가 있었는지 한결 편해진 모습이었지만, 천화가 관아에 잡혀있다는 소식에 근심하던 모양이었다.

16586680960656.jpg“오랜만에 뵈어요. 공자님.”

16586680960663.jpg“바쁠 텐데 시간을 뺏은 게 아닌지 모르겠네.”

16586680960656.jpg“공자님의 일이라면 당연히 와야지요. 마중하지 못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추가연이었다. 소속된 지부는 달랐지만 천화의 소식을 전해 듣고 탄원서를 모아온 것도 그녀였다. 일이 많았던지 수척해진 모습이지만, 그녀가 화사하게 웃으며 천화를 맞이했다. 들어보니 천화와 설영이 떠난 이후 상무문을 대신할 문파를 골라 지원하는 일을 총괄하면서 직급이 한 차례 올랐고, 그 일이 성공적으로 끝낼 경우 또 한 번 직급 상승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워낙 일처리가 훌륭한 인물이니 고속 승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 천화와의 만남이 없었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냈을 그녀였기에, 그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16586680960656.jpg“공자님을 암습했던 개…… 흠흠, 그자에 대해서는 저희 하오문에서도 조사 중입니다. 뭔가 정보를 찾는 즉시 전해드릴게요.”

16586680960663.jpg‘아, 얘도 한 성질 했지.’

잠시 잊고 있었지만, 추가연은 차후 무림 삼대 광녀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었다. 하오문 출신인 만큼 조심스럽고 계략에 능하다 여겨지지만, 반대로 한번 수틀리면 더할 나위 없이 개차반 같은 성격을 보이는 데다 집요하기까지 해 미친개라고도 불렸던 이가 추가연인 것이다. 때문에 천화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왜 자꾸만 이런 무서운 여인들만 꼬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살려면 내색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16586680960663.jpg“흠흠. 그렇지 않아도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불렀어.”

16586680960656.jpg“예? 혹,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16586680960663.jpg“패광문주의 방에서 이걸 찾았지.”

천화가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목패였다. 마교 소속임을 증명하는 신분패.

16586680960656.jpg“마교로군요.”

하오문 소속답게 추가연은 그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크게 놀라는 모습은 아니었다. 대로에서 천화와 패광문주가 싸움을 벌일 때, 목격자 중 하오문 소속이 있던 것이다.

16586680960656.jpg“공자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그러나 마교의 발호에 놀라기보다 천화의 몸 상태를 먼저 걱정해주었다. 패광문주가 마공으로 보이는 장법을 사용했고, 그것에 천화가 얻어맞은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급하게 탄원서 등을 이용해 천화를 방면시키려 했던 것이기도 했고.

16586680960663.jpg“마기는 괜찮아. 그리 강하지 않았던 데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특수한 체질 덕분에 마기는 이미 다 흩어버렸으니까.”

16586680960656.jpg“다행이에요.”

자신에게 무척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추가연이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체질 탓으로 돌리며 마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자 다시 추가연의 눈빛이 돌변했다.

16586680960656.jpg“이건, 저에게 주시는 건가요?”

16586680960663.jpg“응. 하오문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 중원 곳곳에서 마교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걸.”

16586680960656.jpg“예. 아직 기밀 사항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마교에 대한 사항이라면 아직 추가연이 알기 어려운 기밀일 테지만, 천화와의 일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지 순순히 그것을 털어놓았다. 천화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밀이다. 이것을 드러냄으로써 추가연이 하오문 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지 그녀는 조금의 머뭇거림조차 없었다.

16586680960663.jpg“그걸 가져가면 좀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 아, 그리고 이것도.”

천화 역시도 그것을 알았다. 그녀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 가지를 더 내놓았다.

16586680960656.jpg“이건……?”

마교도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 쌍의 추종향. 천화가 이미 몇 번이고 써먹은 탓에 얼마 남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가지고 있으면 써먹을 곳이 있기도 하겠지만, 만약 하오문이 이 추종향을 분석하여 읽어낼 수 있다면? 마교의 흔적을 찾아내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것을 알고 마교에서 사용하는 추종향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추종향에 대한 훈련은 꽤 시간이 필요한 것이기에 단숨에 갈아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분간 추종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거나, 일부만 다른 향을 사용하게 되겠지.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터였고, 추종향을 지워내는 것도 상당한 일이었으니 그 전에 꼬리를 밟게 될 확률이 높았다.

