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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화> 이게 화령검왕이라고? (1) (455/481)

<211화> 이게 화령검왕이라고? (1)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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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6688396601.jpg“여기란 말이지.”

그들이 도착한 곳은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었지만, 이곳 대막에서는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소 중 하나였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땅이다 보니 이런 마을 자체가 얼마 없을뿐더러, 저 넓은 진짜 사막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막이라 불리는 사막을 가로지르려는 이들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정비를 하고 휴식을 푹 취한 뒤 길을 떠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막 특유의 불편함들 때문에 이곳에서 자주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천화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

16586688396601.jpg“일단 숙소부터 잡고 수소문을 시작한다.”

16586688396611.jpg“예!”

마을을 슬쩍 둘러본 천화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당장 이동을 하는 것도 무리였고, 화령검왕이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닐 확률이 9할이니까.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곳이 이곳일 뿐, 이곳에서 몰살을 당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16586688396601.jpg“표사들은 마부들과 함께 가도록. 일단 낙타부터 확보한다.”

16586688396611.jpg“예!”

그렇기에 일단은 마을부터 살피고, 수소문하여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부터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막에서 이동을 계속하려면 더 이상 말을 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체력이 좋은 준마들로 준비해오긴 했지만, 사막의 모래를 뚫고 장시간 이동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말을 팔고 낙타를 구입하여 이동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천화는 숙소를 잡는 대로 마부 역할을 하고 있던 고수들과 표사들을 함께 보냈고, 가장 고생한 쟁자수들은 숙소에서 쉬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은 설영과 함께 말과 마차를 팔아치울 겸 정보를 내놓을 만한 이들을 찾아나섰다.

16586688396601.jpg“엥? 너무 후려치는 거 아닙니까?”

16586688396631.jpg“뭘 모르는군. 자네들도 이곳에서 필요없다는 걸 아니까 말을 팔겠다는 거 아닌가? 여기서 말은 식충이야, 식충이. 처먹는 것에 비해 하는 일은 없다는 게지. 특히 귀중한 물을 마구 처먹어대니 누가 좋아하겠나? 게다가 마차와 수레 또한 마찬가지지. 온통 모래 천지인 사막에서 써먹을 수도 없으니 기껏해야 땔감으로 쓸 뿐이야. 이 정도도 후하게 쳐준 거라고!”

16586688396601.jpg“아~. 그래요?”

정보가 있을 만한 곳은 뻔했다. 일단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전수조사를 하듯 전원에게 묻고 다닌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화령검왕이 이끌던 사절단 역시 이곳에서 정비를 했을 테니, 상인들에게 묻는 것이 제일이었다. 외부인을 일단 경계하고 가급적 접근하려 하지 않는 일반인들과 달리, 중원에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결국 다시 한 번은 이곳에 돌아올 이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상인들은 관심을 보였다. 그들이 저 사막을 건넜다가 무사히 돌아올 만한 이들인지, 거지꼴로 나타날 이들인지를 가늠해야 다시 돌아왔을 때 덤터기를 씌울 만한 물건을 준비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왔을 때도 덤터기를 씌우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천화에게 말과 마차 값을 후려치려 하는 것처럼.

16586688396601.jpg“좋습니다. 그럼 마차는 그 가격에 넘기죠.”

16586688396631.jpg“잘 생각……. 어? 그럼 말은 어쩔 셈인가? 그러지 말고 같이 넘기지? 이곳에는 말 먹이도 별로 없는 데다, 물 값이 비싸다네.”

16586688396601.jpg“에이. 됐습니다. 그냥 도축해서 먹어치우죠 뭐. 그 가격이면 고깃값이 더 나오지 않겠어요?”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미 빤히 이곳 사정을 알고 있는 천화였기에 능청스레 말을 받았다. 물과 식량이 비싼 동네이니 그의 말처럼 차라리 말고기로 도축해서 팔거나 직접 먹어치우는 게 더 남는 장사였다.

16586688396631.jpg“반냥. 한 마리당 반냥씩 더 쳐줄 테니 그냥 나한테 넘기게.”

16586688396601.jpg“열 냥.”

16586688396631.jpg“뭣? 말도 안 되는 금액이네. 그럼 한 냥까지 더 주지!”

16586688396601.jpg“열 냥.”

그러자 상인이 되레 조급해졌다. 말이나 마차, 혹은 수레를 개별적으로 구입한다면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 그것들을 함께 사들이면 그 안에 물건들을 채워 먼 곳까지 이동을 할 수 있기에 수익이 커진다. 돌아올 때는 이곳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잔뜩 구입해 다시 돈을 챙기고. 그렇기에 반대로 말이 없다면 큰 문제가 된다. 마차나 수레가 있다 한들 누가 그것을 끈단 말인가? 낙타는 너무 느려서, 수레나 마차까지 끌게 했다가는 오가는 데 시간을 다 쓰느라 손해가 더 클 수 있었다.

