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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화 천화 대 천마 (1) (469/481)


<249화> 천화 대 천마 (1)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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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천마가 발을 구르자 막대한 기파가 노도처럼 밀려들었다.

쿠웅!

그에 응수하듯 천화 역시 발을 구르자 대지가 출렁거리며 천마군림보에 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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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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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라! 저 둘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그 충격파에 휩쓸린 수많은 고수들이 깊은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수를 준비했다.

각자 힘을 떨칠 때부터 이 정도로는 상대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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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좋구나!”

하지만 천마의 모습은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만마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의 자리에 제법 오랫동안 머무르던 그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과 자웅을 겨룰 만한 강자가 사라져 공허함을 느끼던 터였기 때문이다.

십마라 하는 이들도 두셋이 동시에 덤비지 않고서는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전력을 일으킨다면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천화와 같은 강자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설령 그가 자신을 막아서는 대적자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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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둬, 넣어둬. 난 남자는 별로라구!”

그런 천마의 기꺼움에 질색을 하면서도, 천화 역시 현경에 발을 걸친 천마의 존재가 즐거웠다.

강한 무인과 겨룰 수 있다는 호승심과 그를 통해 더 발전하고자하는 향상심이 없었다면 그 오랜 세월 동안 무신지로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콰아아앙!!!

다시 한 번 두 사람이 격돌하자 이번에는 더 큰 충격파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충격파가 크게 발생할 만한 공격들로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른 무림맹의 무인들과 십마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마음껏 싸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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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몸은 풀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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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도 준비가 된 것 같군. 그럼 이제 진짜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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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근데 말이야, 서두르는 게 좋을걸? 네 부하들이 몰살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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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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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그때, 때마침 마교의 후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무림맹이 있는 방향이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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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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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궁! 야수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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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몸이 얼어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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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 북해빙궁도 왔다!!”

천화의 지시에 따라 한 발 늦게 움직인 남만야수궁과 북해빙궁의 지원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절정급의 고수들이었으니, 제 아무리 마인들이라 할지라도 버텨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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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꾀를 썼군. 나를 조급하게 만들어 빈틈을 유도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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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뭐 굳이 그럴 것까지야. 어차피 네 부하들이 몰살당하는 것보다 네 목이 달아나는 게 더 빠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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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조금 전의 몸풀기를 전력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아직 진짜 힘을 개방하지도 않았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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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두? 어, 나두!”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할 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둘이었다.

조금 전의 격돌을 다른 이들이 받았다면 받아내기조차 힘들었을 테니까.

화경급의 고수가 아니고서는 그대로 육편이 되었을 만큼 강력한 공격들이었기에, 멀리서 그 말을 들은 고수들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천마도 천마이지만 천화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고수란 말인가. 극마, 탈마를 넘어 마선의 경지를 눈앞에 둔 것이 천마인데 그와 비등한 힘을 지녔다니.

정말 현경의 경지에 오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들의 생각을 읽거나 대꾸한 것은 아니지만, 천화는 다음 수법을 통해 그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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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천검.”

파바바바바바앗-

허공을 수놓는 일천 개의 강기검이 떠올랐다.

특이한 것은, 그 검들의 형태가 몇 가지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천화가 알고 있는 패왕 등급의 검들의 형상이었으니까.

이전에는 힘을 아끼기 위해 그저 ‘강기검’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각의 강기검들은 패왕 등급의 검들이 가진 특성까지 어느 정도 머금고 있었다.

물론 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검, 도, 창, 부, 겸…….

천화의 기억 속에 있는 거의 모든 패왕 등급의 무기들이 강기로 빚어진 채 천마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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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불부터 좀 질러볼까?”

화르르륵!

실재하는 무기를 진기로 띄워 올리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진기가 소모될 터인데, 강기만으로 빚어진 무기를 일천 개나 만들어내다니?

천마조차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천화는 한술 더 떴다.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그중 일부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천화가 양강의 기공을 익힌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만큼 투명한 무속성에 가까웠기에, 특정한 기운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공격을 받는 쪽에서는 좀 다르게 느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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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어둠에는 빛, 마기(魔氣)에는 신성력이 쥐약이지만 그쪽은 좀 힘드니까 대체재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 자,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일단은 화(火)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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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잔재주로……!!”

