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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방해꾼들 (5) (399/481)

<155화> 방해꾼들 (5)2021.10.31.

훨 윈드. 그것은 쉽게 말해 제자리에서 무기를 뻗은 채 회전하는 기술이었다. 판타지 배경의 게임에서나 나오던 기술이니 당연히 무공 초식 따위는 아니었지만, 여기에 검기나 검강이 가미된다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하게 된다. 그 자체로 맞닿는 모든 것을 분쇄하는 분쇄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1658668380178.jpg“컥!!”

천화는 손에 쥔 상대의 몸뚱아리와 검에 내공을 잔뜩 불어넣었고, 굳어버린 몸은 그 자체로 흉기가 되었다. 다른 적들이 천화를 멈추기 위해 덤벼들어 보지만, 그 무지막지한 위력에 내상을 입고 튕겨나갈 뿐이었다.

16586683801787.jpg“신병 받아라!”

그러던 어느 순간, 천화가 재차 달려드는 적을 향해 놈을 냅다 던져버렸다. 베어야 할까? 아니면 회피를? 고민의 순간은 짧았다. 놈이 망설이는 사이, 무형신보를 밟아 지척까지 접근한 천화의 주먹이 안면을 강타했으니까. 이중극점. 일격에 두 번의 타격을 담은 천화의 주먹질에 놈은 떡이 되어 쓰러졌고, 나머지 한 명의 절정 고수 역시 주춤거리는 사이 거리를 내어주었다.

16586683801787.jpg“우중진양 권법이다, 임마!”

퍼버버버벅!!! 이름은 거창하지만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아니 먼지가 날 때까지 두들겨 패는 마구잡이 주먹질이다. 내기를 가득 머금은 주먹이 놈의 전신을 두들겼다. 뼈를 부러뜨리지는 않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부위들을 골라 때리며 놈의 혼을 쏙 빼놓았다.

16586683801799.jpg“…….”

절정 고수 다섯의 침묵. 오직 찰진 타격음만 들려오는 가운데, 습격자 중 가장 강한 다섯이 천화 단 한 사람에게 박살이 난 모습을 지켜본 놈들이 제자리에 굳었다. 여기서 움직이면 가장 먼저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16586683801787.jpg“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지. 가진 거 다 내놔. 뒈지기 싫으면.”

천화의 최후통첩이 이어졌다. 서로 눈치만 보던 가운데, 누군가 무기를 내려놓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이미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자들도 모조리 제압된 상태가 아니던가? 더구나 저들 중 제대로 힘을 쓴 것은 천화뿐이었다. 다른 절정 고수들까지 개입한다면 결사항전의 최후가 무엇이 될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들은 같은 절정 고수가 아니더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천화가 단신으로 무쌍을 찍는 것을 보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따르지 않는다면 정말 죽일 것이라는 공포만이 머릿속을 잠식할 뿐이었다.

16586683801787.jpg“너네 뭐하냐?”

1658668380178.jpg“……예? 무기를 버리면 살려 주신다고…….”

그런 놈들을 천화는 여전히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16586683801787.jpg“누가 무기만 버리래? 싹 벗어.”

1658668380178.jpg“버, 벗으라니…….”

16586683801787.jpg“아니면, 직접 벗겨주랴?”

1658668380178.jpg“아닙니다! 벗겠습니다!!”

천화가 원한 건 고작 무장해제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전낭은 물론 녹림을 흉내낸 무복까지 그들이 가진 전부. 정확히는 돈 될 만한 모든 것이었다. 덕분에 잠시 후, 녹림을 자처하던 이들은 모조리 알몸에 가까워졌다. 덜렁거리는 흉물을 가리기 위한 가리개 하나씩을 남기긴 했지만, 영 보기 흉한 몰골임에는 분명했다.

16586683801787.jpg“자, 이놈들을 어떻게 할까.”

