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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이무기와 용 (3) (407/481)

<163화> 이무기와 용 (3)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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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거대한 체구와 육중한 무게로 찍어내려오던 물뱀의 몸뚱아리가 튕겨나갔다. 세주연의 주먹질에 맞았을 때보다 더 빠르고 둔탁하게 몸이 기울어져 물속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16586684327013.jpg“무우우!!!”

16586684327019.jpg“크로옹!!!”

그 일을 해낸 것은 다름 아닌 흑우와 롱롱이. 녀석들이 동시에 박치기로 들이받자 제 아무리 물뱀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 없었다. 몸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게 순간적으로 패대기쳐졌다.

16586684327025.jpg“설영!!”

그사이 천화는 설영을 구원했다. 물뱀의 몸뚱아리가 완전히 땅에 처박히지 않았음에도, 그저 힘을 준 것만으로 발밑의 얼음이 깨져나간 것이다. 순간적으로 자세가 무너진 설영은 수상비조차 펼치지 못했고 이대로면 그대로 물속에 빠져버릴 판이었기에, 천화는 비뢰투술을 이용해 설영에게 비영검을 날렸다.

1658668432703.jpg“고마워!”

공격의 의도가 아니었기에 적당한 속도로 날아간 비영검의 손잡이를 설영이 틀어쥐었다. 천화가 재빨리 비영사를 당기자 다시 얼음 발판이 있는 곳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16586684327025.jpg“적어도 이 상태에서는 설득이 불가능하겠군.”

간신히 몸을 빼내기는 했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세주연과 설영이, 그리고 흑우와 롱롱이가 약간의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영물의 특성상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리면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더구나 세주연이 먼저 선빵을 날려준 덕분에 친화력을 이용한 평화적인 해결도 어려울 것 같았다.

16586684327025.jpg‘완전히 물 건너간 건 아니겠지만…….’

물론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겠지. 길들이기의 기본은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는 것이니까. 허나 놈의 덩치나 회복 속도로 볼 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아보였다. 세주연의 친화력에도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는 것만 보아도 놈이 상당한 내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16586684327019.jpg“죄송합니다!”

얼음 바닥이 깨지지 않은 곳까지 빠르게 물러나는 동안, 빙궁의 무인들 역시 사과하며 뒤로 물러섰다. 천화가 말한 트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상 대충 알 것 같았으니까. 자신들의 무공 빙한지기는 놈에게 통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회복을 돕는 효과밖에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전투에서 이탈을 하는 편이 옳았다. 애써 입혀놓은 피해를 초기화해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16586684327019.jpg“아가씨!!”

16586684327057.jpg“이거 놔요!!”

그들이 빠진 자리에 이번에는 남만야수궁의 무인들이 들어왔지만, 결코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그들은 가세하기는커녕 세주연을 데리고 물러나려 했기 때문이다.

16586684327019.jpg“죄송합니다. 저희를 이해해주십시오.”

무인들은 몸부림치는 세주연의 팔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악물이라지만, 이곳은 남만이 아니라지만 영물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남만의 율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롱롱이도 그들을 떼어놓지 못했다. 야수궁주의 영물로서 율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토룡을 잡을 때 한 번이야 그녀를 도왔다지만 계속해서 율법을 어기도록 도울 수는 없었는지, 세주연의 요청에도 머뭇거리며 그들을 공격하거나 계속해서 물뱀과 맞서는 것을 포기했다.

16586684327025.jpg“설영, 받아!!”

최악의 상황이었다. 북해빙궁의 무인들도, 남만야수궁의 무인들도 전혀 쓸모가 없는 상황이었고 영물이기에 기대했던 세주연의 능력 또한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오롯이 중원의 힘만으로 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천화는 일단 혈마검을 설영에게 던졌고, 놈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빙공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건 어떨까? 즉시 무명검에 내공을 불어넣으며 일격을 준비했다.

16586684327019.jpg“키햐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뱀. 그와 동시에 임무창에도 변화가 생겼다. [호수의 영물 조사(1)을 완료했습니다.] [호수의 영물의 정체를 확인했습니다.] [호수의 이무기 처리 (2)][특수 연계 임무] 북해빙궁의 궁주 단철우가 북해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물의 이무기를 조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물의 이무기를 호수에서 쫓아내거나 처치하자. - 성공 조건 : 물의 이무기 퇴치 또는 처치 - 성공 보상 : 대량의 경험치, 극대량의 명성, 북해 및 북해빙궁과의 우호도 최대, 북해빙궁의 보고 개방 - 특이 사항 : 포기 시 불이익 없음

16586684327025.jpg‘이무기?’