천화가 다시 손짓을 하자 강기의 일부가 천마에게 들이닥쳤다. 판타지에서 나오는 신성력, 이 세계에서는 선기(仙氣)라 불리는 속성만큼은 아니겠지만, 예로부터 불은 삿된 것을 태우는 힘을 가졌다고 했다.

마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특정한 속성을 파고들어 편법으로 현경의 경지에 발을 걸친 천마에게도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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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앙복!”

콰과과광!!!

하지만 천마의 무위도 만만치 않았다.

편법이긴 하지만 자연지기 중 마(魔)의 힘을 깨우쳐 현경의 경지를 다루고 있었기에, 강기검을 동시에 상대하며 하나씩 깨부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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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좀 많이 앞당겨져서 엉성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

패왕 등급의 무기 형상을 한 강기검들이 최소 초절정 등급의 무공들을 펼쳐낸다.

그 중에는 구파일방의 것도 있었고, 세외나 신비문파의 것도 있었으며 심지어 마교 내에 존재하는 가문의 것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예측하기가 어렵고 손발이 어지러워져 금방 실수를 하고 상처입기 쉬웠지만, 과연 천마는 천마라는 것인지 제법 잘 버티는 모습이었다.

과연 무신지로의 끝판왕다운 모습이랄까?

그것이 흡족한 듯, 천화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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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정도는 고인물이라면 누구나 하는 거라구? 이번에는 좀 찌릿한 걸로 가볼까?”

파지지직!!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수백의 강기검이 놈에게 쏘아졌다.

이번에는 뇌전의 기운을 담아서.

뇌전의 기운 역시 파마의 힘을 담았다 하여 마기에 제법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감전 효과가 일어나 행동을 멈칫거리게 만든다.

이것도 버티면 인정!

물론 그렇다고 살려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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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요상한 수를 쓰는구나!”

뭐라뭐라 고함까지 질러대는 것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럼 좀 더 빡쎄게 굴려볼까?

쐐애애애애액-

천화의 의지가 깃든 나머지 강기검들이 수(水)속성과 지(地)속성을 머금고 날아들었다.

불과 뇌전보다는 덜하지만 물과 땅에도 정화의 힘이 깃들어있기는 하니까.

사실상 모든 속성에는 순수성이 있어 상극까지는 아니라도 마기에 저항하고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특성이 어느 정도는 포함되어 있었기에, 각 속성에 맞는 무공들을 입혀 날려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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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서둘러야겠군.”

그것들에 치열하게 맞서는 천마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천화가 요동치는 기운을 느끼고 슬쩍 눈을 돌렸다.

마기와 일체화된 천마와 마찬가지로, 혈마기와 하나 된 놈이 설영을 몰아붙이는 것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설영 역시 어떻게든 분전하며 버티고 있지만, 자칫 시간을 끌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기에 마음을 조급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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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 순간, 흑우가 설영을 대신해 혈마검에 찔렸다.

은룡이 설영을 지키기 위해 힘을 뿜어냈지만 힘이 모자랐다.

설영이 놈을 향해 몸을 던지며 혈마검을 붙잡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천화조차 돕기 어려웠기에 인상을 구기며 멈칫거리는 순간, 그의 곁에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인영이 있었다.

무영살마 허도.

십마 가운데 유일하게 살수로 화경에 이른 인물이다.

그가 자연지기와 하나되어 기척도 없이, 정신이 분산된 천화에게 들이닥친 것이다.

서걱!

날카로운 검격이 검을 쥔 손목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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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밑장 빼기냐. 자연지기를 빼돌리면 감각이 달라. 알아?”

당연히 잘려나간 것은 살수 쪽이었다.

자연지기에 녹아들며 완벽히 기척을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천화는 자연지기 그 자체였다.

