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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만년빙정 (3) (412/481)

<168화> 만년빙정 (3)2021.11.30.

부들부들 바닥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는 천화의 몸이 떨려왔다. 분해서?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희열에 가까웠다. 플레이어들은 100레벨과 200레벨에 동일하게 무공 진화의 특전을 받지만, 영물들은 새로운 능력을 개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 등에 따른 것이어서, 해당 영물에게 적합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하고 강력했기에 천화가 이처럼 기뻐하는 것이었다. [얼음의 몸][영물 전용] 빙한지기를 전신에 퍼트려 얼음덩이와 같은 몸을 얻는다. 또한 능력에 따라 몸에 닿는 대상에게 빙한지기를 퍼트릴 수 있다. - 사용시 방어력 대폭 상승 - 사용시 빙한지기를 통한 추가 피해 가능 [빙한지대][영물 전용] 극음의 기운을 주변에 퍼트려 얼어붙게 만든다. - 사용시 일정 반경에 바닥이 얼어붙고, 대상을 느리게 만드는 빙한지대 형성 - 빙한지대에서는 10초에 한 번씩 오한 효과 발동 - 최대 20회까지 중첩되며 20회 중첩시 결빙 효과 발동

16586685094361.jpg‘미쳤네, 이거.’

얼른 흑우가 새로 얻은 효과를 확인한 천화의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얼음의 몸은 일종의 방어력 강화 능력이었지만, 부딪히면 빙한지기에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이곳 북해에서야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빙공을 겪어본 적 없는 중원에서는 어찌 대처 할지 몰라 허둥댈 것이다. 빙한지기가 몸에 주입되면 혈맥이 얼어붙어 내공의 수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몸도 느려지게 될 테니까. 더구나 빙한지대를 형성하는 두 번째 능력은 광역 디버프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다.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요, 20회 중첩이 된다면 그대로 굳어버리는 결빙 효과까지 지닌 무지막지한 효과였다. 물론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라면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피하거나, 내공을 끌어올려 저항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빙 시간이 1초만 지속되더라도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범위가 어느 정도로 넓을지는 알 수 없지만, 흑우와 같이 싸움을 벌이면 보다 경지가 높은 이들조차 농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화처럼 초식의 위력과 내공의 웅후함만이 아니라 움직임 그 자체를 중시하는 이에게는 천금과 같은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해당 영물의 주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효과이니까.

16586685094361.jpg“얼음의 몸이라니. 빙신이네, 빙신이야. 빙신 흑우. 으히히히!”

1658668509437.jpg“무히히히…… 히?”

천화가 웃자 함께 따라 웃던 흑우가 뭔가 이상한 듯 갸웃거리긴 했지만 큰일은 아니었다. 이참에 흑우를 단단히 교육시키려던 천화의 의도는 초장부터 어긋나고 말았지만, 다음부터 그렇게 멋대로 행동하면 고기를 구워주지 않겠다는 엄포를 듣고 나자 흑우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단우철은 약속대로 한 장의 서신을 적어 천화에게 맡겼다. 어차피 전달 받은 서신에도 이렇다하게 중요한 내용이 적힌 것은 아니었기에, 답장에 적을 것도 별로 없었다. 마교에 대한 이야기가 은밀히 적혀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동 대응을 할 만큼 가시적으로 드러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알고만 있으면 되었으니까. 그것을 전달 받은 사절단은 마침내 북해를 빠져나와 다시 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16586685094375.jpg“조금만 서둘러 주세요.”

답장을 전달하는 일이 남긴 했지만 이렇다하게 급할 것도 없음에도 나예린이 사절단을 닦달해 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설산파를 거치기로 했으니까. 천화가 동생의 상태를 한번 살펴주기로 했으니까. 정확히는 거기서 나온 진단을 가지고 북해빙궁으로 동생을 옮기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나예린은 몸이 달았다. 천화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사절단에서 이탈하여 혼자서라도 동생을 북해빙궁으로 다시 데려갈 참이었다. 무림에서의 명성이나 임무를 맡겨준 이들에 대한 신의도 중요하지만,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동생이 가장 소중했으니까. 자칫 중원을 왕복하다가 병세가 더 악화될 수도 있었기에, 무엇을 포기해서라도 동생을 치료할 참이었다.

16586685094379.jpg“돌아오셨군요. 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16586685094361.jpg“덕분에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달려 도착한 설산파. 그곳에 다다르자 이미 안면이 있는 얼굴들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특히 장문인인 포태주는 음흉한 얼굴로 천화에게 친한 척을 해왔다. 북해에, 그것도 북해빙궁에 다녀왔으니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눈에 훤히 보였다. 실제로 단철우가 챙겨준 이런저런 물품들이 수레에 다시 가득 실려있는 상태였다. 천화는 그런 장문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었고, 저녁에 같이 한잔하기로 약속을 한 뒤 이전처럼 숙소를 배정 받았다. 짐을 풀고 일행들에게 휴식을 지시한 뒤, 나예린의 동생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혹여 둘이 함께 움직일 경우 이상한 낌새를 차린 설산파의 무인들이 훼방을 놓을 수도 있었기에 개별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나예린은 늘 그렇듯이 즉시 동생에게 달려갔고, 위치와 뒷문 등의 구조를 설명받은 천화가 은잠무영보까지 펼치며 살수처럼 은밀히 그곳에 잠입했다.

