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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최강의 아군 (3) (376/481)

<132화> 최강의 아군 (3)2021.09.07.

16586681843646.jpg“대협! 도와주십시오!!”

후원을 벗어나 객잔으로 들어선 천화에게 한 여인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무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걸음걸이였기에 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16586681843651.jpg“무슨 일이십니까?”

16586681843646.jpg“저희 아이가,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이미 긴 밤을 눈물로 지새운 듯, 눈물자국도 지우지 못한 여인은 거의 혼절할 듯한 표정으로 천화에게 매달렸다. 아이를 잃어버렸다? 그것을 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지? 보통은 관아로 달려가거나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골목 구석구석을 뒤지거나, 그도 아니면 하오문을 찾아 갈 텐데 말이다. 천화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뒤늦게 그들을 발견한 점소이가 얼른 뛰어왔다. 천화에게 매달린 여인을 달래 떼어내며 난처한 표정으로 소식을 전했다.

16586681843646.jpg“용서하십시오, 대협. 워낙 급한 마음에 대협께…….”

16586681843651.jpg“괜찮다. 헌데 무슨 일이지?”

16586681843646.jpg“그게…… 간밤에 아이들이 사라진 모양입니다.”

16586681843651.jpg“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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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천화가 흠칫 몸을 떨었다. 사실 이 넓은 땅덩어리, 이 많은 인구 중에서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큰일이긴 해도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였다. 길을 잃었을 수도 있고, 떠돌이 무인을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었으며 화를 당하거나 납치를 당하는 것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동시에, 다수에게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천화가 점소이의 말에 예민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이도 아니고, 아이‘들’이라니?

16586681843646.jpg“예. 이 마을에서만 수십 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모양입니다. 어제 워낙 마을이 어수선해서 다들 단속을 했을 텐데도 말이지요.”

천화와 설영이 막는다고 막았다지만 사상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서로 상처를 입힌 뒤 감정의 골이 생긴 이들도 있었고, 그들이 밤사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한둘도 아닌 수십이나.

16586681843651.jpg‘이거 설마…….’

천화는 그제야 무언가를 떠올렸다. 무신지로에서 마교가 벌였던 일들 중 하나.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눈앞에 임무창이 나타났다. [실종 아동 수색][돌발 임무] 간밤에 마을의 아이들이 동시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종의 이유를 찾고 아이들을 부모의 품에 돌려보내자. - 달성 조건 : 실종 아동들의 귀가 0 / 23 - 달성 보상 : 약간의 경험치, 약간의 명성 다소 평범해보이는 돌발 임무. 그러나 천화는 그것을 보는 순간 확신했다. 이것이 무신지로에서 꽤 많은 이들을 뺑뺑이 돌렸지만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명성만 하락시켰던 그것이라는 것을.

16586681843651.jpg‘처음부터 목적은 이쪽이었던 건가?’

마인 양성을 위한 아이들의 납치. 바로 소모품으로 쓸 무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납치하고, 세뇌하여 마공을 익히도록 강요한 뒤 차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굳이 어린 아이들을 잡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공을 처음부터 익혀야 하니까. 어느 정도의 무재를 갖춘 아이들의 경우, 중도에 포기할지라도 어설픈 심법 따위를 익히고 있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경우에는 근골이 굳어 새로운 무공을 익히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을 고른 것이다. 아니, 무재까지도 필요 없다. 그들이 익힐 것은 마공이니까. 무재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기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숫자도 제법 많을 터였기에 다수의 어린아이들을 납치한 것이다.

16586681843651.jpg‘내가 왜 이걸 놓쳤지.’

천화가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열린 무림대회와 배첩에 신경이 팔려 이맘때쯤 마교에서 중원 전역에 교인들을 보내 아이들을 납치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어차피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에, 이곳을 막는다 해서 그들의 목적을 저지할 수는 없기에 생각의 범위에서 미뤄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는 곳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은 아프게 다가왔다.

16586681848363.jpg[그놈들의 소행이겠군.]

