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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최강의 아군 (1) (374/481)

<130화> 최강의 아군 (1)2021.09.02.

16586681667455.jpg“하아, 하아.”

설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몇 개나 되는 객잔과 몇 명이나 되는 무인들을 상대했는지 모른다. 반쯤 살인귀가 되어 날뛰는 무인들을 제압하고, 은근 슬쩍 떨어진 배첩을 노리는 이들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몇 개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배첩들이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무의미한 희생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16586681667455.jpg“천화, 그쪽은 어때?”

16586681667468.jpg“에고고, 죽겠다. 일단 어떻게든 한 것 같은데.”

하지만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마교인들은 단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천화와 설영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인지, 흥분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일부 고수들과 사문의 제자들을 데리고 무림대회로 향하던 고수들이 함께 나섰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애초에 직접 손을 쓸 생각이 없던 것인지. 정작 일을 벌인 자들은 상황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사라져버린 것이다. 특별히 의심 가는 자들도 없었고, 혈마검 역시 그들의 기운의 감지해내지 못했기에 천화와 설영으로서도 소란을 잠재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확인하고, 둘은 다시 모여 각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6586681667455.jpg“대체 왜 이런 짓을…….”

막는다고 막았지만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제법 많은 무인들이 죽었고, 그들의 격돌에 휩쓸린 일반인들까지 다수 희생되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설영은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삭였지만, 정작 그들의 의도조차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벌여 그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정파인들끼리 싸우게 만들어 힘을 약화시키려는 수작일까?

16586681667468.jpg“아마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함이겠지.”

16586681667455.jpg“평판?”

16586681667468.jpg“무림대회에 참여할 권리를 갖겠다고 지들끼리 치고 박다가 민간의 희생까지 냈으니, 사람들이 정파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사파 놈들이나 똑같이 보겠지. 정파니 뭐니 해도 결국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사파나 정파나 똑같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무림대회의 권위도 추락할 테고, 거기서 무엇을 하든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천화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 상황이, 혼란 자체가 놈들이 의도한 바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미 힘만으로는 중원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겪어본 그들이다. 지난 정사대전에서도 중원의 절반가량을 집어삼켰으나 민간인들이 정파의 인물들을 숨기거나 도움을 주는 까닭에, 또 그들에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협조만을 했던 탓에 곤혹을 치렀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까닭으로 이번에는 민심부터 흔들어 놓으려는 수작일지 몰랐다.

16586681667468.jpg‘뭔가 더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터였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도 크기야 할 테지만, 정파 놈들이 사파 같은 짓을 하던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당장 마교가 중원으로 침공해올 것이 아니라면, 이런 수작쯤은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지고 말 것이다.

16586681667468.jpg“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16586681667455.jpg“응? 뭐가?”

그때 문득, 천화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16586681667468.jpg“관에서 왜 나서지 않지?”

16586681667455.jpg“어……. 그러게? 아무리 관과 무림이 불가침의 영역이라지만, 이 정도면 끼어들어도 되는 거 아니야?”

이만한 소란이 일어나고, 심지어 민간인들의 희생까지 있었음에도 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풀어주더라도 일단 문제를 일으킨 무인들을 잡아들이거나, 하다못해 조사를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보통일 텐데 말이다.

16586681667468.jpg‘지부대인 정도가 아니라는 건가?’

더구나 무한은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물길을 통해 관군을 어디로든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관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지역 중 하나인 것이다. 만약 정말 마교가 줄을 댄 까닭이라면, 고작 지부대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윗선의 누군가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을지 몰랐다.

16586681667455.jpg“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일단 각자 보고 겪었던 것들을 짧게 공유한 천화와 설영은 슬슬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했다. 혈사가 일어날 뻔한 것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인들을 두들겨 패거나 공포로 다스리기도 했기에 당장 이곳에 머무르기도 눈치가 보였고, 그들 역시 바삐 움직이느라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기력과 심력을 꽤나 소진한 것이다. 이 틈에 누군가 자신들을 노린다면 방어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만큼.

16586681667468.jpg“일단은 쉬면서 지켜봐야겠지.”

16586681667455.jpg“하지만…….”

16586681667468.jpg“알아. 다른 사람들이 꽤나 불편해할 거라는 거. 여기서 잠깐만 삐끗하면 사파인으로 몰리거나 그에 준하는 별호가 붙을 테고. 그러니까 별채를 빌리자.”

16586681667455.jpg“아.”