호수의 영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다음 연계 임무로 넘어간 것이다. 그저 평범한 영물 정도가 아니라 이무기라는 것. 어쩌면 금강토룡과 같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더 까다로웠다. 조력자도 없고, 호수 위에서 싸워야 하니까. 더불어 이번에는 놈의 정신을 흔들어놓을 여의주도 없었다. 포기 시 불이익이 없다는 설명만 보더라도 이번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지를 알 수 있었기에 천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무신지로에서 놈을 상대한 고인물에게 설명을 들은 바가 있긴 하지만, 이무기일 줄은 몰랐으니까. 어쩌면 예상보다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끌어모았던 내공을 폭발시켰다.

16586684327025.jpg“열공참!”

물뱀이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무명검이 좌에서 우로 휘둘러졌다. 후끈한 열기를 머금은 검강이 주변의 눈과 얼음을 녹이며 놈을 베어갔다. 무신지로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속성 공격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런 특수 지형에서는 이야기가 달랐기에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들었다. 용호십삼검은 기본적으로 풍(風)과 화(火)의 속성을 지닌 무공이었고, 천화는 그것을 모두 품은 강력한 불꽃의 강기를 놈에게 쏘아보낸 것이다.

16586684327019.jpg“키야악!!!!”

치이이익!!! 공간을 가르고 뻗어나간 화염의 강기가 놈의 몸을 가로로 길게 베었다. 사방이 눈과 얼음인 북해에서 상대적으로 화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지만, 강대한 기운을 단숨에 뽑아냈기에 그 약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화기가 상처를 지지며 이무기의 몸에 큰 흉터를 남겼다.

16586684327025.jpg“젠장. 무리인가?”

하지만 천화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소환단까지 흡수하면서 단전이 빌 만큼의 공허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상처가 얕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놈의 피부가 단단한 까닭인지 음기를 가득 품고 있는 까닭인지, 열공참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흩어져버렸다.

16586684330322.jpg“풍사망망(風沙莽莽)!”

그때, 나예린이 뛰어오르며 기운을 떨쳐냈다. 자신의 무학 또한 음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혹여 북해빙궁의 무인들과 같이 놈에게 도움을 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타격을 주기보다 눈을 현혹시키는 변초를 뿌려댄 것이다. 눈알을 가르듯 쏟아지는 현란한 검격이 뿌려졌고, 놈은 머리를 좌우로 비틀며 그것을 피해냈다. 그리고 냅다 머리로 나예린을 들이받았다.

16586684330322.jpg“커헉!!”

강기를 일으켜 버텨보려 하지만 체급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놈의 거체에서 뿜어진 괴력에 나예린은 그대로 날아가 호수의 끝자락까지 내동댕이쳐졌다.

16586684327025.jpg“공아승룡검!”

하지만 그것이 틈을 만들어냈다. 나예린이 몸으로 녀석의 시선을 끌 동안, 놈의 턱밑까지 짓쳐들어간 천화가 뛰어올랐다. 이런 괴수에 가까운 영물들의 경우, 입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밖에 없으니 턱을 꿰뚫어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1658668432703.jpg“이쪽이다!!”

턱 밑으로 치고올라오는 강렬한 기세에 놈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비틀어 피하려고 들었으나, 다시 정면으로 설영이 뛰어오르며 외통수에 걸렸다. 혈마강천의 초식으로 이마를 쪼개오는 탓에 둘 중 하나는 꼼짝없이 몸으로 견뎌야 하는 절묘한 순간에 놓인 것이다.

16586684327019.jpg“캭!!”

시선을 의식해 혈마화를 하지 않은 까닭일까? 이무기가 택한 것은 천화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동선을 비틀어 천화의 검격이 설영을 방해하도록 만들었다. 보통 영악한 놈이 아니라는 뜻이다.

1658668432703.jpg“흥!!”

그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까? 설영은 강기를 머금은 혈마검을 놈의 콧등에 꽂아넣었다. 혈기충천. 혈정에 내장된 기운을 끌어내 깊은 상처를 냄과 동시에 혈마검의 흡혈 능력을 사용해 단단히 검을 박아넣었다.

16586684327013.jpg“무우웃!!!”

쿠웅!! 그 순간 재차 달려든 흑우의 박치기가, 젖혀졌던 놈의 머리를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들이받은 것은 배 쪽이었으나 그 충격으로 머리가 튕겨져 돌아온 것이다.

16586684327025.jpg“으랏차!”

그런 놈의 턱을 천화의 무명검이 꿰뚫었다. 턱밑이 줄줄 새도록 아예 커다란 구멍을 뚫고 입안으로 들어가버렸다.

