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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수련동 (4) (441/481)

<197화> 수련동 (4)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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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7436226.jpg“멈춰라!”

16586687436226.jpg“웬 놈이냐!!”

천화는 그 즉시 성주가 있는 관청으로 향했다. 남해도 전체를 관리하는 성주가 있는 관청이었지만, 그동안 남해도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적었던 탓에 그리 크지 않았다. 입구에 다다르자 관군들이 천화와 설영을 막아섰고, 천화는 당당히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16586687436252.jpg“성주를 만나러 왔다.”

성주는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관군들이 발끈하며 윽박을 지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천화가 은근히 기세를 피워올렸기에 찔끔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다.

16586687436252.jpg“천화와 설영, 혹은 진룡무쌍과 무정검화라고 하면 알겠지. 내가 만나잔다고 전해라.”

16586687436226.jpg“뭣?!”

16586687436226.jpg“죄, 죄인이다! 죄인이 제 발로 나타났다!!”

그때 천화가 스스로를 밝히자 강단이 있는 몇 놈이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다. 허나 천화에게 창과 칼을 들이대지는 못했다. 감히 덤벼들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보내줄 수도 없기에 고래고래 고함만 지르며 둘을 둘러쌌고, 천화는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가만히 기다렸다.

16586687436226.jpg“죄인은 순순히 무릎을 꿇고 오라를 받으라!!”

그리고 잠시 후, 기다리던 성주가 나타났다. 무신지로에서는 워낙 비중이 없던 인물이라 딱히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가 성주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의 명령에 모든 관군들이 움직였으니까.

16586687436226.jpg“감히 황실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 네가 황제의 백성이라면 어서 말, 아니 소에서 내려 무릎을 꿇어라!!”

황당하게도 놈은 다짜고짜 윽박을 질러댔다. 황제까지 끌어들이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황제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라는 틀을 씌워 천화를 옭아매려 들었다.

16586687436252.jpg“죄목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뭘 꿇으라는 겁니까?”

하지만 천화는 여전히 뻣뻣한 자세를 유지했다. 설영과 함께 흑우의 등에 올라탄 채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16586687436226.jpg“네 이노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진 것일까? 사실 천화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이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성주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정확한 죄명 따위는 밝히지 못했다. 해봤자 살인 따위일 텐데, 무림인들 간의 분쟁은 관에서 개입하지 않는다는 황제의 선언이 있었기에 억지를 부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이 죽어나갔다면 모르겠지만, 남해도의 주민 중 이번 일로 인해 죽은 자들은 위문호의 편에 섰던 몇몇 밖에 없었으니까. 사실상, 딱히 죄목이라 붙일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16586687436252.jpg“아니, 모르겠는데?”

16586687436226.jpg“이노오옴!!! 여봐라,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포박하여라!!”

당연히 꿀릴 것 없는 천화는 심드렁하게 대꾸했고, 할 말이 없어졌는지 성주는 즉시 병력을 동원하려 들었다. 일단 제압하고 나면 무슨 명목을 붙이든 상관없을 테니까.

16586687436252.jpg‘섬에만 처박혀있더니 귀가 어두운 건가? 아니면 마교의 정보력에 문제가 생긴 건가?’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다가오는 병졸들을 보며 천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광주에서 자신이 벌인 일을 안다면, 그에게 진왕의 인장이 있다는 것도 알 텐데 이런 짓거리를 한다? 소식에 어둡다는 말인데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자기 사업장에 일어난 일이라지만, 해남파는 상황을 파악하고 사람까지 보내 자신을 데려왔는데 성주는 모르고 있다? 지부대인까지 나섰으니 충분히 전해질 만한 사항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 성주의 귀를 막은 채 이용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조차 정보에 어둡거나.

16586687436252.jpg“설영. 할 수 있겠어?”

16586687445779.jpg“물론이지.”

솔직히 어느 쪽도 이상하긴 했다. 지부대인이 나섰고, 마교의 장로가 죽어나갔다. 헌데 그것을 마교에서 이용하는 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마교의 정보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중원 정벌을 노리고 있는 마교가 이 정도 정보력도 갖추지 못했다면 그건 정말 큰 문제가 아니겠나? 개방이나 하오문처럼 대놓고 정보 집단을 운용할 수 없는 입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천화가 의구심을 가졌다. 뭔가, 이전과 다르게 마교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16586687436252.jpg‘내가 벌일 일들 중 뭔가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것이 무언지는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설영에게 무언의 언질을 준 뒤, 천화가 흑우의 등에서 먼저 내렸다. 그것을 굴복으로 받아들였는지 성주의 얼굴이 상기되었고, 포박을 명하는 순간 천화가 크게 발을 굴렀다. 쿠웅! 수련동에서 숙련도 작업을 한 것은 무상천검만이 아니다. 악마칠음도 이제 제법 능숙해져서 소리의 파장을 보다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발구름 한 번에 대지가 출렁거리며 영향권 내의 모든 병졸들을 기절시켰고, 성주만은 영문을 모른 채 눈을 껌벅거렸다.

