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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독사 사냥 (3) (444/481)

<200화> 독사 사냥 (3)2022.02.13.

[망신분에 중독되셨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16586687643535.jpg“것봐, 내 말대로지?”

귀주성의 한 오두막. 주변에 사람의 인적이 드문 그곳에 자리 잡은 천화가 설영을 보며 그것보라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기감을 넓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한 무리의 기척을 감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두막의 문틈 아래로 독이 퍼져온 것이다. 신체의 감각을 일부 잃어버리고, 고통이 밀려오는 결코 약하지 않은 독이었지만 그것을 거리낌 없이 흡입하고도 천화는 태연자약하게 굴었다. 이 정도는 은룡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정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천화에게는 천화만변무상심법이 있었고, 설영에게는 혈마심법이 있었으니까. 독을 하나의 기운으로 인식하고 흩어내어 내력으로 치환하는 천화만변심법과 넘쳐나는 생명력으로 독의 효능을 죽이고 극복해내는 혈마심법은 각각 그 활용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독에 강한 저항력을 가졌다는 것만은 같았다. 오히려 그 독들이 그들의 신체 면역을 높여 독에 대한 저항 능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망혼분에 중독되셨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진혼산에 중독되셨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다음, 그다음 독도 마찬가지다. 같이 흡입할수록 독의 위력이 강해지는 중첩독이었지만, 중첩이 채 되기도 전에 모조리 정화가 이루어졌기에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오히려 퍼져오는 독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기본 독 저항력이 상승하여, 더 강해야 할 다음 독이 더 약하게 작용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만들었다.

1658668764354.jpg“쀼웃!”

물론 거기에는 은룡의 능력도 일부 작용했다. 굳이 정화의 빛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은룡이 근처에 있으면 독의 위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였다. 하오문의 지부에 들렀을 때, 그들이 사용하는 여러 독들을 얻어온 천화가 스스로의 몸에 인체 실험을 한 것이다. 그중에는 일류 고수라 해도 몇 초 내에 죽을 수 있는 귀한 극독 또한 포함되어 있었지만, 천화가 막대한 금자를 떠안기고 받아와서 실험했다. 그 결과는 성공. 그저 은룡이 일정 범위 내에 있는 것만으로도 독은 확실하게 약해졌지만, 놀랍게도 독 저항력은 약해지기 전에 기준하여 상승했다. 좀 더 많은 실험을 거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실험을 한 결과만으로는 그랬다. 그렇기에 천화는, 당문악이 독을 쓸 것을 예상하고 그것을 역이용해 독 저항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별호 : 천독불침을 획득하셨습니다.]

16586687643535.jpg‘좋았어.’

그 결과 다섯 번째 독이 오두막을 침범했을 때, 천독불침의 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놈들이 뿌린 독들이 강력하다는 뜻이었지만 이젠 상관없다. 만독불침이 된다면 모든 독에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천독불침만 되어도 어지간한 독들은 무시할 수 있을 테니까. 거기에 천화만변무상심법까지 더해진다면? 당가 비전의 독이라 할지라도 단숨에 자신을 어찌하긴 어려울 터였다. 그사이 은룡이 정화의 빛을 내뿜어준다면 이제 독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몸이 된 것이다. [낙혼향에 중독되셨습니다.] [천독불침의 효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 증거로 곧이어 흡입한 여섯 번째 독은 천화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일부러 진기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몸이 독을 해독해내며 무효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설영이 별호 : 천독불침을 획득했습니다.]

16586687643535.jpg“……?”

그때,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천화 자신뿐 아니라 설영 역시 천독불침이 된 것이다. 물론 이 행동에는 설영의 독 저항력을 올려주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었지만, 뭔가 억울하다. 자신은 세수경과 역근경도 익혔고, 설영과 달리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나? 그런데 이렇게 빨리 따라잡힌다고? 아무리 혈마신공의 효능이 있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확실한 아군인 설영이 강해지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억울한 것 또한 사실이다.

16586687643554.jpg“그러게. 정말 이제 독에 많이 익숙해진 느낌이야.”

때맞춰 입을 여는 설영이 얄미워 보이기도 했지만, 은근히 부글거리는 속이 쓰릴 새도 없이 곧 바깥에서 다른 반응이 들려왔다. 투앙-!

1658668764354.jpg“뷰우웃!!”

무언가 쏘아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지붕 위가 들썩거린 것이다. 아마도 은룡이겠지. 파앙!! 그리고 곧 작지 않은 파공음이 들렸다.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저들이 독이 아닌 무언가를 쏘아냈고, 은룡이 받아친 것이다.

16586687643561.jpg“피해라!!!”

콰앙!! 되돌아간 투사체가 적들에게도 떨어지는 폭음이 들린 것은 잠시 후였다. 슬슬 본격적으로 놈들이 나서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16586687643535.jpg“슬슬 나가볼까? 저쪽에서 선물을 대접했으니 이쪽도 화답을 해줘야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천화가 앞장서서 밖으로 나섰다. 차마 설영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 억울한 기분을 다른 곳에라도 풀어야 할 것 같았다.

