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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니네 무공 쩔더라 (3) (415/481)

<171화> 니네 무공 쩔더라 (3)2021.12.07.

16586685263853.jpg“끄어어억…….”

16586685263858.jpg“아, 후련하다.”

잠시 후, 굴다리 밑에는 수십 명의 거지들이 뒷짐을 진 채 머리를 박고 있었다. 하나같이 흠씬 두들겨 맞아 얼굴이 불어터지고 전신을 부들거리면서도, 혹여나 쓰러지면 또 두들겨 맞을까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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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5263858.jpg“야, 너네 무공 쩔더라.”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며 천화가 칭찬 아닌 칭찬을 했다.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아들었다. 천화가 자신들을 쥐어팬 봉법이 타구봉법과 무척이나 흡사했으니까. 그러나 그 결이 달라, 무공을 훔쳐배웠다고 주장하기도 어려웠다. 타구봉법이 상대의 혈도를 가격하여 무공을 펼치기 어렵도록 무력화해 나가는 작업이라면, 천화가 사용한 삼복구타봉법은 철저히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데 집중했다. 근육과 힘줄, 그리고 뼈를 때려서 상대의 혼이 나가버리게 만드는 무공이랄까.

16586685263869.jpg‘아씨, 내가 한 대 더 맞은 것 같은데…….’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자신들이었다. 한 대 한 대의 고통이 너무나도 컸기에, 누가 한 대 덜 맞았고 누가 덜 맞았느냐로 억울하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차라리 뼈를 부러뜨리거나 기절을 하게 만든다면 편할 텐데, 정신은 또렷한데 고통만 더 크게 느껴지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16586685263858.jpg“가만있자, 삼복이니까 이제 중복, 말복이 남았네?”

16586685263869.jpg“예?!”

그때,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려왔다. 천화가 그들에게 펼친 것은 삼복구타봉법의 초반부, 즉 초복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로 중복과 말복이 남았다는 소리였고, 초반부가 이 정도면 중반부와 후반부는 생지옥에 다름없을 터였다.

16586685263869.jpg“사, 살려주십……!!!!”

빠악!!! 차라리 죽이든가. 천화의 말에 경기를 일으킬 듯 반응한 거지 하나가 자세를 풀고 일어났다가, 그대로 이마를 얻어맞고 뒤로 넘어갔다.

16586685263858.jpg“똑바로 대가리 안 박아? 내가 직접 땅속에 대가리 심어줄까? 엉?”

16586685263869.jpg“아닙니다!!!”

결국 별수 없이 처분을 기다리며 머리를 박을 뿐이었다. 천호가 직접 손을 쓴다면 그저 머리를 대는 것이 아니라 땅속에 머리를 파묻어버릴지도 모르니까.

16586685263858.jpg“흠, 근데 내가 여기에 왜 왔더라?”

16586685263869.jpg‘저 미친 새끼가……?’

그렇게 한참이나 놈들을 굴린 천화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애초의 목적을 떠올렸다.

16586685263858.jpg“아, 당문.”

천화의 한마디를 들은 거지들의 몸이 잘게 떨렸다. 찔리는 것이 있었으니까. 그래. 사천당가의 간자 때문이었지. 놈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혈을 풀어주는 대로 놈이 줄줄 불어버렸기 때문에 심문이라기에도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놈이 일을 성공했을 때 그대로 사라져버린다면 의심을 살 테니, 북해빙궁주의 서신을 이들에게 넘기는 것으로 사전에 협의가 되어 있던 것이다. 당가와 개방이 한통속이라는 이야기. 헌데 그것도 사실 우습다. 개방이라면 구파일방의 한자리를 차지한 이들이자, 정파의 소식통이다. 사파이면서도 크게 정파인들과 사이가 나쁘지는 않은 하오문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구파일방이라 불릴 만큼의 세력과 무력 정보력을 함께 지닌 곳이다 보니 공식적인 정보망으로는 개방을 최고로 꼽는다. 그렇기에 정파 연합에서도 자연히 그들이 주는 정보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 파에서 모아오는 정보들을 합한다 해도, 개방이 가져오는 정보의 양은 5할을 넘어갈 지경이니까. 헌데 그들이 오히려 정파 연합의 위신에 금이 가는 행위를 하려 한 것이다. 사천당문과 짝짜꿍이 맞아서. 대체 뭘 건질 수 있다고 그런 미친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상가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 개방의 방주는 거지들의 수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욕심이 많은 인물이니까. 천화가 이들을 조지고 있긴 하지만 그 명령 자체는 분타주 따위가 결정할 만한 것이 아니니, 보다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확률이 높았다.

