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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독인지로 (1) (449/481)

<205화> 독인지로 (1)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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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임무창. 그곳에 나타난 정보를 통해 천화는 원로원이 노리는 수를 읽을 수 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천화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16586687993218.jpg‘개수작일 줄은 알았지만, 이게 튀어나올 줄은 몰랐는데?’

  [사천당문의 시험][특수 임무] 사천당문 내부에 숨겨진 비밀의 장소에 입장하여 그 끝에 위치한 어떤 물건을 가져오자. 매우 위험한 길이지만, 무사히 마지막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독의 조종이라 불릴 수 있을 만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 성공 조건 : 독인지로 완수 - 성공 보상 : 사천당문의 소원권 독인지로. 그들이 말하는 시험의 정체는 독인지로라고 불리는 당가의 숨겨진 어떤 장소였다. 정확히는 그곳으로 가는 길인데, 하나의 던전 형태를 갖추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당연히 외인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가주, 그 중에서도 독인의 경지를 극한까지 달성하고 한 단계 더 위를 바라보는 이들만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장소였다. 외인에게 개방은커녕 존재 사실조차 알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원로원에서 천화에게 그곳으로 들어가라 이야기하는 것이다.

16586687993218.jpg‘멋모르고 도전해서 뒈지라는 소리겠지.’

한마디로 도전하다 죽으라는 이야기였지만, 만약 성공한다 해도 사천당문으로서는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 아무도 그 끝에 도달한 적이 없는 독인지로를 뚫고 천화가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면, 사천당문은 큰 힘을 얻게 될 테니까. 천독단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말이다.

16586687993218.jpg‘하지만, 그걸 그냥 내주라는 법은 없잖아?’

물론 천화는 그것을 고스란히 놈들에게 가져다 바칠 생각이 없었다. 죽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독인지로는 지금의 천화에게도 제법 위협적인 장소였지만, 파훼하지 못할 만한 곳도 아니었다.

1658668799323.jpg“일단은 정리부터 하지. 모두 주변을 정리하고 손님을 모셔라!”

그런 천화의 결정을 원로원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천화를 그곳에 밀어넣고 싶겠지만 그랬다가는 티가 날 테니 일단 천화와 설영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천천히 도전하도록 유도하기로 마음먹었다.

1658668799323.jpg“시험이 준비될 때까지 편히 쉬며 기다리게. 이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당문의 누구도 그대들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을 걸세. 사천당문의 이름을 걸고 보증하지.”

16586687993218.jpg“그럼 사양 않고.”

그 새까만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천화는 일단 장단을 맞춰주었다. 저들의 것을 빼먹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독인지로를 걸을 필요가 있으니까. 다만, 가만히 준비된 방에서 쉬기만 하는 대신 이것저것을 요구했다.

1658668799323.jpg“……이걸 전부 말입니까?”

16586687993218.jpg“돈 준다니까? 누가 떼어먹는대?”

1658668799323.jpg“아니. 그것이 아니라…….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독초들과 독물들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보통이라면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거나, 구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사천당문이었다. 중원에서 가장 많은 독을 다루고, 가장 잘 다룬다고 알려진 곳이니 그 정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었다. 더구나 혹여 그들이 성공할 때를 대비해, 가주와 원로들도 천화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가 아니던가? 물론 이런 것을 부탁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다시 보고를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천화가 요구하는 독초와 독물들은 희귀하기는 해도 그리 가치있게 평가받지는 못하는 것들이니까. 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것쯤을 준다 한들 당문에 피해가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천화가 그것을 무엇에 쓰려는 것인지 알지 못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지만.

16586687993218.jpg“흐흐흐흐흐흐!”

16586687997847.jpg“……대체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남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해 죽겠구만.”

따로 하는 일 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먹고 마시며 실실거리는 천화를 설영이 못마땅하게 쳐다보았지만, 천화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곧, 당문 측에서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음에도 그 여유는 여전했다.

16586687997847.jpg“이왕 도전할 거면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지 않아?”

시험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당문에 요구한 물품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기는 했지만, 설영과 당문의 속은 타들어갔다. 무리하게 시험을 치르게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니 그냥 두기는 하지만,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1658668799323.jpg“여기 마지막 물건입니다. 혹 더 요청하실 것이 있습니까?”

16586687993218.jpg“그래요? 그건 거기 두시고, 요청할 건 딱히 없습니다. 대신 제가 나올 때까지 이 전각 근처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식사나 시중도 필요 없습니다.”

