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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별호 수집 (1) (384/481)

<140화> 별호 수집 (1)2021.09.26.

비무대회의 예선전은 총 삼 일 동안 치러졌다. 하루에 한 경기씩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절반이나 되는 인원이 탈락한 것이니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거의 일천 명에 달하던 참가자의 숫자는 일백 명 아래로 떨어졌고, 그들 중 운이 나쁜 일부는 마지막 날 두 경기를 치러 승부를 가렸다. 그렇게 128강의 인원이 모두 확정되었다. 본격적인 무림대회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16586682811174.jpg“저기 봐! 화산파다!”

16586682811174.jpg“오오! 종남도 같이 입장하는군. 하긴, 누가 먼저 들어오든 기분이 나쁘겠지.”

16586682811174.jpg“청성과 점창도 왔다!”

그렇게 비무대회 예선전이 시작된 지 4일째 되는 날. 기다렸다는 듯 구파일방 오대세가를 비롯한 대문파의 인원들이 우르르 소림에 발을 들였다. 자파에서 내놓은 후기지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무림대회의 격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모두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중원 무림의 단결력을 보여주고,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16586682811191.jpg‘이 안에 분명 마교의 간자가 있을 거야.’

애초부터 굳이 배첩까지 돌려가며 무림대회를 열고, 후기지수 비무대회를 연 목적 중에는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는 마교에게 무력시위를 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온 인원들은 하나같이 문파의 정예들이었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들이 언제 이처럼 대단한 무인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겠나? 더불어 그들과 말 한마디라도 붙여 보려 하거나 선물공세로 연을 맺어보려는 이들이 넘쳐났다. 일단은 보는 눈이 있으니 당장은 다른 이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지만, 오늘부터 매일 밤마다 각 문파가 머무는 전각의 불이 꺼질 틈이 없겠지.

16586682811191.jpg‘뭐 꼭 그게 고까워서 그런 건 아니지만.’

천화는 그것을 좀 흔들어줄 참이었다. 임봉곤이라는 신성을 만들어낸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에서였다. 물론 자신과 설영도 있지만, 그들은 도왕과의 인연으로 엮여 논외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도왕의 제자라거나 하는 식의 소문을 퍼트리면 그들에게 패하더라도 흉이 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임봉곤은 다르다. 그는 뒤를 파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정말 약소문파의 후기지수가 아닌가? 은거기인의 제자라든가 혹은 황산파에서 그리 특출한 무인이 나온 적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임봉곤을 띄워 주려 하겠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165866828112.jpg‘구파일방 오대세가도 옛날 같지 않은 것 아닌가?’

그 작은 틈, 미세한 균열이 결국 놈들의 권위를 무너뜨리게 되겠지. 마교놈들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품게 될 테고, 그리하면 정사대전을 더 빨리 불러올 수도 있으리라. 10년이 아니라 5년, 3년,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르게.

16586682811174.jpg“파도 문양? 해남! 해남파도 왔다!!”

16586682811191.jpg“엥?”

그때, 다소 의외의 이름들이 들려왔다. 해남파에서도 사람을 보낸 것이다.

16586682811191.jpg‘저놈은…….’

아니, 장문인이 직접 걸음을 했다. 정확히는 이전의 장문인을 배신하고 스스로 장문인의 자리에 오른 새로운 장문인이 직접 이곳까지 걸음을 한 것이다. 이미 남해도를 장악했다는 자신감이기도 할 테지만 소림에게, 구파일방에게 인정을 받아 자신의 권위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도도 있어보였다. 정통의 후계자가 살아 도망친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비무대회의 대진표에 해남파의 이름이 없는 걸로 보아서는, 따로 후기지수를 내보내진 않은 모양이었다. 당장 그럴 여력도 없을 테니까.

16586682811191.jpg‘눈도장 한번 찍으려고 별 놈들이 다 왔군.’

그 후로도 수많은 문파에서 온 이들이 줄을 이었다. 다들 지역에서 방귀 깨나 뀐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르르 제자들을 이끌고 참석해봤자 자리 하나 배정 받지 못할 테니까. 쿠웅 쿠웅 쿠웅

16586682811174.jpg“이, 이건 뭐야?”