16586684327025.jpg“아닛?!”

공격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천화가 놈의 턱을 뚫고 입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발작하듯 힘을 일으킨 이무기가 호수의 물들을 조종했다. 분수가 솟아오르듯 솟구친 물줄기들이 떨어지는 설영을 노려갔다. 평범한 물줄기 같아 보이지만 이무기의 기운이 섞인 강한 물리력을 지닌 놈이다. 고수들이 물방울에 내기를 담아 강철도 뚫어내듯이, 이무기의 내력을 머금은 물줄기도 결코 만만한 위력일 리 없었다. 살짝 벌려진 입 틈새로 그것을 확인한 천화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설영이 피해내기는 무리였다. 곤륜의 운룡대팔식이라도 익혔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고 회피할 수 있는 재주 따위는 설영에게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를 악물고 내공을 끌어올려 저항하는 것뿐. 콰앙!!! 물줄기에 부딪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굉음이 울려퍼졌다. 이무기가 퍼올린 물줄기와 설영의 강기가 부딪힌 것이다. 어떻게든 내력을 발출하며 상쇄하긴 했지만, 결코 설영도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다. 급히 내공을 끌어올린 탓에 힘이 부족했던지 입가에 핏물을 물고 있었고, 물줄기는 2타, 3타가 계속해서 솟구치는 중이었다.

1658668432703.jpg“크흑!”

혈마검이 이무기의 콧등에 박힌 까닭에 장법을 펼쳐 어떻게든 버텨내는 중이지만, 순식간에 몇 번이나 몸이 떠올랐다. 물줄기와 부딪힐수록 내상은 깊어졌고, 끌어올리는 힘도 약해졌기에 이대로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16586684327019.jpg“설영 소저!!”

16586684327019.jpg“빙백한포!”

그런 설영을 구원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나섰다. 맹금류의 영물을 다루는 야수궁의 무인이 날아올랐고, 빙궁의 무인들이 빙백신장을 날려 물줄기를 얼리려들었다. 쩌저저적!!! 허나 역부족이다. 내기를 머금은 물줄기를 얼리는 것은 그들의 힘으로도 무리였던 것이다. 직접 장심을 맞대고 내력을 불어넣는다면 모를까, 급히 방출한 기운 정도로는 잠시 물줄기를 잡아두는 것이 고작이었다.

16586684330322.jpg“매설쟁춘!”

그때, 나예린이 설영과 물줄기 사이로 뛰어들었다. 극음의 강기를 일으켜 물줄기를 얼리고 동시에 베어냈다. 거의 폭주하다시피 한 이무기의 힘이 버거웠는지 그녀 역시 내상을 입고 핏물을 왈칵 토해냈지만, 검을 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여기서 멈추면 설영과 자신 모두 위험해지니까.

16586684327025.jpg“빌어먹을!”

이렇게 되자 천화로서도 갈등이 되었다. 원래의 계획은 이대로 놈에게 먹히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입을 통해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외부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내부로 들어가 용호십삼검의 화기를 뿜어내거나 혈마검을 틀어박은 채 방치하여, 녀석이 이무기가 죽을 때까지 피를 쪽쪽 빨아먹게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가능하다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도 좋고. 마침 설영이 혈마검을 놈의 콧등에 박아넣으면서 딱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자신이 안에서 날뛰는 동안 바깥에서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면 자신이 이무기의 배를 가르고 밖으로 나갔을 때, 모두가 육편이 되어 뭉개져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계획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입에서 벗어나 저들을 도울 것인가.

16586684327025.jpg“호아파……!”

결국 천화가 마음을 정했다. 단숨에 놈을 끝장 낼 수도 있겠지만, 당장 뱃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기회가 있을 테니까. 혈마검이 잘만 버텨준다면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어떻게든 놈을 끝장 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놈이 호수 바닥으로 내려가 죽어버린다면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혈마검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혈마검이 흡수하는 것보다 생명력을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거나 비슷하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저들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설령 이무기를 끝내 잡지 못한다 할지라도, 천화가 대업을 이루는 데 치명적인 무언가로 작용하지도 않을 테니까. 퍼어어엉!!

16586684327025.jpg“?!”

천화가 화기를 일으켜 다시 입을 벌리게 만들려는 순간, 바깥에서 강력한 충격이 이무기의 몸을 뒤흔들었다. 설마 북해빙궁주라도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흑우의 돌진?

16586684327025.jpg“은룡?!”

아니다. 이무기의 입이 저절로 벌어진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잔뜩 화가 난 채 기운을 끌어올리는 은룡의 모습이었다. 여의주를 흡수하며 생겨난 작은 뿔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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