16586688396631.jpg“두 냥!! 더 이상은 안 되네!”

16586688396601.jpg“열 냥.”

16586688396631.jpg“야이 날강도 같은 놈아!!!”

16586688396601.jpg“열 냥. 대신, 제가 원하는 정보를 구해다주시면 좀 깎아드리죠.”

열 냥은 진짜 무리다. 말과 수레, 마차를 얻으면서 거기 채워다 상행을 벌인다면 겨우 손해를 만회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정도면 오히려 중원에서 구입하는 비용보다도 더 비쌌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이곳과 그나마 가까운 청해에서는 말을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었다.

16586688396631.jpg“젠장! 뭘 원하는 겐가? 말해보게.”

한참을 고민하던 상인은 결국 천화에게 굴복했다. 잠시 가게 문을 닫고 직접 객잔으로 가 말과 마차, 수레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정한 것이다. 천화는 그런 그에게 화령검왕과 사절단에 대해 물었고, 마침 그 역시 만난 적이 있는지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좀 더 가격을 깎고 싶은 것인지, 상인은 천화를 기다리게 하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제 스스로 정보원이 되어 그들에 대한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사막의 사람들은 경계심이 강해 외부인들과 함부로 대화를 하지 않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지만, 현지인인 그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어올 수 있겠지.

16586688396601.jpg“아조씨, 이거 정말이에요? 무림인한테 장난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16586688396631.jpg“물론이네. 내가 왜 자네에게 거짓말을 하겠나!”

16586688396601.jpg“흐음.”

잠시 후, 상인이 물고 온 정보들을 살핀 천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이기도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16586688396601.jpg“이럴 리가 없는데.”

16586688396631.jpg“자네, 깎아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전부 사실일세! 자네가 이곳에 대해 잘 몰라서…….”

16586688396601.jpg“흑풍사. 인원은 대략 300명쯤 되는 비적 무리이고, 그 무공 수위는 대략 이류에서 일류급. 그중 서른 정도는 절정 수준이고 부대장들이 최절정, 대장격인 흑사는 초절정의 경지.”

16586688396631.jpg“?!”

외려 자신을 의심하는 상인에게 천화가 흑풍사에 대한 정보들을 늘어놓았다. 그가 알고 있는 흑풍사에 대한 정보라 봐야 대략적인 인원에 대한 정보인데, 천화는 무공 경지까지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었다.

16586688396631.jpg“서, 설마 자네?”

때문에 상인은 천화가 그 흑풍사의 일원이 아닌가 싶어 핼쑥해졌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넘긴 그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16586688396601.jpg“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아니라 정말 말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이 화령검왕이란 양반은 화경을 눈앞에 둔 고수란 말이죠. 아무리 지형의 특성이 다르고, 무공의 형식이 다르다 해도 흑풍 따위에게 당할 양반이 아닌데…….”

하지만 천화는 부인했다. 흑풍사 흉내를 내어 돈을 좀 갈취할 수도 있지만, 그 몇 푼보다 지금은 정보가 더 중요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러 변수가 있다 해도 고작 흑풍사 따위에게 화령검왕이 당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빙궁으로 향했던 무리 정도의 전력이라면 천화와 설영이 없을 경우 흑풍사에 충분히 당할 수 있겠지만, 대막으로 향한 사절단은 무려 천하십대고수 중 하나라는 화령검왕이 이끌었다. 그런데 소식조차 전할 수 없다? 말이 행방불명이지 사실상 전멸을 당했다는 뜻이었기에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16586688396631.jpg“그거라면 의심 가는 것이 있긴 하네만…….”

16586688396601.jpg“?”

16586688396631.jpg“최근 흑풍사에 새로운 대장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더군. 붉은 머리를 한 무인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있다던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그들을 제압하고 조종한다는 소문일세.”

16586688396601.jpg“붉은 머리를 한 무인과 그 무리가 있다?”

새로운 정보였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라 상인이 황급히 덧붙였지만, 이미 천화의 얼굴은 잔뜩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무신지로에서 붉은 머리를 한 고수가 누가 있더라? 그런 고수가 있다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는데, 화령검왕을 처리할 정도라는 전제를 붙이자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16586688396601.jpg‘설마 제3세력 같은 게 진짜 나타난 건가?’