그런 놈들을 한데 모아둔 천화가 음흉한 눈길로 훑어보았다. 녹림을 자처한 놈들이었으니 녹림에 데려다주면, 돈은 몰라도 그들과의 친분은 어느 정도 다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산적 놈들이 돈을 줄 리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이 넘치는 이들이니, 누군가 자신들의 이름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면 제대로 응징을 하려 들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그들을 대신 처리하고 알려준 천화에게는 호감을 가질 테고. 그것을 알기 때문일까? 천화의 중얼거림에 놈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천화도 무섭지만 녹림은 정말 흉악한 놈들이니까. 합당한 통행료를 지불하면 사파든 정파든 마찰 없이 영역을 지날 수 있게 해주지만, 수틀리면 무슨 짓이든 해서 상대를 격살하고 고문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만약 그들에게 신병이 인도된다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뻔했다.

16586683801787.jpg“좋아. 결정했다.”

모두가 조마조마해하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천화가 결정을 내렸다.

16586683801787.jpg“네놈들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그만큼을 메우는 게 좋겠지?”

사악한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

16586683801799.jpg“헉, 헉, 헉, 헉.”

16586683801787.jpg“힘드냐?”

16586683801799.jpg“아닙니다!!”

흑우의 등 위에서 걱정하듯 슬쩍 던지는 천화의 말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비명 같은 외침을 내뱉었다. 힘들다고 답했던 이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이미 눈으로 확인한 바가 있었기에 필사적인 대답이었다. 내공을 금제당한 탓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잠시도 손에 힘을 풀거나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16586683801787.jpg“아닌데 속도가 느려진다?”

16586683801799.jpg“시정하겠습니다!!”

군대 선임 같은 한마디에 다시금 악을 쓰며 속도를 높였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들의 머리 위에 거대한 무언가가 얹혀 있다는 것이다. 수레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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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그들이 짊어진 것은 사절단이 타고 끌던 말과 수레였다. 수레 위에는 사절단이 불편한 표정으로 타고 있었고, 말들은 발버둥칠 것을 생각해 혈을 짚어 재워둔 상태였다. 덕분에 체력을 아낄 수 있을 테니, 이후 이들이 없을 때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 흑우야 체력이 부족할 염려가 없으니 굳이 그들에게 짊어지게 할 필요가 없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그렇게 인력거 아닌 인력거에 타서 이동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수레 역시도 끄는 것이 아니라, 바퀴가 닳는다며 들고 이동하게 한 천화였다.

16586683801787.jpg“슬슬 다 와 가는군.”

그렇게 무려 삼 일을 이동했다. 말의 체력 안배를 위해 속도를 조절하던 이전과 달리, 무인의 훌륭한 힘과 체력을 이용해 달리니 속도는 오히려 더 빨랐다. 천화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로 인해 지체된 시간보다 월등히 단축되었고, 마침내 산서성을 벗어날 수 있었다.

1658668380178.jpg“초원이다!”

1658668380178.jpg“드디어 도착했다!”

1658668380178.jpg“이, 이제 내려놔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마주한 초원. 세외와 중원의 경계라 할 수 있는 몽고 지역에 들어선 것이다. 중원인과 다른 생활양식을 가진 몽고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어쨌든 국경에 포함되기에 세외라고는 할 수 없는 곳. 천화가 그들을 말처럼 부려 움직이기로 한 곳도 바로 여기까지였기에, 알몸의 사내들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속도를 줄였다. 여기까지만 수레와 말을 짊어지고 오면 해방시켜 준다고 약속을 하긴 했지만, 사실 천화가 약속을 어기더라도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해도, 자신들은 천화 일행에게 겁도 없이 덤볐으니까. 강호에서 칼을 들고 설치다가 패했다면 당장 목이 달아나도 남을 탓할 수 없기에, 지금은 그저 눈치를 보며 천화의 아량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16586683801787.jpg“뭐, 약속이니까.”