16586685094375.jpg“오셨군요.”

16586685094361.jpg“일단 진맥부터 해보겠습니다.”

다시 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기에 천화는 즉시 동생의 상태부터 살폈다. 맥을 짚은 뒤, 내공을 흘려보내 몸 안의 상황을 점검했다.

16586685094361.jpg‘응?’

그리고 와락 표정이 구겨졌다. 상태가 영 이상했으니까.

16586685094375.jpg“무슨 문제가 있나요?”

천화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예린이 초조하게 물었다. 혹여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천화의 의술을 직접 본 적이 있거나 그 명성에 대해 들은 바는 없지만, 도왕의 이름을 걸고 거짓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테니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천화의 솜털 하나가 곤두서는 것까지 집중하며 바라보던 그녀였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16586685094361.jpg“혹시 저들이 동생분의 병명을 뭐라고 이야기하던가요?”

16586685094375.jpg“예? 그건…… 한령잠맥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천화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한령잠맥? 분명 그런 체질이 있긴 하다. 태어날 때부터 강한 음기를 품고 태어나며, 평생토록 음기를 갈망하는 그런 체질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음기를 취해야만 살 수 있고, 만약 충분한 음기를 얻지 못한다면 말라죽고 마는 특수한 체질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었다.

16586685094361.jpg‘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예린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 병, 아니 체질을 진단한 이를 두고 든 생각이었다. 정말 몰라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둔 것일까, 아니면 나예린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일까? 보고 들은 것들이 있다 보니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16586685094361.jpg“진맥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16586685094375.jpg“예? 얼마든지 다시…….”

16586685094361.jpg“아니오. 동생분 말고 소저요.”

16586685094375.jpg“저를요?”

잠시 판단을 미룬 천화는 나예린에게 진맥을 요구했다. 좀 더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생뿐 아니라 그녀의 체질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나예린은 당장 소매를 걷어붙였다. 동생을 치료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손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내줄 수 있으니까. 당장 벗으래도 망설임 없이 홀딱 벗을 수 있었기에, 불쑥 팔을 내밀었다.

16586685094361.jpg‘역시…….’

그녀의 맥을 마저 짚은 천화는 확신했다. 그녀의 동생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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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5094361.jpg“동생분이 먹는 약이 있죠? 그것 좀 가져다주세요.”

16586685094375.jpg“예. 잠시만요.”

천화는 마지막으로 동생이 먹는 환약을 확인했다. 탕약도 있긴 했지만 그저 떨어진 체력을 보충해주는 정도의 보약밖에 되지 않았고, 진짜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환약이었다. [설혼단][고급] 음기를 머금은 약초들을 빚어 만들어낸 환약. 섭취시 체내에 음기가 머물게 된다. 평범한 이가 장복하면 장기가 얼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16586685094361.jpg‘역시 그렇군.’

환약을 확인한 천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바로 이게 문제였다.

16586685094361.jpg“진정하고 들으세요. 동생분은 한령잠맥이 아닙니다.”

16586685094375.jpg“예? 그럼…….”

잠시 생각을 정리한 천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예린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내뱉었다.

16586685094361.jpg“동생분이 한령잠맥이라 지속적으로 음기를 취해야만 살 수 있다고 들으셨죠? 그래서 이곳에 동생을 맡기고, 이 환약을 먹인 걸 테고요. 헌데 근래에 들어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았나요? 그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이 환약은 지나치게 음기가 강해요.”

16586685094375.jpg“환약이…… 문제였다고요?”

16586685094361.jpg“예. 이 약을 처방한 이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동생분에게는 약간의 음기가 필요한 것이 맞거든요. 남들보다 강한 양기를 가진 체질이니까요.”

16586685094375.jpg“네? 양기라니 그게 무슨……?”

천화가 진단한 동생의 문제는 늘상 먹던 환약이었다. 설혼단이라는 이 환약이 음기를 더해주는 것은 맞지만, 또 동생에게 음기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아주 약간일 뿐이었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 설혼단이 지닌 음기는 지나치게 강했다. 녀석에게 필요한 음기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고, 그것이 축적되다보니 오히려 내부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16586685094361.jpg“음양교령지체. 쌍둥이로 태어난 이들 중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체질입니다. 한쪽은 음기를, 한쪽은 양기를 강하게 품고 태어나는 거죠. 이 둘은 함께 있는 것으로 서로에게 부족한 기운을 채워주는데, 그렇기에 평생 붙어다니거나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얻어야합니다.”

16586685094375.jpg“그렇다면……!”