그때, 도왕의 전음이 들려왔다. 목소리에 노기를 띤 것이, 그 역시도 마교를 의심하고 분노하는 듯싶었다. 천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왕이라는 조력자가 있다지만 그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적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자신을 습격했다가 모두 역으로 당했지만, 그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마교인들이 아직도 다수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16586681843651.jpg‘대가리가 잘렸어도 몸통은 움직인다는 소리인데…….’

천화가 잠입했던 지난 회합에서 무한으로 움직이는 인원은 총 대장까지 다섯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지난 밤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천화가 알지 못하는 고수가 있거나 미리 내려둔 지시대로 그들이 없이도 움직이는 암중 세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운이 좋다면 그들이 지휘부를 기다리며 인근에 대기 중이겠지만, 어쩌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마을을 떠났을 수도 있었다.

16586681848372.jpg“천화?”

이 임무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천화는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무신지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옳다. 임무를 거절하여 발생하는 명성 하락보다, 임무 수락 후 실패하여 발생하는 명성 하락의 폭이 더 크니까. 그러나 게임이 아닌 현실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혹시 그들이 근방에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일까. 천화는 잠시 망설였다.

16586681843651.jpg‘뭐, 어쩔 수 없지.’

설영의 따가운 시선을 모르는 척하며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16586681843651.jpg“그런 일이 있었다니,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즉시 찾아보도록 하죠.”

  [돌발 임무 ‘실종 아동 수색’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았지만, 돌발 임무를 받아들였다. 까짓 것, 실패하면 또 어떤가? 초보일 때야 그 약간의 명성이 아쉬웠지만,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 정도 명성은 얼마든지 다시 올릴 수 있었다. 하물며 놈들을 찾아낼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영 찜찜했다.

16586681843651.jpg“여러분들도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16586681843646.jpg“흠흠, 물론입니다.”

16586681843646.jpg“정파 무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16586681843646.jpg“일단 마을 입구부터 나누어 봉쇄를 하면 어떻습니까?”

결정을 내린 천화는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을 친분을 쌓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무인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땅덩어리는 넓고, 인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들이 마인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 시간을 끄는 정도는 가능할 터였다. 그리고 그 잠깐의 시간만 있다면 어떻게든 추격할 수 있겠지.

16586681843651.jpg‘놈들도 운신이 자유롭지는 못할 거야.’

그들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여야한다는 부담이 있을 터였고, 무엇보다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절정급 고수들이 간밤에 싸그리 몰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해야 일류급의 마인들일 터. 마공을 사용하면 동급 대비 월등히 강력한 무력을 끌어낼 수 있다지만 이쪽에는 도왕이 있다. 천화 역시도 흑우를 타고 이동한다면 그에 못지않은 속도로 달려갈 수 있을 테고. 그러니 어디든 놈들이 나타났다는 소식만 전해온다면 순식간에 달려가 처치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16586681843651.jpg‘수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무엇보다 혈마검이 있었다. 혈마검은 대상이 가진 생명력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말은, 무인이 아닌 어린아이들 역시도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16586681843651.jpg“서두릅시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천화는 즉시 진두지휘를 하며 무인들을 각 방향에 배치했다. 일단 그들을 마을 주변에 둘러세워 도주를 막고, 천화와 도왕이 마을 내부를 돌며 놈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자칫 천화가 모든 공을 독식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천화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모여든 이들이었고, 만약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끝날 시 그 책임 또한 천화가 모두 짊어지는 것이기에, 크게 반발하는 이들은 없었다.

16586681843651.jpg“움직이죠.”

그리고 그 즉시 천화와 도왕, 설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도왕은 잠시 이곳에 머무른다. 혹시나 저들의 시신을 수습하러 누군가 올 수도 있었기에 시신들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사이 설영이 하오문과 접선하여 시신을 맡기고, 인계가 끝나면 둘이 다시 천화 쪽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당연히 천화는 그동안 혈마검의 탐지 능력을 발휘해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는 역할을 맡았다. 혈마검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천화뿐이었으니까. 혈마신공이 7성에 이르렀으니 이제 설영 역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무리였다.