16586682811174.jpg“지진인가?!”

허나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것은 역시 이들이었다.

16586682811174.jpg“히익? 저게 뭐야!”

16586682811174.jpg“도망쳐! 괴물이다!!”

16586682811174.jpg“멍청아, 저건……!”

16586682811174.jpg“남만야수궁이다!!!”

바로 남만야수궁. 그들 역시 이번 무림대회에 초청을 받았는지, 세주안이 직접 궁도들을 이끌고 방문을 한 것이다.

16586682818982.jpg“크르르르…….”

16586682818993.jpg“괜찮다. 그냥 두어라.”

자신의 영물인 거대한 은빛 늑대에 올라탄 채 녀석을 토닥거리는 세주안의 위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거구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골격을 가진 그가 영물 늑대에 올라타 있기까지 하니, 어지간히 담이 작은 이들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지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세주안은 혼자가 아니었다. 각자의 영물을 거느린 야수궁의 무인들이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오자 인파가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들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길이 저절로 열렸다.

16586682818982.jpg“킁킁! 크릉. 크르르.”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세주안의 영물 은랑이 천화를 발견하고 말았다. 나름대로 기척까지 죽이고 숨어있었는데,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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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2818993.jpg“오? 역시 아우도 와있었군!!”

16586682811174.jpg“아우라고? 야수궁주에게 동생이 있었어?”

16586682811191.jpg“어이쿠.”

다른 사람들의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냅다 소리치며 달려오는 세주안. 이렇게 되자 천화도 아닌 척 넘길 수 없게 되었다.

16586682811191.jpg“예.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16586682818993.jpg“하하! 중원에 나간 뒤로 연통 하나 없다니, 매정하기도 하구만!”

팡! 팡!! 이래서 세주안을 아는 척하기 싫었던 것이다. 세주안이 호탕하게 웃으며 등짝을 두들길 때마다 맞는 입장에서는 등짝에 불이 날 지경이니까. 그나마 내공으로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등판에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주안과 남만야수궁이 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곳에 온 이상 모르는 체할 수는 없었을 테지. 어차피 비무대에 올라가면 세주안이 자신을 알아볼 테고, 지금처럼 떠들어댔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무당파의 장문인이 먼저 슬쩍 운을 띄울지도 모를 일이었고. 하지만 설마 비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쫓아올라와서 등짝에 장인을 찍어넣지는 않을 테니 당장은 피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렇게 마주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16586682811191.jpg“예, 뭐……. 윽! 좀 바빴습니다.”

천화 역시 피하지 않고 세주안을 맞이했고, 짧은 담소가 이어지는 와중에 천화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갔다.

16586682818993.jpg“혹시 연이를 찾는 겐가? 이거 미안하게 됐군. 아슬아슬하게 시기가 맞지 않아 그 아이는 데려오지 않았네.”

뭔가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이야기하는 세주안의 말을 듣자 그제야 안심을 했다. 세주연이 여기까지 쫓아왔다면 꽤 골치가 아팠을 테니까. 시기상으로 보자면 따라나서겠다고 떼를 쓸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남만에서 이곳까지 오는 시간이 있으니 근신 기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16586682811191.jpg“아닙니다. 그보다 꽤 먼 길이었을 텐데 어려운 걸음을 하셨네요.”

세주안은 물론 설영의 표정까지 묘해지는 것을 느낀 천화는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간만의 무림대회이니 세외의 인사들까지 초청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세주안이 이곳까지 온 것은 꽤나 의외였다. 세외의 인물들은 어지간해서는 그들의 지역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꽤 먼 걸음인 데다 물이나 음식이 맞지 않아서 고생을 할 수도 있고, 굳이 중원의 문파들과 교분을 나눌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활동 영역이 다른 데다, 아쉬운 건 주로 중원의 문파들 쪽이니까.

16586682818993.jpg“중요한 한 말이 있다고 사정사정을 하더군. 쯧.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겐지…….”

