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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해적은 좋은 경험치 공급원이죠 (3) (423/481)

<179화> 해적은 좋은 경험치 공급원이죠 (3)202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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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5756548.jpg“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16586685756548.jpg“거기, 무림인인가?”

전투가 끝나자 멀찍이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관군의 배가 다가왔다. 해적들의 반격에 배는 고슴도치가 되어 있었고, 죽어 나자빠진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니까.

16586685756614.jpg“저는 진룡무쌍이라는 별호를 가진 천모라고 합니다. 인근에 있다가 저 간악한 무리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 주제넘지만 나서보았습니다.”

16586685756548.jpg“오? 진룡무쌍! 지난 비무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오룡을 모조리 꺾었다는 그 진룡무쌍이 맞는가?”

천화가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대꾸하자, 긴장하던 관군의 우두머리가 화색을 띄며 아는 체를 했다.

16586685756548.jpg“곧 배가 침몰할 듯하니 어서 이리 넘어오시게!”

그처럼 신분이 확실한 정파인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제야 기껍게 천화를 받아들이며, 해남파 무인들이 제압한 해적들의 신병까지 넘겨받았다. 그들이 딱히 소유권 따위를 주장하지도 않았기에, 말만 잘하면 공의 상당 부분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16586685756614.jpg“나리께서 수하들의 희생까지 감내하며 마을을 지키려 하신 공을 저희가 가로챌 수는 없지요.”

16586685756548.jpg“허허허허! 참된 무인의 표상이시구려! 그렇다 한들 어찌 내 혼자 공을 독차지할 수 있겠소. 같이 갑시다. 내 지부대인께 그대들을 소개하고 공을 치하해주시길 청하겠소.”

그 반응에 천화가 남몰래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반응이었으니까. 사실 경험치야 충분히 챙겼으니, 남은 놈들의 처분은 넘겨도 상관없다. 허나 이 일을 계기로, 또한 이 공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해적 소탕 임무를 받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지는 가치가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화와 해남파 무인들은 아주 간단히 관군과 복주 백성들의 인정의 환호를 받으며 다시 뭍으로 돌아왔다. 지부대인을 만나기 위해 관청으로 향했다.

16586685756548.jpg“그대가 진룡무쌍인가?”

관청에는 혹여 해적들이 뭍으로 상륙할까 대비하며 끌어모은 관군들이 아직까지 대기 중이었다. 중간에 천화와 해남파 무인들이 나서서 그들을 몽땅 죽이거나 사로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혹시 모를 연이은 습격에 대비하여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것이다. 혹은 제압된 해적들이 난동을 부릴까 경계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 해군을 이끄는 관군 우두머리가 달려가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자, 지부대인은 부드러운 얼굴로 천화 일행을 맞이했다.

16586685756614.jpg“예. 대인. 부끄럽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16586685756548.jpg“내 그대의 위명을 전해듣고 흠모하기는 했으나, 이처럼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만나서 반갑네.”

위명이라기엔 전해진 이야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을 텐데, 지부대인쯤 되다 보니 입에 발린 말도 제법이었다. 사실 관과 무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니, 무림에서의 평판이야 어떻든 자신에게 도움만 되면 그만이겠지. 사파든, 악독한 악인이든 자신과 관할 지역의 백성들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이용해 관부의 칼이 되어 몸을 숨기는 사파인들도 드물지 않게 보였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물며 이곳은 해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역이 아니던가? 보통은 해적이 나타나더라도 절강이나 강소 쪽으로 대거 몰려들지만, 최근에는 해적들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인지 복주 쪽으로도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처럼 출중한 무위를 갖춘 이들이 대거 자신을 도와준다면 큰 근심을 덜 수 있을 테니, 지부대인이 친근하게 굴 만했다.

16586685756548.jpg“허면 저들은…….”

