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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진룡무쌍 (1) (389/481)

<145화> 진룡무쌍 (1)2021.10.07.

16586683138448.jpg“일각비룡 천화 소협! 사천당문의 사천독룡 당군악 소협! 비무대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16586683138453.jpg“엥?”

  [별호 : 일각비룡을 획득하셨습니다.] 곧이어 천화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헌데 어째 부르는 호칭이 좀 이상하다. 일각비룡이라니? 아무래도 오룡 중 일인인 남궁창룡 남궁훈을 발차기 한 방에 끝장을 낸 까닭인 듯한데, 조금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16586683138453.jpg‘그새 수작을 부리다니, 놈들답군.’

후기지수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몇 명에게만 붙는 칭호인 ‘룡’이 자신에게 붙다니, 아무래도 남궁세가가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만약 같은 선상에 묶지 않는다면 오룡이화의 이름이 퇴색될 테니까. 남궁훈이 명예와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천화를 억지로 오룡, 아니 육룡의 반열에 올려둔 것이다.

16586683138453.jpg‘이러다 둥지 터지겠네.’

자신에게 ‘룡’의 칭호가 붙었다면 무진이나 설영에게도 똑같이 붙여줘야 할 테니까. 어쩌면 제갈세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임봉곤에게도 같은 칭호가 붙을 수도 있다. 제갈무기가 검법이 아닌 선법만을 사용했고, 방심에서 기인한 승리라는 평이 많았기에 임봉곤까지는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그 둘에게는 뭔가 마땅한 별호를 붙여줘야 할 터였다.

16586683138453.jpg‘몇 번 더 이기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기에 천화는 피식 웃으며 비무대 위로 올랐다. 아직은 ‘룡’이지만, 이대로 나머지 놈들을 모두 꺾으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과연 고작 후기지수를 뜻하는 ‘룡’을 붙일 수 있을까? 당장의 별호조차 검을 쓰는 모습을 보이면 또 한 번 바뀔 것이기에, 적당히 별호를 수집한다 생각하고 일단 접어두었다.

16586683138474.jpg“네놈은 그때 그놈이군. 감히 당문의 것을 빼돌렸다지?”

당문의 것? 아무래도 은룡을 말하는 듯싶었다. 남의 것을 강제로 취하려 했던 주제에 당당한 모습이 황당했지만, 원래 그런 놈들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16586683138453.jpg‘처맞아야 정신 차릴 놈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그리고 적당히 패서는 정신 차리지 못하는 놈들이라는 것도.

16586683138453.jpg“역시 정신교육에는 주먹이 최고지.”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비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입을 털어대는 녀석을 보며 골똘히 생각하던 천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타금, 비검탈혼, 일각비룡. 모두 다른 수법에 이점을 주는 별호들이지만 주먹, 권에 대한 별호가 없음을 떠올린 것이다. 어차피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천화이긴 했지만 딱히 무기를 가리지 않는 것도 그의 장점 중 하나였기에, 미리 주먹과 관련된 별호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이다 보면 아무래도 무슨 짓을 하든 검과 관련된 별호가 생겨날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16586683138474.jpg“뭣?”

16586683138453.jpg“아니야. 할 거 해.”

그 중얼거림에 당문악이 표정을 굳히며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천화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16586683138448.jpg“시작하십시오!”

그리고 때마침,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86683138474.jpg“……언제까지 그 여유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마.”

그와 동시에 당문악의 손이 움직였다. 일견하기에 평범한 기수식을 취하는 것 같지만, 천화는 알고 있었다. 저것이 검을 떨치기 위한 준비자세가 아니라, 은밀하게 독을 풀어놓는 하독술의 한 자세라는 것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독을 풀면 무고한 이들까지 중독될 수 있지만, 당문의 하독술이라면 정확히 원하는 자리에만 독을 풀거나 비무대 위에만 독을 풀어놓는 것도 가능했다. 저벅 저벅 하지만 천화는 당문악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독이 통하지 않자 다급히 소매를 펄럭거리며 더 강한 독을 풀어놓는 놈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그리고 슬슬 검격의 사정권으로 들어설 때, 아주 작게 입을 달싹거렸다.

16586683138453.jpg“은룡, 정화의 빛.”