그래서일까? 세주안은 영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그 역시도 중원행이 썩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듣는 귀가 많은 곳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이, 그가 중원무림에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16586682818993.jpg“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함께 가지. 간만에 회포도 풀 겸…….”

16586682811191.jpg“죄송하지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잠시 후에 비무가 있어서요.”

16586682818993.jpg“비무? 그렇군. 어린 아해들의 재롱잔치 같은 게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우가 나간다면 생각보다 볼 만하겠구만. 그래도 뭐 어떤가? 같이 있다가 차례가 되었을 때 나가면 그만이지. 따라오게!”

16586682811191.jpg“쩝. 알겠습니다. 그럼 제 일행들도 함께 이동해도 될까요?”

16586682818993.jpg“물론이지. 아우의 벗들이라면 당연히 환영일세.”

결국 천화는 마지못해 세주안에게 끌려갔다. 설영과 임봉곤, 금무성도 마찬가지. 영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무려 세외사궁 중 하나인 남만야수궁의 궁주가 하는 말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쏟아지는 시선 때문에 자리가 영 부담스러워진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차라리 이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16586682811191.jpg‘응? 쟤는 왜 눈깔을 저렇게 떠?’

그렇게 남만야수궁의 행렬에 끼어 이동하는 천화의 눈에, 저 멀리 자신을 쏘아보는 남궁훈의 눈빛이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분함이 가득한 눈빛. 그렇다 한들 제깟 놈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남궁세가의 무리 속에서 남궁훈이 천화를 노려보며 몸을 부들거렸다. @ 다른 곳도 아닌 세외사궁 중 하나였다. 세외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집단이고, 중원 너머의 지역 전체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니 그 위치는 결코 구파일방의 아래가 아니었다. 때문에 그들에게 구파일방과 같은 수준의 전각과 자리가 배정되었고, 그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든 인연을 맺어볼까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슬그머니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16586682811174.jpg“역시 자네들도 왔구만! 아이고,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무당의 장문인직을 맡고 있는 현양이라고 합니다. 야수궁주님에 대해서는 이 친구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 무당이었다. 이미 남만 쪽으로 상권을 진출시키기 위해 천화에게 은근슬쩍 작업을 걸었던 그였기에, 천화와의 인연을 이용해 친한 척을 하고 나선 것이다.

16586682818993.jpg“아우가 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까? 흐하하. 그럼 꽤 괜찮은 분이겠구려. 반갑소. 세주안이오.”

그리고 그 수작은 제대로 통했다. 친구를 고르는 데 엄격한 대신, 친구가 인정한 사람이라면 마찬가지로 믿고 보는 남만인들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인 것이다. 뻔한 수작이었지만 딱히 선을 그을 필요는 없었기에 천화가 가만히 있자, 세주안도 흔쾌히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무당의 장문인답게 웅후한 내력으로 손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일반인이었다면 뼈가 으스러졌을지도 모를 괴력이었기에 몸이 들썩거렸다. 문제는 저것이 의도해서 일부러 힘을 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신력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조금만 힘을 써도 어지간한 무인들은 픽픽 쓰러져나갈 지경인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에 중원인들이 더 겁을 먹는 것이기도 했고. 그것을 아는지라 현양 역시 억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여기서 정색이라도 했다가는 한순간에 관계가 틀어져버릴 수 있었다.

16586682811174.jpg“흠흠, 장문인. 저도 소개를 좀 시켜주시지요.”

16586682811174.jpg“궁주님, 반갑습니다. 저는 청성파의…….”

16586682818993.jpg“세주안이오.”

무당파가 먼저 선수를 치자 무당과의 인연으로 어떻게든 비벼보려는 이들이 생겨났지만, 생각 같지는 않았다. 현양이야 천화와 친분이 있다 하여 친근함을 드러낸 것이지만, 그들은 아니지 않은가? 천화가 인정한 이는 믿을 수 있어도, 거기서 한 다리를 더 건넌 이까지 친구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세주안은 그들이 건넨 악수조차 받지 않고 오만하게 이름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먼저 손을 내민 장문인들에겐 수치와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감히 누구도 그에게 불편한 기색을 표하거나 문제를 삼지는 못했다. 그는 남만의 왕이니까. 오만한 것이 아니라, 왕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야 자신들이 덜 창피하니까.