16586685263869.jpg“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정보를 사려 했을 뿐입니다!”

16586685263869.jpg“맞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렇다 할지라도 분타주급은 뭔가를 알고 있을 터였다. 자신들이 접촉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얻었는지도 조사하지 않으면 개방을 정보통이라 부를 수 없을 테니까. 어쩌면 사절단의 경로도, 천화가 누구인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때문에 그 말이 나오자마자 분타주가 기다렸다는 듯 재깍 변명을 늘어놓았다.

16586685263858.jpg“사? 거지새끼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걸 사?”

16586685263869.jpg“돈이 아닙니다! 다른 걸 주기로 했습니다!”

천화가 믿기 어렵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꾸하자, 분타주가 필사적으로 대꾸했다.

16586685263858.jpg“다른 거?”

16586685263869.jpg“저, 그게…….”

하지만 되묻는 말에는 머뭇거린다. 분타주급에게만 알려진 비밀일까? 녀석은 머리를 박은 채 슬그머니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수하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듯했다.

16586685263858.jpg“좋아. 나머지 놈들은 일어나도 좋다. 거지새끼들 밥 안 굶으려면 동냥 할 시간은 있어야겠지.”

16586685263853.jpg“감사합니다!!!”

천화가 허락하자 나머지 거지들이 얼른 자세를 풀고 달아나듯 자리를 떴다. 분타주도 중요하지만 목숨이 제일이니까. 혹여나 지체하다가 또 다시 천화의 봉법에 처맞을까 두려웠기에, 부들거리는 몸으로 쥐어 짤 수 있는 최대로 힘을 짜내며 굴다리에서 멀어졌다.

16586685263858.jpg“자, 형이 시간이 별로 없거든? 어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고. 아니면 생각이 날 때까지 다시 처맞든가.”

16586685263869.jpg“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그러면 머리는…….”

16586685263858.jpg“말을 머리로 하냐? 아니면 어차피 필요 없는 것 같으면 주둥이까지 땅에 심어줘?”

16586685263869.jpg“아닙니다! 이 상태로 말할 수 있습니다! 저 말 잘합니다!”

결국 분타주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재빨리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더 빨리 천화를 만족시켜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16586685263858.jpg“그러니까, 벌써 파벌이 나뉘었단 말이지?”

16586685263869.jpg“예!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분타주는 천화가 궁금해할 만한 모든 것들을 털어놓았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정보들도 있었지만, 벌써 두세 달 가량이나 새외로 나가 있었으니 이참에 알아두어 나쁠 것 없는 정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에 들어온 것은 이것이다. 출범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정파 연합 내에 파벌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나는 소림사과 구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딱히 무슨 파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정파 연합의 중심축이 되는 문파들이자 구파 중심의 문파들이 처음의 기치대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그 정파 연합의 중심축을 흔들어놓으려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공고한 지위와 명성을 흔들고 흠집내며 자신들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주로 오대세가와 대문파들, 그리고 구파 중에서도 약간 소외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거나 세속적인 느낌이 강한 이들이었다.

16586685263858.jpg‘재미있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벌써 이 정도로까지 연합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천화가 웃음을 흘렸다. 재미있게도 반대파에 속한 이들의 상당수가 자신과 얽혀 망신을 당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공이 인정되지 않도록 훼방을 놓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개방의 현 위치가 재미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개방은 기득권에 속했다. 수많은 방도를 거느리고 천하의 거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쥔 이들답게, 개방은 구파일방의 서열을 나눌 때도 항상 상위에 올라있었다. 이처럼 반대파보다는 정파 연합의 중심에 어울리는 이들이,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정통파와 개혁파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의 가운데에서 정보를 팔아먹거나 한쪽을 도우며 이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어느 쪽이든,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개방을 배척하지는 못할 테니까.