16586681843651.jpg‘나라면 어디에 숨을까?’

객잔을 나서자마자 천화는 생각했다. 나라면 어디에 숨을까? 스물이 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물론 마인의 숫자가 많다면 한둘씩 옆구리에 끼고 달아날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만약 그래서는 장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웠다. 따로 분타격의 장원이 있어 그곳에서 마인들을 길러낼 것이 아니라면, 마차까지는 아니라도 수레 정도는 필요할 터였다. 허면 떠올릴 수 있는 범위는 좁아진다.

16586681843651.jpg‘상단과 표국.’

큰 수레에 무언가를 운반해도 의심받지 않을 만한 이들은 그들뿐이다. 무한에 있는 모든 상단과 표국을 뒤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마을의 상단과 표국을 뒤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잠시 마을의 구조와 위치를 떠올린 천화는 즉시 무형보를 펼쳐 몸을 날렸다. 각 상단과 표국의 주변을 스쳐가며 내부를 살폈다.

16586681843651.jpg‘있어?’

16586681843646.jpg[아니요. 없습니다.]

  굳이 화물 하나하나를 뒤질 필요도 없다. 혈마검이 있으니까. 혈정을 꽤나 충전해둔 까닭에 혈마검의 감지 능력은 오십 장을 넘어간다. 어지간한 장원은 안으로 들어서지 않아도 모조리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16586681843646.jpg[어……? 주인님. 잠시만요.]

16586681843651.jpg‘왜, 무슨 일이야?’

그리고 수색에 나선 지 약 반시진에 이르렀을 때, 혈마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16586681843646.jpg[아이들의 기운은 아닌데, 수상한 기운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숫자는 둘. 아마도 마인들 같습니다.]

16586681843651.jpg‘어느 쪽이야?’

16586681843646.jpg[안쪽 전각입니다. 이상하군요. 저 넓은 장원에 사람이 저 둘밖에 없습니다.]

  혈마검의 말처럼 확실히 수상하다. 혈마검이 발견한 장소는 표국이니까. 표국은 운송업무 말고도 할 일이 많은 곳이고, 그렇다면 표사와 쟁자수들이 모두 표행을 나갔더라도 남겨진 이들이 제법 있어야 하는 것이다. 헌데 고작 두 명뿐이다? 그것도 수상한 기운을 품은 자들로? 천화가 눈빛을 빛냈다. 하지만 신호탄 따위를 사용할 수는 없다.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자마자 놈들이 도주할 테니까. 차후에 공을 독차지하려 했다는 누명을 쓸 지도 몰랐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설영에게 귓속말을 보내 하오문과의 접촉이 끝나는 대로 지원을 오도록 요청한 뒤, 잠시 대기했다. 혈마검과 기감을 통해 내부를 감시하며 때를 기다렸다.

16586681848363.jpg“여기인가?”

16586681843651.jpg“아, 예.”

그러자 잠시 후, 설영 대신 도왕이 나타났다. 하오문과 접촉한 이상 그들 역시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는지, 한걸음에 달려 먼저 도착한 것이다.

16586681848363.jpg“바로 움직이지.”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 고수답게, 도왕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16586681843646.jpg“누구……!”

퍼억! 기척을 느끼고 밖으로 나오는 놈을 그대로 후려쳐 기절시키고 다음 놈까지 잡아들었다. 도주? 독단을 이용한 자결? 그런 것을 할 틈도 주지 않았다. 반응조차 하지 못할 초신속의 움직임으로 접근한 도왕의 주먹질 한 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처박혔으니까. 하는 행동만 본다면 도왕이 아니라 권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움직임이었다.

16586681848363.jpg“더는 없는 것 같군. 이들이 맞는 겐가?”

16586681843651.jpg“예. 아마 맞을 겁니다. 일단 저는 내부를 수색해보도록 하죠.”

덕분에 나설 틈이 없던 천화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내부를 살폈다. 자신이 알고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흔적을 찾아내었다.

16586681843651.jpg‘이건…….’

그러나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잠시 머물렀던 흔적과 함께 이후의 지령이 담긴 암호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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