파아아앗- 눈부신 빛이 퍼져나가며 그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정화시켰다. 당문악의 품 안에 있던 독들까지 모조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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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인성도 나만큼만 정화되면 참 좋을 텐데!

16586683138448.jpg“으윽!”

16586683138448.jpg“갑자기 이게 무슨……?!”

순간 눈을 뜨지 못한 것은 당문악뿐 아니라 지켜보던 모두가 똑같았다. 무인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 아니, 오히려 안력이 뛰어난 무인들은 더 크게 고통 받았다. 운이 좋게 곧바로 눈을 감은 이도 있지만, 눈을 다시 뜨는 시간을 잘못 맞춘 이들은 마찬가지로 고통 받았다.

16586683138453.jpg‘지금.’

그 정확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천화뿐. 다시 당문악이 눈을 떴을 때, 눈앞으로 들이닥친 천화의 주먹이 놈의 면상에 틀어박혔다.

16586683138474.jpg“억!!!”

급히 피해 보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천화의 주먹이 놈의 코를 강타했고, 비린 혈향과 함께 놈의 고개가 크게 젖혀졌다.

16586683138453.jpg“까불었으면 맞아야지!”

퍼억 퍽 퍽 퍽 남궁훈처럼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다. 당문악이 어떻게든 버텨내려 하체에 힘을 주어 보지만, 그것이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럴 것을 예상했다는 듯, 천화의 연타가 놈의 얼굴만을 노렸으니까.

16586683138453.jpg“먼지 날려, 임마.”

소매를 털며 독을 뿌려보지만 소용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독은 이미 모두 중화되어 아무런 효과도 미칠 수 없었으니까. 펄럭거려 봤자 나오는 것은 먼지뿐이었기에, 천화는 놈의 검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계속해서 주먹질을 퍼부었다.

16586683138453.jpg“뭐, 상관없나? 어차피 먼지 나게 맞을 테니까.”

퍼버버버버벅!!!! 그야말로 만화 같은 격타음과 함께 당문악의 몸이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차라리 쓰러지고 싶다. 눈앞이 까맣게 변하고 이제는 얼굴뿐 아니라 전신으로 가해지는 고통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지만, 어째서인지 정신만은 더 또렷해졌다. 천화가 그냥 패는 것이 아니라 혈도를 타격하며 놈이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때리고 있는 탓이었다. 정신은 맑아지고 고통은 더 심해지게! 비 오는 날도 먼지 나게 탈탈 털어드립니다! 이것이 천화가 개발한 우중진양(雨中塵揚) 권법이었다. 물론 이 권법의 핵심은 먼지가 날리도록 패는 것이 아니라, 먼지가 날 때까지 패는 것이다.

16586683138474.jpg“그, 그마……!”

16586683138453.jpg“뭐라고? 독 때문에 귀가 먹었나? 잘 안 들리는데~?”

이미 몸의 제어권을 잃고 간신히 소리를 쥐어짜내는 당문악이었지만, 천화는 악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몸을 움직였다. 쓰러지기 위해 몸에 힘을 풀어버린 당문악의 몸뚱아리를 허공에 띄워올린 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두들겨 팼다.

16586683164957.jpg“그만!!!”

쐐애애액!! 그때, 지켜보고 있던 당가주가 비무대를 향해 암기를 날려보냈다. 상당한 기운을 품었기에 천화도 즉시 그것을 알아차렸다. 애초에 암기라고 하기에는 정직하게 던져냈고, 제대로 노렸다가 피하면 자신의 아들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조금 멀찍한 곳에 던졌으니까.

16586683164957.jpg“멈추라고 하지 않았느냐!!”

맞지 않을 게 분명한데 피할 이유가 없다. 천화는 못 들은 척 계속 주먹을 움직였고, 결국 참다못한 당가주가 직접 비무대 위로 뛰어들었다. 그제야 천화도 탁탁 손을 털며 손을 멈추었다. 털썩 그대로 허물어지는 당문악의 신형. 마지막에 천화와 눈을 마주치며 부르르 몸을 떠는 것이, 이 정도면 다음에 사석에서 만나더라도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할 터였다. 천화가 진득하니 살기만 흘려줘도 오줌을 질질 흘릴지도 모르지. 역시 공포는 몸에 직접 각인시켜주는 것이 최고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천화였다.

16586683164957.jpg“네놈……!”