16586687643561.jpg“놈들입니다!”

16586687643561.jpg“놈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16586687643561.jpg“콜록, 콜록! 침착해라. 모두 해독부터 해!”

천화와 설영이 밖으로 나서자 오두막을 포위한 일단의 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험한 기분이 드는 녹의를 차려입은 사천당문의 인물들이었다. 제가 쏘아낸 무언가에 당한 것인지 독연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놈들을 한심하게 바라봐준 천화는, 즉시 공격을 감행하는 대신 짝다리를 짚고 놈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기다려주었다. 천독불침을 선물해준 보답이랄까? 제대로, 정면으로 박살을 내주지 않으면 정신 차리지 못하는 당가놈들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배려야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16586687647558.jpg“진룡무쌍!!”

16586687643535.jpg“야, 떠냐?”

천화를 발견하자마자 그의 별호를 부르며 고함을 지르는 당문악에게 천화는 작게, 그러나 내공을 담아 또렷이 들리도록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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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룡무쌍이라는 별호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언급한 것이다. 진짜 용이라는 의미 이외에 용을 떨게 만든다는 의미로 쓰일 경우, 오룡이라 불리던 그들을 조롱하는 것이 되니까.

16586687647558.jpg“빌어먹을 놈! 네 처지를 알고……?”

그 도발에 넘어가 발끈하던 당문악이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일명 칠혼독이라 불리는 일곱 가지 독에 노출되었다면 설령 최절정의 고수라 해도 바닥을 기고 있어야 할 텐데, 천화의 모습이 너무나 태연한 것이다.

16586687643535.jpg“왜, 문제 있냐?”

설마 중독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사천당문이 소유하고 있는 최상급의 피독주라 해도 칠혼독을 완벽히 해독해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당문악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몰랐다. 천화에 대한 분노와 질투심이 이성을 마비시킨 것일 수도 있었고.

16586687647558.jpg“오냐, 지금부터 문제를 만들어주마!”

16586687643561.jpg“소가주님!”

16586687643561.jpg“이런, 소가주님을 따라라!”

당문악이 먼저 몸을 날렸다. 그 뒤로 사천당문의 정예들이 뒤따랐다. 천화와 설영의 주변으로 그들이 풀어낸 칠혼독이 쫙 깔려있었지만, 이미 그것에 대한 해약은 복용한 상태였기에 개의치 않고 달려든 것이다.

16586687647558.jpg“받아봐라!!”

적수공권. 폐관 수련의 결과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지, 지난 비무대회에서 천화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은 기억 때문인지 당문악은 허리춤에 찬 검을 빼들지도 않고 덤벼들었다.

16586687643535.jpg“어휴. 먼지 날린다니까.”

허나, 천화의 대응은 더 가관이었다.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파리를 쫓듯 손목에만 힘을 주어 손바닥을 휘저은 것이다. 독인이 되며 자연스럽게 뿜어나오는 독향을 귀찮은 먼지 취급을 하면서.

16586687647558.jpg“큭?!”

그러자 방향을 잃고 날아가 처박힌 것은 당문악 쪽이었다. 두 사람의 무위에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16586687643561.jpg“아니?!”

16586687643561.jpg“설마, 초인의 영역에 발을 딛었단 말인가!”

그 모습에 뒤따르던 사천당문의 정예들도 크게 술렁거렸다. 차마 천화와 설영에게 공격을 가하지 못하고, 얼른 처박힌 당문악의 곁으로 이동하며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16586687643561.jpg“소가주님, 괜찮으십니까?”

독인의 경지에 발을 딛은 당문악은 능히 최절정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였지만, 무공만으로 따지자면 완전한 최절정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이처럼 압도적으로 농락할 수 있을 정도라면 천화의 무위는 최소 한 끗발 더 높게 쳐주는 것이 옳았다. 저 정도 나이에 벌써 초절정의 고수라니. 당장 사천당문에도 초절정 이상의 경지를 밟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니던가? 그런 이를 과연 적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무리 뒤끝 넘치는 사천당문의 무인들이라 해도, 이대로 천화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망설여졌다.

16586687647558.jpg“죽여버리겠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해야했다. 천화와의 관계는 자신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걱정했다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소가주를 말렸어야 했다는 것을. 수하들의 걱정에 더욱 화가 치밀었는지, 당문악이 이번에는 아예 검까지 빼들었다. 채앵!! 그러나 이번에도 천화에게는 닿지 못했다. 천화가 딱히 몸을 움직인 것도 아니지만 허공에서 가로막힌 것이다.

16586687643554.jpg“미안하지만 이 녀석의 호위를 맡아주기로 해서 말이야.”

천화를 대신해 설영이 나선 것이다. 이제 혈마검 대신 설영의 애검이 된 서리가 강한 한기를 내뿜으며 놈의 검을 붙들었다.

16586687647558.jpg“이익! 계집은 빠져라!!”