1658668799323.jpg“……알겠습니다.”

그리고 요청했던 물건들을 모두 챙겼을 때, 천화는 전각 주변으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제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한 명의 기척이라도 느껴지는 날에는 시험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곳을 나갈 것이라는 엄포까지 놓은 터였기에, 당문에서는 궁금하더라도 쉽게 기웃거리진 못할 터였다. 이미 그들이 이곳에 온 지도 며칠이 지났기에, 강호 전역에 그들의 소문이 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16586687993218.jpg‘슬슬 소문이 퍼졌겠지.’

당문 내부에서 벌어진 일은 철저하게 틀어막았기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당문악이 천화를 노리다가 역으로 당했고, 비참하게 끌려다녔으며 천화가 그것을 따지기 위해 당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 그렇기에 이제 당문에서도 쉽게 천화와 설영을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 아무리 막나갈 때가 많은 이들이라고는 하지만, 천화의 뒷배 역시 만만치 않으니까. 도왕이든 세외세력들이든 정식으로 나선다면 결코 당문의 이름값보다 낮지 않으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16586687993218.jpg“호법을 부탁할게.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작업이라.”

16586687997847.jpg“꼭 여기서 해야 해? 아무리 그래도…….”

16586687993218.jpg“괜찮아. 저놈들도 허튼 짓거리는 못할 거야.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이미 헛수작을 부리기엔 너무 시간이 지났거든.”

설영의 걱정에도 태연하게 웃을 수 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혹시 모를 호법까지 준비를 마친 천화는 즉시 작업에 나섰다. 방안에 큰 솥을 걸어두고 소지품창에 모셔두었던 온갖 약초와 독초들을 정확한 양으로, 정확한 시간에 맞춰 하나씩 집어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 강한 독초들은 아니라지만 하나씩 더해질수록 더욱 진한 독향이 피어올랐고, 천독불침에 이르지 못했다면 천화마저 어지러움을 느꼈을 만큼 강한 독이 완성되어 갔다.

16586687993218.jpg“이제 이걸 넣으면 끝인데…….”

주변에 간단한 진을 펼쳐 독기가 새어나가는 것은 막아두었지만,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천독단이 두 알이라는 것이다. 두 알에 맞게 두 배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문조차 충분한 양을 구할 수 없는 물품들이 있었다. 본래는 천독단이 든 목함을 통째로 솥 안에 넣으면 목함이 녹아내리며 저절로 천독단이 이 안에 풀어지는 것이지만, 두 알이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농후했다. 애초부터 한 알일 때를 기준으로 준비를 한 것이니까. 그렇다면 목함에서 한 알만 꺼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천독단의 독성은 천화도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기에 망설이는 것이다.

16586687993218.jpg“후우.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어떻게든 되겠지.”

잠시 머뭇거리던 천화가 은룡을 힐끗 바라보고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최대한 빠르게 천독단 한 알을 꺼내 솥 안에 집어넣기로 한 것이다. 은룡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독의 위력이 어느 정도 중화 될 테니 괜찮겠지. 내공으로 몸과 손을 보호한 뒤, 벼락 같이 손을 움직였다. 포옹! 천독단을 솥 안으로 빠뜨렸다.

16586687993218.jpg“큭.”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임에도 벌써 중독 증상이 올라온다. 그만큼 천독단의 독향이 가지는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독인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오장육부가 녹아내릴 지경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천가지 독을 응축시켜 천독단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 향만으로 천 명을 중독시킬 수 있다고 하여 천독단이라 불리기도 하니까. 콰악! 그때, 은룡이 천화의 팔뚝을 깨물었다. 정화의 빛을 잘못 썼다가는 애써 만든 독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었기에, 천화에게 직접 정화의 힘을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어지럽던 기분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16586687993218.jpg“후우. 역시 장난 아니네.”

부글부글부글 그러는 동안 솥 안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기존에 천화가 만들어놓은 독과 천독단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마구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강력한 두 개의 독이 만났지만 오히려 독성은 약해지고 있었다. 이독제독. 독으로써 독을 제압한다는, 아직 사천당문조차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천독단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16586687993218.jpg‘독제. 그놈이 있었다면 사실 당문을 그냥 둘 이유도 없었을 텐데.’

고인물 중에는 특이한 것에 미쳐 있던 이들이 많았고, 그들 중 하나인 독제가 발견해낸 방식이었다. 사천당문의 가주가 독왕이라면 자신은 그보다 더 윗줄에 있으니 독제라 불려야 한다며 온갖 미친 짓을 서슴지 않던 그 녀석이 있었다면 당문을 유지시킬 이유도 없었을 텐데. 살짝 아쉬움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화는 독들이 충분히 융합하기를 기다렸다가 옷을 훌훌 벗어버렸다.