16586682840236.jpg“허허. 야수궁주님과도 아는 사이였던 겐가?”

그때, 이번 무림대회의 주최자인 백연이 나섰다. 소림의 방장인 그였지만 앞선 다른 구파의 장문인들과 같은 꼴을 당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그는 세주안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대신 천화에게 말을 걸었다.

16586682840236.jpg“도왕에 이어 남만야수궁이라니, 실로 놀라운 인연을 가진 시주구려.”

16586682811191.jpg“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16586682811174.jpg“도왕, 이라니요?”

16586682840236.jpg“모르시었소? 천화 시주께서 야수궁주님과 인연 있다는 건 혼자 알고 계셨으면서, 어찌 그건 모르셨소?”

16586682811174.jpg“흠흠. 그거야……. 방장께서도 혼자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찌릿 순간적으로 둘 사이에 견제의 눈빛이 오갔다. 둘 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천화와 관련된 정보를 감추었으니, 딱히 타박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욕을 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였으니까.

16586682818993.jpg“인사 다 했으면 아우와 이야기 좀 나눠도 되겠소?”

그렇게 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을 때, 분위기를 깬 것은 세주안이었다. 더 이상 이런 한심한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을 생각이 없다는 듯, 현양과 백연에게 물러나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16586682811174.jpg“흠흠. 그럼 조금 뒤에 뵙겠습니다.”

16586682840236.jpg“오랜만에 만난 아우와 해후를 하는데 방해할 수는 없지요. 근처에서 있을 테니 대화가 끝나시면 불러주십시오.”

무림대회는 이제 막 시작했다. 아니,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야수궁주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아직 많았기에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순순히 물러났고, 세주안과 천화는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설영과 임봉곤, 금무성조차 잠시 떨어져있는 상태였고 주위가 조용해짐을 확인한 세주안이 기를 내뿜었다.

16586682811191.jpg‘기막?’

천화와 자신의 주변으로 기막을 펼쳐 소리를 차단했다. 외공계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세주안이지만, 그렇다고 내기를 다루는 능력이 별로라거나 내공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쳐진 기막이 외부의 소리를 차단했고, 육성으로 내는 내부의 소리 또한 퍼져나가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16586682818993.jpg“먼저 사과를 해야겠군. 미안하네. 듣는 귀가 많아 아우에게 거짓말을 했어.”

16586682811191.jpg“예? 거짓말이요?”

또 무슨 시답잖은 소리를 하려는 것인가 생각하던 천화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짓말이라고? 야수궁주가 사과까지 할 일이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천화는 얼른 그가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았지만 딱히 감이 잡히는 것이 없었다. 대부분 가벼운 농담이나 일상 얘기뿐이었으니까.

16586682818993.jpg“사실 이곳까지 온 이유는 저들의 요청 때문이 아니네.”

16586682811191.jpg“예? 그럼……?”

구파일방의 요청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핑계고 다른 목적이 있다? 남만야수궁에 이맘때쯤 뭔가 문제가 있었던가? 천화가 얼른 기억을 뒤져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사실 천화가 빠르게 남만에 진출했을 뿐이지, 무신지로에서 이 정도 시기에는 남만에 대한 정보조차 거의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좀 더 시간을 돌려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방문으로 인해, 마교를 도발한 것 등으로 인해 미래에 일어날 일이 조금 더 앞당겨졌을 수도 있으니까. 이번 비무대회처럼 말이다.

16586682811191.jpg‘아니, 그래도 없는데?’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마찬가지다. 떠오르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나 일어나는 조건부의 일이었고, 남만야수궁이 본격적으로 중원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천화가 의문에 사로잡혀 있을 때, 세주안이 침울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가 중원까지 걸음을 한 진짜 이유를 밝혔다.

16586682818993.jpg“연이가…… 가출을 했다네.”

16586682811191.jpg“예에에??”

근신 중이던 세주연의 가출. 세주안은 아마도 중원으로 떠났을 딸아이를 찾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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