천화와 마찬가지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설영이었기에 만년한철의 한기를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었고, 당문악은 악을 지르면서도 쉽게 검을 떼어내지 못했다. 그의 검 역시 충분히 유일 등급은 받을 수 있을 만한 보검이었지만, 설영의 서리는 통짜 만년한철로 만든 패왕 등급이었으니까. 이대로 힘겨루기를 한다면 검신 전부가 얼어붙어 박살이 나버릴 터였다.

16586687643554.jpg“계집? 계집한테 맞으면 안 아픈가 보지?”

16586687647558.jpg“계집 따위가 감히!!”

그것을 가늠한 것일까? 당문악이 악을 쓰며 내공을 주입해보지만, 그 가벼운 입이 화를 불렀다. 말끝마다 계집이라며 무시하는 그 말투에 설영이 화가 난 것이다. 눈매가 예리해졌고, 눈빛은 표독스러워졌다. 어쩌면 놈이 검을 떼어내려 들면서도 은근히 독을 푼 것에 더 화가 났는지도 몰랐다.

16586687647558.jpg“너도 죽여 주마! 아니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게 만들어주지!!”

파앙!! 순간 허공에서 당문악과 설영의 손이 마주쳤다. 검이 떨어지지 않자 장법을 펼치려 하는 당문악의 동작을 미리 알아차리고 설영이 맞대응을 한 것이다.

16586687643554.jpg“큭!!”

장법끼리 부딪히는 순간, 둘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뒤로 물러섰다. 평범한 장법 대결이었다면 설영이 압도했겠지만, 당문악의 장법에는 강한 독기가 서려있던 것이다. 독장. 내기와 더불어 강력한 독의 기운을 감아 내지르는 터라 가뜩이나 까다로운데, 당문악은 혈액마저 독이 흐르는 독인이었다. 천독불침에 이른 설영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독의 화끈한 고통이 장심을 타고 흘러들어온 것이다.

16586687647558.jpg“우웩!”

하지만 당문악 역시 무사하진 못했다. 내력이라면 설영이 한 수, 아니 몇 수 위였으니까. 더구나 거칠기 짝이 없는 혈마기였다. 독이 파고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혈마기 또한 놈의 내부를 휘저으며 왈칵 피를 뱉어내게 만들었다.

16586687647558.jpg“크흐흐흐. 내 멸혼독장에 맞았으니 혈맥이 가닥가닥 끊어질 것이다!”

하지만 단문악은 웃었다. 내상을 입긴 했지만, 일단 독장이 적중한 이상 상대 역시 무사하지는 못할 테니까. 아니, 쓰러져 목숨을 구걸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16586687643554.jpg“뭐가 어쨌다고?”

푸스스스- 그랬어야 할 텐데, 정작 멸혼독장에 맞은 설영은 잔뜩 성이 난 표정을 지을 뿐 별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아지랑이. 그것은 체내에 스며든 독이 타서 날아가버리는 모습이었다.

16586687647558.jpg“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다! 무슨 사술을 쓴 것이든 몇 번이고 중독시켜 주마! 죽어! 죽어!!!”

그 모습에 당문악의 눈이 돌았다.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자해를 했다. 자신의 몸을 마구 베기 시작했다. 너무 열이 받아서 머리가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그 또한 공격의 일환이었다. 피륙이 베어지며 흘러나온 혈액에 깃든 독들이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설영 역시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16586687647558.jpg“흐흐흐흐! 이제 빌어도 소용없다. 진정한 독인의 힘을 보여주마!!”

다가서기만 해도 중독이 되어버리는 독인의 위험성에 같은 사천당문의 고수들조차 뒤로 물러설 정도였으니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사천당문은 독으로도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암기가 유명한 문파였다. 놈이 그 강점을 살리기 시작했다.

16586687647558.jpg“어디 도망쳐보거라!”

스치듯 혈액을 묻혀 날리는 암기들. 우모침이라 불리는 아주 세밀한 철침들이 놈의 피를 머금었다. 수백 개는 족히 될 만한 암기가 동시에 허공을 날았다. 이기어검의 묘리까지 섞여있어 제대로 펼친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사천당문 최고의 암기술.

16586687647558.jpg“만천화우!”

그것이 어설프게나마 놈의 손에서 펼쳐졌다. 사방을 점하는 대신 전방을 가득 메우고 날아들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피할 곳이 없어 보이는 끔찍하게 넓은 공격범위를 자랑했다. 눈앞을 가득 메운 수백 개의 독침이 설영을 노리고 일시에 날아들었다.

16586687643554.jpg“흥!!”

하지만 설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혈마강천. 놈처럼 잘게 검을 쪼개지는 못하겠지만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릴 강력한 일격을 준비했다. 멸혼독장이 혈마기를 파고든 것을 의식했는지 조금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있는 힘껏 검을 내리그을 준비를 했다.

16586687643535.jpg“잠깐 나와 있어.”

그때, 천화가 설영의 앞으로 끼어들었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무명검을 내리그었다. 무상천검. 제일초. 일검무한. 순간 설영의 눈에 천화의 검이 거대하게 보였다. 온 세상을 뒤덮을 것처럼 무한히 커져가는 환상을 일으키며 천화의 검이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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