16586687436226.jpg“제길.”

타앗! 설영이 날아오른 것도 그와 동시였다. 성주의 그림자처럼 붙어있던 사내가 몸을 빼내 달아나려는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16586687436226.jpg“죽……!”

도주하던 마인의 무공 수위는 절정. 그중에서도 제법 내력이 높은 축에 속하는 고수였지만,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결, 대치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제압이 되고 말았다. 이전이라면 쉽지 않은 상대였겠지만, 이제는 설영 역시 초절정의 고수였기에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내력조차 놈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였으니까. 검을 빼내기도 전에 내기로 놈을 짓눌렀고, 혈도를 짚어 혼절하도록 만들어버렸다.

16586687436226.jpg“이놈! 감히 황실에 대항하려는……?”

16586687436252.jpg“뭐가 어쨌다고?”

일순간에 자신을 지키던 모든 이들이 쓰러져버리자 당황한 성주가 부들거리며 소리쳐 보지만, 그 말조차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천화가 소지품창에서 진왕의 인장을 꺼내들었으니까.

16586687436226.jpg“와, 왕야를 뵙습니다.”

왕야의 인장은 소지자를 왕야와 같이 여기도록 만들어준다. 아무리 구석진 남해도에 있는 자라지만 성주 또한 무척이나 높은 지위였지만, 왕야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놈이 대번에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조아렸다. 힘으로나 권위로나 모든 것에서 밀렸으니까.

16586687436252.jpg“이제 대화가 좀 될 것 같군.”

그렇게 간단히 성주를 제압한 천화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16586687436252.jpg“해남파의 무인들은 어디에 있지?”

16586687436226.jpg“그게…… 일단 뇌옥에 있긴 합니다만…….”

진왕의 인장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을 법도 할 테지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성주에게 묻자 놈이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뇌옥에 가둔 것 말고 또 뭔가가 있는 것일까? 수상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다.

16586687436252.jpg“일단 가지. 그들부터 만나봐야겠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 천화는 쓰러진 관군들을 길에 버려두고 일단 성주와 기절한 마인만을 데리고 뇌옥으로 향했다. 성주의 감시역쯤으로 두었던 것인지, 기감을 넓혀 꼼꼼히 살펴보아도 마기가 감지되는 것은 놈 하나뿐이었다.

16586687436226.jpg“이곳입니다. 죄수, 아니 갇힌 자들은 저들뿐입니다.”

주민 하나하나가 가족처럼 지내는 남해도이기 때문인지, 어지간한 일에 대한 징죄를 해남파에서 대신하던 까닭인지 뇌옥은 텅텅 비어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지금은 해남파의 무인들이 가득 차 있었다.

16586687436226.jpg“모두 풀어줘라.”

16586687436226.jpg“예? 성주님. 하지만…….”

16586687436226.jpg“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 어서 풀어줘라!”

뇌옥에는 당연히 경비를 서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성주를 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에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까칠한 호통을 듣고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웠다. 눈치를 보면서도 열쇠 꾸러미를 챙겨 해남파 무인들이 갇힌 뇌옥의 문을 하나 하나 열어주었다.

16586687451677.jpg“천화 님!”

16586687436226.jpg“저희를 구해주신 겁니까?”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주자엽과 해남파 무인들이 감격의 외침을 내질렀지만, 천화는 여전히 성주를 주시하고 있었다. 뭐 마려운 개처럼 주춤거리는 그를 수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16586687436252.jpg“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16586687436226.jpg“그, 그것이…….”

마교와 손을 잡은 자신의 잘못을 벌할까 두려웠던 것일까?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하는 마인과 천화, 해남파 무인들을 번갈아가며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몰라 하는 녀석에게 묻자, 성주가 결심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열었다.

16586687436226.jpg“사실, 저들에게 독을 먹였습니다. 요, 용서하십시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서……. 크윽!”

16586687436252.jpg“독? 설영. 그놈 뒤져봐.”