천화의 설명에 나예린이 뭔가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동생이 그저 자신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낫는 병이었다니? 그런 것도 모른 채 동생을 구하겠답시고 밖으로 돌았다니? 믿기 어려웠다. 그럴 리가 없었다.

16586685094375.jpg“말도 안 돼요. 하지만 이전에도…….”

16586685094361.jpg“물론 이건 서로가 비등한 수준의 기운을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16586685094375.jpg“그 말씀은, 제가 가진 음기가 너무 강해서 문제였다는 건가요?”

질문을 던졌지만 나예린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영약을 섭취하여 엄청난 음기를, 내력을 얻은 자신이었으니까. 그로 인해 무척이나 어린 나이에도 절정 고수의 반열에 들 수 있었으니까. 헌데 그것이 동생을 위태롭게 만든 원인이라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16586685094361.jpg“그래도 곁에 계실 때는 동생분의 상태가 조금 낫지 않았던가요?”

16586685094375.jpg“그건…….”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설산파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몸이 약하고 가끔 아프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흐르면서 몸 상태가 악화되어 그런 것이라 여겼거늘, 그게 아니었다니…….

16586685094361.jpg“기운의 균형이 깨졌으니 한쪽에 부담이 간 것은 맞겠죠. 헌데 지금은…… 억지로 음기를 몸 안에 쑤셔박으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몸이 버티기 힘들만큼 한기가 가득 차 있군요. 약을 줄이기만 했어도 걸어다닐 정도는 될 텐데, 마치 누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처럼 말이죠.”

16586685094375.jpg“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나을 수 있는 건가요?”

16586685094361.jpg“일단 약을 끊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양기를 키울 수 있는 심법이라도 익히는 편이 좋겠죠. 원래대로라면 일류 수준의 양강 무공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평생 무탈하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몸 안의 한기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양기를 키울 수 있느냐는 거겠죠. 이제는 오히려 남들보다 양기를 품기 힘든 몸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16586685094375.jpg“아아…….”

나예린의 눈에 절망이 드리웠다. 상승의 경지로 갈 수 있는 양강의 무공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려줄 누군가도 없었으니까. 아니,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든 구해 본다 하더라도, 당장 동생의 몸 상태는 심법을 익히기는커녕 몸을 일으킬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하루에도 드문드문 한두 시진이나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말까한 상태이니까.

16586685094375.jpg“방법이 없을까요? 약을 끊고 양강 계열의 고수를 초빙한다든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내 방법을 찾았다.

16586685094361.jpg“그것도 무리입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양기를 불어넣으면 몸이 버티지 못해요. 일단 몸 안에 축적된 음기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16586685094375.jpg“그렇군요. 이 환약 때문에……!”

순간, 나예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저들이 자신을 잡아두기 위해, 어쩌면 알면서도 억지로 동생에게 이것을 먹였을지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자신은 설산파에 방문할 때마다 먹기 싫다는 동생을 억지로 붙잡고 이 약을 먹였었다. 내장이 끊어지고 피눈물이 흐를 것 같은 화와 심적인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억지로,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았다. 여기서 자신마저 무너지면 동생은 정말로 끝일 테니까. 일단 원인을 알았으니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야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16586685094361.jpg“다행히 우리에게는 그 부분을 도울 만한 조력자가 있군요.”

16586685094375.jpg“아……?”

안심하라는 듯 푸근하게 이야기하는 천화의 말에 나예린이 뭔가를 깨달았다. 만년빙정의 한기에 노출된 자신을 구해주었던 북해빙궁의 궁주, 단철우. 그라면 동생의 몸 안에 있는 한기 역시도 흡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희망적인 이야기였기에, 간신히 심마에 빠지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16586685094361.jpg“그리고 양강의 무공이라면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가르쳐드리죠. 동생분의 자질에 따라 성취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익히면 절정 이상의 경지를 밟을 수도 있는 무공이니 건강을 되찾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거기에 천화는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건네줄 것을 덧붙였다. 만약 계획대로만 된다면 나예린의 동생은 다시 건강을 되찾는 것은 물론, 제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만한 무공도 얻게 되겠지.

16586685094375.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나예린의 기분이 다시 붕 떠올랐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으니까. 고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생의 상태를 악화시킨 설산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차오르긴 했지만, 우선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자신의 감정 따위는 꾹 눌러참으며 천화의 말을 경청했다.

16586685094361.jpg“일단 제가 임시조치는 취해두겠습니다. 그리고 사절단장의 권한으로 따로 임무를 드리죠. 북해빙궁에 다녀오십시오. 임무 내용은…… 비밀입니다.”

거기에 천화는 자신의 권한으로 설산빙화의 명성에 누가 될 만한 요소까지 차단해버렸다. 사절단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기에, 그녀를 단신으로 다시 북해빙궁에 보냄으로써 임무 지역 이탈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나예린이 다시 북해로 떠날 준비가 마쳐졌다. 이제 문제는 설산파가 그녀와 동생을 그냥 보내주느냐 하는 것뿐이었다.

16586685094361.jpg‘만약 막아선다면, 뚝배기를 깨도 무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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