그의 영역 내에서 자연지기를 움직인다면 의식하지 않아도 포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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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놈은 포기하지 않고 잘려나간 손목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고 천화를 찔러갔지만,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공격은 가볍게 튕겨나갔고, 오히려 일수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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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억울한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놈이었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현경의 경지를 밟아보지 못했기에 잘못 내린 판단 때문이었다.

이기어검처럼 천화 역시 강기검을 조종하는 데 온 힘과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 설영에게 시선까지 빼앗겼으니 틈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천화의 강기들이 일천 가지의 무공을 펼치고 있었지만, 그것은 천화에 의해 세밀하게 조종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 그랬다면 오히려 천마는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기 어려웠을 터였다.

자연지기에 의지와 상념을 불어넣어 저절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일검무한으로 빚어낸 일천 개의 강기검이 가진 힘이자 진실이었다.

천화의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나눠받아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밀함은 덜했지만, 천화에게도 여유를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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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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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이시어, 용서하십시오!”

그렇게 십마 중 하나를 단숨에 참살하자, 나머지 십마들도 위기를 느낀 모양이었다.

천화의 강기검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천마가 무척이나 버거워보였으니까.

이대로면 천마가 질지도 모른다.

마교, 천마신교에 있어 천마는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 믿음을 뒤흔들 만큼 천화의 무위가 경악스러운 까닭이었다.

설령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 할지라도 저만한 강기검들을 운용한다면 진기의 소모가 막대하겠지.

여유있는 척하고 있지만 실상은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터였다.

그런 생각을 품은 십마들이 일제히 천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대일의 대결에 끼어든 자신들을 천마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승리할 수 있다면,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마교천하를 이룰 수만 있다면 천마가 자신들의 목을 치더라도 기꺼이 웃으며 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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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틀린 판단은 아니다.

실제 천화는 천검무한을 펼치면서, 각각의 강기에 의지를 부여하면서 막대한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천화가 가진, 활용할 수 있는 진기의 총량이었다.

자연지기의 일부를 자신의 내공과 공명시켜 활용하는 화경의 고수들과 달리, 천화는 주변의 자연지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자연지기는 균형을 이루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특수한 하나의 성질이 밀집되어 있을 경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주변의 자연지기 자체가 농후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천마가 지닌 마의 기운은 그에 걸맞은 막대한 자연지기를 이곳에 불러들인 상태였고, 천화는 그것을 자유로이 쓸 수 있었다.

천검무한을 통해 소모한 자연지기 정도는 몇 번이고 다시 쏟아낼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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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뒈지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주지.”

순간 천화의 눈빛이 섬뜩해졌다.

제대로 살심을 품자 주변의 대기부터가 그에게 호응을 했고, 십마들은 따끔거리는 기운들을 느끼며 제 몸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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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화의 영역.

이미 이 전장 전체가 그의 영역이나 다름없었지만, 좀 더 근접한 영역으로 들어서자 모든 감각이 달라졌다.

십마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일격필살, 혹은 동귀어진까지 각오하고 덤벼들었음에도 갑자기 내공이 사라져버린 느낌이 든 것이다.

자신들이 끌어모은 자연지기는 물론이고, 본신의 내공조차 동결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몸속에서 굳어버린 것처럼, 아예 내공이 거의 없는 삼류무사가 된 것 같아진 것이다.

기분만이 아니라 실제 움직임 자체가 둔해지고 엉성해졌다.

어떻게든 검을 뻗어내 보지만, 한 줌의 내공도 담기지 않아 방출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자신이 고수였던 것이 헛된 꿈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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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그만 집에 좀 가자.”

서걱!

그들의 곁으로 천화가 스쳐갔다.

무명검을 가뿐히 휘둘러 목을 베고, 심장을 찔렀다.

사실 현경의 경지라 하더라도 자연지기를 동결시키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이들을 베어넘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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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십마를 모두 베어넘긴 천화가 힐끗 설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혈마검의 정신세계에 들어간 것을 알기에 나설 수 없었는데, 다행히 잘 이겨내고 혈마검까지 되찾은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했다.

이제 천마만이 남았다.

놈을 죽이고 정사대전을 끝내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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