16586683138448.jpg“당가주! 이게 무슨 짓이오!!”

자신의 아들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당가주가 노기를 띠며 천화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곧바로 뛰쳐올라온 다른 이들에게 제지당했다. 이것은 비무대회이고 저들은 정당한 비무를 한 것이니까.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나 그것이 정당한 대결인 만큼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더구나 이것은 무림대회이고, 소림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아닌가? 만약 순간의 감정으로 망쳐버린다면 만인의 질타를 받을 뿐 아니라 사천당문이라는 문파 자체에 제재가 가해질 수 있었다. 사천당문이 사천 땅의 패자라고는 하나, 나머지 구파일방 사대세가 역시 그에 못지않은 힘과 영향력을 보유한 이들이었다. 동시에 기회가 있으면 서로의 세력을 갉아먹으려는 경쟁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문제는, 천화를 건드린다면 당문조차 두려워해야 할 둘을 동시에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16586683164974.jpg“내 아우에게 볼일이라도 있나?”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어느새 천화와 당가주의 사이에 서서 은근한 노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인들의 대결에 독을 쓰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감히 정당하게 승리한 천화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만약 당가주가 출수를 한다면 단박에 머리를 깨뜨릴 기세로 존재감을 드러내자,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벌일 것 같던 그도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16586683138453.jpg‘거 분노조절 한번 잘하시네.’

자신을 둘러싼 여러 장문인들과 야수궁주 너머에서 얄미운 미소를 짓는 천화를 보고도 당가주는 부들거리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16586683164957.jpg“저 아이가 졌소. 승자를 선언하시오.”

결국 당가주는 분노를 머금은 채 돌아섰다. 아들을 대신하여 항복을 선언하고 식솔들이 그를 데려갈 수 있도록 지시했다.

16586683138448.jpg“승자는 일각비룡 천화 소협!”

눈치를 보며 진행자가 소리쳤고, 천화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비무장을 내려왔다. 저 멀리 당가주와 당문의 식솔들이 내뿜는 살기가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척,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왜, 뭐. 돈 많으면 한 대 쳐보시든가? 낄낄낄. 사천당문과의 관계가 제대로 틀어지는 순간이었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은룡이 있는 이상 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것으로 인해 나름대로 단단하던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결속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니까.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그들이 이렇게 반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 관중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간자가 아주 긍정적인 신호를 마교 본산에 보내줄 터였다. 천화가 굳이 애써가며 그들과 접전을 벌이는 연기를 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정사대전도 앞당기고, 명성도 얻고. 일석이조라 할 수 있는 데다, 어차피 남궁세가든 사천당문이든 소가주인 그들을 이기는 순간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똑같았다.

16586683138453.jpg‘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놈들이니 뭘 해도 똑같지 뭐.’

그렇게, 16강도 무사히 아니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비무대를 내려왔다. 16강과 8강은 같은 날 치러지는 관계로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걸었던 돈의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기고서 함박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곧이어 남은 경기가 다시 재개되었고, 총 8명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8강 경기가 치러지는 것은 한 시진 뒤. 다음 비무를 위해 운기조식을 하고 내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다.

16586683138453.jpg“잘 먹겠습니다!”

꿀꺽 자신을 위해 준비된 개인 휴게실로 돌아온 천화는 소림에서 지급한 영약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것은 8강 안에 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지급되는 보상 중 하나였다. 내공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약간의 내공 증진 효과까지 가져다주는 영약. 비무대 위에서 보다 뛰어난 무위를 선보여 줄 것을 바라며 소림이 준비한 입상 특전이었다. 비무를 치르면서 내공소모가 거의 없던 천화였기에 굳이 먹을 필요는 없지만, 굳이 먹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아직은 내공의 절대량이 부족한 천화였으니까. 날름 그것을 삼킨 천화는 즉시 천화만변무상심법을 일으켜 영약의 기운을 모두 제 것으로 흡수해내기 시작했다. 혹여 당문이 그가 운기하는 틈을 타서 독을 뿌릴지도 몰랐지만, 이미 그것을 우려한 남만야수궁의 고수와 영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호위를 하는 중이었기에 걱정없었다. 설혹 그들 몰래 침투한 누군가가 독을 뿌린다 할지라도 은룡이 버티고 있었고, 설영이 바로 곁에서 호법을 서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한 시진이 지난 후, 무림대회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음을 알리는 8강전 개시 소식이 들려왔다. 천화의 차례는 가장 마지막. 무진과 나예린의 비무는 무진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어 천화가 예상한 대로의 결과가 이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6586683138448.jpg“진룡무쌍 천화 소협! 화산파의 매화검 일진 도장! 비무대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별호 : 진룡무쌍을 획득하셨습니다.] [해당 별호는 상이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가 능력이 부여됩니다.]