16586687993218.jpg“간지러운 건 딱 질색인데……. 어쩔 수 없지.”

치이이익- 두 독이 적당히 섞였다고 여겨질 때, 솥 안으로 들어갔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긴 했어도 온몸의 털들이 독에 의해 타들어가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왔다.

16586687993218.jpg‘젠장. 한동안 영웅건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려나.’

그것은 머리 위쪽의 털들도 마찬가지다. 직접 독에 닿지는 않지만 솥에서 올라온 독기만으로도 머리카락들이 타들어가거나 빠질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그때 감사한 일이 일어났다.

16586688000995.jpg“쀼쀼!!”

잠시 떨어뜨려놓았던 은룡이 천화의 머리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똬리를 틀고 앉은 것이다. 그리고 신비하게도 그 주변으로는 독기가 올라오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보호되었다!

16586687993218.jpg‘감사합니다. 은룡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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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머리카락을 몽땅 잃을 뻔한 천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독액에 피부가 닿는 순간부터 따갑고, 간지럽고, 피부가 찢어지는 복합적인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머리카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머리카락은 소중했으니까. [알 수 없는 독이 몸 안에 스며듭니다.] [천화만변무상심법의 기운이 독에 저항합니다.] 그 후 본격적으로 독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천화는 목 아래까지 솥 안의 독액에 잠긴 상태로 천화만변무상심법을 운용했다. 내기를 몸 안에 쉬지 않고 휘돌려 독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천독불침에 이른 그이지만, 천독단의 독기를 견디기는 무리다. 하지만 천화가 준비한 다른 독들이 천독단의 독성을 어느 정도 중화시켰기에 이제는 버틸 만했다. 천천히 받아들이며 체내에서 정화하고, 나머지 기운들을 내공에 녹여내며 오히려 내공 증진 효과까지 보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그리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천천히 솥 안의 독액의 양이 줄어들었다. 천화의 피부에 스며들었고, 내공으로 화하여 천화의 일부가 되었다. [경고! 강력한 중독 상태에 빠졌습니다.] [빠르게 치유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천화의 피부가 까맣게 죽어갔다. 독액이 스며들며 피부가 괴사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 알림조차 경고할 만큼 천화의 상태는 위태로웠다. 하지만 천화는 당황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자신의 심법을 믿고, 계속해서 운기를 이어나갔다.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해낸다면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될 테니까. 까맣게 죽어들어가던 피부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가, 다시 검게 물들기를 몇십 번이나 반복했다. 그럴수록 독액의 색이 옅어지는가 싶더니 종국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피부색이 자극에 의해 빨갛게 달아오를 뿐, 검게 변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16586687993218.jpg“으흐흐흐흐.”

천화는 버텨냈고 원하던 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별호 : 만독불침을 획득하셨습니다.] 만독불침! 세상 그 어떤 독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것이다. 심지어 독인의 독조차 통하지 않고, 독에 대한 저항 능력마 따진다면 오히려 독인보다 우월할 만큼, 독에 대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면역을 갖게 된 것이다. 독인처럼 핏속에 독이 흐르는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독인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피 자체가 치명적인 독인 까닭에, 상처를 입었을 때 다른 이들이 치료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독인은 그 자체로 인간을 뛰어넘는 회복력을 지니지만, 같은 독인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치료들이 얼마든지 있었기에 천화는 독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16586687993218.jpg“이걸로 변수는 모두 사라졌군.”

만독불침의 경우 현경에 오르게 되면 어차피 자연스레 따라오는 효과이긴 했지만, 화경에도 이르기 전에 얻어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전투라면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가장 큰 변수는 독이었으니까. 헌데 이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느긋하게 무공을 쌓고 경지를 회복하기만 하면 정사대전을 막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오직 천화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였고 지금까지의 행보를 통해 증명해온 바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계획들이 천화의 머릿속에 있었다.

16586687993218.jpg“그럼 슬슬 가보실까? 당문의 마지막 밑천을 털어먹으러.”

그다음의 행보를 밟기 위해 솥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16586687997847.jpg“꺄아아악!!! 이 변태야. 옷도 안 입고 뭐하는 거야!!!”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그를 발견한 설영이 내던진 집기들을 피해 얼른 방 안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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