그거라면 괜찮을 듯싶었다. 후원에 딸린 별채라면 이용객 이외에 따로 손님의 접근을 차단하는 곳이니, 두 사람이서 편히 쉴 수 있겠지. 더불어 외부의 시선 따위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고 말이다. 일단 순찰을 돌듯 무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살핀 두 사람은, 다행히 이후 수상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별채가 딸린 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무위를 두 눈으로 견식한 일부 무인들이 대화를 청해오기도 했지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한 뒤 휴식을 취했다. 끈질긴 자들은 객잔까지 쫓아와 만남을 청하기도 했지만, 객잔 주인과 점소이를 통해 알아서 물려줄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대신 내일은 꼭 만나주겠다는 약속도 해두었으니까. 그들 역시 오늘 일로 인해 상당한 피로가 쌓인 만큼 정상적인 인물이라면 두 사람이 회복하고 다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겠지.

16586681667468.jpg‘다른 볼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다른 목적이 있다면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천화는 별채로 들어와 운기조식을 취하며 소모한 내공을 회복하는 한편, 무언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 스르륵- 야음을 틈타 누군가가 객잔의 후원의 담을 넘었다. 개인이 통째로 빌린 장소인 만큼,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허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허락 따위를 구할 생각은 애초에 없다는 듯 은밀하게 숨어든 것이다. 발소리조차 죽인, 살수의 그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후원에 숨어든 이들은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각자 방향을 잡았다. 별채에 있는 이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점하고서 각각 문과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16586681672161.jpg“!?”

허나,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내부에 당황했다. 설마 도망친 것일까? 아니면 잠시 자리를 떠난 것일까? 분명 이미 잠이 들 만한 시간일 텐데. 바짝 긴장을 하는 한편, 머뭇거리지 않고 흩어져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만약 자리를 비운 것이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귀식대법으로 기척을 숨기고 있다가 놈이 잠자리에 들고 난 뒤 칼침을 놓으면 의외로 쉽게 끝이 날 수도 있었기에, 주변을 경계하고 숨을 만한 곳을 찾았다.

16586681667468.jpg“것봐. 내가 올 거라고 했지?”

16586681672161.jpg“?!”

그때, 이상한 위치에서 기척이 감지되었다. 표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86681667455.jpg“정말이네.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이야.”

싸늘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웅후한 내력이 깃든 목소리. 처음의 것은 천화였고 두 번째 것은 설영이었다. 두 사람이 그들의 암습을 예견하고 지붕 위에 올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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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1667468.jpg“뭐해? 한판 붙으려고 온 거 아니었나? 밖으로 나오지?”

타앗 지붕 위에서 뛰어내린 두 사람이 오히려 별채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불러냈다.

16586681677243.jpg“후회할 짓을 하는군.”

함정이었던가? 복면인들은 당황했지만,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무위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이쪽도 암습만으로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자신들의 전력이라면 정면 승부를 벌인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들의 도주를 차단하고 격살하는 것이 가능했다. 자신들을 발견하자마자 도주를 했다면 곤란을 겪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후기지수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비웃으며 복면인들이 빠르게 별채에서 튀어나왔다.

16586681677243.jpg“포위하라.”

사사삭-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지시에 따라 네 명의 복면인이 두 사람들 에워쌌다. 그에 따라 설영의 표정에도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 자신있게 그들을 끌어내긴 했지만, 그들이 지닌 무위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 다섯은 하나같이 절정급의 고수들이었고 마공을 익힌 마인들이었다. 도왕의 가르침을 받아 급격한 무위 상승을 맛본 설영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합공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공을 취하거나 도주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있으니까. 이제 혈마검을 직접 다루고도 혈마기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게 된 설영의 손에 혈마검이 들려있는 까닭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천화가 아주 커다란 자신감을 보인 까닭이었다. 역혈기공을 사용한다 해도 내공 수위는 일류 수준에 불과한 천화였지만, 저들이 절정급의 마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16586681677243.jpg“육호가 저자를 맡아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도록.”

그러나 자신이 있는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복면인들의 대장은 천화의 도발에도 냉정을 유지한 채,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육호라는 자에게 천화를 처치하도록 하고, 나머지 셋을 모두 설영에게 붙인 것이다. 동급의 무인에게 셋이나 달라붙는 것은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겠지만, 객잔에서 무위를 드러낸 바가 있기 때문인지 명령에 복종하기 때문인지 세 사람은 대꾸 없이 자리를 이동했다. 설영을 삼각 대형으로 둘러싸고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츠즈즈즛!!!

16586681672161.jpg“?!”