그 말에 천화가 즉시 반응했다. 성주가 자신도 중독되어 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사실 의미 없었다.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왕야들 중 하나가 이 일에 개입이 되어있을 테니, 굳이 독이 아니더라도 신하로서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좀 더 캐내 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독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또 해약을 찾기 위해 쓰러진 마인의 품을 뒤졌다.

16586687445779.jpg“찾았어.”

그 안에서 작은 목곽 하나를 발견했다.

16586687436252.jpg‘저걸 어디서 봤더라?’

어딘지 눈에 익은 그것을 확인한 천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뭔가 중요한 물건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6586687445779.jpg“피리?”

16586687436252.jpg‘그거였군.’

그러는 동안, 설영은 좀 더 품을 뒤져 다른 물건도 찾아냈다. 그것은 작은 피리였다. 취미활동인지, 음공을 익히기라도 한 것인지 거무튀튀하게 반질거리는 피리가 함께 나온 것이다.

16586687436252.jpg“손 떼!”

이어 천화가 목곽을 열어 확인하려던 설영을 다급하게 말렸다. 목곽의 정체를 알았으니까. 저들이 섭취했다는 독의 정체를 알았으니까.

16586687436252.jpg“고독인가?”

16586687436226.jpg“……예.”

천화의 물음에 성주가 순순히 응답했다. 고독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벌레다. 특수하게 길러낸 벌레를 먹여 독과 같이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독은 아니다. 이 뱃속에 들어가는 벌레가 죽으면서 내뿜는 사기와 독액이 몸 안에 퍼지면 손을 쓸 틈도 없이 죽게 된다. 고독 자체를 길러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 중요한 인물의 목숨줄을 틀어쥐고 싶을 때만 사용하는 것인데, 그것을 성주와 주자엽의 몸속에 넣은 것이다. 나머지 인물들이야 주자엽의 명줄을 틀어쥐면 따를 수밖에 없을 테니, 고독을 주입하지 않았거나 다른 간단한 독에 중독시켰겠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천화는 망설임 없이 설영에게서 피리를 받아들었다. 이것이 바로 고독을 조종하는 도구였으니까.

16586687436226.jpg“그, 그만두십시오. 그것을 잘못 불면……!!”

그 모습을 본 성주가 소리를 질렀다.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에 다급하고 간절했지만, 천화는 전혀 개의치 않고 피리를 불었다. 삘릴리 삐리리리리~.

16586687436226.jpg“크아아악!!!!”

천화가 소리를 내자마자 성주가 괴성을 질렀다. 고통에 몸부림쳤다. 결국 이렇게 죽는 건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고, 그간의 삶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16586687436252.jpg‘엄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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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천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피리를 불었다. 고독을 다루는 법쯤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키워낸 주체에 따라 고독에게 가르친 신호가 조금씩 달랐지만, 마교가 쓰는 것이라면 오히려 간단했다. 정사대전을 앞두고 가장 많이 써먹었던 것이니까. 마교는 미리 포섭한 정파의 인물들 중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들에게 고독을 먹여 조종했고, 고인물들이 그것을 발견해 고독을 제거하는 임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아예 고독을 길러내는 곳에 쳐들어가기도 했고, 직접 고독을 삼킨 뒤 스스로에게 실험하며 고독의 반응을 살핀 이들도 있었다. 플레이어가 죽더라도 고독이 몸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기에 몇 번이고 죽음을 맞이하고 레벨 하락을 경험해야 했지만, 고인물들에게는 그조차 하나의 재미였다. 몇 번이고 기꺼이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실험을 했고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고독을 조용하는 방법을.

16586687451677.jpg“어……? 괜찮은데요?”

16586687436226.jpg“흐헝?”

그것을 천화 역시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라면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운율. 우습게도 고독이 스스로 몸 밖으로 기어나오게 하는 운율은, 눈 큰 개구리가 주인공인 만화에 나오는 피리 소리였다. 그것을 장난처럼 연주하자 몸속에서 스물거리는 느낌이 났고, 성주가 엄살을 부려 몸부림을 쳤지만 같은 고독을 삼킨 주자엽은 스스로를 관조하며 이상이 없음을 알려왔다.

16586687456865.jpg“우웩!”

그리고 잠시 후, 입으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벌레는 뱉어냈다. 성주 역시 마찬가지였고. 마교가 준비한 비장의 한 수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16586687436252.jpg‘아싸, 득템.’

얼른 설영에게 받아든 목함 안에 두 마리의 벌레를 집어넣는 천화에게는, 역으로 마교를 공격할 무기를 얻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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