16586685263858.jpg‘역시 대가리가 제 정신이어야 문파가 잘 돌아가는 법이라니까.’

거지라는 것들이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이없고 우습기는 했지만, 그것이 당금의 개방이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방주를 중심으로 구걸을 하지 않는 거지들이 나올 터였다. 거지인 주제에 무공과 가무를 팔며, 더러운 옷을 입지 않는 자들이 말이다. 그런 자들을 정의파, 여전히 기존 개방의 기치를 지키고 거지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는 자들을 오의파라 부르게 된다. 당장 당대 방주와 후개부터가 정의파에 속했으니 개방의 모습이 많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16586685263858.jpg“가만, 너 이름이 뭐냐?”

그러한 이야기들을 가만히 음미하던 천화가 문득 분타주의 이름을 물었다. 지금까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묘하게 그의 얼굴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16586685263869.jpg“춘삼입니다!”

16586685263858.jpg“춘삼? 춘삼이란 말이지.”

혹시 이놈도 장차 한자리 하던 놈은 아닐까 생각하며 그냥 물어본 것이었는데, 대답을 들은 천화가 재미나다는 표정을 지었다.

16586685263858.jpg‘이놈을 여기서 만나네…….’

눈알만 굴려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본 춘삼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지만 천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걸왕 춘삼. 춘삼이라는 이름을 쓰는 거지야 천하에 많겠지만, 젊은 나이에 벌써 분타주에 오를 만한 재능을 가진 것은 이놈이 유일할 터였다. 뛰어난 무공 실력과 정보력을 인정받아 후개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정치질에 밀려 좌천되고, 차후 오의파의 수장격이 되는 자의 이름이니 천화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 개방의 방주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가 마교의 인물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세력이 역전되어 방주의 자리까지 오르기는 하지만, 걸인은 걸인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인물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지.

16586685263858.jpg‘그래도 이놈 덕분에 개방이 유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잘만 키우면 쓸 만하겠는데? 재능도 제법 뛰어난 편이었던 것 같고.’

천화 역시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였다. 거지가 거지다워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개방의 성격이 바뀌면서 많은 것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개방의 정보력은 본디 구걸을 하며 주워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거지를 무시하는 풍조를 역으로 이용하며 남들의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주워듣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기에, 분석의 영역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보량에서 다른 곳들과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지녔다. 허나, 구걸하지 않는 거지라면? 사람들도 은연중에 경계하게 된다. 정보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고,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인 정보라는 영역에서 하오문에게도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더럽다는 것은, 구걸을 한다는 것은 가장 밑바닥의 행위를 꺼리지 않는다는 뜻도 있었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잃을 것이 없으니 무공에 있어서도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 역시 저런 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내던질 수 없다는 의식이 은연중에 살아있기에, 서로가 전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작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고.

16586685263858.jpg‘여러 의미에서 개방의 근간이 흔들리는 거니까. 한 방에 훅 간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좋아, 결정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천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16586685263858.jpg“춘삼아, 일어나라.”

16586685263869.jpg“옙!!”

그런 천화의 내심을 읽지 못한 춘삼은 눈알을 굴리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 기합이 바짝 든 모습으로 불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16586685263858.jpg“내가 특별히 이번 일은 잊어준다.”

16586685263869.jpg“감사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16586685263858.jpg“좋아.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말하는 것과 관련된 정보들이 있으면 전부 취합해서 보내. 정보비는 확실히 치러줄 테니까. 대신, 딴 사람 시키지 말고 네가 직접 와야 한다.”

16586685263869.jpg“예? 저는 이곳의 분타주인데…….”

16586685263858.jpg“그럼 내가 올까?”

16586685263869.jpg“제가 갑니다. 꼭 갑니다. 불러만 주십시오! 세상에 거지가 못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헤헤헤.”

황당할 만큼 빠른 태세전환이었지만, 천화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장 그를 부추겨 현 방주와 대립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어차피 그가 어떤 재능을 가졌든 지금은 무리다. 약간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가는 수밖에.