16586680960663.jpg“마교도들이 사용하는 추종향인 것 같더군. 하나는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적에게 사용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것 같으니 연구해보면 좋겠지.”

그렇기에 천화는 추가연에게 그것들을 넘겼다. 그녀를 통해 하오문이 이 추종향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더불어 추가연의 하오문 내 지위를 빠르게 높여서, 더 도움 되는 정보들을 물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16586680960656.jpg“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보답하겠어요.”

16586680960663.jpg“에이, 우리 사이에 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너스레였지만, 순간 천화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추가연이 얼굴을 붉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살벌한 기운이 뒤쪽에서 뿜어진 것이다.

16586680960663.jpg“……?”

그곳에는 무심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설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16586680960663.jpg“흠흠. 어쨌든, 정파 소속의 문파들을 포섭했을 뿐 아니라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지부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 패광문주의 시신이 사라진 것이나, 패광문의 장원이 불타 사라진 것 역시 그들의 짓이겠지. 현령을 통해 알아보니…….”

천화는 얼른 화제를 전환하며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추가연에게 일러주었다. 하오문에 정보를 판매하는 형태만 취하더라도 금자 수십 냥을 건질 만한 고급 정보들이었지만,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호의로 일러준 것이다. 추가연이 보고를 해서 정보비를 받아주겠다는 것도 거절했다. 이건 투자였으니까. 미래의 하오문주가 될 추가연에 대한 투자. 다행히 당장은 큰돈이 들어갈 일이 없었기에 천화로서도 생색을 낼 수 있었다.

16586680960656.jpg“그렇군요. 어쩌면 생각보다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설영은 뭔가 불만이 있는 듯싶었지만, 천화는 만족스러웠다.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추가연의 표정에 수심이 드리웠고, 조심스럽게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16586680960656.jpg“더 오래 머무르고 싶지만 전해주신 것들이 워낙 놀라운 것들이라, 빨리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의 지부장님께 말을 해놓을 테니 편하게 지내주셔요.”

16586680960663.jpg“그래. 바쁠 텐데 다음에 보자구.”

윗선에 보고를 올리고 빠르게 대처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추가연이 먼저 물러났다. 애초에 이곳이 자신의 활동 영역도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같은 문파라고는 하지만, 내부의 알력이나 경쟁이 없는 것도 아니기에 자칫 정보가 먼저 흘러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자신의 지역을 담당하는 지부장에게 보고를 하고, 그와 함께 일을 처리하는 편이 공을 인정받기 쉬운 방법일 터였기에, 추가연은 그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빠르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16586680960663.jpg“그놈은 어디 있지?”

그렇게 그녀가 사라진 이후, 천화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할 일이 남은 것이다. 바로 자신을 암습하려 했던 자객. 단악검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제에 마교의 살수 역할을 하던 놈에게서 얻을 것이 남아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하오문도에게 말을 전하자 그들이 천화를 안내했고, 설영도 따라붙었다. 물론 교육상 좋지 않은 모습일 것이 분명하기에 운휘는 어머니와 함께 방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16586680960656.jpg“이곳입니다.”

방으로 들어가자 놈이 사슬에 묶인 채 널브러져 있었다. 하오문에서 이미 한 차례 심문을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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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압하고 데려온 것은 천화와 설영이었지만, 하오문 역시 놈의 정체가 궁금했겠지. 지부장이 놈이 가진 정보를 탐냈던 것인지, 살짝 눈이 풀린 것이 자백제 계열의 약을 쓴 모양이었다.

16586680960656.jpg“미리 자백제를 투여해두었으니 심문하시면 됩니다.”

천화가 항의할 것을 우려한 것일까? 하오문도가 먼저 선수를 쳤다. 자신들이 먼저 심문을 했을 것이 뻔했지만 아니라는 듯 발뺌을 하고 나선 것이다. 거기서 무엇을 건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파 무림에 깊숙이 침투해있던 자라면 자백제를 맞고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을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16586680960663.jpg“고맙습니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할 테니 주위를 물려주시죠.”