그 순간, 설영도 자신의 진실된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혈마화.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정신만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혈마검에게 몸을 내맡기는 대신, 스스로 힘을 통제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16586681677243.jpg“쳐라!”

설영의 변신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기운이, 기세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 복면인들이 처음부터 전력을 끌어내며 동시에 짓쳐들기 시작했다.

16586681667468.jpg“우리도 시작할까? 나름 바쁜 몸이라서 말이지!”

그때, 천화 역시 능글맞은 웃음으로 상대를 향해 짓쳐들었다. 무형보를 펼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속도는 오히려 상대가 더 빨랐다. 직선으로 달려오는 천화를 피해 크게 반원을 그리듯 움직여 거리를 만들었고, 검강을 피워올리며 허리를 쪼개놓으려 들었다.

16586681667468.jpg“어허! 허리는 남자의 생명이라구?”

까앙! 하지만 천화 역시 예상했다는 듯 허리를 비틀었다. 무명검을 떨쳐 검강을 막아내었다.

16586681677243.jpg“어떻게?!”

상대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온 것도 그때였다. 절정 고수만이 뿜어낼 수 있다는 검강은 아주 밀도 높은 검기를 뽑아낸다 해도 쉽게 막아내기 어려웠으니까. 더구나 그가 사용한 검강은 일격으로 천화를 베어넘기기 위해 전력으로 뽑아낸 것이었다. 고작 검기 따위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16586681667468.jpg“응. 템빨이야.”

콰광!!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놈의 자세가 흔들리는 틈을 타 천화가 역으로 역공을 가했다. 용호십삼검의 일초를 펼쳐 몸의 상체를 뜯어낼 듯 검을 쏘아냈고, 녀석 역시 허투루 쌓은 실력은 아니라는 듯 간신히 검을 맞대며 그것을 막아냈다.

16586681667468.jpg“맹호출동.”

하지만 천화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빠르고 폭발적인 도약을 선보였다. 동굴을 박차고 뛰어나오는 호랑이처럼,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어 다시 한 번 검을 떨쳤다. 형의권 상의 움직임. 용호십삼검이 용과 호랑이의 형상을 본떠 만든 검법이라면 형의권 또한 모든 동물의 형상을 본떠 집대성한 무공이었다. 당연히 그 중에는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의 형상 또한 있었고, 천화는 형의권 상의 호형권과 용호십삼검을 동시에 펼친 것이다. [거라오족 형의권을 대성하셨습니다.] [거라오족 형의권 - 호형권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용호십삼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용호십삼검(4성)의 숙련도가 0.2만큼 상승했습니다.] 그 덕에 이미 대성한 거라오족 형의권과 용호십삼검이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용호십삼검의 위력이 증가했고, 숙련도 또한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이것을 즐기며 수련의 일환으로 삼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천화는 무명검으로 놈의 머리를 쪼개려들다가, 간신히 들어올린 검을 후려치고 역으로 몸을 튕겼다. 뒤로 넘어지듯 회전하며 발을 차올렸다. 놈의 가랑이 사이로 깊숙하게. 퍼억!

16586681677243.jpg“끄르륵!!”

뭔가 소중한 것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육호라 불리던 복면인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앞으로 쓰러졌다. 새로 얻은 운철 각반의 위력을 실험해볼 참이었는데, 놈의 마기뿐 아니라 다른 것도 깨뜨린 모양이었다. 부들거리는 다리를 힘껏 조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고통을 줄이는 데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마기가 흩어지며 발생한 충격이 몸을 흔들었지만, 이미 반쯤 혼절한 녀석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싶었다.

16586681677243.jpg“육호!!”

놈이 당하자마자 설영을 상대하던 복면인 중 하나가 즉시 반응했다. 무리를 하지 않기 위해 힘을 빼고 있던 중이었기에, 그 하나가 빠지더라도 설영을 상대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쐐애애액- 녀석은 이미 동료가 전투불능 상태이기는 해도, 천화가 마무리 일격을 가해 목숨을 빼앗는 것을 막기 위해 즉시 검을 떨쳤다.

16586681667468.jpg“읏차!”

주르륵- 그러나 천화는 자세를 바로하는 대신, 뻗었던 오른 다리를 뒤로 빼며 미끄러졌다. 일명 다리 찢기 자세를 취하자 검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완벽히 피해내고 싶었지만 낭심을 걷어차며 균형을 잃은 탓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잘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6586681667468.jpg“우씨, 남자는 머리빨인데!”

16586681677243.jpg“큿?!”