천화의 허락이 떨어지자 놈들이 부들거리는 팔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수레와 말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단련된 무인들이라 한들, 짐과 사람이 가득 실린 수레를 내공 없이 짊어지고 달리는 것은 그들에게도 부담이었다.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쓰러져버릴 것 같았지만, 간신히 버티고 서서 천화의 눈치를 보았다. 내공의 금제는 아직 풀어주지 않았으니까. 매일매일 금제를 가한 것도 아니건만, 천화가 독문 점혈법으로 점해놓은 혈도는 여전히 꽉 막힌 채 풀어질 줄을 몰랐다.

1658668380178.jpg“저, 내공은…….”

때문에 그들은 슬그머니 천화에게 점혈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상대의 혈도에 내공을 심어 제약을 가하는 점혈의 특성상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제되기도 하지만, 자칫 점혈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신체 활동과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586683801787.jpg“그거?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한 달을 보내면 알아서 풀어질 거야. 아, 쑥이랑 마늘 말고 다른 거 먹으면 안 된다? 생식을 해야 하는 것도 알지?”

1658668380178.jpg“……예?”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했다. 쑥과 마늘이라니? 정말 그런 점혈법이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목숨을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니까.

16586683801787.jpg“못 믿겠으면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든가.”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었지만 천화는 냉정했다. 아마 저들 중 일부는 다른 무림인들을 통해 점혈을 풀어보려 시도하겠지만, 아마 돌아오는 것은 극심한 고통뿐일 터였다. 천화의 독문 점혈법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풀려 들었다가는 고통을 안겨주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믿을 수밖에 없겠지.

1658668380178.jpg“아닙니다. 믿습니다.”

16586683801787.jpg“그럼 얼른 사라져. 마음 바뀌기 전에.”

1658668380178.jpg“옙! 가자!!”

일단 고개를 얼른 끄덕인 놈들은 천화의 마음이 바뀔세라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이 자리에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인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거의 모든 체력을 소진했기에 몇몇은 달리면서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필사적으로 일어나 달리고 또 달렸다. 만약 그들이 내공을 회복한다 한들 다시 천화에게 덤비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 압도적인 무위를 보고도 또 덤빈다면 그때는 진짜 목숨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새대가리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 끔찍한 자살 행위를 할 리가 없었다.

16586683801787.jpg‘원래는 다 처죽여야 맞겠지만…….’

사실 처음에는 쓸모가 다한 녀석들을 죽여 경험치를 챙길까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소림신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함께하지 않는 이들도 나중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 그러니 너무 미워하거나 배척하지 말라는 말. 그것이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파 따위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살짝 마음에 걸렸다. 물론 그렇다고 불살이라든지 하는 미친 소리를 지껄일 생각은 없지만, 마침 그들이 해줘야 할 일도 있었으니 한 번은 봐주기로 한 것이다. 할 일은 다름 아닌 소문을 내는 것이다. 천화가 얼마나 강한지를, 인룡단의 전력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이후로 귀찮은 일들을 꽤나 피할 수 있을 테니까.

16586683818005.jpg“공자님, 그거 진짜인가요?”

16586683801787.jpg“뭐가?”

16586683818005.jpg“쑥과 마늘을 백 일간 먹어야 점혈이 풀린다는 거요.”

그들이 사라지고, 궁금해진 세주연이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이동하는 동안 제법 편해진 까닭에 이제 세주연과는 말을 놓기로 한 상태였다.

16586683801787.jpg“아, 그거? 에이 설마 그런 점혈법이 있겠어? 그냥 사람 좀 되라고 한 말이지.”

16586683818005.jpg“아하!”

장난으로 한 말이지만, 점혈을 풀려다 고통을 받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쑥과 마늘을 먹게 되겠지. 그걸로 개과천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성은 좀 할 거다. 비슷한 형벌이 남만에도 있었기에 세주연은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맛은 둘째치고 풀떼기만 먹으라고 한다면 그 우람한 남만인들은 근손실이 온다고 싫어하겠지.

16586683818028.jpg“천화 님. 당신은 정말…….”