16586685756614.jpg“근방에 해적이 많다 하여 수공을 익힌 이들을 좀 모아 보았습니다. 강호에 이름을 날린 문파는 아니지만 수공 하나만은 기가 막히니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확인할 건 해야겠는지, 해남파 무인들의 정체에 대해 묻는 지부대인에게 천화는 그럴싸한 대답을 했다. 강호에 수공을 사용하는 문파가 많지 않으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때문에 천화는 그들이 수공을 익혔으되, 무공 자체는 아주 뛰어난 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실상은 하나같이 일류이거나 절정급의 고수들이지만, 소수 인원임에도 어지간한 중소 문파를 압도할 만한 전력이라면 아무래도 의심을 살 테니까. 전투에 들어가면 금방 표가 날 수도 있지만, 바다 위에서 싸우는 것이라면 분간이 어려울 테니 상관없다. 애초에 관군과 함께 움직일 생각도 없고 말이다.

16586685756548.jpg“강호의 친구들이 이처럼 의기를 모아주니 실로 든든하군. 좋네. 내 특별히 자네들에게 임무를 주도록 하지. 성실히 임해준다면 아마 좋은 소식이 있을 걸세.”

  [해적 소탕][특수 임무][반복] 복주의 지부대인 철명환이 최근 들끓고 있는 해적의 소탕을 부탁했다. 그와 협력하여 해적들을 소탕하고 백성들의 평화를 되찾자. - 성공 보상 : 처치 또는 생포한 해적 수에 따른 차등 보상 - 해적 처치 또는 생포로 획득하는 경험치 1.2배 증가 - 해적선 파괴 또는 나포 시 획득하는 경험치 1.2배 증가 - 특수 보상 : 일정 시간 내에 해적 ???명 처치시 추가 보상 지부대인의 말과 함께 천화의 눈앞으로 특수 임무창이 나타났다. 몇 번이고 반복 완료가 가능한 특수 임무였다.

16586685756614.jpg‘좋았어.’

그것을 확인한 천화가 흐뭇하게 웃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경험치 1.2배 증가였다. 이미 전쟁 지역으로 분류되어 기본적으로 1.2배의 추가 경험치에 중첩되어 적용되는 것이었기에, 천화가 목표로 한 경험치 노가다라는 측면에서는 최적의 장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현재 제대로 표기되지 않고 있는 특수 보상이었다. 일정 시간 내에 알 수 없는 숫자의 해적을 처치한다면 얻을 수 있다는 특수 보상. 당장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었다.

16586685756614.jpg‘누가 그 보상을 주느냐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지부대인의 모습. 그것을 보며 천화도 마주 웃었다. 특수 보상은 그가 주는 것이 아니었다.

16586685756614.jpg‘똥줄이 탔을 텐데 제법이네. 곧 진왕이 도착할 테니까.’

곧 이곳에 진왕이 온다. 최근 기승을 부리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서.

16586685756614.jpg‘어차피 그 안에 해적들을 모두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면 진왕의 치하를 받을 수 있겠지.’

진왕은 황제의 아들 중 둘째로, 외척의 세력은 약하나 다른 왕야들 중 가장 영민한 머리와 건장한 신체를 지닌 이였다. 때문에 황태자인 민왕에게 견제를 받고, 외척의 세력이 강한 셋째 현왕에게도 견제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결국 외유 중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호위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칩거하고 마는 인물이기도 했다.

16586685756614.jpg‘이후 일어난 민왕과 현왕의 싸움 때문에 나라가 난장판이 되면서 그의 재등장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지. 이미 암살을 당해 죽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천화는 그를 꼬셔볼 작정이었다. 인물됨은 훌륭하다 해도 다른 왕야들에 비해 세력과 지위가 약한 인물이었지만,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16586685756614.jpg‘둘 중 한 놈인 건 분명하니까.’

왕야 중 한 명이 마교와 손을 잡았다. 정확히는 동맹이 아닐 테지만, 어쨌든 한편이 된 것은 마찬가지이니 상관없지. 상당히 위험한 상상이었지만 천화는 반쯤 확신하는 상태였다. 일전에 자신을 말도 안 되는 일로 잡아가둔 일도 그렇고, 대륙 전역에서 납치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관에서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도 그랬다. 이건 고작 현령 따위나 좀 더 큰 도시를 다스리는 지부대인 따위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성주? 글쎄. 성주가 개입한 것이라면, 다른 성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힘으로 찍어누르며 개입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인물이어야 하겠지. 다른 성주들 역시 자신들이 다스리는 곳에서 벌어진 일을 위에 보고해야할 테니까.