무림에는 수많은 은거기인들이 있으니 자신이 모르는 고수가 있다 해도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가 화령검왕을 적대한다? 정파 연합의 대표로 움직이던 중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는 정파 연합에 대한 도전이자 적대행위라고 간주해도 좋을 터였다. 아무리 사파 계열의 은거기인이라 할지라도 그런 선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세력이라는 것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니, 설령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 해도 마찬가지다. 화경을 입신지경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당금 무림에서만 따져보아도 화경의 고수는 몇이나 있었으니까. 그들에게 합공을 받는다면 제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 분명했으니 고민은 깊어졌다. 차라리 마교 소속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만약 아니라면? 상황이 좀 복잡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얼른 다시 중요 분기 임무를 모두 마치고자 하는 천화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16586688396601.jpg‘설마 현경은 아니겠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자신이 마지막에 밟았던 경지가 화경이 아닌 현경이라는 것이다. 다시 그 경지에 오르기만 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압살해낼 자신이 있었기에, 침착을 되찾으며 나머지 정보들을 살폈다.

16586688396601.jpg‘일단 조사해볼 수밖에 없겠군.’

일단은 화령검왕의 행방부터 확인을 해야겠다. 상인의 정보에 따르면, 흑풍사에게 당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 무리가 사막에 뿔뿔이 흩어졌으며 그중 일부는 홍사산이라 불리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본 이가 있다고 했다.

16586688396601.jpg“좋습니다. 믿어보는 수밖에 없네요.”

16586688396631.jpg“그럼, 말이랑 마차 값은…….”

16586688396601.jpg“아까 두 냥까지 더 쳐주겠다고 하셨죠? 그대로 가죠!”

16586688396631.jpg“…….”

물론 그렇다고 손해를 보며 거래를 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천화는 그 값에 거래를 마쳤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낙타를 구하러 나갔던 이들이 가져온 정보도 들어보았지만 기본적인 수준도 되지 못했기에 일단 휴식을 명하고 다음 날 이동을 준비했다. 2차 목적지는 홍사산. 붉은 거암이 산처럼 쌓인 사막의 한 지점이었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고 상처입은 화령검왕이 향했다는 곳. 화령검왕은 왜 그곳으로 향한 것일까? 적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단순히 몸을 숨기기 위해서?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지만, 그것을 밝히기 위해 투입된 조사단인 만큼 천화는 지체 없이 그곳으로 향할 것을 명했다. 슬슬 밤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할 때쯤 홍사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16586688396601.jpg“표사와 쟁자수들은 바위가 바람을 막아줄 수 있게 위치를 잡고 거점을 구축하도록.”

천화는 즉시 밤을 보낼 준비를 시켰다. 그만큼 사막의 밤은 혹독하니까. 다행히 표사와 쟁자수들 중에는 사막으로 표행을 다녀본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준비는 알아서 잘할 터였다.

16586688396601.jpg“나머지는 인원을 나눠 주변을 수색한다.”

한편, 나머지 인원들은 세 개 조로 나누었다. 천화와 설영이 한 조, 구파의 네 고수들을 둘로 쪼개 다시 두 개 조를 만든 것이다. 천화에게는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들의 무공은 진짜이니까. 어지간한 어둠으로는 그들에게 제약이 되지 못했으니 낮처럼 수색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을 테지만, 혹여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든가 밤에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 빠르게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16586688396601.jpg“모산파 분들께서도 도와주시지요.”

16586688396631.jpg“예. 물론입니다.”

거기에 모산파의 고수들을 각 조에 한 명씩 배치시켰다. 모산파는 강호에서 무공으로 그리 잘 알려진 문파는 아니지만 술법에 관해서는 가장 뛰어난 문파였다. 그것이 이번 조사단에 그들이 셋이나 파견된 이유였다. 세외사궁 중 하나인 포달랍궁이 특이하게 술법을 잘 다루는 문파였기에, 그들과 연관된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 모산파의 고수들을 초빙한 것이다. 술법이나 진법 따위를 통해 무언가를 펼쳐놓았다면 그들이 발견해낼 수 있겠지. 그렇게 조사가 시작되었고 천화도 설영, 흑우, 은룡과 함께 홍사산을 둘러보았다. 일단 기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그들 이외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술법이나 진법의 기운 또한 마찬가지. 자연지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천화에게는 술법이나 진법이 만들어낸 미묘한 기운의 비틀림도 피해갈 수 없었지만, 달리 느껴지는 무언가는 없었다.

16586688396631.jpg“여기! 시체가 있습니다!!”

그렇게 약 이각 정도가 지났을 때, 다른 이들이 살피던 방향에서 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다른 곳으로 퍼져있던 이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천화 역시 그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만, 사망한 지 꽤 오래되었는지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아무리 사막의 기후가 특수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백골화가 되었다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는다. 화령검왕이나 다른 사절단의 인원들의 연락이 끊긴 것은 고작해야 한 달 보름 남짓이었으니까.

16586688396601.jpg“화령검왕?”

그러나 천화는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가 보기에 이것은, 화령검왕의 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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