그 장난기 어린 모습에 나예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뭐 어떤가? 잘 해결됐으면 그만이지! 어차피 나예린에게 잘 보일 이유도 없었기에, 그녀의 차가운 태도는 천화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16586683818028.jpg“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이동을 했군요. 이제 이곳만 빠져나가면 설산파에 닿을 겁니다.”

천화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던 나예린의 눈이 저 먼 초원 너머를 향했다. 설산파. 북해와 몽고의 경계에 위치한 그녀의 사문까지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몽고의 초원은 꽤 드넓었지만 그래도 초원이 대부분이라 이동하기에는 별다른 어려움도 없었다.

16586683801787.jpg“좋아. 그럼 바로 가보실까?”

천화가 이끄는 정파 연합의 사절단이 드넓은 초원을 향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16586683818028.jpg“천화 님. 이쪽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동하기를 한참. 후미에 머물러있던 나예린이 천화의 곁으로 다가왔다. 섬서성을 벗어나고부터는 북해를 향해 관도를 따라가던 그들이었지만, 나예린이 제안하는 길은 관도를 벗어나 동쪽으로 빙 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이대로 관도를 따라 이동한다면 며칠 내에 몽고의 가장 큰 도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나예린은 지금 그곳을 피해 이동할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16586683801787.jpg“왜요?”

16586683818028.jpg“괜한 싸움에 휘말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몽고의 소수 민족들 중 두 집단이 분열되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수의 집단으로 파편화되어 자유롭게 생활하는 그들이지만 일부 집단을 이룬 이들이 있었다. 그 두 집단이 통합을 위해 대립하고 있는 것. 물론 그들 중 하나가 승리하여 다른 한쪽을 흡수한다 해도 감히 황제에게 대적하지는 못하겠지만, 혹은 중원을 침공하는 일 따위는 없겠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중원 무림인들도 무시못할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괜히 마주쳐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그들이 중원인을 경계한다 해도 정파 연합에 소속된 자신들을 다짜고짜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부여된 임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가급적 다른 위험요소들을 피해가는 편이 현명했다.

16586683801787.jpg“그거라면 괜찮습니다. 이대로 가죠.”

16586683818028.jpg“하지만……!!”

초원 태생이기 때문인지 좋은 눈과 활솜씨, 그리고 마상 무예를 갖춘 그들은, 말에 오르면 자신의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무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기동력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며 쏘아대는 화살은 고수도 두려워할 만큼 매섭기 그지없고, 근접하면 돌진력을 이용해 휘두르는 도법과 창법이 더없이 위협적이었다. 무신지로에서도 보이지 않는 암살자, 초원의 광전사 같은 별명으로 불리던 그들이었기에 천화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6586683801787.jpg“저에게 전권이 있다는 것, 안 잊으셨죠?”

그렇기에 천화는 나예린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차피 북해빙궁이 중원을 도우러 온다면 이곳을 거쳐야 하니까. 또한 이들이 만약 중원을 적대한다면 세외사궁 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되니까. 그렇다면 미리 아군으로 회유를 해두는 편이 좋지 않겠나? 천화는 그들을 피해 북해로 숨어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16586683801787.jpg“어차피 우리가 북해로 가는 이유도 그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잖아요? 그렇다면 아군은 많은 편이 좋겠죠. 시간도 제법 벌어두었으니, 기회가 닿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겁니다. 몽고 평원의 지배자가 될 이들을 친구로 만들어둔다면 빙궁보다도 더 큰 힘이 될 수 있겠죠.”

게다가, 천화는 이미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할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답안지를 알고 있는데 굳이 문제를 풀지 않고 지나치는 것도 바보 같은 일 아니겠나? 살짝 숟가락만 얻으면 은혜를 입히고 나중에 잔뜩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무조건 남는 장사인데. 천화가 녹빛 초원을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초원의 싸움은 길지 않을 터였다. 이미 이맘때쯤 일어나는 초원의 전투가, 그것에 개입하고 문제를 해결할 모든 계획이 천화의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천화는 장차 초원의 주인이 될 이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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