16586680960656.jpg“……알겠습니다.”

하지만 천화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그 역시 얻을 수 있는 것만 얻어내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자백제까지 맞혀두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16586680960656.jpg[십 장 반경에 아무도 없습니다.]

  혈마검을 통해 모두 물러났음을 확인하고 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16586680960663.jpg“네 이름이 뭐지?”

16586680960656.jpg“단목월.”

시험 삼아 던진 대답에 놈은 성실히 응답했다. 자백제가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다.

16586680960663.jpg“별호는?”

16586680960656.jpg“단악검.”

16586680960663.jpg“누가 보내서 나를 암살하려고 한 거지?”

16586680960656.jpg“그건……. 으으윽!”

허나 조금만 자세한 질문을 하자 미친 듯이 몸을 떨며 괴로워했다. 아무래도 정신에 금제가 가해져 있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한다면 놈의 정신이 붕괴해버릴 수도 있었기에 천화 역시 조심스러워졌다.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꾸었다.

16586680960663.jpg“언제부터 ‘교’에 투신을 한 거지?”

16586680960656.jpg“……이십삼 년 전.”

16586680960663.jpg“네가 익힌 마공의 이름은?”

16586680960656.jpg“철혼공과 유환마검.”

여러 갈래의 질문을 던진 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마교나 그의 소속 집단에 대한 질문은 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질문은 드문드문 하는 것이 있었다. 이래서야 단악검이 마인이라는 사실은 밝혀낼 수 있지만 꼬리를 밟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천화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6586680979039.jpg“대체 왜 그런 것들을 묻는 거야?”

자잘하고 개인적인 질문들이 몇 번이나 오간 뒤, 천화는 만족해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의아해진 설영이 은근하게 물어왔다. 천화가 한 질문이라고 해봤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인물이라든지 무공을 펼칠 때의 습관이라든지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를 통해 독문 무공을 빼내려는 시도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하지만 설영이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단악검의 무위를 결코 천화보다 위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이의 무공을 빼돌려봤자 천화에게 이득이 될 것은 그다지 없었다.

16586680979039.jpg‘설마 팔아먹으려고? 하긴,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긴 하지.’

물론 의심되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천화의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16586680960663.jpg“알아야지. 이제부터 이 녀석이 될 거니까.”

16586680979039.jpg“뭐?”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의아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천화는 그저 씨익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16586680960663.jpg“그럼, 다녀올게!”

그리고 그날 저녁. 하오문의 배려로 배불리 술과 고기를 먹은 천화가 짧은 인사를 남기고 은신처를 떠났다. 검은 야행복을 입고, 처음 보는 단검을 허리에 찬 뒤 전혀 딴 사람 같은 걸음걸이로 혼자 어디론가 향한 것이다. 설영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천화의 자세나 호흡, 걸음걸이는 단악검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천화의 품에는 옥사 내에서 천화를 기습할 당시, 두들겨 맞고 기절한 놈이 가지고 있던 동패와 지도, 짤막한 암호문이 들어 있었다.

16586680960663.jpg‘나중에는 약간 복잡해지지만, 진행 초반 마교의 암호문쯤이야 껌이지.’

패광문주처럼 그저 간신히 한 다리 걸치고 마공을 얻어배운 이가 아니라, 이십여 년간 마교의 소속으로 활동했던 인물인 만큼 단악검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마교 호북 지부 중 하나의 지도와 접선을 위한 암호문을 가지고 있었다. 암호는 나름대로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 제 아무리 제갈세가라 할지라도 몇주는 공을 들여야 뚫어낼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해독법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 천화에게는 암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와 시간을 정확히 읽었고, 지금 그들을 찾아가는 중인 것이다. 자칫 일이 틀어지면 놈들의 공격과 추격을 받게 될 수도 있지만, 천화는 자신 있었다. 첩자 행세를 하며 정보를 교란시키는 일명 첩자 놀이는 고인물들이 즐겨하던 것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천화는 복면 뒤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약속된 장원의 담을 넘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감히 자신을 노린 것인지 확인할 생각에 사납게 웃으며 내부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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