다시 한 번 튀어오른 천화의 몸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 적을 따라 붙었다. 녀석은 급히 허리를 돌리며 검을 휘둘러 방어했지만, 무명검은 속임수일 뿐이었다. 푸확! 왼손에서 생겨난 비검이 놈의 발등을 꿰뚫은 것이다. 만년한철을 섞긴 했지만 운철도 사용이 되었기에, 손끝 감각으로 놈의 마기가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리에 내기를 보내 버텨보려 했지만 마기가 흩어지며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렸다.

16586681667468.jpg“월척이구나!”

휘익- 천화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침없이 비영검을, 비영사를 잡아당겼다. 비영검에 내공을 불어넣자 만년한철 특유의 빙결 효과가 나타나며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다리를 붙드는 역할까지 했다. 발등에 단단히 꽂힌 비영검은 힘껏 당겨져 놈의 균형을 빼앗았고, 천화는 그 틈을 노려 무명검을 휘둘렀다.

16586681667468.jpg“!!”

쐐애애액- 그리고 그 순간, 뒷목이 따끔해졌다. 뒤통수에 눈이 달려있지 않으니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상단전을 개방하며 더욱 확장된 육감이 무언가를 경고해왔다. 천화는 그 촉을 믿었다. 결정적인 일격을 날릴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비영사와 비영검에 주입된 내공까지 풀어버리며 냉큼 상체를 숙였다. 다가오는 위험을 회피했다. 후웅!!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의 일격이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스쳐갔다.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지켜보기만 하던 대장이 난입한 것이다.

16586681667468.jpg‘미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려타곤까지 사용해 거리를 벌린 천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6586681667468.jpg‘그냥 절정 수준이 아니었잖아?’

최절정. 놈은 절정의 끝자락이라 불리는 경지였다. 초극, 또는 초절정이라 불리는 초월적 경지까지는 아니었지만, 놈은 같은 절정급의 무인 열 이상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격을 지닌 존재였다. 내공을 갈무리하고 있던 탓에 현재 천화의 수준으로 정확히 감지할 수 없던 것이 문제였다. 벌써 이만한 고수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방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16586681667468.jpg‘이건…… 쉽지 않겠는데.’

허공을 갈랐지만 여유있는 모습으로 돌아서는 상대를 바라보는 천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도망은 칠 수 있을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후원을 넘어 객잔의 본관까지만 가더라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터였다. 이런 만약의 순간을 위해 내일의 약속을 잡으며 다른 무인들을 이곳 객잔에 모여들게 만들어놓은 것이니까. 어떻게든 그쪽까지만 달아나면 소란을 일으켜 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겠지. 그곳의 무인들과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강한 상대이긴 했지만, 그 혼란한 틈을 이용한다면 일격을 먹이든 도주를 하든 뭐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천화의 머릿속을 스쳤다.

16586681677243.jpg“멍청한 놈들. 대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이깟 놈들에게 당할 셈이냐?”

설영의 쪽을 힐끔거려보았지만 상황은 영 좋지 못했다. 한 사람이 빠져나갔지만, 대장의 한마디 때문인지 전력으로 힘을 끌어내고 있는 통에 설영 역시 혈마화를 하고도 쉬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놈들의 대장은 부족한 수하들을 대신해 직접 천화를 끝장내겠다는 듯, 진기를 끌어올리며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검으로 베기 전에 숨이 막혀 죽게 만들겠다는 듯, 기운을 뻗어내 천화를 옭아매고서 진득한 살기를 흘려보냈다.

16586681667468.jpg‘이렇게 되면…….’

도박을 걸어보는 수밖에. 천화는 이를 악물며 천천히 역혈기공과 혈류가속을 일으켰다. 지금 상태로 펼치기는 무리일 게 뻔했지만, 무신으로 군림하던 시절의 감각을 서서히 일깨웠다. 기회는 단 한 번. 일격에 모든 것을 걸 작정으로 힘을 끌어모았다. 전신 근육과 혈맥이 상하고 말겠지만, 불괴기공의 재생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방심의 대가가 꽤나 혹독하다 생각하며 천천히 기운을 폭발시킬 준비를 했다.

1658668168822.jpg“지금 뭣들 하는 거냐.”

그때, 조금 전까지 빈 허공이었던 곳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 그들의 사이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16586681672161.jpg“?!”

1658668168822.jpg“지금 감히 누구에게 살기를 드러내는 것이냐.”

그와 동시에 항거할 수 없는 흉포한 기운이 모두를, 후원 전체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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