16586683138453.jpg‘오, 개이득.’

비무대 위에서 천화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별호가 생성되었다. 진룡무쌍. 이번에는 제법 마음에 드는 별호였다. 적수가 없다는 무쌍이란 단어와 진룡이라는 말이 합쳐진 별호였는데, 상이한 해석으로 추가 능력이 붙었다는 것으로 보아 천화야말로 ‘진짜 용’이라는 쪽과 ‘용을 떨게 만드는’ 이라는 쪽으로 해석이 갈린 모양이었다. 무신지로에서도 이처럼 해석의 차이로 추가 효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운이 좋았다.

16586683138453.jpg‘매화검이라.’

그리고 마지막 천화의 차례. 상대는 개방의 후개인 진걸을 이기고 올라온 화산파의 도사였다. 화산파의 제자이면서 속가제자인 이소란이 매화선녀라는 별호로 불리며 이화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상 무력만으로 따진다면 가 월등히 위였다. 이화라는 칭호는 아무래도 무공보다 외모로 인한 것이니까. 반면 일진 도장은 다르다. 매화검이란 대대로 화산 최고의 후기지수에게 붙는 별호였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이소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예선전부터 차근차근 밟아올라온 인물이기도 했다.

16586683138453.jpg‘지금쯤이면 절정의 벽을 간신히 넘었거나, 넘기 직전이려나?’

그렇다면 어째서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도 일진 도장은 오룡에 함께 엮이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강호행을 하지 않았으니까. 밖으로 도는 대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길러온 그가 이번 비무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번 비무대회에는 오룡이화 따위의 말장난에 엮이지 않던 구파일방의 비밀병기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고, 오히려 8강에 오른 인물 중 오룡이화에 속한 이들의 숫자가 더 적을 만큼 놀라운 무위를 뽐내며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매화검 일진 도장 또한 그중 하나였다. 화산파의 후기지수 중 가장 강한 한 명에게 주어지는 매화검의 별호를 가졌고, 화산의 자랑인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익혀 매화검수의 이름까지 거머쥔 화산의 미래. 만약 천화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을 만한 인재가 바로 그였다.

16586683138448.jpg“시작하십시오!”

16586683138448.jpg“조심하십시오. 아직 서툴러서 힘 조절이 미숙합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비무가 시작되자 꾸벅 인사를 건넨 일진이 천천히 검병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는 말로 보아 이제 막 절정의 벽을 넘어선 모양이다. 아직 일류급인 천화에게는 영 좋지 못한 소식이었지만, 그렇다고 위축될 천화가 아니었다.

16586683138453.jpg“괜찮아. 나는 힘 조절을 할 줄 알거든!”

가벼운 도발이었지만 수양이 제법 깊은 것인지 넘어오지 않는다. 방심하지 않는 침착한 동작으로 자세를 낮추고, 검을 뽑아내었다. 피잉-

16586683138448.jpg“매화향?”

16586683138448.jpg“검향! 검향이다!!”

그와 함께 아득한 매화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 경지에 이르면 매화를 그려내는 것을 넘어 검에서 퍼진 매화향이 만 리를 가며, 매화향을 맡는 순간 상대는 그 향에 취에 자신의 죽음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이십사수매화검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일격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후앙!!

16586683138453.jpg“에취!!”

16586683138448.jpg“?!”

그러나 같은 순간, 공간을 도약하며 길게 검을 뻗어낸 일진 도장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알기에 치명상을 입힐 각오로 휘두른 일검을, 천화가 재채기를 하며 피해내버렸으니까.

16586683138453.jpg“에취! 에취! 어휴. 이놈의 꽃가루 알레르기는 낫지를 않네.”

일진 도장의 놀란 표정과 달리, 천화는 코가 간지러운 듯 코밑을 쓱쓱 문지르며 능청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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