16586685756614.jpg‘둘 다 가능성은 있어. 한 놈은 폭군의 기질이 보이고, 다른 한 놈은 외척 세력이 대단한 놈이니까.’

하지만 그 윗선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왕야들. 황제나 그의 자식들이 벌인 일이라면? 물론 그들 역시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함부로 이상한 짓을 벌였다가는 황제의 귀에 들어가거나 서로의 견제와 모함에 휩쓸리고 말 테지만, 상대가 경거망동하지 못할 만한 힘을 가졌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16586685756614.jpg‘그런 의미에서 진왕일 리는 없지.’

그 일을 벌인 이가 진왕이었다면 민왕과 현왕 양쪽에서 얻어맞았겠지만, 그 둘 중 하나라면 무마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천화가 진왕을 선택한 이유였다.

16586685756614.jpg‘뭐, 세력이 없다면 만들어주면 그만이니까.’

부족한 세력은 만들어주면 그만이다. 정 뭣하면 자신이 그의 세력이 되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관과 무림은 불가침하는 것이 관례라지만 ‘친구’라면 어떨까? 특정한 무림 세력이 아니라 개인적인 도움이라면? 어차피 거창한 세력을 이끌 생각도, 그들을 이끌고 천하통일쯤을 하려는 생각도 없는 천화였기에 자신이 있었다. 황실에도 동창이나 금의위를 비롯한 무력 집단과 강자들이 있지만 자신은 고금제일인이었던 사내이니까.

16586685756614.jpg‘어차피 황제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그를 꼭 황제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천화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의 개입을 막아 마교의 수작을 훼방 놓는 것이지, 자신이 내세운 꼭두각시 황제를 만들어 조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민왕이든 현왕이든, 온전히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같은 왕야인 진왕의 힘으로 견제가 가능한 것이다. 그들이 직접 내린 명령을 물리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해소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명령을 내리게 만드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16586685756614.jpg‘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일부터 멋들어지게 끝을 내야겠지.’

잠시 지부대인과 더 이야기를 나누던 천화는 지체없이 관청을 빠져나왔다. 지부대인이 그들에게 독립적인 그들의 행동을 허락한 데다 필요한 만큼 배도 내어주겠다 약조를 한 까닭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제부터 해적들의 씨를 말리려면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니까.

16586685756614.jpg“자, 그럼 연습 문제는 끝났고.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가 볼까~?”

16586685756548.jpg“예. 뭐든 말씀 주십시오!”

16586685756614.jpg“아까 지부대인이 하신 이야기 들었지? 이제부터 우리는 해적들을 소탕한다. 단, 죽이지 말고 제압만 해서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16586685756548.jpg“제압만…… 말씀이십니까?”

16586685756614.jpg“그래. 물론 너무너무너무 실력이 모자라서 죽이지 않고서는 제압하기 어렵다 싶으면 죽여도 좋다.”

16586685756548.jpg“맡겨주십시오. 한 놈도 죽이지 않고 제압해 보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죽여서 데려오는 일은 없겠지. 물론 해적 중에도 대단한 고수가 있을 수 있으니 절대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저들은 그것 또한 시험의 일환이라 생각할 터였다. 죽이면 감점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테고, 천화 자신은 그들이 알뜰살뜰 모아온 경험치 덩어리들을 막타만 치고 손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겠지.

16586685775561.jpg“저거 또 뭔가 사기치고 있는 표정인데…….”

16586685775566.jpg“무우우!”

16586685775573.jpg“쀼웃!”

지나칠 정도로 결의에 찬 이들과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화.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설영이 고개를 가로젓자 흑우, 은룡도 동의한다는 듯 대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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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수상쩍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무고한 백성들의 피해를 막는 일이니 상관없겠지. 그렇게 해적들의 악몽이 될 특수부대가 창설되었다. 천화의 폭발적인 레벨 업을 위한 몰이꾼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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