16586685263858.jpg“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천화가 이번 일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당가의 간자는 임무에 성공을 했고, 그 역시 북해빙궁주의 서신을 손에 넣은 것이다. 물론 진짜 서신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 그가 얻는 것은 가짜 서신일 테고, 천화가 수작을 부려 진짜를 빼돌린 것으로 해야겠지. 당문에서 실패한 사실을 알아차리면 놈을 빼돌리거나 살인멸구를 하려 들 테니까. 오히려 그들이 오해를 하게 만들어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다. 실컷 사절단이 임무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소란을 떨다가,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꽤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겠나? 그로 인해 춘삼 역시 분타주의 지위를 잃을지 모르지만, 그 징계는 크지 않을 터였다. 그저 꼬리를 자르기 위해 위치를 옮기는 정도일 테니까. 천화는 그 점을 이용해 춘삼이 써먹기 좋은 위치로 지원해 가도록 이야기했고, 춘삼 역시 망설이다가 그 제안을 수락했다. 눈앞의 주먹이 무섭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이번 일이 실패했다는 게 드러나면 자신의 위치는 위태로워질 게 뻔한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원하여 다른 분타로 가거나 다른 직위로 이동하는 것이 옳을 터였다.

16586685263858.jpg“좋아. 잘 알아듣는군.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선물을 하나 할까?”

16586685263869.jpg“아닙니다. 괜찮습니다.”

16586685263858.jpg“그래? 그거 아쉽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춘삼이 대견하다는 듯 천화가 건넨 제안에, 춘삼은 한사코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선물이라고는 했지만 어딘지 불안한 예감이 드는 까닭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천화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슬쩍 흘리듯 말을 던질 뿐이었다.

16586685263858.jpg“삼복구타봉법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16586685263869.jpg“?!”

삼복구타봉법. 고문용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게 두들겨 패는 봉법이기도 했지만, 타구진을 한순간 궤멸시킬 만큼 강력한 무공인데 그걸 그냥 가르쳐주겠다고?

16586685263869.jpg‘이 새끼들. 니들은 뒈졌다.’

순간 춘삼의 눈빛이 돌변했다. 무공에 대한 욕심도 욕심이지만, 그것이 있으면 치사하게 자신만 버리고 도망간 거지새끼들을 제대로 참교육 시킬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16586685263869.jpg“헤헤헤. 당연히 농담입죠. 거지가 어찌 주는 것을 마다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천화의 맘이 바뀔세라 넙죽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 춘삼이 실실 쪼개며 저자세를 취했다.

16586685263858.jpg“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16586685263869.jpg“지금 바로 말입니까?”

16586685263858.jpg“그래. 시간 없다니까? 걱정 마. 기억력이 안 좋아도 몸이 기억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허나, 곧 자신이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타구봉을 다시 집어든 천화가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6586685263869.jpg“어……? 타구봉은 왜 그렇게 드십니까? 으악! 으아아악!!!!”

16586685263858.jpg“아까 거는 까먹었지? 처음부터 펼쳐 보일 테니까, 맞는 자리 잘 기억해 두라구? 역시 무공은 몸으로 배우는 게 최고지!”

퍼버버버버벅!!! 천화가 다시 초반부인 초복부터 시작해 중복, 말복이라 부르는 중후반부 초식까지 춘삼의 몸에 때려박았다. 무에 재능이 뛰어난 편이니, 그라면 충분히 기억할 수 있을 터였다.

16586685263858.jpg‘타구봉법을 익힐 때도 도움이 될 테고, 후개에 오르는 것까지는 문제없으려나.’

삼복구타봉법은 기본적으로 방주와 후개들만 익히는 타구봉법의 묘리를 풀어낸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만 익힌다면 나중에 후개가 되어 타구봉법을 배울 때도 아주 수월하게 익혀나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러면서도 초식의 형은 판이하게 다르니, 타구봉법을 훔쳐 배웠다는 누명 또한 쓸 일이 없겠지. 그렇게 천화는 분풀이 상대를, 아니 또 한 명의 아군을 만들었다. 하오문에 이어 개방까지 아군으로 만든다면 적어도 정보전에서 밀려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겠지. 지금이야 춘삼이 공포와 고통에 떨고 있지만, 나중이 되면 자신에게 감사해할 것이다. ……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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