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0화 천화 대 천마 (2) (470/481)


<250화> 천화 대 천마 (2)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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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앗!!!”

콰과과과과광!!!

다시 천화가 시선을 돌렸을 때, 막대한 힘을 쏟아부은 천마가 광인처럼 날뛰고 있었다.

십마의 죽음을 목격한 탓인지 기운과 정신 모두가 불안정하게 난폭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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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정도는 해줘야지.”

실로 무시무시한 기운이었다.

무한천검을 힘으로 깨부순 것도 놀라웠지만, 감정에 따라 증폭되는 기운은 이미 화경의 그것을 아득히 넘어선 상태였다.

천마를 기점으로 주변이 모두 암흑에 잠겨갔다.

유형화된 마기가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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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끝내기로 마음먹어서 말이야.”

하지만 천화는 여전히 자신이 넘쳤다.

마선 또는 마신이라 불러 마땅한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본질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다른 이들이 휘말리기 전에, 먼저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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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마. 모조리 다!!”

주변으로 퍼져가던 마기가 한순간 천마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좀 더 정확히는 그가 가진 천마검에 깃들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터였다.

까맣게 물든 천마검이 악의를 품고 천화를 향해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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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지겹게 봤다고!”

하지만 천화는 오히려 달려드는 속도를 더 높였다.

이미 무신지로에서 수십 번도 더 보았던 초식이니까.

그는 천화를 처음 제대로 상대해보는 것이지만, 천화의 입장에서는 그와 겨룬 것이 일백 번이 넘었고 그에게 죽임을 당한 것도 수십 번이다.

눈을 감고도 피할 만큼 숙련된 상태였으니 마기의 파편에라도 닿는 것이 이상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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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피할 틈조차 만들지 않기 위해 마기를 꾹꾹 눌러담고 자연지기를 움직여 공간 전체를 장악했다.

분명 그랬을 텐데, 천화가 공간을 격하고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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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나는구만!”

순간의 공백.

막대한 기운을 쏟아내고 난 짧은 공허함이 천마에게 밀려드는 때를 노려 천화가 그를 덮친 것이다.

천마신공의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잡을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푸욱!

무신지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천화의 무명검이 천마의 심장에 꽂혔다.

급히 펼쳐낸 호신강기 따위로는 막아낼 수 없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눈앞에 나타나는 짧은 알림이 아니더라도 천화는 심장이 꿰뚫린 순간, 그리고 놈의 마기가 흩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회차의 모든 중요 분기 임무가 끝이 난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할 일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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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모두 동작 그만! 아조씨들, 저랑 한판 붙고 싶은 분만 움직이세요?”

무림맹의 후미쯤에 위치해 있지만, 마교 세력의 끝자락에서도 들릴 수 있도록 내공을 가득 실어 또렷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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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고 무림맹이고 상관없습니다. 움직이면 다 뒈지니까 가만히 계세요.”

그 말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렇지 않아도 천화와 천마의 대결을 지켜보느라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투였지만, 이제 손가락 까딱하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저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여기서 한 명을 더 격살하더라도 대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저 하늘에 떠있는 강기검들이 그대로 내리꽂힐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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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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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이라고 볼 수 없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누구하나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고, 작은 움찔거림에도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모두를 휘감았다.

[중요 분기 임무 ‘정사대전’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천화가 기다려마지 않던 알림이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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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나.’

천마와 십마가 죽었고, 무림맹주와 수많은 고수들이 죽었다.

생각지 못한 수라혈마교가 튀어나왔지만 다행히 설영이 각성을 해준 덕분에 자신이 손을 쓰기도 전에 모두 정리가 되었다.

무신지로에서 10년에 걸쳐 진행했던 일들이 고작 2년여 만에 끝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보상을 받는 것뿐.

강화된 보상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때처럼 너무 빠르게 진행이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적어도 설영에게 마지막 인사 정도는 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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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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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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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괜찮아. 흉터도 없는걸 뭐.”

천화의 선언이 있은 후, 유일하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설영이 그에게 다가왔지만 천화는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가야 한다고, 사라질 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해맑게 웃는 설영을 보니 그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언제 이벤트 신이 발동되며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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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이러다 시간을 잘못 맞추면 말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전장부터 정리하고 마교와 무림맹을 떨어뜨렸고, 그 사이 천화의 머릿속에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무신지로 때는 임무 완료 알림이 나타나자마자 이벤트가 발동을 했었다.

헌데 왜 지금은 일어나지 않지? 완전히 정리가 끝나야 하는 건가?

자신이 지금 사라져버리면 마교와 무림맹이 다시 싸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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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 조건 같은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뭔가 덜 끝나서?’

알 수 없었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다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해볼 뿐.

천화는 마교와 무림맹의 인원들을 분리시킨 뒤, 마교도들에게 다시 십만대산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마교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천화는 천마신교와 천마의 원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와 십마마저 죽임을 당한 지금, 그를 거스르면 남은 백팔마인 뿐 아니라 모두가 전멸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무림맹 역시 마찬가지.

꽤나 거창하게 싸웠고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번 정사대전에 대한 모든 공은 천화와 설영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천화는 천마와 십마를 모두 죽였고, 설영은 수라혈마교를 모두 제압하며 무림맹의 간부들을 구했으니까.

어설픈 여론전 따위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목격자도 많았고,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설령 마교와 무림맹 모두가 덤벼든다 하더라도 두 사람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짙은 패배감이 모두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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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은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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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그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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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두 세력이 모두 물러나는 것까지 확인한 천화였지만, 여전히 이벤트는 발동하지 않는다.

그 사이 천화 역시 머리를 굴려 그 이유를 찾아냈다.

무신지로 때는 미리 수행을 하며 지나갔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중요 분기 임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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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무것도. 황궁 쪽은…… 걱정할 필요 없어. 곧 정리가 될 거거든. 미리 준비를 좀 해두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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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그게 무슨…….”

황궁의 주인을 가리는 일.

그 또한 중요 분기 임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기억난 것이다.

현재는 민왕이 황궁을 장악한 상태지만 그때는 민왕이 한 번 집권을 했다가, 다시 여러 일들을 거쳐 현왕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현왕은 천화와 고인물들의 힘에 압도되어 납작 엎드리는 쪽을 택했지.

관과 무림의 영역을 분명히 하고,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리하여 중요 분기 임무 중 하나가 완료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왕이 믿고 있던 수라혈마교가 제압되기는 했지만 아직 관의 무림 탄압이 거두어진 것도 아니었고, 공식적으로 민왕이 입장 변화를 보인 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믿었던 수라혈마교가 참패하고, 무림을 견제할 힘을 잃어버렸으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황궁의 숨겨진 힘을 통해 스스로의 안위를 지킬 수는 있겠지만, 천화는 그것까지 이미 염두에 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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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이 암살을 하려 한다면 황궁 무인들이 나서겠지만, 집안싸움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황궁으로 향한다면 황궁 무인들이 필사의 저항을 할 터였다.

물론 상대가 되지는 않겠지만 꽤 많은 희생이 있겠지.

하지만 집안싸움으로 바뀐다면?

다른 황자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라면 어떨까?

황궁 무인들이 황손끼리의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알고 있기에, 천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계산이 맞다면, 아마 지금쯤 슬슬 결판이 나고 있을 터였다.

민왕이 아닌 새로운 황자가 보위에 오르기 위해 북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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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결국 네놈이 일을 벌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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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지키셨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군이 되셨다면 최선을 다해 형님을 보필했겠지요. 무림은 배척할지언정 백성들은 살피셨다면, 제 목숨을 노리시더라도 어딘가에 칩거하여 조용히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형님께서는…… 선을 넘으셨습니다.”

검에 배가 꿰뚫린 채, 민왕이 핏물을 울컥울컥 게워냈다.

자신을 찌른 상대를 저주하며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앞에 선 것은 다름 아닌 진왕.

가장 세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세 번째 황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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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하지 마라. 암중에서 저만한 힘을 기른 주제에 욕심이 없었다 말하고 싶은 것이냐!”

아무리 수라혈마교의 세력을 잃었다 해도, 황궁 무인들을 모두 제 편으로 만들지 못했다 해도 민왕이 지닌 세력은 그리 쉽게 뚫어낼 수준이 아니었다.

절정에서 화경까지.

오히려 여느 무림 대문파보다도 훨씬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진왕이 데려온 이들은 그들을 상회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수는 적지만 경천동지할 무위를 지닌 무인들이 그의 편에 섰고, 민왕의 호위들을 베어내었다.

자신의 꿈을 부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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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저는 황제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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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황제의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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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겠지요. 황제의 자리에는 제가 아닌 다른 이가 오를 것입니다. 물론 폐하의 윤허가 있어야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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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있어……!”

삼황자인 그가 아니면 대체 누가 황제에 오를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저 간신들 중 누군가에게 황위를 넘기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현왕을 잃은 지방 호족들이 진왕에게 줄을 대기라도 한 것인가?

저벅 저벅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는 민왕에게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흐릿해지는 눈을 부릅뜬 그의 시야에 믿기 힘든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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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저건, 네 자식이라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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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기억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형님이 쫓아버렸던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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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형님을 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경왕이라 불려야 했으나, 황궁에서 쫓겨나 제 신분조차 잊고 살았던 그들의 동생이 그곳에 있었다.

시름시름 앓으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던 비루한 몰골이 아닌, 제법 살이 올라 또래들처럼 보기 좋은 모습을 한 네 번째 황자가 황위에 오르기 위해 황궁에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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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그런 것인가. 모두, 업보라는 것이군.”

그제야 민왕의 표정이 허탈하게 무너졌다.

자신의 동생이자 네 번째 황자인 경왕의 곁에 선 노인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소 상황파악을 마친 것이다.

의선.

그가 저 아이를 도왔구나.

저 늙은 괴물들은 그가 불러온 것이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곁에 두고 지켜볼 것을.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이 고까워 일을 벌인 것이 이렇게 자신에게 되돌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분명 진왕의 세력만으로는 자신의 호위들을 어찌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처럼 쉽게 뚫어낼 수 있던 것에는 바로 의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

의선 본인은 무공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에게 목숨을 구원 받은 적 있던 은거기인들이 돕기 위해 몰려온 것이겠지.

강호를 등졌던 노고수들이 나섰으니 천마도 두렵지 않던 호위 무사들도 힘을 쓰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전성기에는 천하를 호령하던 고수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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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립구나. 나는 마저 꿈을 꾸어야겠다. 너희는 썩 꺼지거라.”

모든 것을 알게 되었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민왕은 끝까지 그들에게, 자신이 해하려 했던 동생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이권 다툼을 해대며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기만 하는 무림인들을 싹 쓸어버려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이 옳았다고 믿으며 스르륵 눈을 감았다.

마지막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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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저하를 수습해드리세요.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경왕이 지시를 내렸다.

자신을 해하려 하였고, 오랫동안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던 형님이지만 마지막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원망스러운 만큼 보고 싶었던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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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폐하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경왕이 정광 넘치는 눈빛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진왕이 충신처럼 뒤따랐다.

새로운 황태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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